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45
190. 고향 방문(1)
“오빠, 거기 나도 가도 되지?”
“……음, 그래 가자.”
이새봄은 사단 법인 ‘별이 되어’가 개최하는 부대 증발 사건 1주년 행사에 동행하기를 원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는 자신이 태영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침대에서 일어나 태영이 부재중인 기간에 발생한 리얼판타즈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후에 태영의 일을 물었고, 며칠 후 1주년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정말?”
“그럼, 같이 가자. 그리고 오늘은…….”
태영의 대답에 반색하며 폭 안겨 든다.
“……외출?”
“그럼, 출장에서 돌아왔으니 데이트?”
수요일 저녁때부터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 하루는 온종일 같이 있어 줄 생각이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다.
~우웅~
[류지현 전화입니다.]위니가 알려 왔다.
“여보세요.”
[야, 너 뭐야?]다짜고짜 고함을 지른다.
귀찮은 일을 떠맡겼으니 이해는 하지만, ‘야’라니, 그리고 ‘너’라니.
“야, 너는 뭔데 일요일 아침에 전화해서 히스테리를 부려?”
똑같이 ‘야’와 ‘너’를 넣어서 돌려주었다.
[야이 C, 시치미 뗄 거야?]“무슨 소리인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니냐?”
[김세인.]“김세인? 아, 김세인. 그렇게 말해야 알아듣지.”
[그동안에는 왜 전화 안 받았는데, 이 썅, 너 대체 뭐야.]“이 아줌마가 아침부터 실성을 했나?”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라니?]갑자기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에 류지현은 바로 고함을 지른다.
“재벌 남친이 들었으면 기절하겠네.”
[야, 이.]저쪽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이새봄이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 의아한 눈으로 본다.
“일단 진정 좀 하고, 천천히 알아듣게 말을 해. 말해야 상황을 알지.”
[아우, 정말. 내가 속이 터져서.]“그래, 터진 속을 꿰매려고 병원 가서 바로 수술실 직행할 상황이 아니면 말을 해 봐.”
[……야 이, 아재도 아닌 게 아재 개그…… 암튼, 네 사진 보여 줬더니 얼굴이 너 아니라고 하던데?]“변장을 좀 했지. 그럼 거기서 내 얼굴로 다니라는 말이야?”
[너, 출국 기록이 없던데, 밀출국에 밀입국이야?]“그걸 또 조사했어?”
[당연하지. 암튼 불법으로 출입국하면 죄가 어찌 되는지 알지?]“지난번에 수마트라 갔을 때, 너도 그랬잖아?”
[야이…… 아 C, 그래 맞다. 나도 그랬지. 에이 할 말 없네. 오늘 좀 보자.]이새봄이 식탁 맞은편에서 입 모양으로 ‘누구?’라고 물어온다.
“안 돼. 집을 오래 비워서 오늘은 여친이랑 지내야 해.”
갑자기 조용해졌다.
항상 딱딱거리던 것을 생각하면, 즉각 다른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웬일이야?
“야.”
[……여친…… 있었어?]힘 빠진 목소리로 마치 그걸 왜 이제 말하느냐 하는 것 같다.
여친 있다는 것이 저리 힘 빠질 일이야?
“나는 여친 있으면 안 돼? 너도 재벌 남친 있다면서? 봄날의 일요일에는 일을 잊고 데이트나 해.”
[……알았다. 월요일에 연락할게. 후우…….]한숨 소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얘가 평소와 달리 왜 저래?”
“응? 누군데? 여자 목소리던데?”
“국정원 직원. 그사이에 몇 번 일을 같이했거든.”
“국정원이랑?”
이새봄은 깜짝 놀란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국정원이란, 공포의 존재가 아닐까?
이새봄이 저렇게 놀라는 것처럼.
“응, 같이 가기로 한 1주년 행사, 그거와 관련이 있어서 담당이 배정되어 있어.”
“아.”
“본 적 없지?”
“으응.”
“회사 직원들은 다들 본 적이 있는데.”
