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26
171. 검사와 조폭(3)
의사는 약간 겁을 먹은 모습이다.
[네, 다만.] [다만 뭐?] [그…….] [야, 이 새꺄 말을 해, 빨리.] [……귀에서 이렇게 피가 나는 것으로 보면 귀 안을 무언가로 찌른 것 같습니다. 정확한 것은…….]조폭의 재촉에 의사가 말했지만, 조폭의 인상은 더욱 흉악하게 바뀌었다.
[야, 귀 안을 뭐로 찌르다니?] [네?] [그게 말이 안 되는 거 아냐?]의사를 계속해서 닦달한들.
[우리가 보고있는 중에 픽 쓰러졌는데, 누가 어떻게 찔러?]그렇지.
다른 자들이 뻔히 보고 있었는데, 뭔가로 귀를 찔렀다고 하면, 이상한 거지.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간다는 겁…….] [마스터, 클라미 귀환했습니다.]의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위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영은 컴퓨터 방의 창문을 살짝 열어 주었다.
클라미가 날아 들어와 책상 위에 앉았다.
몸체에 흙이 묻었나 했는데, 날아오면서 모두 털려 나갔는지 깨끗하다.
~스르륵~
등 뚜껑이 열리고, 그 안에 2개의 USB가 보였다.
“무엇이 들었을까?”
당장 컴퓨터에 연결해서 내용물을 보고 싶었지만 참자.
손유재의 병실 상황이 먼저다.
작은 스티커에 ‘손유재 비밀 파일’이라고 써서 붙이고는 서랍에 넣었다.
한쪽에 있는 소독용 휴지 몇 장을 빼냈다.
클라미의 몸체는 깨끗하지만, 그래도 잘 닦아서 보관함에 넣었다.
보관함을 금고 속에 넣을 때까지 병실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
그사이에 의사와 간호사가 윗사람에게 보고를 하겠다고 하면서 병실을 나간 것 정도이다.
[야, 너희들은 봤어?]조폭이 검사에게 물었다.
[……?]검사도 검사의 아내인 여자도 멍한 표정이다.
뭘? 뭘 보았다는 거야, 라는 표정이다.
[야이 씨발년아, 봤냐고?]~철썩~
조폭이 여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쿠웅~
여자는 바짝 마른 몸이어서 그런지 거의 날아가다시피 튕겨서 벽에 머리를 찧었다.
[하아, 허아아악.]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새듯 들려왔다.
[엄마, 안 되애, 엄머 엄마아아아.] [안 돼, 안 돼. 이놈들아.]아이의 비명에 뒤이어 검사의 악에 받친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머리가 벽에 부딪쳐 정신을 잃은 듯 보인다.
“위니, 저놈도 보내 줘.”
[네, 집행합니다.]검사가 어떤 놈이든 상관없이 여자는 지금 환자이다.
여자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렇게 바짝 마른 환자를 죽일 듯이 후려치면 안 되지.
~퍼억~
여자를 때린 조폭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큰 소리를 냈다.
옆에서 여자를 때리는 걸 보면서 언제쯤 끼어들까 하고 있던 조폭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자는 이제야 이상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제 눈앞에 있던 자가 갑자기 픽 쓰러졌으니.
~드르륵~꽝~
누군가가 병실 문을 힘껏 밀어젖혔다.
[야, 뭐야. 씨발.] [왜 그래, 왜? 씨발 뭐야?]몇이 우르르 들어오면서 소리치는데 입만 열면 욕이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고함 소리 때문에 들어온 것 같다.
[회장님이 죽었어.] [뭐? 뭐야 씨발, 그게 뭔 개소리야?] [나도 몰라 새끼야, 들어간 애들이 왜 안 나오는지 문을 열어 보니 죽어 있었어.] [뭘 말 같지도 않은, 그게 말이 돼?]말 안 되지.
