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1
196. 1주년의 일(4)
“나 따라서 회사로 갈래, 아니면?”
먼저 집으로 가면서 물었다.
유재구라는 폴더 이름의 USB는 회사에 있지만, 손유재의 농장에서 찾아온 USB는 집에 있다.
농장에서 찾아온 USB에도 자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가도 돼?”
“같이 가면 흉한 것들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국정원이나 군사 경찰이 있으니까 보안 문제로 까칠하게 굴지 몰라.”
“그럼, 집에 있지 뭐. 나중에 알려 줘.”
“그래.”
태영은 USB만 챙겨서 회사로 갔다.
~웅~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류지현이다.
“내가 10분쯤 더 걸릴 거야. 전에 한번 왔던 분석실 앞에서 기다려.”
[비번 알려 줘.]“비번만으로 못 들어가. 내 홍채도 있어야 해.”
홍채는 핑계다.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핑계.
[에이, 지랄. 빨리 와.]사장실의 보안 금고에서 유재구 영상도 가져가야 한다.
***
“왜 이리 늦어?”
분석실 입구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든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집에 다녀오느라.”
“여친은? 같이 안 왔어?”
조병원이다.
“보나 마나 보안 등급 같은 거로 대화에 제약이 있을까 봐서 집에 데려다주고, 저녁에 말해 준다고 했어.”
“저녁에? 그럼 혹시 같이 사는 거야?”
어째 해석이 그쪽으로 바로 돌아가나?
“그래, 같이 살아.”
같이 산다는데, 류지현의 표정은 왜 저래?
“와, 이거 멋진 놈이네.”
“너도 있잖아, 여기.”
분석실 문을 열어 주고는 류지현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조 팀장하고 나하고 왜 엮어?”
류지현이 가자미눈을 하고 태영을 노려본다.
“프린세스? 나랑 프린세스가 무슨 상관? 재벌 남친 있다는 말 못 들었어?”
“들었어. 그러니까 프린세스에게 여친 소개해 달라 하라고.”
“아, 그게 그 말이야?”
“같이 제법 있었으면서 그 말도 못 해 봤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앉지? 남자들이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 주제는 무거운 것인데, 장난을 치고 있으니 류지현이 쏘아붙인다.
“근데 유재구가 청부업자 고용해서 널 죽이려 했다고?”
자리에 앉으며 조병원이 물었다.
“들었어?”
류지현을 턱짓하며 물었다.
“그래, 오는 중에 프린세스에게 그거 듣고서 돌아 버릴 뻔했다.”
“그래,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하, 그 나쁜 놈이네. 근데 왜 그러는 건데?”
“나만 살아와서 싫다고.”
“네가 살아와서 싫어?”
“그놈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어처구니없는 놈이네. 그렇다고 청부를 해? 이거 완전히 맛이 간 놈이네.”
“그렇지?”
“다른 일도 있었다면서?”
“우리 누나가 다니던 회사의 사업부장이 있는데, 유재구 친구야. 그놈에게 시켜서 누나를 해고했고.”
“증거는?”
“없지. 그런 게 증거가 있을 리가.”
“청부업자는 조져 버렸다면서? 그러면서 녹음 파일이나 그런 것들 만들어 두지 않았어?”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으니 아무것도 없어.”
“결론은 유재구가 저리 설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네.”
국회의원의 권력은 서민인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를 아득히 넘어선다.
언론에서 건드릴 수 있는 것은 힘의 균형이 맞기 때문이다.
힘이 없는 사람이 그들을 건드리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조병원이 몸담고 있는 군과 류지현이 몸담고 있는 국정원은 입장과 상황이 또 다르다.
유재구의 말처럼 검찰에서 조사한다고 가정하면, 군에서 조사한 것들을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군사 기밀이라는 것과 다른 여타 이유를 앞세워서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갈등은 증폭된다.
당시에 조사를 담당했던 조병원은?
류지현이 몸담은 국정원.
태영이 돌아온 이후에 CIA와 NASA 등과 함께 움직인 일들의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
권력의 힘과 법의 경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몰라도, 그쪽 역시 갈등은 생길 수 있다.
“그냥, 지켜보는 것, 그거네.”
10여 분 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그렇게 났다.
“이거.”
태영이 사장실에서 가져온 USB를 류지현의 앞으로 툭 던졌다.
“이거 뭔데?”
“예전에 내가 동영상 파일 준 거 기억하지?”
“…….”
“그게 뭔데?”
류지현이 USB를 집었고, 조병원이 물었다.
조병원은 류지현에게서 전해 듣지 못했다면, 뉴스로 아는 정도일 것이다.
“조 팀장님 복귀 후에 발생한 일입니다.”
“손유재 사건.”
대답은 태영이 해 주었다.
“손유재, 얼마 전에 죽은 조폭 두목? 그놈들 떼죽음을 당했지 않아?”
“그랬지.”
