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8
203. 대가는(2)
“위니에게 들었지?”
“응.”
“내가 내 얼굴로 움직이면 조사하는 자들과는 상관이 없지만 일처리를 못하고, 에런 젠킨스로 움직이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아깝다.”
“카리브해 관광은 다음에 순수하게 관광으로 오기로 하자.”
“응. 나는 그래도 좋아.”
상실감이 있을 것인 데도 내색하지 않고 좋다고 한다.
며칠 후에 이 새봄의 생일이 아니었으면 혼자 올 예정이었다.
이 새봄은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해외여행은 자신이 벌어서 가려고 했는데, 딥 페이크로 인해 강제 포기된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본 것은 제주에 갈 때가 유일했다는 말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었다.
그래서 동행하자고 한 것이다.
송금처리만 하고 갈 여정에서 며칠을 추가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추가된 일정에 새봄의 생일이 들어 있다.
“그 친구에게 연락해봐.”
“아무래도 이 친구를 만날 운명이었던 거네.”
유학 온 고등학교 때의 절친이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네, 지금 연락해봐.”
“지금 나갈 거야?”
“빨리 처리하고 돌아오려면 빨리 가는 것이 맞지.”
***
[오빠, 일 끝났어?]“응. 끝났어. 친구와 같이 있어?”
해양 탐사선 건조비용 처리가 예상기간을 넘겨 일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는 금요일 아침이 되었다.
전화를 했을 때, 이 새봄은 아주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응, 별일 없었어?]“아무 일 없었어, 걱정 않아도 돼.”
에런 젠킨스를 추적했다고 하더라도 즉시 추적은 불가능하다.
위니 같은 28세기의 인공지능 컴퓨터와 워쳐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끝없이 수소문을 해야 한다.
당연히 딜레이 타임이 발생한다.
며칠이 걸릴 수도,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에런 젠킨스 외 1명이라고 남지 않도록 혼자 움직였다.
[다행이다, 지금 올 거지?]“친구와 같이 있어?”
[응, 자고 있어.]호텔은 스위트룸으로 얻었고, 방은 여유가 있다.
“그래, 함께 아침 먹어도 돼?”
[응. 친구도 오빠 보고 싶어 해.]태영은 호텔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선 후에 얼굴을 회복시켰다.
~딩동~
객실문에 붙은 벨을 눌렀다.
~딸깍~
잠시 후에 외출 준비를 갖춘 이새봄이 문을 열었다.
“어서 와. 오빠.”
이새봄은 태영의 목에 매달리며 짧게 입을 맞췄다.
불과 이틀을 헤어져 있었지만,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김다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Kayla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스위트 룸 거실에 서서 태영에게 인사하는 이새봄의 친구는 늘씬한 키에 상당한 미인이다.
“네, 반갑습니다. 최태영이라고 합니다.”
“봄이 어려울 때 해결해 주셨다고….”
“아, 네.”
“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런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케일라, 아니 김다영은 이 새봄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뭐… 그냥 좀.”
“지금 같이 살고 계신다고 해서 부럽구요.”
비밀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
“하하, 미국까지 와서 친구에게 맡겨 두어서 미안합니다.”
“같이 갈 수 없는 일이 있었다면서요. 뭐.”
“자, 식사하러 나가시죠.”
“네.”
“오빠, 다영이는 미국에서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좀 하려나 봐.”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면서 대화가 바뀌었다.
“졸업하셨나요?”
“가을에 졸업입니다.”
“이번에 호비라즌에 지원했는데 합격을 못했나 봐.”
“그래?”
호비라즌, 페이스첵에서 만든 메타버스 회사이다.
리얼판타즈의 경쟁사 중에 한곳.
“코아워드나 루버럭스에 지원할 생각이기도 하고.”
이 새봄이 이 말을 툭툭 던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말한 회사들은 모두 메타버스 회사다.
“메타버스 회사에 입사를 하시려구요?”
“네, 그쪽에 관심도 많고, 공부를 해 왔거든요.”
“봄이가 메타버스 회사 대표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모양이죠?”
“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이 새봄을 돌아보았다.
“…그거 정말이야?”
“응, 근데 작은 회사이고 네가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몰라서 말 안했어.”
“혹시, 너희 회사 미국에 진출할 계획은 있어?”
“왜?”
“미국에 진출할 거야 아니야?”
“진출하면?”
“미국지사 설립할 거 아냐? 그럼 내가 거기 취업할 수도 있지.”
“그럼, 한국에 와서 입시지원 해.”
“돌아가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몇 년은 더 있다가 가려고.”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나머지 이야기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계속되었다.
“맘에 드는 놈이 한 놈 있는데, 이게 안 넘어와.”
“남자?”
“그럼, 남자지. 내가 레즈인줄 알았니?”
