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
055. 너희는 해적일 뿐이다(1)
“물론, 그걸 다 팔지는 않았고, 아직 동과 철은 거래 약속만 되어 있을 뿐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야.”
“그것도 운송 문제 때문에 조금 지연된 것뿐이잖아요?”
“그래, 아무튼 팔린 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도 은자 2백만 냥 이상이 이곳 명주를 빠져나가는 중이야. 금자도 은자로 환산하면 거의 백만 냥이니까 3백만 냥은 되는 거야.”
“…….”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면 명주는 어찌 되겠어?”
멍청하게도, 왜 진즉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애써 부정했었다.
그런데 명주 포구에서 병선이 사라진 것을 보고, 막연하게 마음속에 자리해 있던 불안함이 현실인 것을 깨달았다.
“어찌 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정하연의 말은, 모르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더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포와 율촌은 화폐가 쓰이지 않는 곳이니 현금 유동성 같은 것이 의미가 없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나고 자란 정하연도, 김웅겸도 그것을 안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태영도 경제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고, 현금 유동성에 대한 문제점 같은 것 역시 잘 모른다.
미국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인가 뭔가에서 수시로 방송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뉴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며, 분석하고 하는 것들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정도였다.
사실상, 학생 때나 군인일 때나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살 만큼 세상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고, 그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말들을 피부로 느끼지도 못했다.
다만, 그들이 하는 말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정도의 선에서 해석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말하는 큰 그림과는 상관없지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경제가 마비된다고 하는 것은 언론에서 하도 떠들었기에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태영의 상행위는 명주의 현금 일부를 말려 버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현금 유동성에 지장을 받게 된다.
“지금 이곳 명주에는 모든 물품이 은자로 거래되고 있는 곳이야. 그 거래에 따른 세금은 송나라의 세수가 되는 거지.”
황실의 세수와 일반 상행위의 세수는 다르지만, 상행위의 세수중 일부가 황실로도 일부 유입이 될 것이다.
“네, 그런데요?”
“송나라에서 세수로 거두어들인 은자는 관리들에게 녹봉으로 나가거나 관부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면서 다시 민간으로 흘러나오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은자가 유통된다는 말이야. 물론 우리도 일부는 다른 물건을 사서 사포로 가지고 가고 있고, 다음에도 또 그럴 것이니, 이곳에 은자가 풀리기는 하겠지만, 그게 많지는 않을 거야.”
“그렇겠죠.”
“그런데 우리는 2백만 냥이 넘는 은자의 대부분을 가지고 사포로 가 버리면, 이곳에는 은자가 상당 부분 사라져 버리겠지?”
“네, 그리되죠.”
“이곳에서 세수로 거두어들이고 다시 이곳에서 풀려야 되는 은자가 사라지는 상황이 되니까, 이곳 명주에는 은자가 사라지면서 그로 인해 상당 부분의 거래가 중단되고, 그것은 곧 이곳 사람들의 생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는 거야.”
실제 태영이 들고 가는 규모가 명주의 경제를 휘청 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영향을 받을 것이니 그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요?”
“이곳에서 은자라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피와 마찬가지인데, 사람 몸에서 피를 다 빼 버리면 어찌 되겠어?”
몇 백만 냥이 거래되는데 그 정도 가지고 가기로서니 설마 피를 다 빼는 정도는 아니지.
그냥 이해하기 좋게 말하는 것이다.
“죽겠군요.”
“그래, 죽는 거야. 이렇게 사람이 많은 큰 도시가 죽는다는 의미는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기에 무척이나 힘들어진다는 뜻이야.”
“농사짓고 있고, 고기 잡고 있고, 그것으로 배불리 먹고살 수 있는데, 왜 더 힘들어진다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아무래도 정하연을 포함하여, 최소한 간부들에게는 경제를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경제는 태영도 잘 모른다. 그냥 살아오면서 상식처럼 알고 있는 수준이 한계다.
비록 태영이 공대생이기는 해도, 그런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있지만, 상식은 그냥 말 그대로 상식일 뿐이다.
