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5
200. 칼끝(2)
“말이 심하네.”
폰으로 녹음을 하던 여자 유지영이다.
잘은 모르지만, 관음증은 남녀 모두가 있을 거다.
이런 것은 즉각 반응해야 한다.
“새파란 어린놈에게 반말하면 안 돼? 너야말로 어른에게 반말하면 안 되지. 그것도 기자에게.”
계속해서 육성 대신 마이크로 말했다.
여전히 놀리듯.
이름은 알고 있지만, 지금 안다고 할 필요는 없으니까.
“애새끼가 버릇이 없네. 너, 각오해야 할 거야. 야, 가자.”
어디를 가?
들어오는 것은 경비 요원을 협박해서 들어올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되지.
“네, 성립될 수 있습니다. 불법 취재도 해당됩니다.”
“네, 사장님.”
보안 요원 한 명이 회의실을 천천히 이동하며 벽을 살폈다.
입구에 선 보안 요원에게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리가 도둑이야?”
유지영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그래도 변호사는 노려보기만 할 뿐,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다.
침착하게 천천히 말했다.
놀리듯 웃으면서.
“뭐라?”
“야, 도난 물품 어쩌고 했잖아?”
딥페이크 피해자와 가족들은 아주 재미있는 것을 구경하듯 보고 있다.
“너, 지금 뭐랬어?”
녹음 중이던 폰을 든 채 태영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가 전화하려는 듯 폰을 내리며 뒤집었다.
‘너’라고 한 것을 따져야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폰을 내리는 동작에 맞춰서 폰은 염력으로 바닥에 패대기.
~빠각~
소리 좋고.
폰이 바닥을 때리는 소리는 경쾌하기까지 하다.
~퍽~
바닥에 던져진 스마트폰이 폭발했다.
~푸화하하학~
곧바로 불꽃이 터지고 폰이 휙 돌면서 연기가 퍼져 나왔다.
“으아아아아.”
불꽃에 놀란 유지영의 비명이다.
폰에서 솟구친 불꽃이 손과 소맷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불꽃을 뒤따라 연기가 치솟았다.
“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난무했다.
스마트폰 폭발 후의 불꽃은 불과 2~3초, 연기도 수초면 끝이 난다.
유지영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불꽃은 사라졌고, 자욱한 연기도 흩어졌다.
불꽃으로 인한 화끈함에 소매에 불이 붙은 줄 알고 극심하게 팔을 흔들었다.
피해자와 가족들도 잠시 흥분해서 한쪽으로 피했지만, 태영의 말에 다들 침착해졌다.
연기가 아직 남아 있고,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한 냄새만 남아 있을 뿐, 위험은 사라졌다.
보안 요원이 문 옆의 제어기를 조작해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자 연기가 바로 빨려 나갔다.
[유지영에게는 다른 폰이 있습니다. 이용진 역시 폰이 2개입니다.]폰을 부술까?
아니다.
인태프를 심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다.
태영은 손가락으로 위니에게 지시했다.
[다섯 사람의 폰에서 음성 파일, 영상 파일, 이미지 파일 모두 지우고 인태프와 트랙스 심었습니다.] [노트북 소유자는 이용진, 패드의 소유자는 고미아, 서지연입니다.]지우라고 하고 추가로 지시했다.
[유지영과 이용진에게 워처 따라붙습니다.]“비켜.”
보안 요원이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나가려는 그들을 가로막았다.
태영의 말에 뒤를 돌아본다.
폰의 배터리 부분에서 아직도 검은 거품이 일고 있다.
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꺼냈다.
“경고?”
이용진과 유지영이 몸을 휙 돌리며 묻는다.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겠지.
기자에게, 그리고 여성 단체 임원에게 누가 경고할 수 있을까?
“어디 한번 해 봐.”
“만나면, 그러면 어쩔 건데?”
“그거 협박이야?”
~하하하하하~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웃는다.
“그런데, 네가 우리를 어떻게 알고 만날 거라고 생각해?”
유지영의 뒤에서 이동하던 숏컷 머리의 여자, 고미아의 의문이다.
“…….”
사회 활동을 하면, 좋은 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얼굴은 팔리게 되어 있다.
“…….”
안면 인식이라고 말하니, 뭔가 느낌이 오는가 보다.
고미아가 살짝 놀라다가 애써 침착한 체한다.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
“지랄하네.”
중얼거리듯 말하며 한편으로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다.