“그게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
“같은 학교는 아니고, 지금 석박사 과정 중인데, 도무지 넘어오질 않네.”
~웅~
“나 전화 좀 받을게.”
“으응.”
태영은 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몇 발자국 멀어졌다.
“말해.”
[11시에 가능해?]“가능해.”
[그런데….]“왜?”
[이게 정보기관이 만나는 자리이다 보니… 네 동행이….]“왜 함께 가면 안 된다고?”
[…그래, 미안하다. 우리 쪽은 양해가 되었지만, 저 사람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해서.]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그럼 안 만나면 되지.”
[야, 좀 봐 줘라. 그 일 때문에 우리도 죽겠다. 세 사람이 출장을 왔는데.]“국가 간의 일이라는 말이지?”
[…그게… 그래. 저쪽에서는 꼭 협조를 부탁한다고 하고.]그 나라를 대표적인 정보기관끼리 협의할 일이란 상호 주고받고 하는 것이 있을 거다.
태영은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고.
그렇다고 그것을 알고 싶지는 않다.
“그럼, 너희 회사를 대신해서 내가 저쪽의 부탁을 들어주면, 너희 회사는 내게 뭘 해 줄 수 있는데?”
[그으….]“올 때, 제스에게도 말했지만, 난 정부요원이 아니다.”
[그래, 알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생각해 둬. 대가로 뭘 줄 수 있는지. 돈 필요 없다는 말은 이미 했고.”
“나, 참석 못한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오니 이 새봄이 물었다.
위니가 알려주었다고 했다.
“응, 맞아.”
“이해해. 거긴 조금 다를 테니.”
“그래, 나 혼자 다녀올 테니, 친구와 좀 더 지내. 다영씨, 미안해요. 친구를 좀 더 맡겨야 할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도 많고.”
“봄아, 지사형태로 미국 진출 건, 다영씨와 이야기를 해봐. 범위에 제한 두지 말고.”
***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프리먼이오.)”
제프와 사비나는 이미 아는 얼굴이다.
프리먼은 제프보다 상급자로 보인다.
물론 위니는 프리먼의 본명이 Daniel Crawford라고 알려주었다.
“Bryson Lane from NASA.”
“Daina Graham.”
NASA에서 온 브라이슨 레인과 다이나 그레이엄은 간단히 이름만 말했다.
“(반가워요.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엘리샤 페인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들이 참석한 것은 조셉이 가져왔다는 USB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린, 조셉이 가져온 USB의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에 특이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브라이슨의 말이다.
어렵게도 말 한다.
현장에서 무언가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보기에는 거기에 머무른 시간이 너무 짧았다.
특이한 것이 있어도 별 것 없었을 것이다.
“(나는 함께 갔지만, 연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소.)”
즉각적인 태영의 대답에 브라이슨이 입을 다물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할까 말까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아는 것 까지는 답해 줄 수 있소.)”
이야기를 간결하게 끝내야 할까? 아니면?
말에 여지를 두었다.
“(조사 자료의 일부에 특이한 에너지 현상이 있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워프 항법 연구하고 있죠?)”
“(헛!)”
말을 끊으며 질문하니 브라이슨이 깜짝 놀란다.
“(….)”
CIA 사람의 눈이 두 배는 커졌다.
“(…그걸….)”
그걸 어떻게?
아주 쉬운 일이다.
제스와 류지현, 그리고 이름을 말하지 않은 요원은 ‘이게 무슨 소리야?’ 라는 표정이다.
세 사람은 워프 항법 자체를 모르고 있을 수 있다.
“(…혹시 흔적….)”
“(사람의 눈이나 촉감으로 흔적의 확인이 가능합니까?)”
“(절대….)”
그렇지, 그게 정상이다.
“(내가 말한 대가와 관련이 있는 것은 그쪽과 그쪽이 모두 해당됩니까?)”
CIA와 NASA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
쉽게 답을 못할….
“(그렇소.)”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답이 빠르게 나왔다.
CIA는 고개를 끄덕, NASA에서는 답을 했다.
“(서류로 주세요.)”
말을 하다 말고 대가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류지현은 ‘저 미친놈’이라고 속으로 욕을 하고 있는 얼굴이다.
대가로 무언가를 주려 했다면 답지가 여럿일 수 있다.
태영이 알고 있는 수준에 맞춰서 내어 놓을 것이라는 것은 말 안 해도 안다.
어떤 자료에서 보니, CIA는 유능한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그건 협상의 달인이라는 말이다.
“공, 너는 뭘 줄 건데?”
제스에게 묻지 않고 류지현에게 물었다.
류지현의 시선이 제스에게 돌아갔다.
“우린, 귀국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겠소?”
“화장실 이야기 아시죠?”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다녀온 후의 마음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사비나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데, 듣고 있겠지?