“그놈들 사인은 왜 못 밝히는 거지?”
조병원의 말에 류지현의 눈이 가늘어지며 태영을 뚫어지게 보았다.
마치, ‘너지?’ 하는 것처럼.
그래도 그건 말해 주지 못해.
“그 일 말고, 그 전에.”
“아, 지난해? 구속된 일?”
류지현이 USB를 들어 올려 까딱까딱 흔들었다.
내용이 뭐냐? 그런 뜻일 것이다.
“손유재가 가지고 있던 유재구 관련 파일. 나도 안 봐서 내용은 몰라.”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성 접대를 받으며 젊은 여성과의 섹스 장면과 금품이 오간 장면, 폭행 장면 등등 무수히 많다.
안재희의 얼굴이 있는지 확인하느라 대충 훑어보고, 위니에게 확인을 시켰었다.
손유재가 작업한 것이어서인지 안재희는 없었다.
“넌 어쩔 거야?”
류지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고발을 하면 법정으로 가게 되겠지. 아니면 유재구가 발광하는 일을 보게 될 것이고.”
“이제 와서 이건 왜 주는 건데?”
류지현이 물었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잠정 결론 후에 던진 질문이다.
“내용 보고, 혹시 쓸 일이 있으면 쓰라고.”
“흠.”
“유재구가 아주 지저분한 놈인 건 알지?”
“그건 알지. 증거는 없지만.”
“손유재가 가지고 있던 파일이니,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안 봤다며?”
“손유재가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예상된다는 거야.”
“이거 말고, 우리에게 넘기지 않은 것이 얼마나 돼?”
지난번에도 류지현에게 넘겨줄 때 아주 일부만 넘겼었다.
“제법 많지만, 넘겨줘 봐야 해결이 안 되잖아?”
“…….”
“손유재 일만 봐도 답이 나오는데.”
“사건을 우리가 핸들링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정보로서는 유용해.”
국정원의 업무 영역이 아니지만, 압박하는 데는 쓸 수 있다 그런 것이겠지.
“그거, 복사해서 내게도 보내 줘.”
조병원이 류지현에게 말했다.
“조 팀장님, 이건 군과는 관련 없어요.”
“그래서 안 주려고.”
“보고하고 난 뒤에 보내도 된다고 하면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마무리가 되고 둘은 떠났다.
법으로 하는 거?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바로 손유재의 경우다.
범죄 사실이 그렇게 드러났는데도 법은 손유재를 어쩌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법을 집행하는 쪽에서 어떻게 하지 않았다 하는 것이 맞겠지만.
생각해 보면, 손유재 일당을 보내 버린 태영의 방법이 가장 깔끔하다.
유재구를 손유재처럼 할 생각은 없었다.
동영상 사건이 터진 뒤에는 줄곧 숨을 죽이며 조용히 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손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작심한 듯 태영으로 타깃을 정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고려에서부터 태영을 향해 칼을 겨눈 자를 살려 준 적이 없다.
그 원칙대로 하자.
***
~똑똑~
노크 소리.
[누님 왔습니다. 문 열겠습니다.]~덜컥~
“봄이는?”
누나가 들어오며 한 바퀴 휘 둘러보았다.
누나도 여긴 처음이다.
“집에.”
“같이 있었지 않아?”
“집에 가 있으라고 했어.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인데, 뭐.”
“누가 또 올 거야?”
“차 회장님하고 선 부회장님.”
“그럼 오시기 전에 전모나 이야기해 줘.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지.”
“거기 패드에 녹화 영상 있어.”
워처가 녹화한 영상은 수십 개다.
그중에 상황 파악에 가장 좋을 것 같은 영상을 올려놓았다.
회원들의 얼굴이 아주 잘 보인다.
“그래.”
앳윌플레이가 켜지고 누나는 유재구가 나설 때부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하아, 정말.”
한숨이 시작되었다.
“도움을 받아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네.”
“절반은 실업자였는데.”
“힘들 때 그렇게 도와줬는데.”
재 취업을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해고된 사람들이 많았다.
툭하면 시위 현장에 나가느라 일이 안 되니 회사는 어쩔 수 없다.
몇 번도 아니고, 하루가 멀다하고 결근하면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시 취업을 해야 했지만, 취업 문이 열려 있다고 모두가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유행어이긴 해도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에 육이오도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두 사람 오면 이야기하자.”
그렇게 말하고 누나로부터 패드를 돌려받아 다른 자료를 띄웠다.
“그건 뭐야?”
“좌측은 유재구의 말을 지지하면서 나를 비난한 사람들.”
“이렇게 많아?”
“응.”
“자료를 빨리도 만들었네. 이거 누가 만들어 준 거야?”
“CCTV 영상을 분석해서 인공 지능으로 분류한 거야.”
“그런 것도 있어?”
“있어.”
“중간은 의견 표시를 하지 않은 쪽, 우측은 유재구를 반대하는 쪽이라. 그래도 70명 정도는 유재구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네?”