[야, 모두 출입구 지키고, 엘리베이터 지키고, 너, 너, 너 회장님 방으로.]~삐이옹 삐이옹~삐이옹~
작은 소리이지만 창밖에서 경찰이 오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에 사망을 확인하고 나간 의사가 신고했을 것이다.
저 조폭들은 의사가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다면 머리는 장식용으로 달고 다니는 거다.
“저 여자.”
[김세진입니다.]아, 그래 김세진이라고 했다.
“그래, 김세진에게 워처 한 기 붙여 두고 이제 철수.”
[네, 마스터.]경찰이 오고 있으니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검사와 저 여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구속에서 풀려난 손유재의 병실에 있었고, 손유재가 사망했다.
그럼 검사 생활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
일이란 또 모르지만.
태영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묻힌 아파트.
“한강이 보이면 좋겠다.”
갑자기 한강 뷰가 보고 싶어졌다.
컴퓨터 방을 나와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
파모니 졸을 주사한 이새봄은 얌전히 누워 있고,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인다.
진짜 잠들었나?
컴퓨터 방으로 되돌아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이제 필요에 따라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그래서 대상을 선정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패드를 꺼내 벽에 걸린 앳윌플레이를 켜고 ‘미인’이라고 입력해 보았다.
수없이 나열되는 블로그들.
그중에 한곳을 터치해 들어가 봤다.
많다.
50위까지 나열되어 있는 미인들.
“에이, 포기.”
아래위로 스크롤을 올려보다가 바로 접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차이가 있다.
멋진, 예쁜, 아름다운, 귀여운, 미인, 미남 같은 말로 지칭되는 의미들.
그건 계량화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한 사람이 더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태영에게 이새봄보다 예쁜 사람은 없다.
~우우웅~
[류지현의 전화입니다.]전화가 오는 진동 소리와 함께 위니가 알려 주었다.
“매너 없이 이 밤중에…….”
[야, 매너가 문제가 아니야. 지금 난리 났는데, 알고 있어?]“무슨 난리? 뭐를 알아?”
손유재의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물었다.
[손유재, 구속에서 풀려난 후, 조금 전에 병실에서 죽었어.]“뭐? 왜 죽어? 누가 죽였어?”
[내 말이. 조금 전에 신고 왔다고 하는데, TV 틀어 봐.]“그래, 그러지 뭐.”
대답을 하며 거실로 나갔다.
~빅~
TV 켜지는 소리가 들린다.
[야.]“너는 내 이름이 ‘야’냐?”
[이거 네 짓이지?]“뭐가 내 짓이냐고 하는 거야?”
[손유재 죽은 거.]“야, 너 미쳤냐? 지금, 누구에게 덮어씌우려 하는 거야?”
[한번 던져 본 건데, 돌아오는 반응이 꼭 인정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역시, 넌 티베트에 묻고 왔어야 했어.”
[야, 말이라고. 아무튼 아니면 아닌 거지 뭘 또 그때 이야기를 하냐? 그리고, 막말로 그럴 수 있는 능력자가 너 말고는 없으니까.]뉴스를 할 시간은 아니다.
아, 뉴스만 방송하는 채널이 몇 곳 있다.
소리가 들리자 뉴스 채널이 아닌데 ‘긴급 속보’라는 이름이 화면에 보이고 흥분한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고 나를 지목해?”
[그냥 던져 본 거라니까.]“네가 죽인 거구나?”
[뭐래? 난 지금 회사에 있다고. 그리고 내가 무슨 능력이 되어서?]“능력에 상관없이 손유재의 범죄 사실을 가장 먼저 까발린 사람이 넌데.”
[뭘 까발려?]“손유재가 구속되었다가 풀려났으니, 처음 까발린 너를 그냥 두지 않을 것 아니야?] [그냥 안 두면?]
대화의 주제에서 류지현이 슬슬 말려 넘어온다.
“널 죽이러 올 거 아냐?”
