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0
195. 1주년의 일(3)
저들이 왜 저리 흥분해서 난동을 부릴까?
납득이 안 된다.
서슴없이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아니면 폭력 행사를 해도 국회의원 신분인 유재구가 구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유재구가 어떤 놈인데?
그걸 떠나서 정치인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사이에 경호원 3명이 더 와서 태영의 주위에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경호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 있는 힘을 다 쓰는 사람의 눈이 충혈되어 있다.
“걱정 말고 비켜서요.”
태영이 경호원들에게 다시 한번 큰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괜찮아요. 비켜서요.”
“네,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이 비켜서자 사이로 밀고 들어오던 사람들 몇이 휘청거렸다.
“이 새끼야.
한 명이 태영의 멱살을 잡았다.
또 몇 사람이 어깨를 잡고, 팔을 잡았다.
그래 봐야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주먹질?
해 봐, 이후가 어찌 되는지.
“사장님, 마이크입니다.”
경호원 한 명이 마이크를 전해 주었다.
수십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붙잡아도 힘으로 태영을 제지하지는 못한다.
단지, 능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힘겹게 움직이는 척,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마이크 시험을 할 겸 비명을 크게 질렀다.
태영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태영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 일부의 시선이 단상의 유재구에게 돌아갔다.
또 일부는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았다.
“개새끼.”
누군가는 욕을 하며 돌아섰다.
너희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지?
유재구가 웃는 모습이 보인다.
웃음의 의미가 짐작은 간다.
무슨 의도이든 제가 의도한 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움이 안 되었다는 건 잘 아네.”
“기껏 그것으로 도움을 줬다고 말하는 거야? 낯짝 두껍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래, 도움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호의가 거듭되면 권리가 된다.
태영도 종종 하는 말이지만, 조병원의 말에도 들어 있던 뜻이다.
“할 거야, 고발.”
누군가의 고함 소리다.
“그래, 고발한다. 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꼭 밝혀내고 만다.”
“헌병이 제대로 조사는 했겠어? 넌 경찰에서 제대로 다시 조사해야 해.”
“그래, 이 새끼야. 너도 뒈져야 해.”
“가서 죽어라. 왜 우리 애는 안 돌아오나?”
단체로 약이라도 먹었나?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렇게?
처음, 사단 법인을 만들기 위해 초대한 행사장에서는 이러지 않았다.
차기원을 설득하자, 그가 맡아 주겠다고 하고서 일이 시작되었다.
오늘이 1주년인 것은 증발된 날짜 기준이다.
사단 법인 결성을 위한 모임은 12월이었다.
그때로부터 불과 4개월 정도 되었을 뿐인데.
태영에게 일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또 일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설을 퍼부었다.
“전우는 너 같은 놈이 아니지.”
“혼자 살아온 놈이 무슨 전우야?”
또 고함 소리가 들렸다.
전우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저들에게는 같이 죽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싱긋이 웃고 있는 유재구를 주시하며 말을 마쳤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서 꾸벅, 인사를 했다.
“무슨 개소리야?”
“그래, 주제넘어도 한참 넘었지.”
“그게 도움이야? 대체 네가 무슨 도움을 줬는데?”
또 다른 악다구니가 나왔다.
오늘, 저들의 주먹질이나 악다구니에 맞대응하지 않았다.
두고 보자는 투의 원망 어린 말도 하지 않았다.
사과한다는 말로, 이제 더 이상 돕지 않겠다는 뜻을 돌려 말했다.
그 정도 표시조차 하지 않으면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회의장에 입장한 언론사는 다섯 곳.
방송사 카메라 두 대와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기자 세 명이 있다.
그다지 흥미를 일으키는 취재 요소는 없었기에 저 정도만 왔을 것이다.
입장은 하지 않고 바깥에도 기자는 몇 있다.
그들이 소란한 틈에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도 보였다.
갑자기 회의장 내부가 흥미진진하게 바뀌었으니.
그들의 논조와 비평은 반드시 확인할 것이다.
피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도 회의장 안에 있는 차기원 회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중간에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경호원이 앞을 터 주고 있어서 그렇다.
“결국 저 사람이 사고를 치네요.”
쓴 미소를 짓고 있는 차기원 회장이 태영을 보자 한 말이다.
“최 사장님.”
선영란의 눈가에 습기가 차 있다.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어려서 사람들을 몰랐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요.”
“이제, 어쩌실 것입니까?”
“여기서 나눌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따로 시간을 좀 내시죠.”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유재구의 말은 그냥 흘려버리세요. 대응하지 말고.”
“그럴 것입니다.”
그들과 손을 한 번씩 잡은 후 몸을 돌렸다.