***
“……알았다. 월요일에 연락할게. 후우…….”
한숨과 함께 맥이 탁 풀렸다.
김세인의 일은 담당 부서가 있으니 넘겨주기만 하면 일은 끝난다.
그럼에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 둔 것은 그 일을 핑계로 더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병원 팀장이 떠나면서 자신이 담당이 되었기에 무슨 핑계를 대든 상관없이 연락하면 된다.
그래도 한 가지라도 더 고리를 만들어 두고 싶었다.
김세인이 연락해 온 사람도 자신이니까.
“내가 언제부터 그놈을……?”
임무에 함께 나가서 같이 붙어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것도 모두 다 그놈 때문에 살아서 돌아오기까지 했으니.
티베트에서 살아 돌아올 때는 짐짝처럼 들려왔다.
함께 화물칸에 실려 올 때는 서로 다른 침낭 속이었다.
수마트라에서 귀환할 때는?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런 것으로 얼굴이 달아오를 나이는 지났는데 그렇다.
그 드론이 있었기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드론이 너무나 작았고 공간은 너무 좁았다.
이틀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작은 드론을 타고 최태영의 품에 안겨서 돌아왔다.
엘리샤와 같은 여자끼리 마주 보고 서로를 안고 있었다.
얼굴은 코끝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웠고, 가슴은 서로 닿아 있었다.
두 사람의 다리는 서로 교차로 얽혀 있었고, 그 자세가 그나마 편해서 오는 내내 그 자세였다.
동성끼리 마주 안고 오는 것이 그렇게 어색한 것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뒤에서 꼭 껴안고 있는 최태영이 있었기에 어색함이 덜어졌었다.
“에이…… 정말.”
정말, 에이 정말이다.
“그게 드론이 맞기는 한 거야?”
말로는 드론이라 했는데, 그건 비행기라고 불러야 맞는 거다.
들고 다니다가 조립하면 비행기가 되는 이상한 것.
그런데 날개가 없다.
날개가 없는데 비행기가 맞아?
‘오빠에게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세면장으로 가던 중에 또 다른 한 가지가 생각났다.
출입국 기록이 없다.
‘그럼, 그 드론을 가지고 갔다고 봐야 하는데, 왜 김세인과 김세연을 태우고 오지 않았지?’
그걸로 왔으면 무려 백억 원이나 되는 금괴를 바다에 빠트릴 필요가 없는데.
‘혹시 그거 싣고 오려고?’
온갖 상상이 날개를 폈다.
“아니, 돈 많은 놈이 백억 정도를 탐낼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게 아니잖아?”
태영의 능력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게 아니면, 혹시 또 다른 여자를 태우고?’
조금 전에 여친이 있다고 했는데?
여자를 그리 밝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유혹을 했는데, ?조금의 동요도 없었으니까.
조금의 흔들림도 없으니 약이 오를 정도였다.
“……에이.”
김세인이나 만나고, 그 후 오빠에게 가야겠다.
오빠는 요즘 신이 나서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최태영이 해 준 일이네. 에이, 정말.”
***
~우우웅~
가만 생각해 보니 준혁의 이름으로 부재중 전화가 꽤 여러 개 있었다.
야심한 밤이어서 답을 하지 못했었다.
“응, 준혁아.”
[전화 안 되더라?]“출장을 가면서 폰을 사무실에 두고 가서 그리되었다.”
[다름이 아니고, 오늘 어머니 고향에 갈 건데, 혹시 너도 같이 가려나 해서 연락했다.]아, 같이 가야 하는데, 이새봄과 데이트…… 그곳으로 데이트 코스를 잡으면 되나?
박준혁이 면허 취득을 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장거리 운전을 해도 되나?
아니면 태영에게 운전을 맡기려는 걸까?
“운전은 누가 해? 네가?”
[아니, 나는 아직 서툴고, 정연이가 잘해.]그럼 백정연도 함께 간다는 뜻이다.
