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48
193. 1주년의 일(1)
증발해 버린 군인들이 사라진 지 1년이 되는 날.
1주년 행사가 있는 날이다.
사라진 현장에 가지 못하고, 회의장을 빌렸다.
회의장 로비에는 참석자들로 붐빈다.
입구에는 참석자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부산스럽다.
터니가드의 직원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왔다.
사단 법인이 주관하는 행사이기에 그곳의 직원들이 나서서 참석자 안내를 포함한 행사 지원을 하고 있다.
“오빠.”
이새봄이 태영과 함께 2층 난간에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보다가 태영을 불렀다.
“응?”
“저기 저 사람 국회의원 아냐?”
수행원 몇을 데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오는 한 명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네. 국개의원.”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장난인데, 오빠가 그러니까 진짜 개일 것 같아.”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개멋져, 개예뻐 라는 말이 있다.
다른 의미로 국개의원, 견찰, 판새, 검새, 기레기같이 동물에 비유되는 집단도 있다.
“저놈은 국개의원 맞아.”
“왜?”
“1주년 행사를 알고 연설하고 싶다고 차 회장님에게 연락했다고 하기에 위니에게 조사를 좀 해 달라고 했는데.”
“했는데?”
괜찮은 행사 자리에서 연설해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의원들은 어디에나 있다.
“완전 덩개야 덩개.”
“그래~애?”
“응, 그래서 대놓고 거절하기는 그러니까 후원금 우선순위로 3명까지 해 준다고 했나 봐.”
태영이 힌트를 주기는 했다.
그렇게 한다고 그걸로 시비 거는 놈들은 조져 버리면 된다.
“차 회장님이?”
“응, 어떤 회사에서 저놈 이름으로 후원금을 5억이나 냈다고 했어.”
“5억이나.”
“그 정도 후원금으로는 순위에 끼지도 못해.”
“후원하는 데가 많아?”
“많지는 않은데, 순위 안쪽은 액수가 무지 커.”
“혹시 오빠가?”
“나하고 사업을 연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역시 오빠가 짱이야.”
엄지를 척 내민다.
석인과 사준에서 각각 5백억씩 후원했다.
오영배가 사이니지 독점 조건과 물리면서 또 5백억을 후원했다.
그 외에 태영의 일과 연결되는 몇 곳, 터니엔디와 태성기술에서도 후원했다.
아버지 회사인 레피우스, 어머니 회사인 현베스트, 누나 회사인 메이스타에서도 후원을 했다.
“어? 저 사람.”
TV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고위 공무원.
수행원 2명이 그 뒤를 따랐다.
“보훈처 간부야.”
“보훈처에서 왜?”
{초대장이나 회원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안내 요원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의 국회의원은 후원자 명단에 들어 있다.
그래서 정식으로 초대장이 간 사람이지만, 보훈처 공무원은 아니다.
{무슨 소리야? 우린 보훈처에서 나왔다.}
뒤를 따르던 한 명이 반말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회원이거나 초대장이 없는 분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죄송합니다.}
상대가 반말을 했지만, 안내 요원은 웃으며 규칙을 말했다.
저 정도면 대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다.
{뭐야? 왜?}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한 명이다.
역시 그쪽도 반말이다.
보훈처에 근무하는 것이 권력인가?
“사고 치지 말고 갔으면 좋겠는데.”
“왜 사고를 쳐?”
“나와 같이 증발한 군인들, 나는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못한 군인들을 아직 유공자 지정을 안 해 줬어.”
“쟤들이?”
“응, 사단에서 계속 항의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그러니까 아주 싫어해.”
“군인들이 그렇게 사라졌으면 뭔가 해 주는 것이 맞지 않아?”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들은 아닌 것 같아.”
“어처구니없네.”
1년을 기다렸다.
태영으로서는 유공자 지정을 해 주지 않아도 따질 수 없다.
생존해서 귀환했으니, 유공자 지정 요청을 할 수 없다.
‘별이 되어’ 회원들을 지원하면서 기다려 주었다.
증발한 군인들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법적인 사항을 알아본 적은 없다.
법조인도 아니고, 법을 모르니까.
행방불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적이 된다고 차기원 회장이 알려 준 내용 정도.
제적되면, 유공자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대체 어쩌라고?
생각해 보면, 도망병 취급이다.
“그냥 가라.”
“오빠가 쫓아낼 건 아니지?”
태영이 중얼거리자 이새봄이 물었다.
“응.”
6.25 전쟁에 참전한 많은 군인들 중에 행방불명된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시신을 찾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차기원 회장의 말에 따르면 그들도 군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유공자 지정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서 유공자 지정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
{돌아가지.}
가운데 선 고위 공무원의 말이다.
