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18
163. 수마트라 탐사(4)
새벽 2시.
예정된 시간에 위니가 잠을 깨워 주었다.
침대머리 한쪽의 은은한 무드 등의 빛이 안방을 밝히고 있다.
고개를 돌리니 곤하게 잠든 이새봄의 얼굴이 무드 등의 빛으로 환하다.
이불이 감싸고 있는 두 사람의 공간 안이 따뜻하다.
이 느낌은 난방으로 만들어진 따뜻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포근함이 포함되어 있다.
베개를 베고 누운, 그렇지만 태영의 왼쪽 팔이 목 아래로 들어가 있다.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지자, 간지러운지 손이 잠시 올라왔다.
그래도 잠을 깨지는 않는다.
“다녀올게.”
“…….”
잠이 들었으니 대답할 리가 없다.
4일간 떨어져 있어야 하니 작별 인사를 하는 것뿐이다.
같은 방의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잠들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을 비워야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함께 잠자리에 들어서는 춥다는 중얼거림이 없었고, 몸을 움츠리며 춥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지.”
이새봄이 잠을 깨지 않도록 공중 부양으로 몸을 살짝 들어 올려 팔을 빼냈다.
이불이 들려지면서 코끝으로 이새봄의 체취가 감미롭게 파고든다.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놓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몸을 띄워서 침대를 벗어났고, 이불자락을 정리해 주었다.
침실을 벗어나 컴퓨터 방으로 간 후,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메시지 카드를 꺼냈다.
다녀온다는 메시지가 담긴 손 글씨 카드이다.
“이걸 보고 울지는 않겠지?”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손 편지 카드를 올려 두고 거실로 나왔다.
이번 출장에서 입고 갈 옷은 거실에 준비되어 있다.
집에서 가져갈 몇 가지 안 되는 짐은 천 재질의 보스턴백에 이미 들어가 있다.
옷을 모두 챙겨 입고, 다시 안방으로 왔다.
이새봄은 고른 호흡으로 편하게 잠들어 있다.
“다녀올게.”
이마에 입을 맞추어 작별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았다.
“위니.”
[네, 마스터.]“봄이가 잠결에 춥다는 말을 하거나, 몸을 오그리면서 춥다는 행동을 보이면 내게 알려 줘.”
[네, 알겠습니다.]“내가 부재중일 때 방어 기준 알지?”
그래, 위니가 언제나 지키고 있으니 든든하다.
혹시, 이새봄과 같은 방에서 잠들었을 때, 고려의 꿈을 꾸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그 기대는 기대로 끝났다.
이새봄이 곁에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웅~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폰이 진동한다.
[류지현의 톡 메시지입니다. 25분 후에 사무실 앞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시간이 비슷하겠네.”
사무실에서 오산 미군 기지까지는 1시간이면 간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깊은 밤이니 길은 막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40분, 넉넉하게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4시까지 오산 미군 기지의 입구에 도착하면 그들이 데리러 나올 테니 시간은 여유가 있다.
***
~웅~
(회사 주차장)
류지현의 톡 메시지는 간단했다.
(혼자 잠시 올라와.)
(왜?)
(그냥, 잠시 좀 올라와.)
(알았어.)
5분쯤 후,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왜 올라오라고 해?”
회사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류지현이 귀찮음을 잔뜩 담아 물었다,
“이거 입어. 난 밖에 있을 테니.”
작은 종이 패키지를 건네주었다.
“입어? 뭔데?”
“속옷 안에 입어.”
“뭐?”
반응에 짜증이 확 묻어난다.
지금이 3월이긴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쌀쌀한 때이기에 옷을 제법 여러 개 겹쳐 입었다.
그래도 그건 별것 아니다.
단지, 속옷 안에 입으려면 맨살에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네 목숨을 한번쯤 구해 줄 수 있을 테니, 생각이 있으면 입어라. 싫으면 말고, 나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으니.”
“…….”
~탁~
화가 난 듯, 패키지를 낚아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복도로 나왔다.
{에이, 좀 제대로 설명해 주면 안 돼?}
{대체 이게 뭐야?}
{목숨을 한번은 구해 줄 정도라고 하니 안 입기도 그렇고. 에이, 참.}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깍~
~투둑~투둑~사각~사각~
벨트를 풀고 단추를 끄르고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스악~찌익~싸악~
태영이 건네준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축성이 매우 좋아서 옷을 입을 때 당겨지며 내는 소리다.
{뭐가 이리 질긴 거지?}
{이게 어떻게 목숨을 구해 준다는 거야?}
{몸을 꽉 조이는데?}
{팽팽하게 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에이, 참.}
중얼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뭘 저리 중얼거리는 것인지.
{어? 이제 괜찮아졌네. 뭐야? 옷이 몸에 적응한 거야? 아니면 몸이 옷에 적응한 거야?}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나?
전에 티베트 갈 때는 중얼거린 적이 없었는데.
다시 단추와 벨트를 채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간 지 5분쯤 지났다.
발자국 소리를 터덜터덜 내면서 얼굴에 짜증을 가득 바르고 나왔다.
