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33
178. 밝히다(1)
바로 이런 것이 적반하장, 내로남불이다.
“오호, 그래? 내가 뭘 희롱해? 사실을 말하기는 했지만, 뭘 희롱했는지 모르겠는데? 여러분, 내가 성희롱했나요?”
모두를 향해 물었다.
물론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
{그게 성희롱인가? 그게 성희롱이면 세현이 저년도 봄이를 성희롱한 거 아니야?}
{그래 맞네.}
그래, 그래. 잘한다, 잘해.
생각이 저렇게 돌아가 주면 좋다.
한 번 더 불을 지펴 주자.
“다른 분들, 저 사람 이름이 세현이라구요? 세현이라는 저 사람 나오는 AV 영상 보고 싶지 않아요?”
유포죄에 해당되나?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흥미진진한데?}
{진짜인가 봐,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 보니.}
서로 소곤거리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말만 해요. 여기 있으니까 원하면 바로 보내 드리죠.”
패드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름이 세현이?
이새봄은 딥페이크라는 AI 기술에 당한 것일 뿐이다.
딥페이크로 조작되었기에 얼굴이 이상해 보이기는 해도 이새봄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핸디캡이라 조심스럽게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걸로 대놓고 시비를 걸어?
그렇다면, 너도 똑같이 딥페이크 기술에 한번 당해 봐.
만들어진 영상은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
이미 여기 있는 모두는 있다고 믿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까불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해 주지.
이새봄의 얼굴처럼 약간만 이상하게 비슷해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완벽하게 본인으로.
“으으으…….”
분해하는 그 여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씩씩거린다.
“거기, 기준이라고 했지? 그런데 뭘 봤다고?”
“뭐?”
태영의 지목과 반말에 발끈한다.
“가만있어 보자. 그 영상에 네 얼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심지어 같이 출연한 거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함께?”
위니가 알아듣고 바로 알려 온다.
“이 개새끼가 뭐라는 거야? 어디에 뭐가 있다고?”
“입이 거치네. 그런데 출연하는 사람이라서 성격이 그렇게 더러운 거야?”
“야, 이, 개…….”
막상 때리려고 했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인지 멈칫한다.
“자, 모두 말만 해요. 여기 두 사람이 출연한 AV 영상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야, 이 씨바.”
“어, 또 욕을 해. 역시 AV 배우답네.”
“이 개새끼가.”
~훙~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욕과 함께 주먹이 날아왔다.
그런 주먹에 맞아 주고 정당방위로 재공격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가볍게 피하기만 했다.
국내 상위권 대학도 이런 일이 있긴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뭐 이해한다.
“이 씨발.”
“한 번만 더 주먹질하면 그냥 안 둬. 정당방위야. 여기 보는 사람 많아. 저기 동영상 찍는 사람도 있고.”
태영의 말에 기준이라 불린 남학생이 누구인지 찾는 것 같다.
폰 들고 있는 사람이 워낙 여럿이었다.
“개새끼, 두고 보자.”
기준은 더 이상 주먹질을 않고 대신 욕으로 바꾸기로 한 것 같다.
“두고 볼 필요 없어. 지금 경찰 불러도 돼.”
“야, 가자가자.”
세현이라는 학생이 가자고 소리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남자 셋이 우르르 따라간다.
비슷한 무리들인 모양이다.
그 외에도 그들에게 동조했던 방관자들도 따라 움직였다.
태영은 잠시 생각했다.
이런 상황이 또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
막아 주는 것과 인식이 바뀌는 것은 다르다.
지금 여기서 이새봄의 위상을 확 올려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뭘까?
생각을 오래 할 시간이 없으니, 바로 진행해야 하는데.
“봄아, 올해 졸업할 학생들 많을 텐데, 회사 소개 좀 하면 어때?”
“응, 으응?”
조금 난처한 대답이다.
태영도 즉석에서 갑자기 떠올린 생각이니, 이새봄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회사 소개? 벌써 취업을 했어?”
