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59
204. 대가는(3)
“(앨리슨.)”
눈앞에 보이는 앨리슨은 마치 미라처럼 보인다.
얼굴은 창백하고 뼈와 가죽만 남은 행색이다.
허리 아래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링거가 꽂힌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미소를 띤다.
휠체어가 있는 것을 보니 움직이기는 하는 것 같지만, 상태는 아주 나빠 보인다.
“(……하이, 최)”
“(많이 좋지 않구나.)”
“(……그래, ……죽고 싶을 뿐이야.)”
CCTV를 재녹화하라고 해 두긴 했지만, 너무 긴 시간을 재녹화 처리하면 이상해진다.
가능하면 재빨리 나가야 한다.
“(퇴원할 수 있어?)”
“(퇴원?)”
‘너 지금 나 놀려?’ 그 표정이다.
“(그래 퇴원.)”
“(최…… 놀리지 마. 네가 놀리지 않아도 나는 죽어 가고 있어.)”
“(희망을 놓아 버린 거지?)”
“(……맞아. 더 이상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럴 것이다.
눈가에 눈물도 맺힌다.
“(내가 무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 알아. 이 상태인데 퇴원하라고 하다니.)”
“(더 빨리 죽으라는 말은 아니지?)”
씁쓸하게 웃는다.
“(오늘 날 만난 것을 오로지 너 혼자만 알고 퇴원하면, 내가 걸을 수 있게 해 줄게.)”
“(그…… 그게 말이?)”
“(한번 믿어 보면 어때?)”
태영의 그 말에 대답을 않고 가만히 태영을 바라본다.
그냥 침묵 상태로.
“(너희…… 모두 다친 곳 없이 살아서 돌아왔다고 했지?)”
1분은 충분히 지났을 때 물어왔다.
“(그래.)”
“(언제까지?)”
“(빠르면 빠를수록.)”
“(집에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거지?)”
“(입이 무겁고, 믿을 수 있는 한 명.)”
“(그래, 어차피 이 상태로는 내게 미래가 없으니까. 내게 거짓말했으면 죽어서 널 찾아갈 거야.)”
“(어렵게 찾아올 일이 없을 거야.)”
“(그래.)”
앨리슨은 자신의 옆에 있는 폰을 들어 보안 패턴을 해제한 후에 태영에게 주었다.
태영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를 누른 후, 전화 수신이 되는 것을 보여 주었다.
“(간다.)”
“(잘 가. 그리고 고마워. 찾아와 줘서.)”
이러면 되었다.
조셉에게 말할까?
모르는 연락처이지만, 찾아서 통화하기 애매해서 조셉에게 부탁해서 만났다.
비밀 유지가 될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
~웅~
[앨리슨에게서 전화입니다.]저녁 식사를 하고 친구를 보낸 후, 제법 늦은 시간에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다.
폰을 꺼내면서 보니, 뉴욕 기준 10시가 넘었다.
“Hi.”
[I am home now.]대체 얼마나 서둘러 처리했으면 벌써 퇴원하고 집에 왔을까?
하반신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걸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믿어 보고 못 걸으나, 안 믿고 못 걸으나 결과는 같다.
밑져 봐야 본전인데, 시도라도 해 봐야지.
“Who’s with you? (누가 같이 있어?)”
[Joseph. He’s going to leave soon. (조셉, 그는 곧 갈 거야.)]“Please wait for 20minutes. (20분만 기다려 줘.)”
[Do you know where I am? (어디인지 알아?)]“Yes, I know.”
한마디로 답하고 끊었다.
“오빠, 어디 가?”
전화를 끊자, 이새봄이 물어왔다.
“아니, 내가 가지 않고, 클라미를 보낼 거야. 방으로 올라가자.”
“응, 난 또 혼자 있어야 하나 싶었어.”
미국에 와서 이새봄을 외롭게 한 것 같다.
한국 땅에서라면 몰라도 미국에서 그러면 안 되는데.
태영은 룸에 도착하자 가방에서 패치 봉지와 알약이 든 작은 통을 꺼냈다.
그리고 메모지에 사용법을 썼다.
클라미를 꺼내 뚜껑을 열고 메모지와 패치 봉지, 그리고 알약을 넣었다.
“위니, 앨리슨의 집으로 클라미 보내 줘.”
패드를 꺼내고 앳윌플레이를 켰다.
클라미가 날아가며 뉴욕의 밤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앨리슨의 집이 있는 Pitkin Ave까지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밤이 깊었고, 클라미가 워낙 작기에 CCTV를 고려치 않고 날아갔다.
“정말 빨라.”
옆에서 보고 있던 이새봄이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시속 350Km 정도로 날아가니까.”
클라미는 환기구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조셉이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위니, 실내에 CCTV 확인.”
