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3
198. 1주년의 일(6)
~덜컥~
“사장님.”
문을 연 경비 요원이 태영을 불렀다.
정성헌과 대화를 하면서도 바깥 상황을 위니가 알려 주었기에 기영찬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제압해요. 다쳐도 상관하지 말고.”
“네.”
“뭐요? 왜 그래?”
정성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단 제압하고, CCTV를 봅시다.”
~와장창~
~쿵~
보안 요원에 의해 기영찬이 제압당하는 소리다.
“외부인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CCTV가 있소.”
“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터니테크에는 있다.
이름은 커버 워처, 명함 크기만 한데 두께도 10밀리 정도다.
사내 방범 순찰용 장비로 만든 것이지만, 직원이 아닌 출입자가 있을 경우에 따라다닌다.
직원들은 존재를 알고 있지만, 출입자는 대부분 눈치채지 못한다.
태영은 패드로 영상을 불러 앳윌플레이에 띄웠다.
“놔, 이 새끼들아. 공무 집행 방해로 다 처넣을 거야.”
회의실로 끌려 들어오는 기영찬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공무 집행 같은 소리 한다.
보안 요원들이 제압용 장비를 사용해서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기영찬 씨, 고소할 겁니다.”
유제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법 침입과 영장 없는 수색에 성희롱까지.”
“야이, 뭐…… 흡.”
소리를 지르던 기영찬이 자신의 모습이 앳윌플레이에 떠 있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다실에 들어가는 직원을 따라가는 모습.
그리고 그 뒤에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의 기영찬.
직접 만지지는 않았지만, 직원의 몸을 더듬는 흉내를 내고 있다.
어깨부터 허리로, 그리고 엉덩이로 흐르는 선의 모습을 따라 손짓을 했다.
이건 성희롱 범이다.
물론 판단은 법이 하겠지만, 상대가 형사인 데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으니 기소될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이어지는 행동들도 정말 말이 안 나온다.
기영찬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계속했고, 다실의 입구에 팔을 짚고 서서 직원의 출입을 방해했다.
직원이 쟁반에 커피를 얹어서 나오려 하다가 기영찬의 방해로 쟁반과 커피 잔이 떨어졌다.
머그잔은 박살이 났고, 바닥에는 커피가 쏟아져서 흥건하다.
“야, 이거 몰카지? 몰카 맞지?”
바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한 것 같다.
“누구야? 몰카범으로 고소할 거야.”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몰카라니.
그리고, 그게 고소가 되나?
“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정성헌은 그래도 조금은 정상인이다.
기영찬은?
“데리고 나가쇼. 고소는 할 거요. 명백한 증거도 있고.”
“그냥 넘어가 줄 수 없소?”
태영은 영상의 앞부분으로 돌렸다.
“이걸 넘어가 달라구요? 제정신인가?”
“으음.”
“야, 지워. 안 지워? 죽고 싶어?”
기영찬이 으르렁거렸다.
“사정을 해도 생각해 볼 문제인데, 고함지르고 협박까지 하네?”
“야.”
“반장님이 말했던 ‘매를 부르는 대화법’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죠.”
태영이 기영찬을 가리켰다.
“…….”
“그리고 두 사람이 이름은 말했지만, 어느 서에서 나왔는지도 말하지 않았소. 그래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촬영한 저거…… 지금 우리 대화도 녹화되고 있소?”
태영은 회의실 천장에, 그것의 색상과 같아서 움직일 때만 구분이 되는 커버 워처를 가리켰다.
아직 판매는 하지 않고, 사내에서만 사용하는 기기임에도 KC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이런 것을 촬영하는 것이 불법이란 것은 알고 있소?”
“여긴 우리 회사의 회의실이고, 저건 움직이는 CCTV인데, 그럼 세상 모든 CCTV가 불법이 되는 거요?”
“…….”
일반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기형사의 행동.
경찰서의 취조실처럼 외부인이 알 수 없는 장소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둘은 악역과 선역을 하기로 역할 분담을 하고 들어온 것이리라.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아, 정이진입니다.]“유 부장님, 이 두 사람 내보내고 고소해요.”
고소해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단지 창피를 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고소? 누가 누굴 고소해?”
태영의 말에 기영찬이 또 소리를 질렀다.
“너 입 다물어라.”
“반장니임.”
정성헌의 말에 기영찬이 원망 어린 목소리로 불렀고, 유제범이 불러들인 경비 요원에게 끌려 나갔다.
“저놈들 뭐니?”
입구로 들어서던 이정아가 대뜸 물었다.
“형사랍니다. 성희롱 범이기도 하구요.”
정이진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고개만 까딱하는 인사를 했다.
“성희롱? 형사가? 그것도 남의 회사에 와서? 개자식들이네.”
직설적으로 욕이 튀어나온다.
그사이에 회의실에는 태영과 이정아, 정이진만 남았다.