[야, 뭔 스토리가 그리 돌아가냐?]“그리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야이 씨, 뭐가 맞아?]“네가 안 죽으려면 그놈을 죽여야 하니까, 죽일 이유는 충분하고.”
[야, 뭐가 충분해?]여하튼 류지현의 입에서는 ‘야’라는 말이 끝이 없다.
“지금 이 논리로, 네가 죽였을 것 같다고 방송사에 전화해도 되지?”
[야야야, 너 정신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지.]“거봐, 네가 지목되니까 너도 화나지? 나도 지금 집에 있다고.”
“위험 수당 청구했어?”
이번에 인도네시아 다녀오면서 위험에 빠진 것에 대한 수당 이야기이다.
[일단 말은 던졌다.]“안 주기만 해봐. 그으냐앙.”
[그으냐앙? 뭐?]“시끄럽다. TV나 보련다.”
[집이야?]“조금 전에 집이라고 했어? 안 했어?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구나?”
[에이 아무튼, 조셉이 너하고 좀 만나자고 연락 왔다.]“조셉? 그놈이 왜?”
[그놈이 뭐냐, 그놈이?]“그럼 뭐로 불러? 너도 맨날 나를 ‘야’, 하고 부르잖아? 야이 공공아.”
TV에서는 긴급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손유재의 사망 사실을 두고 온갖 말을 다 한다.
사망자는 총 일곱.
처음 사망을 확인한 의사와 간호사의 증언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내일 오후에 보자. 장소는 문자로 찍어 줄 테니까.]“안 가고 싶은데.”
사실은 내일까지 계약이 되어 있어서 ‘안 가’라거나 ‘못 가’라고 말하지 않았다.
[계약은 내일까지야. 알지?]그래, 예상한 그 말이 바로 나온다.
“위험 수당 입금되면 가고, 아니면 말고.”
[알았다. 처리하라고 할 테니까 꼭 나와야 해.]TV로 눈을 돌렸다.
조폭들 중에는 딱 한 명이 나와서 전후 사정을 말한다.
그 외에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대부분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TV에 얼굴이 나오면 자신이 조폭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
“크으, 맛있다.”
차돌 된장국의 그 맛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맛있다는 말이 나왔다.
“맛있어?”
“그래, 정말 맛있어. 그렇지만 아침부터 준비하기에 성가시지 않아?”
“아니, 난 오빠가 맛있게 먹어 주니까 너무 좋아.”
그때, TV에서 손유재의 사망 이야기로 뉴스가 시작되었다.
“저 죽은 놈, 그 ‘광기의 살인마’로 불리던 그놈 이지, 오빠?”
수저를 든 이새봄의 질문이다.
TV 뉴스에서는 어제 밤중에 하던 뉴스를 다시 또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맞아. 어제 밤중에 죽었는가 봐.”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도 몰라?”
연속되는 앵커의 멘트는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 모양이야.”
“자아~알 죽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저런 놈을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내 말이.
대체 수사 의지는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었다.
“내가 아는 판사가 한 명 있는데.”
“오빠가 판사도 알아?”
“그냥 일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야.”
“그런데?”
“법은 정의롭지 않다고 하더라.”
그 말을 한 김명준.
임은이에게 김명준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데.
워처를 통해서 본 임은이는 자신의 병이 완치되었고, 매일을 기쁨에 넘쳐 살고 있다.
태영에게 전화는 하지 못하고,
‘저 다 나은 것 같아요, 사장님.’
‘언제 뵐 수 있나요? 사장님.’
이와 같은 혼잣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있다.
이제 약은 모두 먹었고 완치되었다.
그렇지만 완전하게 세포가 재생되고, 약 성분을 몸에서 검출해 낼 수 없어야 한다.
그래서 약을 다 먹은 후에도 2주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 판사가?”
“그래, 그것도 현직 판사가.”
“그럼 국민은 누굴 믿고, 무엇을 믿어야 해?”
