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39
184. 콜로니 작업(2)
“아주 어려 보이는데, 혹시 유학생인가?”
유학 중에 저놈들에게 납치되어 이런 봉변을 당하는 중인가?
[확인 가능한 정보가 없습니다.]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이나 정보가 없다고 말한다.
여자의 얼굴은 로션 한번 찍어 바른 적이 없는지 거칠고 약간 울긋불긋한 부위도 있다.
“아……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혹시……?”
유학생이라면 저놈들이 먹여 주고 재워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짐작 가는 것은 두 가지다.
[(야, 벗겨. 내가 제일 먼저다.)]그때 들리는 목소리는 처음에 말했던 자다.
[(흐흐흐, 이년 얼굴이 반반한 데다 어리기도 한데, 우리도 고려 봉자 맛을 보겠네.)]태영이 정체를 짐작하는 사이에 그들은 시시껄렁한 소리를 내뱉으며 둘이 여자의 양쪽 팔을 잡았다.
~부욱~
옷을 잡아당기자 어깨 부위가 찢어졌다.
속어로 돌림 빵이라고 하는 짓을 하려는 모양이다.
“일단 구할 테니까, 출입구를 잠그도록 해.”
저놈들을 제압할 때, 여자가 기회라고 도망치고 소리 지르면 오히려 곤란해진다.
[잠갔습니다.]대충 옷을 챙겨 입고, 바늘 3개를 옷깃에 꽂았다.
~딸깍~
침실과 거실 사이의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셋은 자신들이 짓밟을 어린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서 태영이 나오는 것을 모르고 있다.
~……~
소리 없이 날아간 바늘이 둘의 뒤통수로 들어갔다.
~흐으~
~억~
낮은 신음이 들리고 그 사이에 남은 한 명의 고개가 돌아왔다.
~뚜둑~
염력으로 그자의 고개 방향을 반대로 돌려주었다.
셋은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헙, 으으으.”
갑자기 셋이 푹푹 쓰러지자 여자가 놀란 모양이다.
태영이 옷을 챙겨 입고 문을 열고 나오는 사이에 옷이 제법 찢어서 몸의 일부가 드러나 있다.
브래지어조차 없는 앙상한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는 급히 옷을 여며서 바짝 마른 몸을 가렸다.
그러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방금 구해 주었지만, 저 아이는 또 다른 건달이 나타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옷 제대로 입어.”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중국어로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야 저 애도 안심할 것이니까.
저놈들이 고려 봉자라고 했으니 한국인이라고 단정해도 된다.
“흐읍.”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영을 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어가 들려 왔으니 놀랐을 것이다.
“안심해, 난 한국 사람이야.”
“……네.”
“이름이 뭐야?”
옷을 움직여 몸을 가리는 것을 보면서 물었다.
“……세……인…… 김세인이요.”
대답은 하지만 여전히 안심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옷을 바로잡기 위해 애를 썼다.
“겁내지 마. 널 어쩌지 않을 테니.”
“……네.”
“어디서 왔어?”
“…….”
더욱 겁에 질린 모습으로 태영을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경계하는 듯하다.
“말을 안 하면 도와줄 수가 없어.”
“……부……북조선.”
눈치를 보더니 말하는데,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탈북?”
“…….”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 대사관으로 안 갔어?”
“…….”
역시 고개만 끄덕인다.
“왜?”
“……도, 동생이 자…… 잡혀 있어서.”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쓰러진 셋이 아닌 바깥을 가리켰다.
“아까, 이 방문을 열어 준 사람?”
“네.”
“동생 이름은?”
“……세연, 김세연입니다.”
말을 하면서도 태영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계속해서 경계한다.
하긴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하지.
탈북해서 어떻게 상해까지 흘러왔을까?
그보다 인세의 지옥이라고 하는 북한을 탈출해 왔는데, 다시 상해에 갇히게 된 상황?
“몇 살이야?”
“여…… 열아홉입니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
“동생은?”
“여……, 열다섯.”
열다섯이면 중학생 나이인데,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거다.
도와주는 것이 맞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지랖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태영이 늘 생각하는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모두를 도울 수는 없다.
그래도 주위 사람이나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불편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도와주자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
그 과정에서 억울함이 풀리면 더욱 좋다는 생각을 해 왔다.
탈북민이라면,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 맞다.
“한국 가고 싶어?”
“……네.”
대답을 하면서 쓰러져 있는 셋을 본다.
그리고 다시 태영과 쓰러진 셋을 번갈아 보더니 얼굴 표정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동생과 같이?”
“……네.”
대답을 하며 이번에는 태영에게 달려왔다.
태영의 발 아래로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주저앉더니 다리를 움켜잡았다
“아…… 아, 아저……아저씨…… 살려 주세요. 흐으으응…… 제…… 제 동생 세……세연이, 좀 구해 주세요. 흐아아앙…….”
