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44
189. 콜로니 작업(7)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태영 인근의 전자 장치는 모두 위니의 통제가 가능하다.
손댈 필요가 없지만, 비밀번호 입력을 어디서 하는지 궁금했다.
[서랍 천장에 바닥을 보고 매달려 있습니다.]휴, 비밀번호를 알아도 숙달되어 있지 않으면 열수 없겠다.
~그르르르~
옷 선반의 한쪽이 천천히 뒤로 밀리며 묵직한 소리를 낸다.
보기는 가벼운 목재의 느낌인데, 소리는 아주 무거운 것이 움직이는 소리다.
선반이 밀려나며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섰다.
“뭐로 만들었기에…….”
손으로 만져 보니 철제다.
겉을 무늬목으로 접착해서 나무로 보일 뿐이다.
선반이 밀려난 바닥에 레일이 깔려 있어서, 레일 궤도를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곳의 공간은 승용차 두 대를 나란히 세울 수 있을 만큼 넓다.
눈앞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는 비 접촉 카드로 조종합니다.]~지잉~
위니의 말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실금으로 4개의 원이 있을 뿐, 원 안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심지어 층수 표시도 없다.
“이건 뭐야?”
[상단은 올라가기, 하단은 내려가기. 좌측은 열림, 우측은 닫힘 기능인데 비 접촉 카드로 움직입니다.]“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네. 위니, 고마워.”
[감사합니다, 마스터.]“이렇게 지하에 공사를 한 사람이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람들은 비밀을 알고 있을 텐데, 비밀이 지켜질까?”
무협지 같은 것을 보면 공사가 끝난 후에 비밀을 지키기 위해 인부들을 모두 그곳에 묻어 버린다고 되어 있다.
여기는 왜 꼭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그것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아, 그냥 잠시 그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스르르~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태영의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반듯하게 잘 다듬어진 공간이다.
환기가 잘 되는지 공기는 바깥처럼 신선하다.
“환기가 제대로 되는 것 같지?”
[환기 시설이 있고 지속적으로 외부 공기와 순환 중입니다.]이 정도 신선하면 지하 생활을 해도 될 정도이다.
“신경 많이 썼네. 자주 들어오나?”
[출입과 엘리베이터를 제어하는 통제 장치의 로그에는 2년간 출입 기록이 없습니다.]“그럼 여기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인데.”
궁금하지만,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괜한 욕심이 날 수도 있으니까.
[좌측에 금고가 있습니다.]“음, 보자.”
금고의 입구는 엘리베이터의 입구와 마주 보지 않고 측면으로 서 있는데, 벽면에서 1미터 정도 들어가 있다.
태영은 슬쩍 맞은편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기계 장치가 서 있고, 신선한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집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그사이에 자료를 일부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의 소유주로 등록된 사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중국은 CCTV가 깔리지 않은 곳이 없고 얼굴인식 AI 시스템으로 전 국민의 움직임을 알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든 이동 경로가 포착된다.
물론 자동차의 뒷좌석까지 CCTV 촬영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자동차 안에만 있으면 기록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차에서 내려야 한다.
빈집이어서 위니가 이곳으로 안내한 것인데, 움직인 기록이 없다고?
“공민 신분 번호로 찾았을 것 아니야?”
한국의 주민 등록 번호와 같은 것이다.
[그렇습니다. 콜로니를 설치 중이고,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기 전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검색된 자료에는 소유주의 이동 기록이 없습니다.]그런 자료를 조사하려면 서버 컴퓨터 성능과 네트워크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위니가 아무리 빠르고 성능이 뛰어나도 그것과는 무관하다.
또한, 네트워크 트래픽이 과하면 안 되기에 속도 조절도 해야 한다.
그래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
그 말은, 이 집에 주인이 없다는 것인데, 말이 되는 거야?
누군가가 묻어 버린 것일까?
“언제 것까지 있어?”
[모두 3개월 전의 것입니다.]“음?”
잠시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이 집의 출입은?”
[그것 역시 3개월 전을 끝으로 더 이상 기록이 없습니다.]지하 금고는 2년간 출입하지 않았고, 이 집은 3개월 동안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맞아. 그러고 보니 이 집으로 들어올 때, 위니는 경비원이나 관리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 조직이 없다는 말이다.
“출국 기록은?”
[북경을 기준으로 출국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까지 조사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가족들은 없나?”
[3년 전에 미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있습니다.]가족이 없을 리가 없겠지.
“출국 후에 한 번도 오지 않았어?”
[그렇습니다.]중국은 지금도 왕조시대처럼 숙청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 때문에 집주인이 미국으로 도주한 것일까?
도주했으면 기록이 없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다.
당분간 주인 행세를 해도 될까?
“지금 9번에 등록된 변신 얼굴 이름이 탕헌팅?湯恩廷?이지?”
[그렇습니다. 지금은 옥중에 있습니다.]태영이 그자의 얼굴로 성도에서 처리한 일들 때문에 수감되었다.
몸수색을 빌미로 류지현의 온몸을 만졌던 것에 대한 보상이니 별로 억울하지 않을 거야.