태영은 패드를 들어 조작했다.
고미아의 사진과 인적 사항이 나타났다.
고미아의 인적 사항이 나온 화면을 들어 보여 주었다.
“뭐? 뒷조사한…….”
혼이 나간 표정이다.
“이…….”
기절할 거다.
아마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을 테니.
손가락으로 패드를 가리켰다.
“두고 볼 거야.”
그렇게 말한 그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나갔다.
경찰은 오지 않았다.
핀 마이크를 빼서 내려놓았다.
“여러분,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뇨, 아주 시원합니다. 특히 폰이 폭발하는 것을 보니 속이 후련합니다.”
“체증이 확 내려가요.”
“속은 시원합니다만, 나중에 어쩌실 겁니까?”
피해자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또 보통은 아니거든요.”
태영의 말에 웃는 사람들.
“자, 이제 성가신 존재들은 갔고, 저들에게 우리의 모임 소식을 알려 준 사람이 있습니다.”
태영의 말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이런 일은 외부에 알려져서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거 아시지요?”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몇 있다.
“오늘은 그냥 넘기겠습니다만, 이후에는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람이 있다.
“오늘 이 모임의 목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고 시선을 모은다.
“이 건물 3층부터 5층까지 여러분을 위한 공간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 3개 층 모두요?”
누군가의 보호자로 따라온 장년의 여자다.
“네, 그렇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은 이곳을 자유스럽게 사용해도 됩니다.”
다들 의아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모양이다.
“여러분들이 있는 이곳 5층은 회의실과 휴게 공간입니다. 4층은 체험 존과 연습실, 3층은 사무실로 여러분들을 도울 사무직원과 변호사 상담실, 개별 상담실 그리고 팀별 사무실이 있습니다.”
“체험 존? 우리에게 그런 것이 왜 필요한데요?”
“지금 질문하신 분은 은유미 씨 맞죠?”
“네? 네…….”
이름이 불리니 깜짝 놀란다.
“질문 있습니다.”
답을 하려 하는데, 가운데 자리의 한 명이 고개를 숙인 상태로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자유스럽게 사용해도 된다고 했는데, 몇 가지 질문해도 될까요?”
“네.”
“사용료를 내야 합니까?”
“무료입니다. 부담 갖지 마십시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다른 무언가를 대신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 대답은 뒤로 좀 미루고, 다른 질문이 있으면 하시지요.”
“우리에게 이렇게 해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래.
이런 의문이 들어야 맞지.
다들 머릿속에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걸 그룹 미래소녀의 비주얼 센터이면서 리드보컬 박혜리 씨.”
세 가지를 질문한 사람의 이름이다.
이름이 불리자 여러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걸 그룹 미래소녀를 아는 사람은 있을 테니.
“……네.”
박혜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본인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답했다.
데뷔 이후 막 알려지기 시작할 때, 박혜리의 딥페이크 동영상이 나타났다.
본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기자들과 모니터 뒤에 숨은 수많은 키보드 워리어들은 먹이를 포착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그들이 데뷔하는 데는 오래 걸렸지만, 침몰하는 데는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유는 한 사람의 부탁 때문입니다.”
“……?”
모든 시선이 태영에게 집중되었다.
“여러분을 힘들게 만든…… 그들에게 복수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제 여친이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손을 들어 이새봄을 가리켰다.
모든 시선이 이새봄에게 돌아갔다.
{흐윽.}
{흐으윽.}
갑자기 몇 사람이 고개를 숙이며 울음소리를 낸다.
복수와 사람답게 살게 해 주는 것, 때문일까?
가까이 있던 유세린이 이새봄을 껴안았다.
“복수…… 어떻게…… 주…… 이……슴……니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이미 울먹이는 목소리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옆에 있다면, 죽이고 싶을 거다.
“미뤄 두었던 두 번째 질문의 답, 그건 제 여친이 답할 것입니다.”
“……?”
그 말에 다른 사람이 의문을 표했지만, 이것으로 오늘 태영이 전달할 것은 다 했다.
이제 이새봄이 올라올 차례다.
“음…….”
이새봄이 앞에 섰다.
“지난해, 제가 손목을 긋고, 엄마에게 발견되어 병원에 며칠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였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는 눈으로 이새봄에게 시선이 돌아왔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했는데, 손목을 그은 이야기를 하다니.
자신의 손목을 살피는 사람도 있다.