“이거 왜 아무 감각이 없어?”
“처음에 좀 쪼이지 않았어?”
“금방 괜찮아졌어. 근데 이거 뭐야?”
“확인하고 싶으면, 나중에 아무나 붙잡고 너에게 총을 한 방 쏘아 보라고 해.”
“……야.”
류지현이 소리를 질렀지만, 들은 척도 않고 문 안쪽에 둔 배낭을 멨다.
그리고 보스턴백과 야외용 돗자리 가방 같은 것을 들었다.
돗자리 가방처럼 생긴 것이 드론이다.
“가자.”
“이거 뭐냐니까?”
“말했잖아? 한번쯤 네 목숨을 구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야이 씨.”
입으로는 연방 투덜거리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따라 나온다.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탈칵~
“새벽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승합차의 트렁크를 올리며 운전석에 앉은 요원에게 말했다.
“네, 아닙니다.”
요원인지, 행정 지원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이 밤중에 나와서 둘을 오산에 태우고 가는 사람이다.
승합차 뒤의 3열 의자가 사라진 자리에 류지현이 가져온 배낭과 두 개의 가방이 놓여 있다.
태영은 그 옆에 짐을 올려놓았다.
그사이에 류지현은 운전석 뒷자리에 올라앉았다.
~탕~
트렁크를 내리눌러 닫고 태영은 운전자의 옆자리 문을 열었다.
“아, 짐이 많네요.”
운전자의 옆자리에는 뭔지 모를 물건들이 여럿 놓여 있다.
“거기 말고 뒤로 와.”
“뒷자리에 타십시오.”
류지현이 뒤로 오라는 말에 연이어서 운전자가 뒤로 가라고 한다.
“네, 알겠습니다.”
~자르르 탁~
“출발합니다. 안전벨트는 알아서 매십시오.”
“네.”
문을 닫자 운전자는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지금 시간 02시 58분.
오산 미군 기지에는 4시 이전에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
출발이 5시라고 했으니 그사이에 아침 겸 야참을 먹거나, 뭔가 주의 사항 같은 것을 전달받겠지.
현장에 출동하는 팀은 현지에서 합류한다고 했으니 작전 브리핑은 없을 것이다.
고속도로에 차가 올라가자 류지현의 머리가 태영의 어깨에 툭 떨어졌다.
머리를 손으로 밀어서 똑바로 세워 주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또 툭 떨어진다.
‘에이, 그냥.’
이렇게 마음 편하게 잠이 오나 싶지만, 새벽 3시가 지났으니 한참 꿈속에 있을 시간이다.
운전자는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할 뿐이다.
자동차 엔진 소리와 바퀴의 마찰 소리,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잠들기 딱 좋은 백색 소음이다.
“무사히 잘 다녀오십시오.”
고속도로변의 표지판에 ‘오산’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송탄)’ 옆에 우측 화살표가 있는 곳을 지날 때 운전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돌아와?
티베트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태영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것을 말하는 것일까?
주어를 생략하고 하는 말이어서 구분이 되지 않지만, 아무래도 티베트를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네, 감사합니다.”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미리 약속한 장소가 있는 듯, 운전자는 거침없이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어둠에 묻혀 있는 미군 기지의 정문으로 보이는 곳.
부대 정문 옆에 있는 공터로 차를 몰고 들어가서 한곳에 세웠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저기 다녀오겠습니다.”
운전자가 내리면서 턱으로 정문을 가리켰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운전자가 정문으로 갔다.
“야 공, 다 왔다.”
“……으, 으응?”
류지현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라고.”
“지금 몇 시지?”
눈을 부스스 뜨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침부터 닦고 말해라.”
“침?”
재빨리 손등으로 입술 주변을 훔쳤지만, 침이 흘렀을 리가 없지.
“너는 꼭.”
“도착했다고, 정신 좀 차리라고.”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드르르륵~
그리고 태영의 옆쪽 문이 열렸다.
“두 분은 저분 따라 들어가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운전을 해 온, 이름도 모르는 운전자다.
“고마워.”
류지현이 반말하는 것을 보니 후배인 모양이다.
“아닙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 이놈이 가니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지난번처럼 하면 거기 두고 온다니까.”
트렁크에서 배낭과 보스턴백, 그리고 돗자리 가방을 꺼냈다.
류지현도 배낭을 메고, 군용으로 보이는 긴 끈이 달린 가방을 들었다.
“Follow me. (따라와.)”
우리를 기다리던 군복 차림의 미군이 몸을 돌리며 짧게 말했다.
태영과 류지현은 말없이 뒤따랐고, 뒤에서 등을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쳤다.
“I’ll check my belongings. (소지품 점검을 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태영의 짐을 잡아당기려 했다.
“I decided not to touch my belongings. (내 소지품은 건들지 않기로 했다.)”
태영이 짐을 잡으며 말했다.
“We have never heard. (우리는 들은 바 없다.)”
짐을 조사하려던 미군이다.
그래, 그쪽은 CIA나 NASA인데, 너희는 미군이니까 그 상황은 이해한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그럼, 우리는 돌아가겠다.)”