둘은 양쪽 부모들에게 인정받은 커플이니까.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듯, 사귀면 동거부터 시작하는 커플들도 늘어난다.
그래도 두 사람은 아직 동거까지 시작하지는 않았다.
“아, 그래? 잠시만.”
송화구를 막았다.
“준혁이 어머니 고향에 가는데,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보는데, 봄이는 어때?”
“우리가 같이 가도 돼?”
“그럼, 나하고 준혁이 사이는 알잖아?”
“거기 시골이지?”
“응, 맞아. 제천이야.”
“그럼 야외로 데이트 가는 건데, 나는 좋아.”
“오케이.”
이렇게 같이 가도 좋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
“준혁아, 같이 가자.”
[그래, 그럼 여기서 9시에 출발할 건데 집 앞으로 갈게.]“봄이, 같이 가도 되지?”
[그럼, 당연히 되지.]“그럼 나도 우리 차로 갈 테니까 중간에 어디서 만나자.”
[음, 광주에서 원주로 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거거든?]“그 도로에 양평 휴게소 있어. 거기서 만나자.”
[그래.]드디어 박민서 여사가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박준혁을 임신하고는 고향을 간 적이 없다 했으니 24년 만에 가는 고향일 텐데.
9시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그 시간에 출발하면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들, 어서 와.”
휴게소에서 만난 박민서 여사는 태영과 이새봄을 격하게 반겼다.
백정연은 학교에서도 몇 번 만났다.
이새봄과 백정연은 처음 본다.
“안녕하세요, 말씀은 들었는데, 정말 예쁘세요.”
백정연이 이새봄에게 하는 인사다.
“안녕하세요,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너 차 바꿨어?”
태영의 자동차를 본 박준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거 렌터카.”
“렌트? 네 차는?”
“이상한 놈들이 다 부숴서 폐차.”
“폐차? 그거 거의 1억 하는 차 아니었어?”
“1억이나 10억이나 부서지면 방법 없지. 네 차도 좋아 보인다.”
박준혁의 자동차는 대기 자동차의 RV카로 국산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이게 뭘 좋아?”
“뒤에 가득 실었네?”
“그래, 어머니의 고향인데 빈손으로 가면 안 되잖아?”
그래, 맞다.
태영도 그렇게 조언을 했었다.
“아들 덕분에 엄마도 이렇게 건강해지고, 우리 준혁이도 저렇게 차도 사고…… 그래도 난 아들에게 해 준 게 없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대견하게 보고 있던 박민서 여사의 말이다.
“어머니가 ‘아들’이라고 불러 주시잖아요. 그리고 건강하게 사시면 됩니다. 어머니.”
“그래, 그래. 건강하게 살도록 하마.”
박민서 여사의 얼굴은 이제 3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어졌다.
휴게소에서 군것질을 한 후에 송학면을 향해 출발했다.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시골이다.
앞서가는 자동차가 서행하자 태영이 천천히 뒤를 따랐다.
떠나 산 지 오래되어 변화된 고향의 길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포장되지 않았던 도로가 포장되었을 것이고, 집들이 없어지고 새로 생겼을 것이다.
그래도 지형이 변하지는 않았을 테니 기억을 되살리며 계속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우웅~
“응, 준혁아.”
[태영아, 어머니가 살던 고향집이 없어진 것 같다고 하는데, 잠시 차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그래.”
태영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박준혁의 차는 농작물이 심어지지 않은 밭에 반쯤 걸쳐서 세웠다.
“아들, 우리 집이 없어진 것 같아.”
차를 세우고 내리는 태영에게 다가온 박민서 여사의 말이다.
“어디 있었는데요?”
“여기 밭으로 변한 자리, 여기 저 산 아래에 있었거든.”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산으로 불릴 수 없는 아주 작은 동산이 있다.
멀리 보이는 다른 집들의 지붕 높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집이 있었다고 하는 곳은 밭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곳이다.
지난겨울을 넘기며 노랗게 변한 풀과 봄을 맞아 새싹이 돋아난 풀이 섞여 있다.
