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15
160. 수마트라 탐사(1)
“Hi Mr. Choi.”
회사 앞에는 본 기억이 있는 서양인이 서 있다가 태영을 반긴다.
하이 같은 소리 한다.
티베트에서 돌아온 이후, 조셉과 그 일행이 돌아오지 않자, 태영을 조사하던 놈이 제프다.
전혀 반갑지 않은데 반가운 티를 낸다.
옆에 선 여자는 사비나.
사비나 역시 그날 함께 있었다.
“Nice to meet you again. Mr. Choi.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최.)”
미친것들.
뭐라? 다시 만나서 반가워?
그날 죽이지 않고 살려서 보내 줬더니, 이런 헛소리나 하고 다시 찾아온다.
“Why are you here? (왜 왔어?)”
“Joseph asked me to tell him I’m sorry. (조셉이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태영의 쌀쌀한 반응에도 상관없이 사비나는 조셉의 말을 전할 의무가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미치긴 미친 모양이다.
“It doesn’t matter. Let’s not see each other again. (상관없다. 다시 보지 말자.)”
“Ah Um…….”
“Get out here. (꺼져라.)”
“상관이 있게 되었어.”
한마디 더 해 주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회의실 문에 기대선 류지현이 말했다.
뭐야?
이 둘은 밖에 있고, 너는 왜 안에 있는데?
류지현을 포함해서 6명이지만, 6명이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해야 한다.
류지현의 전화를 받고 회사로 돌아오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엿 먹으라고 일부러 느릿느릿 온 것도 있다.
관련이 있을 수 있는 학과의 교수님들도 오게 했다.
그들과 함께 점심 식사도 했다.
제프와 사비나에게 먹이는 엿인데, 괜히 중간에 끼인 류지현이 같이 엿 먹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자리에서 일어서는 심다윤에게 손짓해서 앉힌 유제범이 태영의 방향으로 오면서 계면쩍게 웃는다.
“이들이 소란을 떨지는 않았습니까.”
“네, 그냥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점심은 사장님을 대신해서 저와 심 대리가 함께 가서 대접해 드렸습니다.”
“앞으로 사전 약속 없이 오는 사람들에게는 점심도 먹이지 마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류지현이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유제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쌍심지가 올라간다.
하긴 4시간을 기다렸으면 그 정도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
“넌 또 왜 왔어?”
태영이 면박을 주었다.
“들어와서…….”
류지현은 콧김을 가라앉히며 문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회의실 안을 가리킨다.
위니로부터 전해 들은 인원은 6명이다.
셋이 보이지 않지만, 회의실 안에 있다.
“또 뭔 짓거리를 하려고…….”
투덜거리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본 적이 없는 한국인 한 명과 외국인 두 명이 앉아 있다.
태영도 그 두 명도 멀뚱멀뚱 보았고, 태영은 회의실 의자에 기대고 섰다.
“Hey Sabina, come on in. (헤이, 사비나 들어와요.)”
류지현이 밖을 보고 말했다.
“Stop, you can’t go. (정지, 들어갈 수 없다.)”
곧 보안 요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영이 들어서면서 막으라는 표시를 하고 들어왔으니 막을 거다.
“If you in, will suppression. Not next warning. (들어가면, 제압하겠다. 다음 경고는 없다.)”
또다시 보안 요원의 외침이 들렸다.
보안 요원의 영어가 약간 어색하기는 하다.
그래도 경고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들을 못 들어오게 막았다면, 4시간 동안 저렇게 밖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저기 좀 말려 주면 안 돼?”
류지현이 계면쩍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왜?”
“손님이잖아?”
“네 손님이지, 내 손님이 아닌데 내가 왜?”
“너에게 할 이야기…….”
“지난번처럼 총 꺼내고 할 이야기?”
가까운 곳에 있던 유제범의 눈이 크게 떠진다.
총을 꺼냈다는 말은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다.
총기 소지가 불가능한 대한민국 땅에서 총이라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장님, 그게……?”
“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네에.”
“이제 내가 이야기할 테니 유 부장님은 자리로 돌아가도 됩니다.”
“네…….”
대답은 하면서도 류지현을 몇 번 돌아보았다.
마치 ‘왜 그랬는데요?’라는 표정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안 할 거야. 좀 들여보내 줘.”
“그걸 어떻게 믿어?”
“믿어도 된다니까?”
“그래, 너는 믿는다고 치자. 총을 가진 놈들은 저놈들인데?”
“아, 그…….”
“그리고 약속을 해도 저놈들이 해야지, 네가 하는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어?”
“약속하라고 할게.”
“좋아. 지난번처럼 또 까불면, 죽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 보낼 거야.”
“그래 알았다, 알았어. 좀.”
“약속했다?”
“그날 너에게 총을 겨누었던 세이얼은 퇴직했다더라.”
태영이 다시 확인하는 것에 대한 대답 대신 딴소리를 한다.
“그게 내 책임이야?”
“일단 좀 데리고 오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부탁 좀 합시다.”
그때 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인이 말했다.
중후한 음색이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사람이다.
못해도 40대 후반이다.
“그럽시다.”