이새봄을 편들던 학생 한 명이 물었다.
이렇게 미끼를 바로 물어주면 굿이다.
“아, 그게 아니구요. 봄이가 얼마 전에 한 회사에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조만간에 직원을 많이 충원할 예정이거든요.”
1년 휴학을 하지 않았으면, 이새봄의 동기들은 이미 졸업했을 것이다.
그래도 저렇게 반말로 직접 물어보는 학생은 동기이거나 선배일 가능성이 높다.
{사장?}
{무슨 회사? 사장으로 취임해?}
{직원을 많이 충원한다고 해도 중소기업 수준 아니야?}
{혹시 너 들은 거 있어?}
{채이가 힌트를 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 말하는 건가 봐. 회사 대표가 되었다고.}
이새봄의 옆에 선 여학생의 시선이 그쪽으로 가는 것을 보니, 그 학생이 채이인 듯하다.
중소기업이 맞다.
여기 학생들 대부분 대기업이나 방송 관련 회사로 취업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취업난은 여기도 비껴가지 않는다.
어그로 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연봉이 상당히 높다는데, 학교 동기나 선후배가 많이 있으면 이새봄 사장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연봉이 높다는 말에 어그로 끌린다는 확신은 없지만, 일단 질러 보았다.
엘리베이터로 가던 넷도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멈추어 이쪽으로 고개가 돌아왔다.
“봄아, 정말이야? 진짜 사장님이야?”
“연봉이 높아? 회사 이름이 뭐야?”
누군가가 교대로 연속적으로 물었고, 주위의 여학생들이 급 관심을 보였다.
“선배, 정말이에요?”
“선배님이 사장님이라구요? 어떤 회사인데요?”
이번에는 후배다.
이새봄의 시선이 태영에게 돌아왔다.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리얼 판타즈라고, 메타버스 출시를 준비 중이야.”
“메타버스?”
“와, 메타버스를 출시한대.”
“오와, 진짜 메타버스야?”
“수준이 어느 정도야? 루브릭스하고 비교하면?”
“거기는 재미는 있는데 블록 깨기 수준이야. 주패드나 인사랜드와 비교해야지.”
다른 학생의 말이다.
여기 있는 학생들은 메타버스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흥미를 가진 분야일 것이다.
당연히 이새봄에게 질문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실사 수준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비밀. 출시 전까지는 보안을 유지해야 해서.”
“우씨, 좀 알려 줘.”
“선배님, 조금만 맛보기로 알려 주세요.”
“출시 시점에 맞춰서 체험 존을 열 텐데, 학교에도 체험 존 만들 수 있는지 타진해 볼 테니, 그때 제대로 확인하면 안 될까?”
학교에 체험 존 만드는 것도 괜찮네.
그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학교에 만들면, 장소 임대료는 지불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효과가 높다.
“야, 봄아. 몇 명이나 뽑아?”
“최소 50명? 많으면 100명까지 예정하고 있어.”
“100명?”
“와아, 그거 진짜야?”
“그래, 직원 충원 계획은 있지만, 아직 때가 안 되어서 말 안 한 거야.”
“연봉, 연봉은 얼마나 주는데?”
“그래, 연봉은 얼마나?”
연봉은 중요한 관심사이지.
“음, 국내 최고 수준?”
“와, 진짜? 그럼 유이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야?”
학생들은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지만, 제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안다.
그것이 뭐든 도전해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그런데 미디어 학과면 방송사와 비교하지 않고, 왜 유이버와 비교하지?
“거기 연봉이 공개된 것이 아니어서 직접 비교는 못 하지만, 비슷하거나 높을 거야.”
“까악, 유이버보다 많이 준대. 이새봄, 너 은근 짱이다.”
앞뒤 없는 중구난방의 질문.
계속되는 질문과 답으로 인해 관심의 중심으로 옮겨 갔다.
이 정도면 어그로는 제대로 끌린 것 같다.