“죄를 시인하시는 겁니까?”
돌아서 회의장을 벗어나려는데, 기자들이 주로 들고 다니는 녹음기가 불쑥 나타난다.
꽤 여러 사람이 녹음기를 들고 있고, 접근 중인 사람도 있다.
“무슨 질문이 초딩도 아니고.”
“네?”
기자가 벌컥 화를 낸다.
“초딩도 그런 식의 질문은 안 할 텐데?”
“아, 씨. 무슨.”
“지금 욕한 거지?”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검찰에서 소환하면 조사를 받을 겁니까?”
역시 기자 마이크가 들려 있다.
“그게 왜 궁금한데요?”
“네?”
“그런 일이 생기면 취재 올 거 아닌가?”
“유 의원님의 말씀이 사실입니까?”
또 다른 기자이다.
“무슨 말을 했는데요?”
“352명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혼자 돌아온 것인지, 그건 사라진 사람들 모두를 죽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말입니다.”
“네 생각은 어떤데요?”
“네?”
“어때요? 가능할 것 같아요?”
“아…… 아, 그게…….”
“유 의원에게 가서 물어보세요. 초딩스러운 질문, 아, 초딩에 대한 모욕이니까 취소. 아기 옹알이 같은 질문은 내게 하지 말구요.”
~하하하하~
기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들도 재미있나?
“유 의원의 말씀에 동의합니까?”
또 다른 기자다.
“허, 참. 바보입니까?”
“뭐?”
“바보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겁니까?”
“아, 씨발.”
긁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기자들이다.
그런데 막상 자신들을 긁으면 반응이 이렇다.
뇌가 기러기 수준이 맞다.
보나 마다 돌아가서 악의적인 기사를 쓸 것이다.
잘 써라.
살아가는 것이 끔찍해지지 않으려면.
그들을 지나쳐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같이 가자.”
한 층을 내려서는데 류지현이 따라붙었다.
“어디 숨어 있었냐?”
“내가 어디 있는지 몰랐던 건 아니지?”
“숨어 있는 사람을 알 게 뭐냐?”
알고 있었지만, 꼭 알고 있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 치고, 이게 뭔 상황이냐?”
“날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만든 상황.”
“유재구가?”
“맞아.”
“왜 그리 생각해?”
“킬러를 보낸 적도 있어.”
“킬러를?”
“그래.”
“그냥 놔둔 거야, 그걸?”
“그래서 후회하고 있어.”
“킬러들은?”
“이제 킬러 생활은 못 해.”
“어떻게 했기에?”
“쇠골을 부러뜨려 주었거든.”
“치료하는데 반년은 걸리는 데다, 예전의 힘을 찾기는 어렵지.”
“워낙 심하게 부러뜨려 놔서 1년 이상 걸려.”
지하 주차장.
조병원은 차 밖에 서 있고, 이새봄은 차 안에 있었다.
~딸깍~
“오빠, 괜찮아?”
차 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걱정 마, 아무 일 없었으니까.”
태영은 이새봄을 포옹하면서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난번에 전화 통화할 때, 누구냐고 물었던 적이 있지?”
이새봄이 품에서 벗어날 때 말했다.
“아…… 그…….”
“그냥 회사라고 불러.”
“안녕하세요. 이새봄입니다.”
이새봄이 류지현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 네. 류지현입니다.”
류지현의 목소리가 왜 이래?
“자, 가서 대책 논의를 좀 하자.”
조병원이 태영에게 말했다.
“증발 관련 일에서 손 떼지 않았어?”
“그 후에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까.”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건데? 군으로 복귀했으면 끝내야지.”
“복귀만 했을 뿐이야.”
결국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는 거다.
“차는?”
“나는 대중교통.”
“나, 저기.”
조병원은 대중교통에, 류지현은 차를 가지고 왔으니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우리 회사로 가지.”
“회사 직원들 있는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데?”
“전용 공간이 있어.”
“그럼, 가자.”
“위니.”
류지현과 조병원이 차에 탑승하는 것을 보고 위니를 불렀다.
[네, 마스터.]“차 회장님 연결해 주고, 별도 지시할 때까지 블랙박스의 음성은 주행 소음으로만 입혀 줘. 통화 내용은 봄이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해 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지하 주차장에서 벗어날 때쯤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네, 최 사장님.]“아까 하려던 이야기할까 하는데, 저희 회사로 오시겠습니까?”
[선 부회장은 같이 가도 되오?]“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오시라고 할 참이었습니다.”
[그럼, 여기 정리 좀 해 놓고 가겠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 주시오.]“네, 사무실이 다르니까, 건물에 들어오면서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하리다.]~우웅~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신호가 왔다.