질문이라기보다는 탄식이다.
사실상 뉴스를 통해서 알려지는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앵커들은 정의를 의심하고, 법의 판결을 의심하고, 법의 집행이 공정했는지 의심한다.
그들의 의심이 왜 생겼을까?
그건, 김명준 판사가 말한, ‘법은 정의롭지 않다’고 표현한 것.
바로 그 말이 의미하는 또 다른 단면, 즉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짐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핑계로 공정을 벗어난다.
“자, 학교 데려다줄게.”
“으응.”
“그리고 제니아로 위니를 불러서.”
“응.”
“1번으로 얼굴을 바꿔 달라고 해 봐.”
“얼굴 바…… 아, 어제 그……?”
“응, 맞아. 1번이 마스크로 바꾼 얼굴이니까 어색하지 않을 거야.”
“1번? 그럼 여러 얼굴로 바꿀 수도 있어?”
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구나.
“10번까지 있어. 그리고 3번과 7번에도 설정해 둔 얼굴이 있으니까 눈으로 봐.”
“아…….”
“거울 가져다줄게.”
거울은 방에도 있고, 욕실에도 있고, 팬트리 룸으로 꾸며진 옷장에도 있다.
그래도 식탁에 앉아 있으니 거울이 필요하다.
“응, 으응.”
태영은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 세워져 있는 긴 거울을 들고 나왔다.
[위니, 얼굴을 1번으로 바꿔 줄 수 있어?] [네, 새봄 님. 조금 간지러울 것입니다.]이새봄과 위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영이 식탁 앞으로 갔을 때는 이미 얼굴이 바뀌어 있었다.
워낙 미세한 차이여서 사실상 바뀌었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다.
“간지럽지?”
“으응.”
“마른세수를 해.”
태영의 말에 마른세수를 하고는 바로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후우~ 괜찮아졌네. 진짜 바뀌었어.”
그러면서 턱을 당겨 보고, 볼을 밀어 보고 눈을 당겨 본다.
“3번하고, 7번?”
입술을 비뚤어 보고 입 안쪽까지 거울에 비춰 본 후에 물었다.
“왜? 또 바꿔 보려고?”
“입 안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입 안을 거울에 비춰 보면 알아?”
“그럼, 입 안도 내 몸인데, 3번으로 바로 바꿔 봐도 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쉽게 적응하는 것인가 싶다.
“너무 금방 바꾸는 건 좋지 않으니까 오늘은 3번 까지만 확인해 봐.”
“응. 위니, 3번으로 바꿔 줄래?”
[네, 새봄 님. 10분 정도의 유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 바꿔 드리겠습니다.]“아, 그래? 알았어.”
“쿨 타임 10분 필요하다는데?”
“그래? 그럼 기다리자.”
“응.”
이새봄이 기다리는 사이에 아침 먹은 그릇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앉아 있어. 내가 할 테니.”
이새봄의 손을 잡아 앉혀 두고, 태영이 정리를 시작했다.
~웅~
(오후 4시. 웨스코르 호텔 로즈룸)
(예약자 프린세스.)
류지현에게서 온 문자다.
무사히 돌아온 조셉을 다시 보겠군.
돌아보니, 이새봄은 손으로 얼굴 이곳저곳을 여전히 밀고 당기며, 신기한 듯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정말 감쪽같이 바뀌었어. 이상한 곳은 조금도 없고.”
~웅~
(다이나믹 스카이 참석-연락했음.)
(우리 회사에서도 몇 사람 참석함.)
연속으로 두 줄이 찍혔다.
다이나믹 스카이는 언질을 주었으니 상담하는 것은 좋은데, 왜 같이 오는 거지?
어쩔 수 없지.
다이나믹 스카이를 참석시킨 걸 보면, 드론 소개 영상이 필요하다.
클라미를 포함시킬까?
(참석 여부 미정.)
답을 보냈다.
아직 위험 수당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