“선배, 진짜예요? 우리 지원하면 채용해 줄 거예요?”
얘는 후배인데 대놓고 채용을 묻는다.
“간부들이 심사하고 면접을 보니까 일방적으로 약속은 못 해도 후배이니까, 좀 더 메리트?”
이새봄이 웃으며 답을 해 주었다.
“와, 최고다. 선배님 최고입니다.”
그 후배는 엄지까지 척 올리며 방방 뛴다.
그래, 이렇게 돌아가면 되는 거다.
앞으로 이새봄을 두고 조금 전과 같은 일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 그런데 왜 너만…… 이분은 봄이하고 어떤 사이인데요?”
무리 중에 한 명이 태영에게 물었다.
“남친요.”
태영이 이새봄을 살짝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혹시, 아침마다 차로 요 앞에 봄이 내려 주는 분 맞죠?”
다른 누군가가 물었다.
그것을 또 본 것 같다.
“아, 나도 본 적 있어. 진짜 아침에 봄이 내려 주는 분 맞네.”
며칠 되지도 않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보는 눈이 많아지면 이렇게 알게 된다.
“네, 봄이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서요.
“와아, 그럼 봄이 여기 내려 주고, 회사로 가시는 거네요?”
태영의 대답에 바로 물어오다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럼, 집이…… 부근, 아니 집이…… 같이?”
이크, 이게 뭐야?
“같이 차를 타고 와서 내려 주면, 혹시 두 사람 지금…… 같은 집에……?”
아니, 왜 거기서 팩트를 때리나?
관중들도 많은데.
아침에 차로 여기까지 와서 내려 준다.
거기에서 조금조금 나아가더니 바로 유추해 낸다.
이새봄이 그 여학생에게 손을 앞으로 내밀어 앞뒤로 흔들었다.
말하지 말라는 표시다.
“맞네, 맞네. 둘이 동거 중인 거.”
말하지 말라는 표시는 못 본 척하고, 저렇게 큰 소리로 떠벌리다니.
모두의 시선이 태영에게 그리고 이새봄에게 돌아왔다.
“봄아.”
“응, 오빠.”
“이왕 이렇게 된 거, 봄이 남친으로 이 사람들에게 저녁 쏠까?”
“괜찮아?”
만면에 환하게 웃음을 띠고 물어오는 것은, 질문이 아니다.
저 말의 의미는 ‘고마워’이다.
“자, 여러분, 봄이가 사장 취임한 것도 알렸고, 어쩌다가 남친도 공개했으니, 오늘 저녁은 남친이 쏘겠습니다. 같이 가실 분?”
이새봄의 의사를 듣자마자 전체를 향해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의 수를 헤아려 보니 12명이다.
“와아아, 좋습니다.”
모두가 환호하며 좋다고 소리를 지른다.
“최고입니다. 인당 얼마까지 되나요?”
저 뒤쪽에서 남녀 3명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중에 한 명이 물었다.
크게 먹고 싶은가?
당해 주지, 뭐.
“한도 무제한으로 모시겠습니다.”
“진짜죠? 두말하기 없기입니다?”
그걸 왜 이새봄이 아닌 이 학생이 다짐하듯 묻는 것인지 모르겠다.
호구? 한번 되어 준다.
이새봄을 위한 일인데.
“그럼, 예약하겠습니다.”
“네.”
이새봄에게 시비를 걸던 넷은 이미 사라졌다.
살짝 끌어안으며 ‘남친요’ 할 때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탔으니까.
그리고 그쪽을 추종하던 몇과, 그들 편의 방관자들도 함께 사라졌다.
“고마워, 오빠.”
이새봄이 발끝을 살짝 들고 태영의 볼에 입술을 가볍게 맞추었다.
“우워.”
“우와아아아.”
“야야야, 한 번 더, 한 번 더.”
볼 뽀뽀에 맞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새봄도 이걸 노리고 한 행동이겠지만.