태영은 밖으로 나가 제프와 사비나 앞에 섰다.
“박스 하나 가지고 와서 이 사람들 총기 수거하세요.”
“총기입니까?”
“그래요, 총. 수거했다가 나갈 때 다시 내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보안 요원 한 명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빈 구급상자를 들고 나왔다.
“Weapon Here.”
보안 요원이 문법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단어만으로 뜻을 전달했다.
“What?”
“Say what?”
둘이 놀라서 한마디씩 내뱉으며 태영을 보았다.
태영의 뒤에 류지현이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기다리자 결국 두 사람 다 구급함에 무기를 넣었다.
권총, 소음기, 총탄이 든 탄창.
작은 단검까지.
보안 요원은 구급함 뚜껑을 닫은 후, 장갑을 벗고 몸수색을 했다.
“Pass.”
역시 보안 요원의 간결한 영어다.
사비나의 몸은 여자 보안 요원이 수색했고, 온몸을 빈틈없이 만지며 확인했다.
“ha…….”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겠지.
하지만 그런 경험도 있어야지.
“Pass.”
여자 보안 요원도 똑같이 말했다.
류지현이 몸을 돌렸고, 태영은 두 사람을 향해 팔을 뻗어서 안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했다.
“나 바빠. 시간은 15분 내줄 수 있어.”
회의실로 들어가자마자 류지현에게 시간을 정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면 반기는 척이라도 좀 해 주면 안 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있어야 반갑지. 차려 준 밥상도 못 먹는 주제에 반가워해 줘야 해?”
손유재의 살인 청부와 암매장에 대한 이야기다.
직접 살인을 했느냐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뜨겁다.
대체 뭐 하는 짓거리인지.
“에이, 진짜.”
“뭐가 진짜인데?”
“일단 주무부처가 우리가 아니고, 그리고 나도 말단이야.”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건 인정.
인정하는 것과 기분이 나쁜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태영과 류지현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중후한 목소리가 제프 일행의 자리를 봐 주었다.
“그 일을 말하는 거요?”
제프 일행이 자리에 다 앉자 중후한 목소리가 물었다.
“그 일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요.”
“손 말이오.”
“손?”
손유재 건인 줄 번히 알지만, 태영은 손을 들어 앞뒤로 뒤집었다.
“…….”
중후한 목소리의 표정에 짜증이 확 묻어났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
아무리 주무부처가 달라도 그렇지.
구치소 안에서 접견 변호사와 만나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는 꼴이라니.
“맞습니다, 제스 님.”
대답은 류지현이 했다.
“난 대외 협력국에 있는 제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비밀을 요하는 기관이니 제스가 코드명이거나, 외부에서 부르는 호칭이겠지.
여하튼 이름은 아닐 것이다.
“저놈하고 저 걸은 알아요. 만난 적이 있으니까.”
“저 걸?”
“년이라고 하기가 좀 그래서 걸이라고 불렀는데, 년이라고 부를까요?”
“야, 야. 최태영, 좀.”
류지현이 진정하라는 듯 말린다.
“왜? 너와 나를 죽이려던 놈들에게 얼마나 좋게 말을 해야 해?”
“그래도 지난 일이잖아?”
“지난 일? 지난 일이라고 그리 쉽게 치부한단 말이지?”
“미안.”
“일제 강점기도 지난 일이고, 남북 전쟁도 지난 일이지?”
태영은 언젠가부터 이런 일에 아주 민감해졌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
“그럼 뭔데?”
싸늘하게 류지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
“미안, 실수. 내가 사과할게.”
류지현이 고개를 숙였다.
태영이 류지현에게 장난을 많이 하긴 했지만, 이렇게 숨 막힐 정도로 싸늘한 분위기인 적은 없었다.
일제 강점기나 남북 전쟁에 비교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비교했기 때문에 류지현과 제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 사장님, 우리가 실수한 것 같소. 그런 사람이 아닌데. 몇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 같소. 이해해 주시오.”
제스까지 사과를 한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일이 아니라, 그 일의 연장선상에 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미안, 내가 정말 잘못했다. 그러니 용서해 줘라.”
“앞으론 그렇게 말하지 마.”
“그래, 그리고 널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두 분이야.”
현재의 싸늘한 분위기로 인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일부러 두 사람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비나가 한국어를 알아듣기에 일부러 더욱 심하게 한 것도 있다.
“아무튼, 좋아.”
“This is Mr. Choi. (여기는 미스터 최.)”
류지현이 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I’m Colton Rogers. (콜튼 로저스.)”
“Harry Johnson, from NASA.”
“I’m Choi.”
이미 류지현이 소개했기에 태영은 성만 말하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콜튼과 해리는 NASA에서 왔다는 거다.
왜 CIA와 NASA가 이리 엮이는 거지?
거기에 국정원까지.
“We heard that you knew Joseph’s location. (우리는 네가 조셉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 들었다.)”
맞은편에 선 제프가 태영을 보며 물었다.
“So what? (그래서 뭐?)”
제프의 질문에 차갑게 대꾸했다.
저걸 확 그냥.