조금 전까지는 몰랐던 것 같다.
쓰러진 셋과 태영을 번갈아 돌아보면서 생각했을 거다.
자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 도와줄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흐아아아앙…… 흐아아아아……으아아아앙.”
통곡 소리가 방을 울린다.
살았다 싶은 것일까?
북을 탈출하여 여기까지 온 과정은 모르겠지만, 고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왔을 것이다.
살아서 이곳까지 도착한 것이 기적일지도 모른다.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여자로 볼 수도 없는 아이.
겨우 열아홉 살의 아이가 이렇게 다리를 붙잡고 서럽게 울고 있다.
***
욕실에서 깨끗하게 씻고 나온 김세인.
목욕하는 동안 얼마나 울었던지 눈에는 핏발이 섰고, 눈 주위가 벌겋다.
그래도 태영이 준비해서 욕실 입구에 놓아둔 로션을 발라서인지 피부가 한결 나아졌다.
유명 브랜드의 값비싼 옷을 입은 모습으로 제법 여자 티가 난다.
“예쁘네.”
“감사합니다.”
태영의 말에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놈들?”
“네.”
“다 치웠어. 안심해.”
“네.”
욕실의 욕조에 집어넣어 두었다.
호텔 종업원이 끼어 있는 범죄 조직이니 호텔에 미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배고플 테니, 우선 그거 먹어.”
이쪽으로 오는 중에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고, 목울대가 두 번이나 오르내렸다.
“가, 감사합니다.”
“먹으면서 들어.”
“네.”
김세인이 욕실에 들어갔을 때, 호텔의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태영은 돈이 없어도 움직이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김세인이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호텔을 돌면서 현금을 좀 털었다.
호텔 내 화장품 매장, 액세서리 매장, 의류 매장의 창고도 좀 털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체인의 고급 호텔.
그곳에 입점한 매장이다 보니, 화장품도 옷도 모두 최상급이다.
저 아이는 저 옷과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백과 지갑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모를 것이다.
알려 줄 필요도 없고.
마지막으로 주방을 털어 음식을 가져왔다.
주문 후 조리하는 식사는 불가능하지만, 준비되어 있는 음식은 있다.
그런 음식도 모두 최고급이다.
태영은 먼저 먹었고, 김세인의 것은 남겨 둔 것을 먹고 있다.
“이 방이 워낙 비싼 방이라, 투숙객이 없어서 우리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있었지만, 언제 점검을 하러 올지 몰라.”
“…….”
허겁지겁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알아들었음을 표했다.
“그래서 여기를 나가야 해. 나가기 전에 물어보자.”
“……으읍, 네.”
음식을 삼키고 대답했다.
“동생이 있는 곳은 모른다고 했지?”
“……그 러안이 보냈으니 러안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젠 말을 더듬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한다.
“이 방문 열어 준?”
“네.”
중국어는 좀 서툴다고 말했었다.
절반은 알아듣고 절반은 못 알아듣는다고 했다.
말하는 것은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하는 수준이니 말은 거의 못한다는 뜻이다.
“그 핸드백 포함해서 그 옆에 있는 것 모두 네 것이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 한쪽에 놓인 핸드백, 지갑, 시계, 팔찌, 발찌, 귀걸이, 목걸이 등 여성용 액세서리가 있지만 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관에는 구두와 여행용 트롤리도 있다.
정식으로 구입하면 수억은 줘야 한다.
“……어……떻?”
“네가 씻는 사이에 좀 가져왔다. 어디에 어떻게 차는지는 알지?”
“……네.”
대답을 하면서 시계를 차 본다.
처음 보는 것이겠지만, 여기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비싼 것이다.
귀걸이를 하고 목걸이를 들고 태영을 바라본다.
여자에게 목걸이 걸어 주는 거?
탈북민이니 의미를 모르기도 할 것이고, 주어진 상황이 그게 아니니 그것도 도와주자.
이것저것 어렵게 액세서리를 모두 착용했다.
“그 가방 안에 지갑 있고, 현금도 들어 있다.”
“네, 네?”
“열어 봐.”
김세인이 조심스럽게 핸드백을 열고 두툼한 지갑을 꺼냈다.
핸드백 안에는 소지가 가능한 몇 가지 화장품이 있고, 여행용 트롤리에는 옷가지와 화장품이 들어 있다.
“헉, 이……이게……?”
여성용 지갑 안에 든 돈은 대략 13만 위안 정도다.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쓰도록 하고, 굽 높은 구두 신어 본 적은 있나?”
사실 이게 제일 걱정이었다.
하이힐은 경험이 없으면 걷기도 힘들다고 했다.
“……어……없습니…….”
“그래서 굽이 낮은 구두로 준비했으니, 그것도 불편하면 여행 가방 안에 운동화도 있다.”