“…흠! 한 가지는 무조건 들어 주겠소.”
“약속했습니다?”
“그렇소.”
“일구이언 이부지자.”
잠시 콧김을 뿜는 것 같았지만, 금방 태연 해진다.
아주 모욕적인 말인데, 너무 쉽게 넘어가는 거 아닌가?
“무조건이란, 단서조항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
이건 꼭 짚어 두어야 한다.
무조건이란, 때에 따라 어마어마한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니.
“(요원과 동급의 출입국 절차, 그리고.)”
제스와 이야기가 끝났을 때, 프리먼이 말했다.
요원과 동급의 출입국 절차라면, 출입국 신고를 하지 않고, 검색도 없다는 뜻이겠지.
오해일까?
“(면책권. 다만, 미국 시민을 살해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소.)”
오! 훌륭하다.
아니, 과하다.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고 현장에서 잡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주는 것이 너무 크다.
그 대가로 주고 뭐를 요구할까?
프리먼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밀기 전에 3장이나 가지고 온 것 중에 가장 아래의 것을 빼 내는 것을 태영은 보았다.
각장마다 서로 다른 조건이 있었겠지.
프리먼이 말한 것이 각각 적혀 있고, 대신 지원 요청이 있을 때, 태영이 반드시 응해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보수는 수마트라 탐사를 기준으로 한다.
부대조건으로 년 2회까지, 기간은 최대 3주까지라는 문구도 있다.
면책조항의 가치로 보면 3주 정도야 별거 아니지만, 생각키에 따라 면책조항 자체가 별 것 아니다.
대신 써먹을 일은 충분하다.
대체 무엇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미국은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귀화를 종용한다고 하던데, 뇌피셜 인가?
“(서명하죠. 티벳 재탐사는 4월 2주째에 가능합니다.)”
“(좋소.)”
양쪽이 서명을 마쳤다.
제스가 공증인으로 같이 서명했다.
“(2개 조항에 대한 것을 증명하는 카드를 오늘 저녁까지 호텔로 보내겠소)”
“(고맙소.)”
이미 그런 사례가 있겠지.
그러니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쉽고, 카드도 이렇게 재빨리 가능할 것이다.
“(워프 항법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서류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서 한마디 했다.
(“네?)”
(“지구상에 이상현상만 만들어 낼 것입니다.)”
브라이슨의 낭패한 표정이 볼만 하다.
“(그걸 어찌 알….)”
“(그렇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그건 추가로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마디로 코 꿰인 거지.
워프 항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추가적인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한국 지부를 통해 연락 하겠소.)”
“(좋습니다)”
프리먼과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NASA는 별도로 메일을 보내던 지, 전화를 하라고 했다.
“(이거 요청했죠?)”
태영이 가지고 간 패키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에사믹?)”
“(맞습니다. 이건 제원.)”
종이 몇 장을 내 밀었다.
모두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에사믹의 제원표다.
“(방어 정도가 70%라… 이건 기준이 어찌 됩니까?)”
“(표현이 모호하지만, 5.56밀리 NATO탄은 전방 10미터에서 맞아도 관통하지 못합니다. 단, 통증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맞은 부위가 멍들거나 뼈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류지현이 자신의 팔을 보며 더 놀란다.
지금도 에사믹을 입고 있다.
듣기는 했지.
목숨을 한번은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류지현의 회사에 샘플로 5벌을 주면서 저 설명은 해 주지 않았다.
“(7.62밀리는 10발 중에 3발은 뚫릴 수 있고, 저격총으로 철갑탄을 쏘면 뚫립니다.)”
“(호… 대단하군요.)”
“(얼굴에 뒤집어씌울 수 없는 것이 단점이죠.)”
“(가격은 어찌 되오?)”
“(1벌에 3만7천불, 최소 주문 수량은 3천벌입니다.)”
저희들끼리 소근소근.
태영에게는 다 들리지만 그냥 두었다.
드론 이야기도 소근 거리는 중에 나오고 있다.
그건 다이나믹스카이와 할 이야기다.
어제, DIA와 만났을 것이다.
“워프 항법….”
밖으로 나오자 말자 제스가 참았던 의문을 해소하려는 듯 말을 꺼냈다.
“거기서도 정보가 필요합니까?”
“그게….”
“필요하면 그것도 귀국해서 하죠.”
***
“(조셉.)”
병원 로비에는 조셉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 반가워.)”
“(그래, 가자.)”
오전에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회의 때문에 오후에 약속을 잡았다.
“(최, 무슨 일 때문인지는 말하지 않을 거야?)”
“(너도 병실에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혼자 만날 거야?)”
“(그래.)”
“(알았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
“(이해해 줘서 고마워)”
병실 앞.
특별히 단속하는 사람은 없지만 CCTV는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