“제가 물어보고…….”
그때, 좌측의 낮은 돌담을 따라 이쪽으로 오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박민서 여사가 그 노인의 행색을 보더니 얼굴에 알 수 없는 웃음이 서렸다.
“저…… 어르신.”
“……?”
노인은 젊은 여자가 말을 붙이니 누군가 하고 바라본다.
지극히 도시인으로 보이는 옷.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생한 흔적은 한 곳도 없는 젊은 여자.
아마 그리 느낀 것 같다.
“명식이 아버지 맞으시지요?”
노인으로 보이지만, 기억이 난 모양이다.
“뉘고?”
“저, 민서입니다. 요기 살던.”
“……민서? 민서가 누…… 아, 민준이 동생?”
“네, 박민준, 제 오빠 맞습니다.”
“네가 민서라고? 정말인가?”
“네, 맞습니다. 명식이 아버지.”
“하, 네가 살아…… 아이고, 아이다. 니가 나이 오십 다 안 되어 가나?”
“네, 제가 올해 마흔일곱 살입니다.”
“하이고야, 아무리 봐도 서른 몇으로밖에 안 보이는디?”
“혹시, 저희 집은 이사를 갔는지요?”
“이사? 멀리는 안 갔고, 저기 저 건너 빨간 간판 세워진 식당. 그거 네 오빠가 하는 기다.”
그러면서 손을 들어 가리킨다.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세로로 세워진 붉은 식당 간판이 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지만 몇 대의 차가 주차해 있기도 하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박민서 여사는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명식이 아버지라고 한 노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몇 번 돌아보고 그곳을 떠났다.
“가자.”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는데, 눈가가 촉촉하다.
“네, 어머니.”
태영이 먼저 차를 빼서 뒤로 돌렸고, 백정연이 잠시 후에 뒤따라왔다.
식당 앞에는 주차선이 그어지지 않은 주차장이 있다.
공간이 넓어서 거의 20대쯤 댈 수 있을 정도이다.
차에서 내린 박민서 여사는 마치 중요한 의식을 하듯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을 주어 걸음을 옮겼다.
박준혁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리고 태영은 이새봄과 백정연과 함께 몇 미터 떨어져서 식당 입구로 갔다.
~덜컥~
문이 열렸으나, 박민서 여사는 안으로 걸음을 옮기지 않고 잠시 서 있었다.
식당 안에는 한 여자가 쟁반을 들고 서빙을 하고 있었고, 3개의 테이블에 손님이 있다.
여자는 테이블 위에 반찬들을 놓고 돌아서다가 입구에 선 박민서 여사를 보았다.
“어서 오세요.”
“……언니? 가희 언니?”
“……누……구?”
가희라 불린 여자는 박민서 여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 그것도 도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주 예쁜 여자가 자신을 언니라고 불러 놀란 것 같다.
“저, 민서입니다. 가희 언니.”
“……미, 민서?”
“네.”
“……으으으으아…….”
~덜커덕~
기희라 불린 사람은 서빙 할 때 사용했던 쟁반을 빈 테이블에 던지듯이 놓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면서 주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여보, 이준이 아빠,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가 왔어.”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아가씨가 누구라고? 내하고 아가씨가 무슨?”
주방 안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덜컥~
그리고 주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무슨 소리야?”
“아가씨, 민서 아가씨가 왔다니까.”
“……머라 하나? 갸가 연락 끊어진 지가…….”
말을 하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선 박민서 여사에게 고개가 돌아왔다.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행동도 멈추었다.
“오……빠.”
“…….”
“오오오……빠. 흐으으윽.”
오래 헤어져 있어도 혈육은 알아본다.
그것도 성인이 되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헤어졌다.
그러니 24년쯤 헤어져 있었다고 못 알아볼 수가 없다.
“니가…… 진짜…… 민서가…… 맞나?”
“네, 오빠. 흐윽, 흐으윽, 저 민서 맞아요. 오빠, 흐으윽.”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