“……네.”
감동한 표정 안 지어도 된다.
여벌의 외출복과 간편복, 그리고 여성용 속옷도 들어 있다.
“영어 할 줄 알아?”
“……아, 아뇨.”
“그럼, 밖으로 나가면 벙어리 흉내를 내.”
“네?”
“벙어리 몰라?”
“아, 압니다.”
“네가 탈북민인 것을 들키면 좋지 않으니까.”
“그런데, 왜?”
“아, 난 이 호텔 투숙객이 아니고 잠 도둑이야.”
“자……암……도둑?”
“몰래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네? 네.”
“그리고 네가 입은 옷이나 시계 같은 것도 돈 주고 사 온 것 아니니까 매장 근처에 가지도 말고.”
“……네.”
“자, 둘이 따로 나가야 하고, 나가서 다시 만나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알아들은 것인지, 그냥 대답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답은 잘 한다.
대답을 하면서 김세인은 식사를 마쳤다.
“겁내지 말고, 태연하게 행동하도록 해.”
“…….”
“호텔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내려서 그냥 정문으로 나가. 누가 물으면 벙어리 흉내 내고. 그렇게 밖으로 나오면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네.”
“가장 중요한 것, 너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다.”
“네?”
“나가는 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도 일절 아는 체를 하지 말라는 거다. 너는 그 사람들을 몰라. 내 말 알아들었어?”
“네.”
호텔에서 청소하며 살았으니 얼굴을 아는 사람과 스쳐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복장과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시치미 뚝 떼면 된다.
“혹시 붙잡으면 그냥 뿌리쳐.”
“네.”
갸웃하겠지만, 눈치채고 뒤쫓아 갈 때쯤에는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다.
“자, 신발 신어 보자.”
“이, 이건 어떻…….”
제가 조금 전에 먹은 빈 그릇이다.
“그냥 두고 나가. 여기 청소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겉옷을 건네주자 그것을 입고 꼼꼼하게 옷을 여몄다.
신발은 잘 맞았다.
태영의 눈대중은 거의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니 당연하다.
몇 번을 움직여 보고 쿵쿵 밟아 보았다.
“잘 맞고 발이 아프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나갈 거야.”
태영은 위니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지금 나가시면 됩니다. 복도에 사람 없습니다.]김세인이 씻을 때 위니에게 사프캣 하나를 붙여 두라고 했다.
저 애에게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조져 버리면 된다.
“자, 나가자.”
“네.”
“태연하게.”
“네, 태연하게. 후웁.”
제법 무겁게 말하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방을 나와 비상 계단실로 들어섰다.
투숙객이 없는 스위트룸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손님은 없어야 맞다.
누군가가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일반 객실이 있는 층까지 걸어 내려갔다.
이 시간에는 투숙객의 이동도 많지 않다.
일반 객실이 있는 복도로 김세인을 보내 놓고 잠시 기다렸다.
사프캣으로 보내 주는 영상에는 태연하게 보이게 노력을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객실에 묵은 듯한 외국인이 지나가면서 ‘Hi’ 했다.
김세인은 그냥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을 보고 비상 계단실을 바람처럼 날았다.
“어서 와.”
호텔 입구 멀찍한 곳에서 손을 흔들자 마치 달리기를 하듯 뛰어왔다.
저 복장으로 트롤리까지 끌고 달리다니.
그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기는 할 것이다.
“헉, 언제 내려…… 아, 입.”
자신이 한국어로 말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이젠 괜찮아. 벙어리 흉내 내지 않아도 돼. 그리고 한국어 해도 돼.”
“네.”
얼굴 표정이 환해진다.
“우선 안심하고 쉴 곳을 찾았으니까, 그쪽으로 가자.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동생을 구해 올 테니까.”
“네.”
“동생이 널 알아볼 만한 물건이나 그런 물건이 혹시 있어?”
“……아, 동생과 약속한 신호가 있습니다.”
“그래?”
“네, 혹시 헤어지게 되어서 누군가가 데려가려 하면 약속된 신호를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똑똑하네.
그런 것을 정하기 쉽지 않은데, 위험한 상황에 항상 조심하며 살아와서 그런 것 같다.
“가자. 그럼.”
태영은 호텔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동, 호.’
위니에게 손가락으로 알렸다.
호텔에서 가까운 이곳의 아파트 단지는 아주 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다.
[3일 이상 출입이 없는 가구는 11가구입니다. 그중에 우측 동 2101호가 가장 큰 집입니다.]위니가 아파트의 CCTV와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확인해서 찾아낸 내용을 알려 준다.
부촌에 사는 사람들이니 단체로 여행을 갔을 수 있다.
김세인은 태영이 이끄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왔다.
[공동 현관 비밀번호 1598로 변경합니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 태영을 힐끗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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