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23
168. 리얼판타즈 대표
리얼판타즈 대회의실.
이새봄과 호텔 조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중에 최형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야기를 듣고 바로 리얼판타즈로 온 것이다.
“반갑습니다. 우리 오랜만이죠?”
“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김정한은 벌레 씹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리얼판타즈의 주식을 안수하기로 할 당시에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
‘새로 오는 사람’과 합의할 것이 있었다.
김정한은 비록 자신의 지분이 현저하게 낮아졌지만, 회사의 실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새로 오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을 포섭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 되는 일이니까.
그런데 항상 자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따지는 최형주 상무일 줄이야.
최형주가 등기 이사이기에 내쫓으려면 주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대주주가 된 사람을 설득할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 남은 주식도 넘기고 싶다구요?”
“네.”
김정한은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회사는 망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대기업을 포함해서 이미 여러 곳이 있다.
충분한 자본과 풍부한 인력으로 개발 중인 그 회사들과 경쟁이 쉽지 않았다.
터니테크 최태영과의 거래에서 직원들의 주식을 회수하면서 중간에서 충분한 이득을 챙겼다.
그것으로 회사를 설립할 당시 투자한 금액 이상이 손에 들어왔다.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잔여 주식도 2배에 넘기고 손을 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부채와 CB를 합쳐서 37억은 법인의 부채이다.
그것은 자신의 부채가 아니라 법인의 부채이니, 자신이 떠나면 그 짐에서도 벗어난다.
거기에 회사 설립 시에 투입된 자본금은 2배에 팔아서 제법 챙겼다.
대표에서 사임하면 5억 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전부를 계산해 보면 충분히 벌었다.
사임하면서 받을 5억과 주식 대금을 합쳐서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
그 후에, 지금 이곳의 직원들을 스카우트한다.
그리고 또 적당한 호구를 찾아서 팔면 된다.
“이번에는 액면가 이상은 못 드립니다.”
“그게……?”
그런데 2배를 주지 않겠다고 한다.
계획이 일부 어긋나긴 하지만, 그래 봐야 추가로 들어오지 못하는 돈은 2천만 원이다.
“왜요? 실제의 가치 1원으로 평가한 것을 액면가의 2배나 드렸는데.”
“…….”
“대표님은 직원들에게 액면가에 받아서 내게 2배로 넘겼으니 충분히 챙기지 않았나요?”
“……아, 아셨습니까?”
“그걸 어떻게 몰라요?”
어떻게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나?
“…….”
“김 대표님은 사임서 제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처음 계약 시의 조건대로 5억 원은 그대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정한의 표정은 나쁘지 않다.
혹시 5억을 못 주겠다고 할까 봐 걱정한 거야?
“송하균 상무와 이동민 팀장도 주식을 내게 넘기는 과정에 개입해서 2배로 넘겨 중간에서 차익을 챙겼죠?”
“…….”
“…….”
“…….”
셋이 모두 답이 없다.
“아닌가요?”
“…….”
“두 사람도 남은 주식 액면으로 넘겨주고, 사직서 제출해 주세요.”
중간에서 이익을 챙겼다고 해도 법적으로 처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직서 안 내면 대기 발령 내면 된다.
그리고 직원들, 특히 주식을 넘긴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까?
회사에서 버텨 내지 못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지.
“변호사님, 진행해 주시죠.”
“네.”
법무 법인 송이길에서 나온 변호사 정대윤이다.
김정한으로부터 주권을 사들일 때도 정 변호사가 모두 일을 진행했다.
“최 상무님, 저 두 사람 사직서 받아 주세요.”
“네, 사장님.”
송하균은 비등기 이사이니 사직서만 있으면 된다.
공식적으로 해고가 아니라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퇴직하는 것이다.
태영은 이새봄과 함께 변호사가 일을 정리할 동안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30분 후.
“모두 끝났습니다.”
변호사가 서류를 내밀었다.
“네.”
태영은 서류를 받고 폰뱅킹으로 돈을 모두 이체해 주었다.
세 사람의 폰에서 이체되었다는 알림음도 들려왔다.
“확인들 하시지요.”
“네.”
태영의 말에 세 사람 모두 폰을 꺼내 확인했다.
변호사는 ‘입금 확인서’를 세 사람 앞에 내밀었다.
돈 받았다는 확인서이다.
김정한을 바라보았다.
온갖 상념이 어린 얼굴이다.
회사를 설립할 때의 꿈과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그래도 태영이 인수하면서 투자비의 2배를 건지게 되었으니, 미안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 세 분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그럼.”
“…….”
“…….”
셋은 별말 없이 회의실을 떠났다.
“이 본부장님.”
분사하여 별도의 회사가 되고, 경호 본부장이 된 이진기다.
