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31
176. 그놈들 뭐 해?
폰의 전원을 껐다.
쓰러진 자들의 주머니를 뒤지자 폰과 지갑 외에 자잘한 것들이 나왔다.
모두가 가죽 장갑을 지니고 있다.
“조폭 영화를 많이 본 모양이네.”
한 명의 주머니에서는 자동차 키가 나왔다.
품속에는 셋 모두 예리하게 갈린 기다란 칼도 있다.
장갑 한 개를 끼었다.
폰은 모두 부숴서 여러 조각을 내고 다시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칼도 그대로 다시 넣었다.
“위니, 파고 있다는 장소 확인해 줘.”
[그곳으로 가려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차로 가면?”
[저자들이 타고 온 승합차를 이용하십시오.]“그럼 저자를 기절시켜야지.”
저자에게는 차 값을 물려야 하니 살아 있어야 한다.
차로 이동하면 저자가 바로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공중 부양으로 차를 부수는 자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앉으며 목 뒤를 가격했다.
“흡.”
큰 숨소리와 함께 까무러치더니 움직이지 않는다.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 자동차 키를 누르자 삐빗 소리와 함께 승합차 한 대에 불이 들어왔다.
셋을 승합차에 실었다.
“내비게이션도 고장.”
[네, 동작 중지시킵니다. 안내하겠습니다.]내비게이션의 메모리 칩을 꺼내 4조각으로 분지른 후에 셋 중 한 놈의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부우웅~
낡은 승합차는 위니의 안내를 따라갔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다가 큰길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었다.
[자동차는 더 이상 가지 못합니다.]“그래.”
밖에는 불빛도 없고, 가까운 농가도 없다.
셋을 밖으로 던진 후에 목덜미를 잡고 숲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갔다.
얼마간 들어가자 숲 가운데 어둠 속에서도 흙이 파헤쳐진 장소가 보였다.
산속을 깎아서 집을 짓거나 농지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공간이 무척 넓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묻기에는 장소가 좋네.’
한쪽에 서 있는 포클레인 옆으로 숲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파인 도랑이 있다.
그 도랑 가운데에 빛이 보인다.
작은 랜턴 빛에 의지해서 한 명이 도랑의 한 부분을 열심히 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놈이 더기?’
이자들을 더기라고 불렀다.
더기는 이미 파인 도랑을 좀 더 깊게 파서, 저곳에 태영을 묻으려 한 모양이다.
바닥에서 돌 하나를 주워 더기의 뒤통수를 향해 날렸다.
~뻑~
더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도랑에 엎어졌다.
“파다 말았네. 그 정도 파서 되겠어?”
땅을 파던 자의 삽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를 좁고 깊게 파 내려갔다.
순식간에 10미터 깊이가 되는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바닥에는 물이 조금씩 배어 나왔다.
“너희들이 날 묻으려 한 자리에 나 대신 너희를 묻어 주마.”
둘을 굴려 넣었다.
땅을 파고 있던 더기의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폰과 지갑, 자동차 키, 그리고 예외 없이 기다란 칼 하나와 잡동사니들이 나온다.
“폰은 다른 곳에 버려야 하니까.”
폰의 전원은 끄면 신호가 사라진 곳을 찾게 될 수도 있다.
폰은 주머니에 넣고, 더기와 함께 모든 것들을 구덩이에 던졌다.
물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물이 차오르지 않은 듯하다.
사타구니를 맞은 자의 입에 쑤셔 넣은 후드 모자를 빼냈다.
“으읍, 큽, 이 개새끼야.”
입에서 천을 빼 주자마자 욕부터 시작한다.
“왜 역으로 당하니까 억울해?”
“아, 흐, 살려 줘.”
일단 욕부터 해 놓고 빌기로 한 거야? 아니면 또라이야?
“누가 시켰어?”
“……흐읍, 씨발, 내가 순순히 말할 것 같나?”
“상관없는데.”