“9번에 다른 얼굴로 엎을 수 있어?”
탕헌팅의 얼굴은 충분히 써먹었다.
옥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콜로니 작업을 하는 동안 그자의 얼굴로 다녔다.
이젠 그 얼굴은 버려야 할 때다.
[가능합니다.]“그리고 이 집 주인의 얼굴을 8번으로 하자.”
[나이 57세입니다.]“나이가 많네. 여기 왔을 때, 잠시 얼굴만 바꾸는 거니 상관없지.”
[신분증은 오늘 만들겠습니까?]“아니, 일 끝나고 돌아가서 하기로 하고, 금고부터 보자.”
상해에서 챙겨 온 중국인 신분증이 배낭에 있으니 언제든 만들 수 있다.
[금고문 개방하겠습니다.]~띠딕~띠딕~비이이잉~덜컥~
동관에서의 금고 문보다 더 복잡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중문입니다.]“이중문?”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하나를 더 열어야 합니다.]“정말 철저하게 대비했네. 내가 도와줄 일은 없어?”
[바깥문을 열어 주십시오. 핸들을 좌로 돌리면 열립니다.]위니의 말에 문에 달린 작은 핸들을 좌측으로 회전시켰다.
그러자 문이 마치 자동차의 파워 핸들을 돌려 진로를 바꾸듯 스르르 움직이며 열렸다.
[홍채 인식 장치입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다른 사람은 절대 못 들어가는 문이다.
간혹 영화에서 보면, 안구를 적출해서 인식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건 영화이기에 가능한 허구다.
사람이 사망하면 홍채는 수초 안에 그 기능이 사라져 버린다.
심지어 적출이라니.
~위이이이잉~
태영의 귀에도 들릴 듯 말 듯 작은 모터 회전 소리가 들렸다.
“전동?”
[전동 액츄에이터입니다.~툭~
[진공 해제됩니다.]위니의 말이 들리면서 바람의 흐름이 생겼다.
“안이 진공이야?”
[문이 닫히면 공기를 모두 빨아내 진공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철저하네.
[이제 문이 열립니다]문의 한쪽이 천천히 뒤로 밀려났고, 불이 켜지면서 틈새로 환하게 내부가 보였다.
문은 직각이 될 때까지 열린 후에 멈추었다.
“허.”
금고 안으로 발을 들이밀지도 않았는데 먼저 놀랐다.
열린 문안으로 보이는 중앙에 12간지의 형상.
허리 높이의 단 위에 70센티 정도 키의 12가지 동물이 서 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황금이다.
태영은 금고 안으로 들어섰다.
대략 보기에 30평쯤 되어 보이는 면적.
가운데의 12간지 황금 형상이 바라보는 벽은 모두 짜 맞춘 형태의 책장이다.
선반은 붉은색의 벨벳이 깔린 곳이 대부분이지만, 벨벳이 깔려 있지 않은 곳은 유리다.
좌측 벽의 선반 위에는 황금의 탑, 황금으로 만든 말, 거북이 형상들이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촘촘하게 놓여 있다.
황금 이외의 보석은 거의 없다.
그리고 골드바보다는 세공으로 형상화된 것들이다.
“모조리 황금으로…….”
입대 전, 돈이 없는 가난한 학생이었기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금값이 급등했다는 인터넷 뉴스는 보았었다.
입구 정면의 벽에는 골동품들이다.
식견이 없어서 가치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골동품들이 장을 차지하고 있다.
[우측의 선반을 당기면 문이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돈의 방이 있습니다.]“돈의 방?”
위니의 설명으로 그쪽을 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육안으로는 구분되지 않을 것 같다.
선반을 조심스럽게 당기자 철문이 보였다.
[지폐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시켜 보관한 것으로 보입니다.]“그럼 이 문 안쪽은?”
[항온 항습실입니다.]“대단해. 돈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항온 항습실을 만들다니.”
[돈에 습기가 차면 악취가 나고, 곰팡이가 생기지만, 항온 항습기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 오래 보관해도 원형이 변하지 않습니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늘한 감각이 훅 느껴진다.
[영상 3도, 습도는 20% 이하입니다.]“그래, 그리고 돈이 산더미네.”
정말 대단한 양이 쌓여 있다.
방 전체에 외곽으로 가지런히 만들어진 선반에 정리되어 있는 지폐.
방 가운데에 선반이 길게 놓여 있고, 그곳에도 돈은 잔뜩 쌓여 있다.
“위안화, 미국 달러, 유로, 엔화에 한화도 있다.”
[7개국의 화폐입니다.]“몇 트럭 분량이야?”
동관에서 8톤 트럭 1대 분량이라고 해서 비교하기 위해 물었다.
[8톤 트럭 5대 분량입니다.]정말 어마어마한 양이다.
[작은 양이라도 가지고 가신다면, 스위스 프랑을 가지고 갈 것을 권합니다.]“왜?”
[발행되는 액면 가치가 가장 높습니다.]“얼마인데?”
[1천 스위스 프랑 한 장이 한화 1백만 원 이상입니다.]“몇 묶음 가지고 가기로 하고, 더 이상은 없지?”