시대가 다르다 보니 상식도 달라서 생기는 무지함이니, 그것을 잘 모르는 정하연이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알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도시가 이렇게 크게 형성되면, 그때부터는 먹고사는 것이 자신의 손으로 농사를 지어서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
“흐음.”
이들은 그런 것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니 태영이 하는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지. 입과 코, 눈과 귀, 그리고 손과 발들이 하는 역할이 모두 다 달라. 손이 하던 일을 눈이 하지 못하고, 발이 하던 일을 코가 할 수 없어. 그렇지?”
“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합쳐서 사람의 한 몸이야.”
“네, 맞죠.”
“가령, 농사를 짓는 사람은 사람의 손이고, 상업을 하는 사람은 발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눈과 입,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은 어깨와 가슴이고, 각각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렇지?”
“…….”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꾸 그렇지? 하고 물어보게 된다.
으이그.
“그렇게 한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역할이 다르듯이 사람들도 한 나라를 구성하고 한 도시를 구성하기 위해 하는 역할이 모두 다 달라. 그런데 그 중에서 근간이 되는 것으로, 뼈와 피와 신경에 해당하는 역할이 있어.”
“그게 은자라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도로와 선박들은 신경에 해당하고, 은자는 사람의 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이야. 그런데 피에 해당하는 은자가 대폭 사라져 버리면.”
개똥철학? 아니 개똥경제학이다.
경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나마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 정도밖에 설명할 길이 없으니 개똥경제학이지, 뭐.
“그렇게 되면요?”
“피가 빠지면,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궁극적으로는 죽겠지만 천천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거야. 우선은 이곳 명주의 경제가 마비되는데,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몸에 피를 보충해 주듯이 인근에 있는 도시의 돈이 흘러들어 와야 할 거야. 다른 도시는 물이 차 있고 여기는 물이 없으니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 시대에는 수혈이라는 의료 기술이 없으니 수혈을 설명할 수가 없어 말을 돌렸다.
“지도상에 보이는 그 가까운 주변에는 큰 도시가 없었지 않나요? 아, 아니구나. 항주와 태주가 있었구나.”
“명주 상단의 터전은 항주이고, 그들이 우리에게 지불한 은자와 금자는 항주에서 왔을 거야. 그렇다면 당연히 항주 지역도 은자가 바짝 말랐을 가능성이 있어.”
현재 남송의 수도인 항주가 서쪽으로 160킬로쯤 떨어진 곳에 있고, 역시 남송의 주요 무역항이며 대도시인 타이저우(태주: 台州)는 남쪽으로 160킬로쯤 떨어져 있었다.
그보다 더 남쪽인 24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는 원저우(온주: 溫州)가 있지만 온주의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몰라도 최소한 항주와 태주의 경제까지 영향권에 들어간다.
태영은 말을 이었다.
“적어도 태주까지 합쳐서 세 개의 큰 도시는 당분간 빠져나간 은자 때문에 조금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몽골 제국에게 먹히는 시간이 빨라질 거고.”
몽골까지는 좀 아닌 듯했지만 말은 그렇게 했다.
혼자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거 아닌가?
“아, 그렇게 되는 거군요.”
정하연이 뭔가 조금은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송나라 입장에서 이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야. 송 황실의 세수가 백만 냥으로 보면, 송나라 전체로 봐서 움직이는 돈이 2천만 냥쯤 될 거야. 그런데 2백만 냥 정도가 빠져나가면, 사람의 몸으로 치면 혈액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가는 꼴이 되는 것이고, 빠져나간 것을 보충해 주지 못한다면, 사람으로 치면 몸이 휘청거리게 되겠지.”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해요.”
“그런데, 은이라는 것이 그냥 우물에 가서 바가지로 물 퍼 담듯이 떠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보충이 쉽지 않거든.”
“네, 그렇죠. 얼마나 귀한 것인데.”
태영이 너무 비약하여 생각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은자의 부족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지 않으려면 이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을 필요가 있다.