[숨겨진 카메라 3대 있습니다. 재녹화로 처리하겠습니다.]“그래.”
앨리슨이 설치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셉, 고마워. 잘 처리해 줘서.)] [(그래, 연락할게.)]조셉이 나갔다.
문밖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서 있던 조셉이다.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왜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조셉의 중얼거림으로 보면, 조셉에게도 비밀을 지킨 것 같다.
~빙빙빙~
클라미가 앨리슨의 방으로 들어가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클라미를 바라본다.
“(앨리슨, 나 최야.)”
[(아, 리모트로 조종하는 중인가?)]“(그래.)”
[~딸깍~]클라미의 등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천천히 앨리슨의 앞으로 갔다.
“(안에 있는 것 받아.)”
앨리슨이 손을 내밀자, 클라미의 발이 올라와서 그것들을 꺼내 주었다.
“(주사 패치 4개, 90개의 알약이야. 사용법은 메모지에 적혀 있어.)”
[(그러면?)]“(2주가 지나면 일어설 수 있어. 그 이후는 내가 말해 주지 않을 거야. 어떻게 될지 기대해 봐.)”
[(그게……?)]“(가장 중요한 것, 이 패치와 약에 대해 비밀을 지켜 줘야 해.)”
[(그게 정말이야?)]이제야 걸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시 물어온다.
“(믿어 봐, 휴가 즐기고.)”
태영은 클라미를 좌우로 흔들었다.
퇴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치료차 휴가 중이라고 했다.
“(바이.)”
이것으로 미국에 와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끝냈다.
내일 아침, 조셉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제 남은 이틀은 이새봄과 즐겁게 보내는 일만 남았다.
“저분은 왜 저렇게 된 거야?”
클라미를 통해 전송된 영상을 말없이 지켜보던 이새봄이 물었다.
“지난해, 티베트 출장을 함께 갔었는데, 중국 무력 집단에게 공격을 받았어.”
그들은 용병이라고 했지만, 용병으로 위장한 군인이다.
다른 사람들은 속을지 몰라도 태영은 안다.
“무력 집단? 몇 명이?”
“저쪽에 일곱, 우리 쪽 셋.”
“프린세스가 그때 같이?”
“맞아. 세르파 여덟이 갔는데, 모두 돌아오지 못했어.”
“아…….”
이새봄이 침울한 얼굴로 바뀌었다.
“왜?”
“이번에 저 사람들하고 회의한 것이 그런 일에 참여해 달라는 거 아냐?”
눈치가 빠르기도 하지.
하긴, 전후 상황을 유추해 보면 짐작이 가능했을 것이다.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난 날아다니기도 하잖아?”
“흐응, 그래서 조금 안심이 되지만, 위험한 건 맞잖아?”
“이런 거 내가 보여 주지 않았지?”
질문을 하면서 호텔 거실의 소파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흡…… 이거?”
“맞아, 나를 해치려 하는 자들이 있다면, 이 힘으로 팔다리 정도는 쉽게 분질러 버릴 수 있고, 목도 분지를 수 있어.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하아…….”
이새봄이 품속으로 파고들며 등을 껴안았다.
보여 준 것은 염력으로 쓸 수 있는 힘의 맛보기도 안 된다.
수백 톤의 물건도 쉽게 집어 던질 수 있지만, 그 정도를 보여 줄 필요는 없으니까.
태영은 이새봄을 안고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스위트룸의 거실이 넓기는 해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는 없다.
천천히, 나비가 날듯이 방 안을 움직였다.
“행복해.”
“…….”
“오빠를 만나서…… 너무…….”
‘그래, 나도 너를 만나서 내 결심이 흔들려 버릴 줄 몰랐다.’
***
“(휴가는 언제까지야?)”
“(5월까지.)”
식당의 별실에서 만난 조셉에게 물었다.
오랜 기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온 둘에게는 장기간의 휴가가 주어졌다고 했다.
몸을 회복할 필요도 있었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도 극복해야 한다.
“(친구?)”
함께 온 이새봄과의 관계를 묻는 것이다.
“(그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그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어제, 앨리슨이 억지로 퇴원했어. 이유를 모르겠다.)”
“(한 달 뒤에 찾아가 봐.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둬.)”
“(어제 네가 면회한 뒤에 그랬는데, 너와 관련이 있어?)”
“(복귀할 거지.)”
대답 대신 물었다.
“(생각 중이야.)”
“(휴가 끝날 때나 결정할 거지?)”
“(……그래.)”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물었더니 그렇단다.
“(내가 얼마 전에 중국에 살짝 다녀왔어.)”
“(뭐?)”
저희들도 종종 하는 일일 텐데 놀라기는.
“(너희 요청으로 비밀리에 수마트라를 다녀온 적도 있어. 알아?)”
“(몰라.)”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너희 회사 8명, NASA 7명 그리고 나와 프린세스.)”
