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25
170. 검사와 조폭(2)
“대체 뭐야?”
[…….]위니의 답을 기다린 것은 아니다.
조폭이 검사를 저렇게 패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혼잣말이 나온 것이다.
“조사실이 아닌 병실에 검사와 조폭이 같이 있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조폭이 검사의 상관이야?
상관이라도 저럴 수는 없지 않아?
“조폭이 검사를 저렇게 패기도 하는구나.”
[…….]“고려 같았으면 손유재 같은 놈은 벌써 찢어 죽였겠지만, 현대의 법을 지키고 있는데…….”
[야, 이 새끼야, 그래 구속 하나 막지 못해서 날 그렇게 만들어?]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소리친다.
손유재가 검찰에 압송되어 갈 그때의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TV 화면 속의 손유재는 기분이 좋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검사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너, 이 새끼, 그러고도 네가 내 돈은 잘 받아 처먹어?]검사가 돈을 받아먹었다고 치자.
돈으로 도배해도 구속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조폭이 검사를 저렇게 대놓고 폭행을 해?
이것이 정상적 사고로 봤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위니.”
[네, 마스터.]“혹시 곽조윤 검사 가족 중에 누가 인질로 잡혀 있나?”
[워처를 검사의 집과 제왕 빌딩, 그리고 병원 내의 다른 장소에 보내서 확인하겠습니다.]“그래, 손유재 옆에 사프캣도 보내.”
하는 짓을 보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
[지금 보내겠습니다.]조사받을 때, 사프캣 보냈던 것을 회수했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 조치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답답한 시간이 몇 분쯤 지났다.
[검사의 집에는 불이 꺼져 있고 인기척이 없습니다.]“그리고.”
[제왕 빌딩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고, 손유재의 조직이 있는 층에는 인질로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빌딩에도 없다는 말이지. 병원은?”
[입원 환자가 많습니다. 손유재의 병실이 있는 층부터 먼저 조사를 하겠습니다.]“그래.”
[손유재가 있는 병실 주변에 대기실이 있고, 그중 한곳에 환자복을 입은 여자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아를 안고 있습니다.]“그래? 그들 같은데.”
[그 방에는 두 명의 남자가 지키고 있습니다. 영상 보내 드리겠습니다.]그런데 환자복을 입은 여자?
“환자복이면 입원 중이었던 것 같은데?”
느낌상 맞을 것 같다.
영상이 나타났다.
[손목에 번호표가 달린 띠가 있습니다. 신상 정보와 병명 확인하겠습니다.]“그래.”
[이름 김세진, 곽조윤 검사와 결혼한 사이가 맞습니다. 여아의 이름은 곽유안,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입원 이유가 뭔데?”
[확인되었습니다. 림프종을 앓고 있고, 치료차 입원했습니다.]“림프종은 또 뭐야?”
그건 또 무슨 병인지 모르겠다.
[혈액암의 일종입니다.]혈액암?
백혈병 비슷한 그런 것인가?
“간단하게 설명해 봐.”
[지금 기준으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병입니다.]“그래?”
[림프는 사람의 몸 전체에 있어서, 발병해도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고, 방사선과 약물 요법으로 치료합니다.]“…….”
[쉽게 완치되지 않는 질환으로 재발 빈도가 높습니다.]“그 정도까지만.”
더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말을 끊었다.
공대생에게 병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 봐야 알지도 못하고 머리만 아프다.
[네, 마스터.]“혹시, 전에 만든 암 치료제로 치료가 되나?”
[약이 다릅니다. 새로 만들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에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그러면서도 뭔가 조금 기분이 그렇다.
“손유재 방을 보여 줘. 사프캣이 가 있나?”
[네, 가 있습니다.]손유재가 있는 병실.
병실을 저렇게 꾸밀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호화찬란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그사이에도 폭행은 계속되었는지 검사는 바닥에 넘어져 배를 잡고 뒹굴고 있다.
[야, 저 새끼 끌고 나가.]손유재가 고함을 질렀다.
그 방 안에 부하로 보이는 조폭 두 명이 곽조윤 검사의 발을 잡아끌고 나갔다.
입가에 핏자국이 조금 있을 뿐 피가 흐르지는 않는다.
“지난번에는 판사라는 놈과 엮이더니, 이번에는 검사와 엮이네.”
대체 뭐가 이리 꼬이는지.
문이 닫히고, 방 안엔 손유재 혼자 남았다.
침대에 털썩 앉더니 뒤로 몸을 눕혔다.
[병신 새끼들. 하, 씨. 이것들을 어떻게 조질까?]손유재의 혼잣말이다.
“더는 못 봐 주겠다. 법의 심판에 맡기려 했는데, 법을 집행하는 집단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놈을 살려 두면 안 될 것 같아.”
[지침을 주십시오.]태영의 말에 위니가 방법을 말해 달라고 한다.
“입원실 안에 CCTV 없지?”
VVIP실이라는 최고급 병실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당연히 CCTV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인을 위해 물었다.