“너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으니까, 한 가지만 묻자.”
“네.”
“‘별하나’ 없앨 거야?”
태영이 어제 1주년 행사에서 ‘주제넘었던 것을 사과합니다.’라는 말의 의미 때문이다.
생각이 있으면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봤을 것이다.
이정아가 다음 날에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우리 의견을 반영할 거야?”
“그게 맞지 않겠습니까?”
“여는 것이 네 마음이었는데, 닫는 것도 네 마음이지.”
“그래도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지요.”
“차 회장님 만났더니, 너는 이미 구분을 해 두었다면서?”
“네.”
“네가 없애거나 유지하거나 하는 것을 밝히는 것보다는 ‘별이 되어’의 의견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좋겠지?”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것인가?
‘별이 되어’의 이름으로 공식화하는 것.
어떤 결정을 하든, 태영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대외 이미지로 볼 때 그 방법이 훨씬 좋다.
“공식 의견을 주시고,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죠.”
“알았다. 차 회장님이나 선 부회장님에게 전하마. 그리고 이진아, 잠시만.”
“네,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정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뭐지?
“사실은 이 의문 때문에 차 회장님 대신 내가 오겠다고 한 것인데.”
“왜요?”
“너, 내가 목매달던 날, 기억하지?”
“네.”
“내가 그날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면서도 절대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 있어.”
이렇게 말을 늘이는 사람이 아닌데, 뭐지?
“너 그때, 현관 입구에서 나에게 날아왔어. 그렇지?”
아, 그 일.
맞아. 생각해 보니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앞뒤 생각 없이 그랬던 것 같다.
“날아가요?”
“그래, 날아왔어.”
“에이, 설마요. 제가 점프력이 좋은데 점프한 것도 날았다고 보면 맞는 말이네요.”
“아닌데, 분명히 날았는데?”
“목을 매달고 있어서 환각을 보셨을 수 있습니다.”
“아냐, 분명…… 이상하단 말이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으음, 좋아. 네가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믿기로 하고, 한 가지만 당부하자.”
“네, 말씀하십시오.”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는 말 알지?”
태영도 안다.
흔하지는 않지만 고쳐지는 사람이 있다.
도예은 사건의 가해자 중에 한 명.
지금 에티오피아의 봉사단에서 일하며 죄를 뉘우치고 있는 사람처럼.
그런데 확률이 너무 낮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난 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정아가 회의실을 나가고 정이진이 회의실 유리창을 통해 인사를 했다.
오늘은 평소에 태영을 대하는 모습과 다르다.
딱 할 말만 하고 물어볼 것만 물어보고 떠나는 모습이 의외다.
‘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들, 괜찮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뉴스에 계속해서 나오던데, 대체 뭔 일이냐?)
박민서 여사의 톡 메시지, 박준혁의 톡 메시지를 비롯해서 수많은 톡 메시지가 폰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일이 ‘괜찮습니다.’ 거나, ‘별일 아닙니다.’ 같은 답신을 보냈다.
호의가 권리가 되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다.
“위니.”
[네, 마스터.]“당분간 그 동영상 계속해서 올려 주고, 짤도 만들어서 무작위로 배포해.”
[짤은 3천개 만들어 두었습니다. 지금부터 배포하겠습니다.]짤 만들어 두라는 이야기를 했었나?
어제오늘 사이에 워낙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기억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리고 나에 대한 언론사 기사 분석해 줘.”
[조치할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일단 조사해서 정리만. 그 내용을 보고 조치는 나중에 하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송미려 기자에게 내용 일부를 준 것.
그 외에는 어제 회의장에서 기자들 몇 명의 질문에 답한 것이 전부이다.
인터뷰한 적이 없으니 소설은 많이 나올 것이다.
사실과 다른 기사에 대한 대응은 나중에 하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일이나 하자.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김경훈 전무님은 어디 있지?”
[공장에 있습니다.]위니의 말을 들으며 공장으로 갔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특수 방어복 에사믹.
대량으로 만들어 터니가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일을 처리할 때다.
국정원에 샘플로 제공해 주기로 한 다섯 벌도 만들어야 한다.
소총에 맞아도 뚫리지 않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니, 군에는 아주 좋은 방어복인데.
물론 충격으로 몸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질 수는 있다.
그래도 쉽게 죽지는 않는다.
샘플을 보낼까?
경찰에도 샘플 보내 주면 많이 살 텐데.
성능을 알면 세계 각국의 특수 기관이나 경찰들이 대량으로 구입해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에사믹을 주면서 그 약, 아니 그 주사제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까?’
“경호 팀이니까,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머릿속에 떠오른 그 주사는 패스트로데인.
그래, 만들어 주자.
여성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지만, 터니가드 직원들에게는 부작용이 아니다.
마치 철사를 다발로 비틀어 뭉친 것같이 잔 근육이 생긴다.