{그냥 가신다구요?}
따라온 사람이 화난 어투로 말했다.
{가자고.}
고위 공무원의 눈에서 번개가 나올 것 같긴 하지만, 다행히 사고는 치지 않았다.
“잘 가라. 발병은 나고.”
“후.”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하니, 이새봄이 한숨 소리 같은 웃음을 보였다.
“나 몰라?”
그들이 떠나기도 전에 또 소란이 시작되었다.
“성함은 알지만, 참석은 안 됩니다. 의원님.”
“대체 너희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안내 담당 앞에 뻐기듯이 서서 소리치는 자는 국회의원 유재구이다.
“저 사람…….”
“국개의원 유재구. 저놈은 국개도 아니고 그냥 독극물이 함유된 폐수야.”
창립 준비 행사로 첫모임을 할 때는 유재구의 아내가 왔었다.
제법 행패를 부렸고, 경찰이 와서야 제지하고 데리고 나갔다.
그래서 비교적 조용하게 끝났었다.
“위니, 영상 찍어.”
[네, 마스터. 이미 촬영 중입니다.]아, 언젠가 유재구가 가까이 있으면 무조건 촬영해 두라고 했던 적이 있다.
“야, 차기원 나오라고 해.”
유재구가 차기원 회장을 뭐 부르듯 소리치는 것을 보니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의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뭘 안 돼? 니가 뭔데 된다, 안 된다 그래?”
“의원님.”
“차기원 나오라고.”
안내 담당은 고분고분 달래듯 말했지만, 유재구는 작심이라도 한 것 같다.
소란이 커지자 안전 요원 둘이 안내 담당 옆으로 가서 섰다.
“저 새끼가 한동안 쥐 죽은 듯 조용하더니.”
태영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왔다.
“뉘들은 뭐야? 감히 국회의원 앞을 막아?”
유재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감히?
국회의원이 권력이라고 큰 소리 치면 모든 사람들이 숨죽일 것을 아는 거다.
“누가 앞을 막는다고 이러세요?”
“너희들이 막고 있는 거잖아, 이것들아.”
이것들?
슬슬 정도를 넘어선다.
그때 그쪽으로 이동하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차기원과 김기범이다.
이 소란을 그냥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겠지만, 저 두 사람은 감당이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생각보다 건들기 아주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뭡니까?”
“나도 여기에 권리가 있어. 그런데 뭐냐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돌아가세요.”
차기원과 유재구의 다툼이다.
유재구는 차기원에게도 반말이다.
유재구와 차기원의 언쟁은 점점 높아졌고, 오늘 참석자들이 주위를 빙 둘러섰다.
그 무리들의 뒤쪽에 선영란 부회장의 얼굴이 보였다.
차기원 회장과 선영란 부회장은 태영과 유재구와의 갈등을 조금 아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다른 회원들은 아니다.
“나도 그 일로 너희들처럼 아들을 잃었다고, 나도.”
유재구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언젠가 저 말이 나올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언론을 통해 나쁜 짓이 많이 부각되어서 이렇게 대놓고 밀고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네.’
급 후회가 밀려왔다.
사람들은 ‘너희들’이라고 싸잡아 무시하는 말투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무기로 소란을 피운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저 한마디에 시선이 달라졌다.
같은 피해자인 것이다.
“회장님, 증발 사건으로 국회의원의 아드님도 사라졌으면, 참석 자격이 있는 것 아닙니까?”
“네, 맞아요. 왜 막는 것입니까?”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유재구도 그 일로 아들을 잃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아들이, 남편이, 오빠가, 동생이 유공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라에서 주는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 일에 국회의원이 나서면 빠르게 가능할 것이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왜 안 되었는지 생각 안 하네.”
“응?”
혼자 생각의 끝에 나온 말이니, 이새봄은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회원들. 의견이 엇갈릴 것 같아.”
“의견이 갈려?”
“응, 추이를 보면 알게 될 거야. 기다려 봐.”
“으응.”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고, 회의장 안에 들어간 사람들 일부도 나오고 있다.
“유 의원님이 회장님 하시면 좋겠네요.”
“맞아요, 차 회장님보다 유 의원님이 회장님이 되면 유공자 지정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가 사단 법인을 결성할 때 유재구 의원이 한 일이 뭐가 있는데요?”
“와이프가 와서 깽판치고 갔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회원들의 의견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차기원 회장은 입을 다물었다.
회의장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입구 로비에서 벌어진 말싸움이다.
유재구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태영이 보기에는 가증스러운 미소다.
“회원 여부는 투표로 정합시다.”
“회장 선거도 다시 합시다.”