[네, 없습니다.]“양쪽 귓구멍 사이로 맞구멍을 내서 바람 통로를 만들어 줘.”
[네, 집행합니다.]부검을 할지 모르겠지만, 부검하면 사망 원인은 밝혀질 것이다.
양쪽 귓구멍이 관통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하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유재는 소리 없이 축 늘어졌다.
양쪽 귀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나오며 침대보를 적셨다.
둘이 검사를 끌고 나간 후에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손유재가 부르지 않으니 들어오는 사람도 없다.
“기분이 찜찜하지만, 되었다.”
[마스터, 클라미가 농장에 도착했습니다.]“그래, 사프캣과 워처는 애와 여자가 있는 곳에서 대기.”
클라미가 가 있는 곳은 손유재가 USB를 숨긴 장소다.
저 USB 안에는 정치 권력자들과 관료들의 비리에 대한 영상이나 자료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손유재가 죽었으니, 이젠 의미 없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쓸모가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가지고 있어 보자.
클라미가 보여 주는 영상에 사람은 없다.
“회수해.”
[회수 시작합니다.]클라미가 소음 하나 없이 재빠르게 바닥을 기어서 USB가 숨겨진 곳으로 이동했다.
~딸각~
USB가 들어 있을 통이 보이고 뚜껑이 열렸다.
[확인, USB 맞습니다. 두 개 그대로입니다.]작은 통은 손유재가 숨긴 그 통이 맞다.
“서류 같은 것은 없지?”
[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아무 소리 없이 클라미의 등껍질이 열리며 작은 통에 담긴 USB는 집게에 들려 몸통 속으로 들어갔다.
원래 USB가 들어 있던 통은 뚜껑을 닫아 원래의 자리에 다시 들어갔다.
[USB 확보, 귀환합니다.]“그래, 이제 병원에 그 애가 있는 곳을 비춰 봐.”
방은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을 뿐 환자를 위한 시설은 없다.
일종의 대기실처럼 보인다.
[하아, 여보. 흐으 여보…… 흐으으윽.]거친 숨소리에 섞여서 가까스로 목에서 끌어내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다.
검사는 바닥에 쓰러져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다.
[아빠, 아빠 정신 차려.]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검사가 잘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니 마음이 약해진다.
아내가 림프종을 앓고 있어서 돈이 필요했을까?
그래서 손유재에게 돈을 받았을까?
원래 나쁜 놈인지,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놈이 된 것인지.
옆에 가족이 있으니 생각하게 된다.
극한 상황에서 아내와 자식이 인질로 잡혀 있으면, 남자는 싸움을 포기하게 된다.
싸움을 포기했다고 살아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함께 죽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함께하고자 한다.
아내와 자식이니까.
그 방에 있는 조폭 한 놈이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아아악~아악.]아이가 비명을 지르면서도 조폭의 손을 잡고 입으로 가져갔다.
손을 물려고 하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 검사와 검사 아내 전화번호를 따…… 아, 아니다.”
전화번호를 따면?
오지랖이다.
[아아악, 이 쌍년이.]아이가 조폭의 손을 물었다.
세게 물지 않았던지 살점이 떨어져 나오지도, 피가 나지도 않았다.
~퍽~
조폭의 주먹이 아이의 머리를 때렸고, 아이는 힘없이 튕겨 나갔다.
~우당탕~
의자가 밀려 나가며 아이는 바닥에 쓰러졌다.
[흐으하악, 아 하아아, 안 돼.]반은 빈 호흡으로 채워진 검사의 아내, 김세진의 비명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물렸다고 저렇게 폭력을 행사해?
저놈도 살려 두면 안 되겠다.
“저 조폭 둘, 동일한 방법으로 손유재에게 보내 줘.”
[네, 마스터. 집행합니다.]손유재가 풀려나는 것을 알고 이쪽을 보게 된 것이 다행인가?
검사가 한 짓거리로 봐서는 아니어야 맞다.
그런데 왜 마음 한곳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까?
~꿍~
여자아이를 구타했던 조폭이 스르르 넘어지며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쳐 큰 소리를 냈다.
사프캣의 공격은 소리가 없다.
쉽게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발견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다.
~툭~스르르~쿵~
나머지 한 명은 벽에 기대 있었기에 벽을 밀며 넘어져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법 지켜 가며 살기 쉽지 않아.”
태영이 전역할 당시에 많이 고민했던 것이다.
현시대의 법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저런 자들을 법과 무관하게 응징하셔도 될 것입니다.]위니의 위로를 받아야 하다니.
[흐으아아…… 하아아, 하아아…….]여자의 비명이 병실을 울렸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협박하고, 딸에게 폭력을 가하던 조폭이 스르르 넘어졌다.
그리고 죽었다.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명을 지르면 되나?”
옆방에 있던 조폭들이 달려올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비명 소리를 들은 조폭 네 명이 그 방으로 달려왔다.