{남친 없는 사람 앞에서 너무하는 거 아냐?}
{이것아, 너도 남친 만들어. 그리고 와서 한번 쏘라고 해.}
{이 떼거리에게 한번 쏘면, 바로 파산이야. 몇 달은 라면으로 때워야 한다고.}
{그럼, 봄이는? 봄이 남친은?}
{야, 봄이 사장이라면서? 그럼 봄이 남친이 횡재한 거니까, 라면만 먹고 다니게 하진 않을 거 아니야?}
{너 모르는구나?}
{뭘 몰라?}
{남친이 봄이 내려 주고 간다고, 봄이가 남친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그으래? 그럼 봄이가 횡재한 거야?}
{야, 쉿, 좀 조용조용 말해.}
다 들리거든.
아무리 조용조용 말해도 태영에게는 다 들리는데, 모르니까 저런 이야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여학생들의 수다는 쉴 사이 없이 터져 나온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기는 하다.
{숯불 갈빗집이죠? 20명 정도, 지금 가려는데 자리 되나요?}
{야,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소 갈빗집으로 가려고?}
{한도 없다는 말 못 들었어?}
{들었지, 그래도 그렇지.}
예약하겠다고 했던 여학생의 목소리와 말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돈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소 갈빗집으로 예약을 한다고?
{야, 내가 확 꼬셔 볼까?}
{꿈 깨라, 꿈 깨. 봄이 정도로 예쁘면 또 몰라.}
한쪽에서는 다른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야, 봄이는 대한민국에 예쁘다 하는 연예인들도 비교 불가의 수준인데, 너는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 말이. 너는 거울도 안 보고 사냐?}
{이년이 넌 날 모욕했어.}
{그래서, 그래서 아까 세현이 년처럼 성희롱으로 고소라도 한다고 하려고?}
{그래, 고소한다, 고소해. 이년아.}
{좋아 맞고소 한번 해 보자. 그럼 바로 너랑 나랑 원수 되는 거지?}
{에이 씨, 그리되네. 그나저나 세현이 그년은 고고한 척 혼자 다 하더니 AV 배우야?}
{야, 쉿. 좀.}
실컷 떠들어 놓고 이제 와서 쉿 한다.
여학생들의 폭풍 수다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건 남자들만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대미지를 주고 있다.
그래도 장난을 치는 것이지, 아까 그 세현이라고 하는 학생처럼 시비 거는 것은 아니니까.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그렇지만 한 번에 다 탈 수가 없으니, 두 번에 나누어 가야 한다.
‘만원’이라는 등이 들어오고 삐 소리가 날 때까지 탔다가, 한 명이 내리고 나서야 문이 닫혔다.
절반의 인원은 또 여전히 입을 쉬지 않고 떠들며 남아 있다.
“가자.”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사람들은 두고 이새봄의 소맷자락을 끌고 계단실로 갔다.
~탁~
계단실의 문이 닫히자 인적이 있는지 재빨리 소리를 확인했다.
조용하고,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혹시 혼자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숨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없다.
“아무도 없네. 자, 안고 갈게.”
“으응.”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리자 두 팔로 태영의 목을 껴안는다.
이새봄이 꽉 껴안자 바로 날아올랐다.
~후웅~
좁은 계단실이라 바람을 밀어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후와, 너무 빨라. 오빠.”
“다 왔어.”
바닥에 내리고 옷매무새를 고쳐 주었다.
“나, 오늘처럼 꼭 같이 오빠에게 안겨 날아서 내려온 거 기억나.”
“언제?”
“그날, 식당에서 만나서 오빠가 나를 오빠 집으로 데려갈 때.”
“정말? 알았어?”
“그때는 힘도 없고, 멍해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날아갔다는 건 알아.”
“아무 말이 없어서 모르는 줄 알았더니.”
“그 말을 하면 날 미쳤다고 할 줄 알았거든.”
~딸깍~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실에서 로비 쪽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지만, 아직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