오늘, 직원 둘을 붙여 달라고 했더니 자신 외에 다른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네, 사장님.”
“저 세 사람, 법인 카드와 출입 카드 받고 짐 정리해서 나가는 것 좀 도와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셋이 이상한 짓거리 못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이진기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최 상무님, 주주 직원들 모두 불러오시죠.”
“네, 사장님.”
최형주가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도 사직을 쉽게 수락하네.”
이새봄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태영이 생각해 봐도 일이 쉽고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수락 안 하면 견디지 못하게 만들 건데, 그렇게 만들면 더 힘들지.”
~딸깍~
회의실 문이 열리고, 직원들이 줄줄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모두 10명.
최형주를 포함하여 11명이다.
직원들과의 공식 대면은 처음이다.
그들의 시선은 태영에게 잠시 머물렀지만, 이새봄을 지속적으로 쳐다보았다.
“제가 소개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냥 명단 보면서 내가 이야기하도록 하죠.”
“네, 그렇게 하십시오.”
직원들은 태영이 누구인지 살피는 모습이다.
그래도 대략 알고 있다는 것이 얼굴에 나타난다.
“터니테크라는 회사의 사장이고, 최태영이라 합니다.”
“그…… 왜 너만?”
얼굴에 ‘장난꾸러기’라고 써 놓은 듯한 표정의 여직원이다.
“장예설 씨.”
순간적으로 최형주가 깜짝 놀라 그 직원의 이름을 불렀다.
“맞습니다. ‘왜 너만 살아왔는데.’”
태영은 웃으면서 그렇다고 말했다.
{흐음.}
{으음.}
다들 약간의 헛기침 소리로 장예설을 나무라는 신호를 보냈다.
“얼마 전에 내가 리얼판타즈 주주들로부터 대부분의 주식을 매입해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죠?”
“최 상무님께 들었습니다.”
“여상윤 팀장 맞죠?”
“네, 맞습니다.”
최형주가 이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이야기는 했을 것이다.
“내 옆에 앉은 이분은 이새봄. 이번 인수에 동참한 리얼판타즈의 2대 주주입니다.”
부러워하는 여직원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모였다.
2대 주주가 가진 지분도 부러울 것이다.
그보다 이 세상에서 본 적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이새봄의 얼굴로 모든 시선이 모였다.
“조금 전, 김정한 대표가 대표 이사 사임을 했고, 최형주 상무와 그리고, 최대 주주인 우리 두 사람이 승인했습니다.”
조금 놀라는 표정이다.
“주총 때 신임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는 최 상무님이 대표 이사의 업무를 대행할 것입니다.”
그 말에 왜 안심하는 표정들이지?
“이번 주총이 끝나면, 회사는 유상 증자를 통해서 자본금을 대규모로 확대할 것입니다.”
“그, 얼마나…….”
월급 대신 주식으로 받을 정도로 힘들게 회사 생활을 한 직원들이다.
그러다 보니 기대가 큰 모양이다.
“규모는 최소 5백억이 될 것입니다.”
{아.}
{와, 그렇게나.}
{숨통이 트이나?}
{든든해지네.}
“5백억이 넘을 수도 있습니까?”
“박상영 팀장 맞나요?”
“네, 박상영입니다.”
“리얼판타즈를 성공시키려면 그것도 부족할 것 같으니,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아, 그럼 되었네.}
{역시.}
직원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김정한 대표에게 주식을 파신 분들 있죠?”
“네…….”
{나……도.}
{나도 팔았는데.}
몇 사람이 입에서 웅얼거린다.
“내가 김정한 대표에게 주식 인수 비용으로 지불하겠다고 한 금액은 주당 1만 원이었습니다.”
“네?”
“아니 그게?”
그렇지. 놀라는 것이 당연하지.
주당 5천 원의 액면가에 넘겼을 테니까.
“여러분 중에 주식을 파신 분은 5천 원에 팔았죠?”
{하…….}
{이런 개…….}
“중간에 김정한 대표와 다른 두 사람도 차이만큼 이익을 취했습니다.”
{개시끼들.}
{하, 진짜 개새끼들이네.}
“나는 제시한 금액을 주고 주식을 받았지만, 손해를 보신 분에게 보상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
최형주의 놀란 얼굴,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선택이라면, 어떻게 말입니까?”
“나에게서 차액만큼 더 받을 것인지, 여러분들이 다시 사 갈 것인지입니다.”
저마다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계산한다.
“만일, 저희가 다시 매입하면 주가는 어떻게 됩니까?”
한 명이 물었다.
“여러분이 판 금액 그대로, 주당 5천 원입니다.”
“아.”