[어이, 왜 그래? 이 병신 새끼는.]쓰러진 사람이 동료인지 적인지 모를 정도로 구둣발로 허벅지를 퍽퍽 차면서 물었다.
죽은 자가 대답할 리가.
[야, 이거 죽었어.] [죽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봐봐, 여기 피가 잔뜩…….]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가리켰다.
[그러네, 뭐야? 이 새끼는 저 검사 새끼한테 뒈진 거야? 아니면 이년에게?]조폭들이 마구잡이로 지껄이는 소리가 귀가 쟁쟁하도록 들려온다.
[야, 이 새끼들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조용히 못 해?]뒤늦게 들어온 자가 소리를 지르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위니, 방금 들어온 저자. 보내 줘.”
저들 중에는 저놈이 가장 높은 자 같다.
~툭~꿍~
그자는 문을 밀면서 몸이 스르르 밀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전무님.] [어? 전무님.]넘어진 것을 본 옆의 조폭이 넘어진 옆으로 꿇어앉으며 앞가슴의 옷깃을 흔든다.
조폭의 세계도 회사들처럼 직급을 사용한다고 하더니 맞는 모양이다.
조폭들이 전무, 상무, 이사 이렇게 불린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으아, 전무님이 죽었다.] [야야, 의사 불러, 빨리 의사 불러. 이 씨발 새끼들아.]또 다른 아비규환의 시작이다.
옆방에서 달려온 전무라는 자가 귀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으니 당연하다.
다른 조폭들이 넘어진 자들의 생존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긴, 저 아비규환 속에서 저 사람들이 도망은 불가능하네. 일단 좀 지켜보자.”
그때, 검사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이 상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환자복을 입은 여자의 허리춤을 잡아 흔들었다.
조용히 하라며 손을 입 앞에 세웠다.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참느라 끅끅거린다.
[야, 빨리 봐봐.]의사 가운을 걸친 사람 둘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고, 그 뒤로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도 둘이 들어섰다.
[왜 이럽니까?] [야, 이 새끼야. 그걸 우리가 어찌 알아? 네가 의사지 내가 의사야?]의사의 질문에 옆에 선 자가 소리를 질렀다.
주먹은 의사를 때릴 듯이 올라가 있다.
검사와 그 가족들은 의자 사이의 구석진 바닥에 몸을 피해 웅크리고 있다.
검사는 여자와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고, 여자와 아이의 울음은 멈춰 있다.
새삼스레 여자의 몸이 극심한 저 체중일 정도로 바짝 말라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림프종이면 저렇게 마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쓰러진 자의 코앞에 손을 대어 보고 목의 맥을 짚어 본다.
이미 죽은 자들이 숨을 쉬지는 않지.
[사망했습니다.] [사망? 가만히 있던 사람이 픽 쓰러졌는데 사망? 말이 된다고 생각해?]저놈은 제가 의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회장님은 어떠세요. 너무 조용한데?] [어? 맞다, 회장님.]의사의 말을 들은 조폭이 놀란다.
이 정도 소란이면 소리를 질러야 맞을 것이다.
손유재를 회장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정말.
“개나 소나 다 회장이네.”
[야, 야. 회장님에게 가 봐.]“가서 죽은 거 확인이나 잘 해라, 이놈들아.”
태영은 저들의 말에 장단을 맞춰 주었다.
두 명이 후다닥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회장님 입원실에 들어가 봐. 조용히 놀라지 않으시게.]지시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놀라는 놈들은 너희들이지. 위니, 사프캣을 손유재 있는 곳으로 보내 줘.”
[네, 이동합니다.]우당탕, 퉁탕거리는 소리와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똑똑~
손유재가 있는 병실 문에 노크하는 소리.
[회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밖에서 정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들어와.”
태영이 대신 말해 주었지만, 들릴 리는 없다.
~똑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살짝 문을 열며 고개가 들이밀어졌다.
귀에서 흘러나온 피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손유재의 머리 아래로 흘러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다.
[회장님.]역시 개나 소나 ‘회장님’이 맞다.
둘이 성큼 방으로 들어섰고, 한 명은 입구에 한 명은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방이 워낙 커서 꽤 먼 곳이라 여전히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
“입구 쪽 보내.”
[네, 집행합니다.]이번 기회에 손유재의 병실 인근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보내?
그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좀 참자.
~툭~쿵~
입구 쪽의 조폭이 쓰러졌다.
쓰러지며 내는 소리가 둔탁하다.
[뭐……?]그 소리에 손유재 쪽으로 가던 조폭의 고개가 돌아갔다.
[왜 그래?]“저놈도 보내.”
태영이 위니에게 시키자마자 조폭의 동작이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무릎이 구부려지면서 앞으로 몸이 넘어갔다.
~쿵~털썩~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친 조폭의 몸이 바닥과 충돌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저쪽 방 보자.”
검사가 있는 방의 풍경이 태영의 눈에 나타났다.
조폭이 의사를 다그치고 있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