김세인의 골드바 주머니에 1천 스위스 프랑 묶음을 눌러 넣었다.
30 묶음이 억지로 들어갔다.
[우측 구석에 세워진 장 속에 서류철이 있습니다.]“잠깐만 볼까…….”
태영은 장으로 가서 대충 눈으로 훑었다.
서류철은 젖혀 두고 남자용 서류 가방을 꺼내서 열었다.
“이거 T-Bond지?”
[그렇습니다.]“중국 사람들이 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이렇게 가지고 있지?”
하긴, 한국 땅에서도 반미를 외치는 정치인이나 사회 운동가의 자녀들은 대개 미국에 산다.
그걸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열어 보는 서류 가방마다 채권이 들어 있다.
매수는 제각각이지만 가장 두꺼운 것은 반 뼘이다.
채권이 든 서류 가방 5개 모두를 챙겼다.
“이제 가자.”
더 찾아봐야 가지고 갈 수가 없다.
“비밀번호 바꿀 수 있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물었다.
[네, 가능합니다.]“금고하고, 세탁물 선반 열리는 것 모두 바꾸자. 번호는 그냥 위니가 가지고 있도록 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혹시 타인이 지하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자 함입니까?]“응.”
[그럼, 선반 서랍 안의 키패드를 뜯어내십시오.]“그래도 다음에 열 수 있어?”
[저 패드는 단순 입력 장치일 뿐입니다. 제어 시스템은 항온 항습기와 함께 있습니다.]“그래, 그럼 뜯어도 되겠네.”
태영은 세탁실 선반이 닫힌 후에 키패드를 뜯어냈다.
잠을 자던 방의 펜트리를 열고 보스턴백을 꺼내 거기에 채권이 든 서류 가방을 모두 넣었다.
뜯어낸 키패드도 거기에 넣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 집을 떠나면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다.
이제 자동차 한 대를 무상 임차해서 천진으로 가서 작업을 하면 일이 끝난다.
***
[전방 10Km에 태안반도가 있습니다.]“음, 봤어.”
새벽 1시의 태안반도는 어둠에 잠겨 있다.
태영이 도착할 목적지는 작은 어항이기에 불빛이 많지 않지만, 바로 눈에 들어왔다.
민가가 없는 곳의 숲속에 내려섰다.
후드를 벗은 후, 디스토웨어를 벗고 간편한 바지와 바람막이 상의를 입었다.
디스토웨어는 모두 대충 접어서 보스턴백에 넣었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태안 읍내까지 비행해서 거기서 택시로 올라가는 방법이 좋겠다.”
[안내하겠습니다. 진로 방향에 CCTV는 모두 재녹화 처리하겠습니다.]공중으로 올라 나무 끝을 벗어나지 않는 높이로 태안 읍내를 향해 날아갔다.
[저기가 태안 군청입니다. 이제 도보로 가시면 됩니다.]위니가 태안 군청 앞의 소공원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제 집으로 가자.”
[좌측 방향 400미터 지점이 시외버스 터미널입니다. 빈 택시 3대가 정차 중입니다.]***
“휴.”
태영의 전용 연구소로 정리된 빈 공장 사무실에 배낭과 보스턴백을 내려놓았다.
이제 비로소 긴 여정이 끝났다.
[다음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이제 집으로 가서 봄이에게 왔다고 해야지.”
태안의 버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이용해 평택 시내로 이동했고, 다시 다른 택시로 성남시 모란역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택시로 회사에 왔다.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문제 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여러 번 나누어 이동했다.
회사 사무실의 사장실.
“전화, 많이 왔네.”
서랍 속의 무음 모드로 둔 폰에 부재중 전화 시그널이 무수히 많다.
“류지현, 전화 많이 한 거 보니 궁금해서 죽지는 않았군.”
김세인 자매를 보낸 사람이 태영이란 것은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김명준? 답답했어?”
국제 발신 코드가 앞에 찍힌 김명준의 부재중 전화도 있다.
문자로 날아온 것과 톡으로 온 것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새벽 4시경에 답할 일은 없으니 모두 패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봄이 자고 있지?”
[네, 마스터. 깨워 드릴까요?]“아니야.”
태영은 소리 없이 들어갔고, 이새봄이 자고 있을 안방의 욕실 대신 거실에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중국 땅에서 묻혀 온 먼지와 땀, 바다를 건너며 묻혀 온 소금 기운을 모조리 씻어 냈다.
매끈하게 면도도 다시 했다.
안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몸을 모로 돌려서 새우처럼 오그려 잠이 든 이새봄.
{추워.}
중얼거리는 것처럼 이새봄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춥다는 잠꼬대.
같은 방의 한 침대에서 잠들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미안해, 혼자 잠들게 해서.’
감자기 가슴이 아파 왔다.
수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지금이 일요일 새벽이다.
5일 밤을 떨면서 잠들었을 걸 생각하니 더욱더 그렇다.
태영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이새봄의 가녀린 등을 두 팔로 감싸 품으로 끌어당겼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