{그럼, 받은 돈 돌려주고, 주식을 받는다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주식 보유, 현금 보유…… 어떻게 하지?}
“팁을 드리면, 상장을 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장?}
{정말 상장 가능한 거야?}
{상장되면 최소 20배라고 큰소리쳤었는데?}
{진짜 가능할까?}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건 갈등할 수밖에 없는 팁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네.”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시고, 나는 10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태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새봄에게 눈짓을 했다.
이새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 일어섰다.
“변호사님도 나오시죠.”
“네, 사장님.”
“고민되겠네.”
“그럴 거야.”
그때 최형주가 직원들을 설득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태영은 이새봄과 둘이 회사 밖으로 나갔다.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선택을 하든,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선택하면서 사는 거야.”
“……맞아. 나도 그랬어.”
“사장님.”
이새봄과 두런두런 이야기 중인데, 최형주가 불렀다.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네.”
“정리 다 되었습니다.”
“들어가죠.”
비상장 법인.
상장 법인의 주총과 달리 소자본 비상장 법인의 주총은 회의나 간담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잘 아는 관계이거나 대주주와 가까운 사람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자본금 10억 미만의 회사는 서면 주총도 가능하다.
리얼판타즈는 자본금 8억이니 거기에 해당된다.
주총을 소집해 두었고, 그 주총이 수일 후에 열리는데, 오늘 임시 주총이 되어 버린 셈이다.
“오늘 정기 주총은 아니지만, 임시 주총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을 한다.
“주식을 매각한 분들도 다시 매입하여 주주가 되겠다고 해서 나는 아주 반갑습니다.”
“그럼 정식 대표는 최 상무님이 되는 것입니까?”
누군가의 질문이다.
“아, 김상혁 주임?”
“네, 맞습니다. 김상혁입니다.”
“그럼, 신임 대표 이사로 내정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네?”
“최 상무님이 아니…….”
그때, 최형주가 일어섰다.
“새로운 대표 이사로 내정된 이새봄 님이십니다.”
최형주가 이새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새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들의 놀라는 소리와 웅성거림이 제법 길게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리얼판타즈의 신임 대표로 예정되어 있는 이새봄입니다.”
~짝짝짝~
작게 박수 소리가 들려왔지만, 표정은 제각기 다르다.
“아마도 여러분은 조금 불안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나이 적은 연다은 씨보다 제가 더 어리니까요.”
연다은.
지난해에 입사를 했고, 역시 월급 대신 주식 1천400주를 받은 주주이다.
7백만 원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지 못하고 버텨 냈지만, 고생은 말도 못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짧으면 1년, 길어도 2년 안에 메타버스 플랫폼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 보이겠습니다.”
~짝짝짝짝~
또 몇 사람에게서 박수가 나왔다.
“주총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처리하고, 유상 증자를 할 계획입니다. 그때, 여러분들도 증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돈이 없습니다.”
유민기라는 직원이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대주주인 최태영, 그리고 2대 주주인 저 이새봄, 두 사람이 연간 이율 1% 미만으로 빌려 드릴 예정입니다.”
“네? 빌려 주신……?”
이번에는 최형주도 놀란 모양이다.
“네, 대신 임원은 이미 보유한 주식과 합산하여 2억 원까지, 직급별로 1억 5천, 1억, 7천, 5천 이렇게 예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9백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중인데 어찌 됩니까?”
이번에도 유민기이다.
“유민기 씨는 4천1백만 원을 연이율 1% 미만으로 가능하고, 그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새봄이 표를 보고 설명했다.
“조주원입니다. 저는 1천2백만 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까지 됩니까?”
“조 주임께는 5천8백만 원까지 대여 가능합니다.”
“아.”
모두가 묻고 답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태영과 사전에 정리해 둔대로 아주 깔끔하게 직원들에게 설명해 줬다.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최형주에게 사전에 말해 주지 않아서 그도 설명을 들으며 질문으로 의문점을 해소했다.
“자본 증자가 이루어지면, 여름에서 가을사이에 메타버스 체험 존을 삼성, 강남, 홍대 역 인근에 만들 것입니다.”
“그때까지 개발이 완료되지 않습니다. 사장님.”
박지희 선임 연구원이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이새봄을 자연스럽게 ‘사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에게 맡겨 주시면 되고요.”
“그게…….”
“제가 정식으로 취임한 후에, 자세한 것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기로 하고,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네.”
“그리고, 앞으로는 급여가 밀리는 일도, 급여 대신 주식을 받으라는 요구도 제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와, 사장님 최고이십니다.”
~짝짝짝짝~
잠시 요란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상무님, 박 변호사님과 주식 정리를 해 주시지요.”
“네, 사장님.”
김정한이 대표에서 사임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이 사라졌다.
스스로 사임계를 제출했으니 일이 쉬워진 것이다.
[마스터.]“음.”
그럴 줄 알았다.
구속 상태라고 하지만, 변호사와 노닥거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