시선을 천천히 돌려 류지현에게 향했다.
“뭔 입이 그리 가벼워?”
“어쩔 수 없었어.”
류지현은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보고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나?
태영이 조셉의 위치를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나았을 수 있다.
“공주면 입을 그리 가볍게 놀려도 되는 거야?”
“야, 쫌.”
“시끄럽고. 이놈들이 뭘 알고 싶어서 온 건데?”
제스는 벌레를 씹은 표정이다.
‘괜히 살려서 데리고 왔어.’
하긴, 저렇게 예쁜 여자를 죽든 말든 거기 두고 오는 것은 너무한 거지만.
‘거기서 죽었으면 재벌이라는 남친이 슬퍼했을까?’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티베트에서 용병들에게 공격당할 때, 혼자 피했으면 어땠을까?’
혼자 살아서 돌아왔으면 그걸 설명하느라 더 시달리기는 했을 것 같다.
“Let’s talk about that later. Zep.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제프.)”
“Ok.”
제프가 순순히 물러섰다.
“Show him. (보여 줘.)”
류지현은 콜튼에게 말했고, 콜튼은 엎어 둔 패드를 뒤집었다.
그리고 패드의 한쪽 부분을 꾹 눌렀다.
패드가 밝아지며 보이는 사진.
‘피디지(FDG: Fifth Dimension Gate)’다.
태영이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뿐이지만, 가장자리가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빛으로 형성된 백색의 고리가 그곳에 떠 있다.
저것이 어떻게?
대체 어디에서 열렸기에 저렇게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을까?
선명한 정도로 봐서 현장에서 찍은 것 같지는 않다.
급 관심이 갔지만, 시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콜튼이 패드를 태영의 앞으로 밀어 주었다.
그것을 당겨 와 두 손가락을 펴서 줌인을 했다.
그냥 원형의 고리만 보이고 있을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원래 크기로 되돌린 후에 화면을 옆으로 휙휙 밀었다.
여러 장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짐작대로 열 장이 넘는 피디지 사진이다.
“(이게 뭐야?)”
전혀 내용을 모르는 것처럼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도 모른다.)”
“(그런데?)”
“You look closely……. (자세히 보면…….)”
그 말에 다시 한번 줌인을 해 봤지만, 여전히 빛나는 고리만 있다.
“There is something more. (무언가가 더 있다.)”
무언가가 더 있다고?
콜튼을 한번 힐끗 보고 다시 당겨 봐도 너무 작다.
“I’ll copy the picture to my pad, ok? (사진을 내 패드에 복사해도 되나?)”
그냥 보기에는 너무 작고, 이런 것은 동의가 필요하기에 물었다.
“……That’s OK. (……그래도 된다.)”
잠시 머뭇거리던 콜튼이 대답했다.
태영은 크로스백 속에 든 패드를 꺼냈고, 패드로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은 모두 합쳐서 열 장.
“(이게 전부인가?)”
“(더 있지만, 그 패드에 들어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앳윌플레이를 켜서 사진을 띄웠다.
“(오, 앳윌플레이.)”
알긴 아는 모양이다.
패드에서 사진을 줌인.
줌인.
이미지를 확대하자 이질적인 무언가가 보였다.
사람 같다.
저 작은 표시가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피디지를 형성하고 있는 빛의 고리는 지름이 100m도 넘을 것이다.
R존에서 그들의 설명으로는 최대크기가 지름 2Km까지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태영이 넘어올 때 만들어진 것은 지름이 불과 30m 정도의 크기였다.
사진에 있는 정도라면 항모 전단 하나가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신?”
스틸 컷을 앞에서부터 뒤로 빠르게 넘기자 움짤이 되었다.
그렇게 보자, 총을 든 사람이 피디지에서 나왔다.
다만, 걸어서 나오지 않고 튕겨 나온다.
군악대 제복 같은 복장의 병사다.
파란색 상의에 흰색 바지,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었다.
상의의 앞가슴은 다른 색상으로 무언가가 얼룩져 있는 상태이다.
너무 작은 부위라 줌인을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소지한 총이 장총이긴 한데 뭔가 다르다.
“이건 대체 뭐야?”
내용은 뻔히 알지만,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류지현에게 물었다.
죽음의 피디지이다.
“사진은 3일 전에 찍혔고, 위성 사진이야.”
“위성 사진?”
“맞아.”
대답을 하면서 턱으로 콜튼을 가리켰다.
“여긴 어디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수마트라 섬?
그곳일까?
13세기의 고려에서 김정표와 오석현의 군번과 유해를 발견한 장소일 수도 있다.
“내게 이걸 보여 주는 이유가 뭐야?”
“Have you ever seen a ring of white light like this? (이와 같은 하얀빛의 고리를 본 적이 있나?)”
류지현에게 물었다.
답은 콜튼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있지.
13세기 고려에서 손으로 만지려다가 튕겨 나가서 며칠간 기절했었다.
고비 사막의 어느 곳에서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28세기로 갔다.
그리고 28세기에서 저것을 열어 이 시대로 되돌아왔는데 모를 리가 있나?
“I’ve never seen it. (본 적 없어.)”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