많은 사람들이 유재구가 국회의원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지금의 ‘별이 되어’는 태영이 그 기초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이 소모임의 형태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구심점이 없었다.
움직이는 데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 또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태영은 차기원이라는 구심점을 만들어 주었다.
사단 법인을 만들기 위한 모든 돈을 지원했다.
회원에게만 허락된 ‘별하나’라는 이름의 독점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해 주었다.
그것으로 저들은 많은 수익을 내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내가 그렇게 해 줬다고 생색을 낸 적도 없고, 나서지도 않았다. 그런데…….’
‘별하나’에서 내는 수익은 무척이나 크다.
학벌, 나이, 성별에 상관이 없이 대기업 부장급 연봉 이상의 수익을 낸다.
거기에 터니가드가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도 한다.
“진짜 분위기 이상하네.”
“그렇지?”
“오빠가 여기에 쏟아부은 노력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새봄은 유재구가 태영과 누나에게 한 짓을 알고 있다.
~우웅~
[선영란 부회장,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물어왔습니다.]“입장시키라고 해 줘. 비회원 참석자로.”
[전달하겠습니다.]잠시 후에 선영란이 차기원의 뒤쪽으로 갔고, 차기원을 툭툭 건드렸다.
차기원이 고개를 숙이자 선영란이 귀엣말을 했다.
고개를 든 차기원의 시선이 태영을 향했다.
2층 난간에 서 있는 것을 알기에.
~끄덕~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재구의 고개가 돌아왔다.
차기원의 시선을 뒤늦게 따라온 것이다.
{너 이 새끼.}
유재구의 입이 비틀어지면서 입 모양으로 욕을 한다.
“입장시켜 주세요. 단, 회원이 아니니까 비회원으로 합니다.”
“네, 회장님.”
안내 요원이 대답하고, 입장인 띠를 매어 주었다.
유재구가 보무도 당당하게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그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개들이 꼬리를 흔들 듯 몸을 흔들며 따라 들어갔다.
“위니, 안쪽 영상 보내 주고, 구분해 줘.”
“맞아.”
“응? 영상이 뭐?”
위니의 의문에 대답해 주는 그때, 영문을 모르는 이새봄이 물었다.
“아, 저 안에 유재구 움직임을 영상으로 내게 보내 주는 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집에 가서 설명해 줄게.”
“그거 혹시 제니아와 이페어 비슷한 거야?”
왼손에 채워져 있는 제니아를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응, 맞아.”
이새봄과 비밀의 경계가 자꾸 넓어진다.
늘 붙어 다니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다.
그리고 한집에 살면서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유재구가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지만, 뒤따르는 사람들이 소리치며 소개를 했다.
{유재구 의원입니다. 우리처럼 의원님도 아들을 잃었습니다.}
{유 의원님이 나서면, 지금 안 되고 있는 유공자 지정이 빠르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 의원님, 환영합니다.}
{유 의원님, 우리의 힘이 되어 주세요.}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유 의원님이 회장님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총회를 개최해서 회장님으로 추대합시다.}
{유 의원님, 잘 부탁합니다.}
안에서 하는 짓이나 말들이 가관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정부 부처나 정당 이외에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나?
“완전 개판이네.”
유재구는 두 팔을 들어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답 하며 완전히 개선장군처럼 으스대고 있다.
저 사람들은 유재구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모르니, 이해는 한다.
동영상 사건이나 그런 것은 모두 잊어버린 것일까?
“위니, 내게 음성을 들려줄 수 있어?”
[마스터, 새봄 님에게 음성 전송합니다.]태영의 반응을 보던 이새봄이 위니를 불렀고, 태영에게도 알려 왔다.
“응.”
“저 사람들 너무하네.”
음성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새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오빠가 그렇게 도움을 줬는데, 배신이야.”
“그러려니 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사람들이 너무하잖아.”
“차 회장님에게 내가 면목이 없지.”
“누가 말이오?”
차기원의 목소리가 2층에서 들렸다.
회의장 안쪽의 영상을 보면서 이새봄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차기원 회장이 온 것이다.
뒤에 선영란 부회장과 김기범 사무총장, 그리고 사무총국의 직원도 서 있다.
“여긴 어찌 올라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오늘 회의장에 일찍 와서 이새봄을 소개했기에 이제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최 사장님,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선영란이다.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장님이나 부회장님이 서운할 것 같은데.”
“우린 상관없소. 최 사장님도 이해해 주시오.”
차기원이 쓴 미소를 지으며 태영을 위로했다.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다음 말은 돌려서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듯이 입 밖으로 표현하는 말 또한 다가 아니다.
차기원 회장도 선영란 부회장도 태영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유재구는 더욱 모른다.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앞에 내세워 까불고 있는 치기 어린 철부지.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