그자를 구덩이에 굴려 넣었다.
~투둑~후드득~
구덩이 벽면을 스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페페, 씨발, 말해, 말한다고.”
이제야?
“누군데?”
물을 필요가 없지만, 말한다고 했으니 형식적으로 한번은 물어주었다.
“……일단 꺼내 주고…….”
이 상황에서도 협상을 하려고 들어?
어림도 없다.
아무 말 없이 흙을 덮어 나갔다.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흙을 피할 수도 없지만, 태영이 흙을 퍼 넣는 속도가 워낙 빨랐다.
덮는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야이, 페페 프하하… 씨바…….”
소리쳐도 소용없이 묻혀 갔다.
새 구덩이 부분에 구덩이를 파지 않았던 곳만큼 단단하게 다졌다.
그렇게 단단하게 다져도 파냈던 흙이 남았다.
길게 파인 도랑은 다듬어진 곳이 아니기에 적당하게 흩어서 표시 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정도면 흙이 파헤쳐진 흔적이 남지 않으려나?”
남아도 할 수 없다.
일이 끝났으니 차를 둔 곳으로 내려왔다.
타고 온 승합차는 그대로 있다.
차를 돌려 원래의 장소로 방향을 잡았다.
[마스터, 절반 왔습니다.]“알았어.”
도로 한쪽 도랑으로 자동차를 밀고 들어갔다.
~꾸당탕~드르륵~
승합차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도랑에 처박혔다.
시동은 끄고, 차 키는 그대로 차 안에 두고 밖으로 나왔다.
‘태울까?’
아니야. 밤이 깊었는데 불길이 일면 오히려 시선을 끌게 된다.
여기서 태영의 자동차가 있는 곳 사이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다.
“위니, 차에 손상을 입히는 동영상과 사진 보내 줘.”
멀지 않은 곳의 밭을 지나며 꺼 두었던 태영의 폰을 켰다.
[네, 보냈습니다.]“바다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
[정서 방향 9Km 지점에서 바다가 시작됩니다.]“날려 보내야 하는데.”
염력으로 더기의 폰을 공중으로 띄워 올린 후에 서쪽으로 날려 보냈다.
10Km 정도 예상하고 보냈는데, 하필 거기에 배가 있지는 않겠지?
밤인데 배가 있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태영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둠은 이런 면에서 아주 좋다.
도착하니 차를 부수던 자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다.
이제 깨워야지.
“112인가 119인가? 헷갈려.”
***
“허, 폐차장도 아닌데 폐차했네, 폐차했어.”
경찰들이 태영의 차를 보면서 한결같이 내뱉는 말이다.
“차주 됩니까?”
“네, 제가 차주입니다.”
물어오는 사람은 태영을 한 대 팰 기세다.
경찰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불친절한지.
방송이나 너튜브 같은 곳에 나오는 경찰은 하나같이 친절했는데.
“여기 차 세우고 뭐 했어?”
‘뭐 했어?’
경찰은 마치 태영이 가해자인 것처럼 물어온다.
“야, 야. 번지수가 잘못되었어.”
뒤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이 있다.
“뭐? 왜요?”
“야이 새끼야. 그 사람은 차주잖아? 신고한 사람이고.”
“아, 씨발, 그럼 어떤 새끼야?”
하, 완전히 개판이네.
경찰인지 조폭인지 구분이 안 간다.
~웅~
등록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다.
“여보세요.”
[여기는 종일보험입니다. 최태영 씨 되십니까?”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회사다.
목소리가 밝지 않다.
하긴,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 사고 현장으로 출동할 것이다.
지금쯤 집에서 가족들과 지낼 시간인데.
자동차 사고가 근무 시간 중에만 나는 것은 아니니, 어쩔 수 없긴 하다.
“네, 말씀하세요.”
[위치를 좀 알려 주십시오.]“아, 여기는 평택시…….”
태영이 주소를 불러 주었다.