삼국지 같은 소설을 통해 태영이 알고 있는 중국 사람들의 성향은 남의 것을 빼앗거나 뒤통수를 치는데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명주 현령으로서는 엄청난 세수가 확보되는 거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문제가 함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면성이 주는 문제인데, 세수는 확보해야겠고 은자가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을 살아온 경험 부족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러한 것들이 이제야 생각났다.
이 일에 우시랑중인가 하는 놈이 틀림없이 개입했을 것은 그놈들을 잡아다가 물어보지 않아도 분명한 일이다.
칼을 뽑으려던 그놈의 부하와 그것을 말리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으로 보아 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처럼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 주먹으로 해결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인데, 국제법이 버젓이 있음에도 중국 주석이 어디 국제법으로 해결하던가?
태영의 기억으로 중국의 주석은 언제나 주먹으로 해결했다.
뉴스에 나오는 중국과 관련된 일의 내면을 보면, 언제나 법보다 주먹이 우선이었다.
아무튼, 이 일과 관련해서 우시랑이 현령에게 먼저 말했을 수도 있을 테고, 그런 상황이었던 차에 더없이 좋은 명분도 생겼으니 못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우시랑과 현령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 잡으려 하는 모양이다.
좋은 물건의 확보, 세수 증대, 은자의 해외 반출 저지.
그렇다면 현령이 취할 행동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그런데, 송나라가 몽골에게 먹힌다구요?”
태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인데, 정하연은 태영이 쉽게 흘려 버린 이야기를 물어왔다.
아, 그 말을 했군.
“그래, 지금은 그 누구도 몽골의 위세를 감당할 수가 없어. 고려도 한쪽 귀퉁이에 있어서 살아남기는 하겠지만, 그런 건 살아도 산 게 아니지.”
“그런데, 몽골이 그렇게 강합니까?”
김웅겸이 물었다.
“강해.”
“우리보다 강한 겁니까?”
평소에 우리보다 강한 곳은 없다는 태영의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는데, 몽골이 강하다고 하니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지는 않아. 다만, 우리는 인구가 몇 안 되잖아? 국지전에서는 우리가 강하지만, 해일이 밀어닥치면 어떤 것도 견디지 못하고 모든 것을 쓸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야. 그래서 나도 자꾸 인구를 늘리려 하는 거고.”
“그렇지요.”
“전쟁은 좋은 무기와 뛰어난 장수, 그리고 용맹한 군인들이 있어야 이기는 것이지만, 군인들의 숫자 역시 그만큼 중요해. 그런데 우린 숫자가 얼마 안 되잖아?”
“그렇군요. 갑자기 돌개몰과 달구곶에 내려 두고 온 병사들이 보고 싶습니다. 대장님.”
김웅겸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마 위에 수평으로 손을 얹어 햇빛을 가리면서 먼 곳을 보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그런다고 사포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돌개몰이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태영 역시 그들의 전력이 갑자기 아쉬워졌다.
“그런데,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가는 것이 송나라가 몽골에게 먹히는 것으로 발전한다면, 송나라는 기를 쓰고 막으려 하겠군요.”
정하연이 상념을 깨우듯이 한마디 했다.
“그것도 수많은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맞아. 분명 기를 쓰고 막을 거야.”
“그런데 왜 명주에 있을 때 막지 않은 거죠?”
“명주에는 무역선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야. 인근에 있는 나라들과 무역도 대단히 중요하고, 우리가 떠나올 때도 여러 척이 있었어. 우리를 막는 걸 그들이 본다면, 그리고 소문이 난다면 타국의 무역선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기도 하고, 명주의 모든 사람들이 관의 행태를 알게 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양이 아니거든.”
“그래서 바다 한복판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모두를 죽이고 우리가 가진 은자를 모두 빼앗겠군요.”
“그래, 맞아.”
“그래도 한 가지는 다행이군요.”
송복기가 말했다.
“왜?”
“은자를 다 빼앗기 전에 미리 해룡호를 침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요.”
“그렇지. 그리고 해룡호를 빼앗아서 자신들의 수군에 편입시키려고 할 거야. 이만 한 배는 그들이 절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거든.”