[누님 전화입니다.]“연결해 줘.”
[야, 태영아. 뉴스 이거 뭐니?]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누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뉴스로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응, 오늘 예상치 못한 사고가 좀 있었어.”
[야, 이건 사고가 아니야. 유재구는 우릴 죽이려고 청부까지 했잖아?]함께 듣고 있던 이새봄이 놀라 태영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튼 회사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내 연구실에서 볼래?”
[그래, 언제쯤 도착해?]“1시간 후에 도착하는데, 누나는 2시간 후에 보자.”
[알았다. 그때 갈게.]“아버지와 어머니께 연락해서 안심하시라고 미리 말씀드려 놔주고.”
[그래.]전화가 끊어졌다.
“나도 엄마, 아빠께 전화 드려야 할까 봐.”
“그래, 해 드려.”
“응.”
유재구의 난동으로 인해, 행사의 마지막에 발칵 뒤집히는 상황이 되었다.
이새봄은 이찬용과 김영은에게 각각 전화해서 오늘 일을 설명했다.
이찬용에게는 3분, 김영은에게는 거의 30분을 설명해야 했다.
“위니, 안재희 전화해 줘. 봄이에게도 통화 공유해 주고.”
[네, 마스터.]안재희가 비록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이니 이새봄에게 감추는 것은 좋지 않다.
이번 기회에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아, 안재희라고 내가 도와주는 고등학생이 한 명 있어.”
“여학생?”
“응, 자세한 설명은 좀 있다 해 줄게.”
“으응, 알았어.”
[오빠?]“응, 재희야.”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는데.]“네가 복수하도록 기다려 주려 했는데, 기다려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왜요?]“오늘 1주년 행사에서 사건 사고가 좀 있었다. 지금 뉴스 나오고 있을 거야.”
[잠시만요.]곧 저쪽에서 TV 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거 유재구, 저 나쁜 놈이…….]안재희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거, 이해되지?”
[네, 오빠. 아쉽지만, 저 꼴을 보니 제가 복수하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못 할 것 같아요.]“그래, 네 복수는 오빠가 미리 대신해서 해 주마.”
[네에, 그리고…….]“왜?”
[저 하버드나 프린스턴 말고 한국 대학 가면 안 돼요?]상황이 그 이야기를 할 타이밍은 아니지만, 통화한 지가 오래되었고,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네 뜻이 꼭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오빠 생각은 하버드나 프린스턴을 택하지 않고 한국 대를 택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네, 그럼 오빠 의견에 따를게요. 둘 중에 한곳으로 정하겠습니다.]“그래, 잘 생각했다.”
[유재구 일 끝나면 뵐 수 있을까요?]“그래, 내가 연락하마.”
“하버드? 프린스턴? 거기 세계 최고의 대학이잖아?”
전화를 끊자마자 이새봄이 물었다.
“거기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미국이라서 망설이나 봐.”
“와, 진짜 머리 좋은 모양이네. 하버드와 프린스턴에 동시 합격이라니. 그런데 누구야?”
“좀 복잡한데, 그 애가 유재구에게 맞아서 얼굴뼈가 함몰되고, 전신 골절로 몇 달간 입원했어.”
“얼굴 함몰?”
“지금은 다 나아서 정상이야.”
“어떻게?”
“치료해 줬지. 봄이처럼.”
“……그럼 알몸으로?”
아하, 그렇게 이해가 되나?
하긴 태영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다.
‘봄이처럼’이라고 했으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그냥 주사만.”
“흐응, 그런데 왜 그랬는데?”
웃음이 왜 묘하냐?
“유재구가 내게 킬러를 보내고, 그 과정을 작당 모의하는 것을 알게 된 이유를 말하던 중에 그 애 이야기가 나왔어.”
“그래서?”
“응, 그래서 유재구가 그 애를 찾아가서 책임 추궁을 하면서 폭행을 했고, 그대로 두었으면 죽었지.”
사실을 사실대로 모두 말할 수는 없다.
언젠가 이새봄과도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유재구와 원조교제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일부는 생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음. 책임을 느끼고?”
“응, 맞아. 내가 유재구를 추궁하는 중에 그 애 이름이 언급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거든.”
“잘했어, 오빠.”
“이해되지?”
“응, 나보다 먼저 만난 거야?”
“그럴 거야.”
“와, 근데 정말 머리 대단하네.”
“그 애 아버지는 스마트폰 관련해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구소장이 기술을 빼서 팔아먹는 바람에 완전히 망하고, 가난뱅이가 되어서 지금 형무소에 있어.”
“아, 저런.”
“…….”
“소개해 줄 거지?”
“그래, 기회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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