“전역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오빠는 저에게 일어난 일을 듣고, 화를 참지 못해서 손이 짓이겨지도록 벽을 치며 울었습니다.”
{우리 오빠도…….}
{엄마…… 엄마…….}
동질의 아픔이다.
“복학을 미루고, 저에게 일어난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밤낮없이 찾아다녔지만…… 여러분도 모두 그랬듯이, 소득은 없었습니다.”
{…….}
“어느 날, 군 동기 모임이 있다고 하면서 술 먹고 동기들에게 거지 같은 세상, 같이 욕이나 하면 이 답답함이 풀릴지 모르겠다며 갔습니다.”
{…….}
“다음 날 아침…….”
이새봄의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아마도 그때의 아픈 기억 때문일 것이다.
“제 얼굴이 씌워진 그 모든 것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워?”
“그게…… 정말입니까?”
“무슨 그런 일이…… 그 말 진짜요?”
이새봄의 말끝에 소란스러울 정도의 반응이 나왔다.
속삭임 같은 작은 소리가 아니다.
“네, 맞습니다.”
“그럼 우리도…….”
“나도…….”
“우리는 안 되나요?”
갑자기 끓어오르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조금은 무덤덤했던 반응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 혼자일 때는 쉬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되나요?”
“방법이 있나요?”
“여기 계신 분들, 그 외에도 많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
“그것을 모두 지울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죠?”
앞의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끝말은 고개를 돌려 태영에게 물었다.
“…….”
태영은 대답 대신 엄지만 올려 주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우린 준비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새봄의 음성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예의도 없고, 양심도 없고, 상식도 교양도 없이 사이버 세상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에게서 우리를 지키고, 그자들에게 복수하려면…….”
{아…….}
{하아…….}
“우린 준비를 갖추어야 하고, 준비가 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야, 이 기자.”
뒷좌석에 앉은 유지영은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이용진 기자를 불렀다.
“네, 단장님.”
“그놈 뒤에 누가 있어?”
“그걸 알 수가 없습니다.”
“원래 가난한 학생이었다면서?”
“이미 알고 계시는 그대로입니다.”
“납득이 안 되어서 그래. 다시 한번 말해 봐.”
“음…… 입대 전에 정말 가난한 학생이었다고 했고, 사실이었습니다.”
“그 애가 말해 준 거야?”
“네, 맞아요. 그리고 조사를 해 보니, 부모는 회사에서 잘려 취업이 안 되어 귀농했고, 농사짓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역 일에 부대 앞에서 산 복권이 당첨되었다는 것도 맞구요…….”
“운도 좋은 놈이네.”
“그러니까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는데 혼자 돌아온 데다…….”
“복권까지…….”
“그리고 미국에 얼마간 다녀왔는데, 갑자기 회사를 차리고 부자가 되었습니다.”
“미국에 다녀온 후? 어떻게?”
“그 내막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애가 더 아는 건 없어?”
“거지 같은 년이 더 아는 건 없고, 요구만 하더라구요.”
“요구?”
“제 남자로 만들지 못한다면 성폭행으로 뒤집어씌워서 매장시켜 버리고 싶다고…….”
“미친……, 입대 전에 잠깐 사귀었다면서?”
“말을 듣다 보니 어장도 아닌, 임시 대타 같았어요.”
“그런데?”
“전역 후, 유명해진 데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돈을 쓸어 담는 회사의 사장이 되었으니…….”
“정신 나간 년, 하긴 돈이 많으니 욕심을 부린 것이겠지만.”
“그러니까요. 어찌 되었거나 우리도 그놈에게서 돈만 우려내면 되니까 상관없죠.”
“녹음 상태는 어때?”
“잠깐 좀 보겠습니다.”
이용진이 품속에서 폰을 꺼냈다.
차에 오를 때, 녹음은 종료했고 확인은 하지 않았다.
“어? 이게…… 이게…….”
“뭐? 왜?”
“녹음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뭐? 무슨 소리야. 야, 잠시 차 세워.”
“네.”
고미아가 대답하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
“사진, 사진은…… 아, 씨발, 이거 왜 이래?”
“뭐야? 왜?”
“사진도 전혀 없어요. 모두 사라졌…….”
“내 폰에는…… 있는…… 아, 이게 뭐야?”
고미아가 자신의 폰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노트북…… 노트북…….”
이용진 기자가 노트북 가방을 당겨 가며 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유지영은 자신의 품속에 있는 폰을 꺼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