“병사들 불러 모으겠습니다.”
김웅겸이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 대산도에 먼저 갈 거야.”
원래의 계획은, 동과 철을 받을 동안 기다리면서 대산도를 개발하려는 생각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지만, 나중을 대비해서 대산도의 개발을 진행해 두어야 한다.
***
“대장님, 대산도에 도착했습니다.”
대산도야 몇 발짝 되지 않으니 금방 도착했다.
“자, 수군만 남고 모두 하선. 김 중령은 여기 명단에 있는 유지들을 모두 불러 모아 봐.”
태영은 백화 상단으로부터 대산도를 인수할 때, 대산도에 방귀깨나 뀐다는 유지들의 정보도 함께 요구했었다.
정착하여 살고 있는 인구가 1만이나 되어 율촌과 사포를 합친 인구의 다섯 배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송나라 수군이 대산도로 쳐들어오지는 않겠죠?”
“그럴 거야. 우리가 공해상으로 나올 때까지 기를 쓰고 기다릴 테니, 그동안 진이 빠질 거야. 그럼 우리가 아주 쉽게 놈들을 물리칠 수가 있지.”
해룡호의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리와 철과 쌀 등이 실려서 흘수선이 무척이나 깊어진 탓에 잔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50여 미터쯤 전방에 정박하고 닻을 내렸다.
거래가 마무리된 다음 날, 백화 상단에서 임명한 도주라는 사람과 함께 와서 총관을 비롯한 각 고을의 촌장들과 인수인계 절차를 거쳤었다.
도주와 달리 총관은 섬사람이어서 그대로 총관으로 일을 맡겼기에 태영 일행이 오자 총관이 바로 마중을 나왔다.
상단도 아닌 섬에 무슨 총관인지는 모르지만, 상단과 같은 조직을 갖추고 있도록 한 모양이다.
도주가 기거하던 집터가 넓고, 부근에 밭이 많아서, 태영은 총관에게 부근의 밭 2천 평 정도를 갈아엎어서 1천 평 정도에는 군막 형태의 가옥 200동 정도를 짓고 나머지 1천 평은 농사를 짓지 않는 평지로 닦아 놓고, 해룡호가 쉽게 닿을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도록 시켰다.
이들은 여태까지 백화 상단이 소유한 땅에서 대대로 소작을 지으며 고기를 잡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이 섬을 포함하여 인근의 15개 섬 전체를 산 주인이라 하니 황당해했다.
거기다 새 주인이 고려인이라고 하니, 황당함 뒤에 약간의 불만도 있었다.
태영은 곧 고려로 떠나서 한참 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이기에 총관을 포함하여 총관 휘하의 관리인들에게 백화 상단보다 월봉을 더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빠르게 정리하고, 공사 비용 일부도 은자로 지급을 했다.
태영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좋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중국 또는 중국 교포들의 행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태영이 알고 있는 현존하는 중국의 지도자 때문이었다.
태영은 아직 어려서 잘은 모르지만, 지도자는 그 움직임이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해 볼 나이도 아니고 잘 몰라서 그렇겠지만, 생각만은 그렇다.
그런데 중국 지도자는 모호하면서도 이중적인 태도와 이중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중이 아니라 3중, 4중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자국에 유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취하는 행동.
눈앞에서는 그러마 하지만,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상한 행동.
기준도, 원칙도 분명하지 않은 것들을 태영은 아주 싫어한다.
공대생이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이 했지만, 그래서 그런 느낌이 중국인 대다수의 공통적인 생각인 것 같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그 생각은 이 시대에 와서도 바뀌지 않는다.
태영이 군복무 중이었을 때, 그 지도자의 그런 애매모호한 기준 때문에 아주 여러 번 북한과 일촉즉발의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아닌 듯하면서 묘하게 북한을 편들어 주고, 세상 모든 나라들이 지탄하는 북한에 대해, 역시 지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뒷거래를 하고 있는 것.
태영이 군인이 아니었으면 민감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군인이었기에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랐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대산도에 있는 송나라 사람들은 모두 내쫓아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