~우웅~
[차기원 회장입니다.]위니가 알려 왔다.
“차 회장님 오셨습니까?”
“네, 그럼요.”
사무국 직원의 분류는 모두 중도이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0층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호실을 가르쳐 주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도착했다.
“아, 최서영 사장님도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회장님, 부회장님.”
“저도 왔습니다, 사장님.”
사무총장 김기범도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서로 다 아는 사이다.
‘별하나’ 오프라인 매장은 ‘별이 되어’ 회원만 개설이 가능한 체인이다.
그러니 서로가 알 수밖에 없다.
“어?”
차기원이 앳윌플레이 화면에 떠 있는 이름들을 보았다.
두 사람 역시 말을 잃고 그 이름들을 보았다.
“저희는 중도로 분류해 두었네요?”
“사무총국 직원들 대부분이 겉으로는 어느 쪽을 편들지 않았으니까요. 마음속은 모르겠지만.”
“와, 그런데 이건 어떻게 분류하셨습니까?”
신기하기는 할 것이다.
투표를 한 것도 아니고, 설문지를 돌리지도 않았으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당연한 의구심이지만, 의문을 풀어 줄 필요는 없다.
“정말 신기하네요. 정확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그런데, 유재구 의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194명이면 정말 많네요.”
차기원의 말이다.
“……말이 안 나옵니다. 사람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선영란이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 정도까지 분노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들 화가 나는 것 같다.
“사단 법인의 예상되는 손실이나 타격은 어찌 됩니까?”
“타격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겠지요.”
“아마 예전처럼 흩어지게 되겠지요.”
차기원은 크게 걱정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말했고 선영란이 첨언 했다.
“그럼, 증발 가족을 기준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겠네요?”
“오늘의 일로 봐서 전과 같이 돌아가기는 어려울 테니 범위를 넓히면 됩니다.”
“우리 나올 때, 유재구 의원 사무실로 몇 사람이 대표로 간다면서 이동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워처를 유재구에게 붙여 두고 왔으니까.
“회장님, 저는 영상으로 봤는데, 진짜 고발할까요?”
누나가 물었다.
“고발 안 됩니다.”
차기원이 비교적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된다구요?”
“유재구 의원의 선동에 넘어간 것뿐입니다. 유재구 의원도 안 된다는 것은 뻔히 알 것입니다.”
“그럼 왜 그런 거죠?”
“공적을 만드는 거죠.”
“군에서 저를 조사한 조사관은 분노 표출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차기원의 말은 조병원이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말이 맞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없고,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이니 화를 낼 또 다른 대상이 필요했고, 유재구가 선동하자 그 방향으로 모든 분노를 터뜨리는 거죠.”
차기원이 태영의 말에 답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선영란이 동의하고, 차기원이 마무리한다.
목표가 그거였다.
“정치인들이 잘 쓰는 술수입니다. 유재구가 증발 1주년 행사에 모인 군중의 심리를 잘 이용한 거구요.”
김기범의 말을 들으면서 비로소 완전하게 정리가 되었다.
“정치하는 인간들이란.”
선영란은 직업 군인의 아내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니 유재구에 대한 분노가 끓어 넘친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혼란했던 것들이 비로소 정리가 다 됩니다.”
“그래요?”
“세 분에게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누나가 다니던 회사 사업부장이 유재구 친구입니다. 유재구의 부탁으로 누나를 해고했죠.”
조병원이나 류지현에게는 말한 것이지만, 이들은 모르기에 말했다.
“오늘 행동이 나를 공적으로 만들어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고 보면, 누나에게 했던 짓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메이스타에서는 혹시 계획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선영란이 물었다.
“동생과 의논해 봐야 하는데, 그들이 도움은 필요 없다고 했으니, 그걸 전제로 얼핏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듭니다.”
“어떤?”
“온라인에서 물량 제한을 푸는 거죠.”
“그렇게 되면 문제가 커지지 않나요?”
“오프라인은 몰락하게 됩니다.”
“아, 그…….”
오프라인이 몰락하지만, 학생들의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도 함께 끝난다.
“그게 첫 번째로 떠올린 것이구요.”
“타격이 클 텐데…….”
선영란도 매장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몰리면, 오프라인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번째로, ‘별하나’에 등급을 부여해서 차별화하는 방법입니다.”
“차별화?”
“네, ‘별하나’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아, 아. 이해가 됩니다.”
김기범이 바로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위 등급은 공급을 늘리고, 하위 등급은 줄이는 거죠?”
“네, 맞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공정 거래법이나 대리점 법에 배치되는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법적인 부분을 검토해야 합니다.”
“흠.”
“터니테크에서 앞으로 다른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인데, 그것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두 가지 다 누나가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전자는 과격하고, 후자는 온건하다.
다만, 후자는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법적 검토는 법무 법인 송이길에 맡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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