[10분 정도 걸리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단지 밖에 잠시 차를 세웠다.
보험사는 같은 등급의 자동차로 대차해 준다고 했지만, 같은 급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크기만 비슷한 국산 RV카를 임시 대여해 주었다.
내일 다시 구해 준다고 했는데.
‘피 냄새가 나지는 않겠지?’
실제로 피가 나지 않았으니 진짜 피 냄새는 아니다.
넷을 땅에 묻고 왔으니, 몸에서 흐르는 살기나 좋지 않은 기운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손유재와 그 일당이 죽을 때는 사프캣이 처리를 했다.
태영은 영상으로만 보아서 부담이 적었지만, 오늘은 현장에서 직접 움직였다.
생각 같아서는 냄새를 지우기 위해 찜질방으로 가고 싶었다.
이새봄이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것도 힘든 일이네.”
조상경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경찰도 아닌데 나타날 수는 없었겠지.
거기에다 그놈은 서울에 있고 사건 현장은 평택이다.
[마스터, 도예은 사건 관련자들 인적 사항 모두 확보했습니다.]임은이의 집을 나설 때 위니에게 시킨 일이다.
“몇 명이나 돼?”
[기록상 단순 가담자 5명, 적극 가담자 3명입니다.]“성폭행에 단순 가담자가 어디 있어?”
[성폭행은 그 과정을 하나하나 아주 구체적으로 따집니다.]“설명해 봐.”
위니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위니가 하나하나 설명을 해 나갈 때마다 열이 뻗쳐올랐다.
“뭐가 그따위야. 아, 개새들 정말.”
피해자가 피해를 받은 그 행위의 과정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당한 성폭행의 과정을 자신의 입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야 하다니, 이게 말이 돼?
대체 누가 그따위로 하도록 만든 거야?
아무리 비공개 재판이라고 해도 그건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 정말 돌겠네. 이따위로 하니 피해자가 자살을 하지.”
[…….]이건 뭐 읽어 주는 포르노야, 뭐야?
왜 그딴 것을 설명해야 하는 거야?
“경찰이나 판사, 검사나 변호사가 모조리 관음증이야?”
[…….]위니가 답변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관음증 환자라도 그런 설명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문제는 조사관이 그 진술 과정을 은근히 즐긴다는 점이고, 과정이 너무 지저분하다.
“관음증 맞네. 개새들.”
그런데 법정에서 설명해야 한다는 거다.
“가해자들은 죗값을…… 아니, 그게 아니라 유죄로 판결이 났나?”
[모두 무죄로 판결 났습니다.]임은이에게 뭐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위니가 기록을 조사한 것이 정확할 것 같아서 물었다.
“뭐?”
“아, 위니에게 화내는 것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마스터.]“피해자는 자살했는데 가해자는 무죄? 그걸로 끝이야?”
자살할 수밖에 없도록 원인 제공을 하면, 법은 어떻게 다루나?
법은 잘 모르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법조인이 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시각을 비틀어서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들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사회봉사? 아, 정말 개새들.”
진짜 사회봉사를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은 확인할 가치조차 없다.
“그 사건과 관련된 경찰, 그리고 판검사와 변호사는 몇 명이나 돼?”
[담당 경찰은 5명, 검사는 3명에 판사는 2명, 변호사 6명입니다.]“허, 씨. 많기도 하네.”
[경찰과 검찰에서 사건 기록을 열람한 사람은 더 많이 있습니다.]“아, 개새들.”
그걸 열람. 열람이라.
“가장 나쁜 자들을 분류한다고 보면, 어디라고 볼 수 있어?”
[가해자의 변호인단입니다.]“변호사 6명?”
[네.]“그럼 6명이 모두 그 설명을 들었다는 거야?”
[맞습니다. 참여하지 않았을 때는 돌려 읽으며 대응 준비를 했습니다.]“개새들, 모두 관음증 맞네.”