건강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좋을 것이다.
이참에 이새봄에게도.
이새봄은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했기 때문에 효과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영이 곁에 있지 않아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오늘로 약속되었던 오영배 회장과의 골프 약속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을 때, 류기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10층의 분석실을 가르쳐 주고 5분 후.
~똑똑~
~덜컥~
류기현이 문을 두드리자 바로 열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토요일에 오시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출근해 있었는데요.”
“오영배 회장 연락 왔던가요?”
“네, 월요일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그 성격에 바로 쳐들어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니까.
“판권 주면 안 됩니다. 기술 제휴도 마찬가지.”
“네, 판매하는 것만 하겠습니다.”
“CIA 반응은 어떻습니까?”
“느낌으론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
그렇지만, 사게 될 거다.
“……흠.”
“그리고, DIA에서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은 다음 주 목요일입니다.”
미군 국방 정보국.
“그때 내가 출장이 있어서 참석은 못 합니다. 조건은 지난번에 CIA와의 미팅 때와 동일 조건으로 하면 됩니다.”
“양보해 주면 안 되죠?”
“당연합니다. 혹시,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에서 연락 온 것도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정보가 나간 곳은 그날 만났던 기관 외에 주한 미군도 있습니다.”
“그 말씀은……?”
“그 몇 곳을 통해서 다른 곳으로 얼마나 정보가 공유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
~우웅~
[신상 정보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입니다.]퀵서비스일 가능성이 있다.
“여보세요.”
[퀵입니다. 수취인이 최태영 씨로 되어 있는 물품이 있는데요.]“10층으로 올라오세요.”
[지금 터니테크 앞인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잠시 기다리세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화물 하나 받아 올게요.”
“네, 다녀오십시오.”
분석실을 벗어나 터니테크 앞으로 가자 종이 박스를 든 퀵서비스 배송원이 보였다.
물건을 받으니 제법 묵직하다.
서명을 하고 물건을 들고 되돌아왔다.
“류 대표님, 골프 해요?”
“아뇨, 바쁘기도 했고…… 아무튼,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생략된 말은 돈이 없어서 못 했다는 말이라는 정도는 안다.
“골프 좀 배워 두세요. 대표 이사 업무 추진비 충분하죠?”
대표가 부담 없이 업무 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게 써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아끼고 아끼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테니까.
“네, 배워 두겠습니다. 그거 골프용품입니까?”
“아뇨, 오늘 낮에 내기 골프를 쳤는데 내가 많이 이겼거든요.”
“네?”
“골프 배워서 라운딩 갔을 때, 나와 같이 가면 절대 내기에 끼지 마세요.”
“네?”
“이거, 내기에서 내가 딴 돈이거든요.”
“아, 그런데 퀵은 왜?”
“필드에서는 돈 잃은 사람들이 현찰이 부족해서 퀵서비스로 보내온 것입니다.”
“네? 그……게?”
말이 안 되긴 하지.
박스를 여니 3명이 잃은 돈이 각각 포장되어 들어 있다.
“자, 이거.”
태영은 돈을 꺼내서 모두 류기현 앞으로 밀었다.
“네?”
“CIA나 미군과 계약이 체결되면 유상 증자를 하자구요. 이건 그때, 류 대표님 자본금으로 증자에 참여해요.”
“네?”
“그리고 동생에게도 증자에 참여하라고 언질을 주세요.”
“동생은 돈이…….”
“한 5억쯤 참여하라고 말해 두세요.”
류기현의 말을 자르고 할 말을 했다.
스위스 프랑 여러 뭉치를 줬지만, 아직도 포장을 풀지 않은 것 같다.
“5억이요?”
“네, 포장을 풀어 보라고 하세요. 그럼 알게 될 겁니다. 유상 증자는 액면가 기준으로 증자할 것이니까 부담 갖지 말구요.”
“아, 그…….”
“그리고 류 대표님은 그걸로 기존 지분까지 합쳐서 10억으로 맞춰 보세요.”
정신없을 것이다.
다이나믹 스카이에 본인이 출자한 돈은 7천만 원이 전부이지만, 영업권을 인정해서 3억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10억으로 맞추라고?
최태영이 회사를 인수한 후에 연봉 5억을 받는 대표가 되었지만, 그 큰돈이 있을 리가 없다.
류기현은 서둘러 포장을 뜯어 보았다.
빳빳한 5만 원권으로 만들어진 묶음들.
모두 풀어 헤치자 대충 봐도 100뭉치가 넘는다.
“빌려 주는 겁니다. 이자는 연 1프로.”
남자가 쉽게, 특히 돈 때문에 감동하면 안 되는데.
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네.”
몇 달 전, 그토록 추웠던 밤.
모두가 떠나고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후배 한 명과 회사에서 밤을 새워 일하던 그날.
여동생이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
그것도 새벽 3시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