태영은 배낭을 다시 메고 가방을 들었다.
“야, 잠깐.”
류지현이다.
“왜?”
“그렇다고 가면 어떻게 해?”
“이건 처음부터 약속이었다. 이런 것 하나도 쉽게 생각하면 4일간을 어떻게 함께하나?”
“기다려 봐. 콜튼하고 통화를 먼저 하자.”
“마침 우릴 태우고 온 차가 아직 있으니까 3분만 기다려 준다.”
그렇게 말하고 운전자를 보고 손을 위로 올린 후 주먹을 쥐었다.
이건 군사 작전에서 잠시 대기라는 말을 대신하는 만국 공용어이다.
“Hey, Colton.”
통화가 된 모양이다.
류지현은 콜튼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최가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등의 이야기를 나눈 후에 전화를 끊었다.
“나오겠다고 하니 기다려 봐.”
“그냥 가자. 짜증 나는데.”
“야, 돈 받았는데 어떻게 그래? 조금만 기다려 봐.”
그래, 돈은 받았지.
몇 푼 안 되는 돈, 오늘 일당을 제하고 돌려주면 된다.
아, 류지현에게는 큰돈이긴 하네.
류지현은 우릴 보고 있는 운전자에게 가라는 신호를 했다.
차가 떠난다고 못 가나?
공중 부양해서 날아가면 저 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들어서기도 전에 집에 도착한다.
태영과 류지현을 태우고 온 차의 운전자는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차를 타고 떠났다.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들과는 상종하기 싫어.”
“여긴 미군이고, 거기와는 다르니까 좀 기다려 봐.”
잠시 후에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급하게 차를 정차하며 콜튼이 내렸다.
JLTV.
내몽골 지역에 내던져진 군인들이 타고 왔던 미군의 작전 차량이다.
미군 60여 명과 이슬람 반군 500여 명.
그들이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2018년에서 1225년으로 날아왔다.
JLTV는 그 미군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저 차량이 왜 이리 반가울까?
콜튼은 초병과 이야기를 하고, 초병은 또 전화를 들어 통화했다.
그러는 동안 태영은 추억에 젖어서 JLTV를 바라보았다.
“(들어가도 좋다.)”
짐을 조사하려던 미군은 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통과시켜 주었다.
JLTV의 뒤에 가져온 짐을 모두 실었다.
“(그 일은 그 사람이 맡은 일이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해한다)”
차에 탑승하고 콜튼이 이해해 달라고 말하자 류지현이 대답했다.
“(뭘 이해해? 지시와 협조 요청에 반하는 행동은 맡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태영은 기어이 한마디 했다.
“야, 쫌.”
류지현이 옆구리를 툭 쳤다.
“쫌은 무슨 쫌이냐? 내가 틀린 말 했어?”
콜튼이 격납고 같은 건물로 들어서자 그 안에는 몇 대의 차량과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먼저 차에서 내린 콜튼이 뭐라고 하자 한 명이 다가왔다.
군복을 입었지만 군인 같지는 않다.
“I’m Darby Cunningham, Nice to meet you. (다비 커닝햄이야. 만나서 반가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한다.
“From NASA and Elisha Payne. (나사에서 왔고, 엘리샤 페인.)”
자신의 소속을 말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는지 덧붙이며 한 명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여자다.
“This is Choi. I’m Princess. (여긴 최, 나는 프린세스.)”
류지현이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미 저들은 태영과 류지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코드명을 잘 지은 것인지, 공주병인지.
“(프린세스, 이 차에 짐은 올려 둬. 잠시 후에 수송기로 갈 거야.)”
“(오케이.)”
중형 버스처럼 생긴 차량이다.
NASA의 두 사람은 새로이 합류한 모양인데, 직접 가지 않고 왜 이리 온 거지?
총과 탄약, 무전기와 위성 전화기를 받았다.
총은 처음에 요청한 MCX Rattler이다.
무전기로 서로 통화를 해 보고, 위성 전화를 들고 격납고 입구로 나와서 통화 시험도 했다.
그 일이 끝나고 일 없이 서 있기를 20여 분.
대략 정리가 끝난 모양이다.
버스에 오르라고 했고, 모두 탑승하자 격납고를 빠져나갔다.
활주로의 한쪽 끝.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활주로에 C-17수송기 한 대가 서 있다.
사람이 몇 명이나 간다고 저렇게 큰 수송기를?
“위니, 저거.”
차에서 내리면서 작게 물었다.
[항속 820Km, 무 적재일 경우 1만 Km입니다.]시속 820Km로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목적지까진 7시간.
최대 속도를 내지는 않을 거니까.
탑승구는 열려 있고 계단이 내려와 있다.
“(탑승.)”
콜튼의 말에 따라 각자 자신들의 짐을 들고 조용히 탑승했다.
환하게 불이 켜진 기내의 앞쪽에는 5개의 의자 6열이 배치되어 있다.
군용 수송기이니 의자가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그냥 철판 위에 앉는 것보다는 편해 보이는 정도이다.
벌써 몸이 찌뿌듯해지려고 한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