[…….]위니는 대답 대신 침묵을 유지했다.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 현 근무지 주소, 집 주소 모두 내 패드로 보내 줘.”
[네, 알겠습니다.]“가해자 놈들도 자료 모두 보내 주고.”
[네.]“가해자 놈들은 뭐 해?”
[회사의 사장, 검사와 변호사가 각 1명, 미국 IT회사의 국내 지사 직원, 에티오피아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 경찰 하나, 셋은 대기업 직원입니다.]“사장은 자수성가한 놈이야?”
[아닙니다. 이름 고해식, 부친이 뇌출혈로 쓰러져서 물려받았습니다.]“금수저라는 소리군.”
[계열사 7개로 모두 수익률이 높습니다.]“그중에 한 명이 에티오피아, 이름 뭐야?”
[박재환. 재판 당시에도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 일 이후에 당시 가해자들과 연락을 끊었습니다.]“그놈은 인간이 된 건가?”
[가해자들과 연락을 끊은 후, 조용히 지내면서 봉사 활동을 했고, 지금은 에티오피아에 봉사단의 일원으로 가 있습니다.]“그런 놈이라도 있으니 그래도 기분이 좀 낫네.”
같은 가해자끼리 연락을 끊고 봉사 활동을 한다.
그건 당시의 일을 후회한다는 의미이다.
다시는 어울리기 싫다는 것이다.
재판 당시에도 시인하고 사과했으면 그렇지 않을까?
15년을 가식으로 봉사할 수는 없다.
“다른 가해자들은 서로 교류하며 지내나?”
[거기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는데, 폰 연결해 보겠습니다.]워처를 보내서 확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폰에 직접 연결해 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쉽게 연결이 가능한 모양이다.
“그래.”
[가해자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단체 톡방이 있습니다.]“역시 개들은 개들끼리 어울리는 거겠지 뭐.”
[톡 내용, 보시겠습니까?]“응 보여줘 봐. 영상으로 띄워 줘.”
톡 내용에 오늘 강남의 룸에서 만나기로 한 것, 그리고 도착했느냐 하는 질문 등을 주고받았다.
‘야, 서로 사진 공유하는 거 알지?’가 마지막 톡이다.
“이거 뭐야? 오늘 만나고 있는 장소가 강남에 있는 룸이야?”
[지금 룸 주점에 4명이 모였습니다.]“룸 주점?”
[네, 그렇습니다.]“워처 보내 봐, 그리고 모두 녹화를 하자.”
녹화를 하면?
너튜버에 올려서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고 저세상으로 보내 주는 것이 맞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넘어갔다.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다 맞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에티오피아에서 봉사 활동 중이라는 박재환의 이야기를 위니에게 들어서 그런 것일까?
너튜브에 올리면?
초상권 침해니,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이니 하는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니까.”
그런 범죄자 놈들을 세상에 공개하는데 약간의 법 위반이 있기로서니, 뭐 어때?
“집단 성폭행범들이 무죄 판결 받았는데.”
태영이 운영하는 너튜버 채널은 3개다.
정확히는 위니가 운영한다.
하나는 제대로 된 채널이고, 나머지 둘은 유령 채널이다.
그 유령 채널도 유재구 관련 부분을 제외하면 영상이 많지 않다.
지금은 업로드를 하지 않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그 유령 채널을 활성화시켜 볼까?
집에 가야 하는데, 도예은 사건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서 자정이 지나 버렸다.
“룸 주점 영상 보여 줘 봐.”
[영상… 보기 좋지 않습니다.]보기 좋지 않아?
대체 위니가 보기 좋지 않다고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야?
“그래도 보여줘 봐.”
[네, 마스터.]“헉, 이게 뭐야?”
영상이 나타나는 순간 태영은 눈을 감았다.
망막으로 직접 전송되는 아이미어 영상 전송 기술이니 눈 감아도 소용없다.
“에이씨, 영상 전송 중지.”
눈 버렸다. 대체 왜 보여 달라고 했을까?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