“(결과는?)”
실패했을 거라 생각하는지 덤덤하게 묻는다.
“(나와 프린세스, 그리고 NASA의 한 명만 귀환했어.)”
“(나머지 사람들은 너와 같이 행동하지 않은 거지?)”
“(그래.)”
“(너에게 맡기면 생환이 가능한데…….)”
생환하기도 하지만, 임무에 성공하지.
거기서 발견한 것을 숨겨 두었으니, 태영의 입장에서는 성공했고, 저들 입장에서는 실패다.
“(내가 다녀온 중국의 어느 장소에 1Kg 골드바 3,200개가 잠자고 있어.)”
“(…….)”
놀라긴 한다.
아직 그 집 주인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와 있어도 상관없다.
모두 그 금고가 있는 터널 속에 묻어 버리면 된다.
“오빠, 요즘 금값이 얼마야?”
“아마, 1Kg에 대략 7만 불?”
김세인의 일 때문에 대충 기억하고 있다.
“그럼…… 대략 2천5백억?”
계산 빠르다.
“(네가 그곳에서 당한 대가로 어떨지는 몰라도, 그것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불가능한 일, 그리고 나는 도둑이 아니야.)”
조셉에게 말하자 나온 대답이다.
이상한 논리를 대고 있다.
“(그럼, 너의 동료들은 죽을죄를 지어서 티베트에서 죽은 거야? 너 역시 그렇게 당할 만해서 당한 거야?)”
“(…….)”
“(나는 단지, 대가를 받아 내고 싶을 뿐이야. 너는 대가를 받고 싶지 않아?)”
눈동자를 내리깔기에 기다려 주었다.
“(방법이 있어?)”
제법 시간이 지나서 나온 질문.
마음이 동한 거다.
“(있어. 가져왔을 때, 달러로 바꾸는 것은 네가 해야 해.)”
“(앨리슨은?)”
이걸 묻는 것은 한다는 거다.
“(네 몫으로 절반, 거기서 알아서 나눠 줘.)”
“(언제? 그리고 뭘 준비해야 해?)”
“(4월 2주 차에 내가 너희들 다른 팀과 다시 티베트에 가게 돼. 밀입국으로.)”
“(그리고?)”
“(홍콩 남쪽 150Km 지점 공해상에 화물선 한 척.)”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 안쪽이야.)”
“(방법을 찾아봐.)”
“(체류해야 하는 기간은?)”
“(지정하는 시간으로부터 최대 8시간.)”
“(…….)”
말을 않고 가만히 태영을 바라본다.
“(배를 준비하는 것은 3톤이 넘는 골드바를 비밀 장소에서 꺼내 공해상으로 가져오는 일에 비하면 일도 아니야.)”
알긴 아네.
“(그래, 맞아.)”
“(너 혼자 해도 되는 일에 날 끌어들이는 이유가 뭐야?)”
“(함께 생사를 넘어왔으니 나누고 싶은 거.)”
생각나는 말이 그것이다.
물론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것 포함이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가족들……은?)”
“(그건, 네가 알아서 해. 그들이 입을 다물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를 알겠지.
“(너에게는 절대로 원한을 지면 안 되겠구나?)”
“(그게 좋을 거야. 난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
“(멋지다는 말이야.)”
“(이 일을 승낙했으니, 작은 심부름 하나 부탁하자.)”
“(말해.)”
“(오하이오의 신시내티, 뱅크 애비뉴에 Kalina Downey와 그녀의 딸 Erie Downey가 살고 있어.)”
“(그런데?)”
“(나도 부탁을 받은 것인데, 이거 에이리 다우니에게 좀 전해 줘.)”
두툼한 봉투를 테이블 한쪽에 올렸다.
“(무엇인지 물으면 안 되지?)”
“(미 재무부 발행, T본드 백만 달러짜리 2백 장.)”
“(뭐?)”
이번에도 거의 펄쩍 뛸 정도다.
2억 달러.
2천5백억 정도 되는 돈이다.
이새봄도 놀란다.
조금 전에 2,500억 이야기를 했는데, 또 놀라면 안 되지.
그 돈은 아직 손안에 있지 않지만, 2천5백억은 손안에 있으니 그런 건가?
조셉은 손을 떨기까지 하면서 봉투를 들어 올렸다.
“(에런 젠킨스?)”
봉투에 쓰인 발신자의 이름이다.
“(나하고 친분이 좀 있어. 내가 CIA 사람을 안다고 했더니, 내게 부탁을 했어.)”
“(전해 주기만 하면 돼?)”
“(뒤처리도 같이.)”
고개를 끄덕끄덕.
CIA 사람을 안다는 것과 뒤처리 부분이 의미하는 뜻이 있을 테니.
“(휴일 지나고, 다른 폰을 구해서 그것으로 연락하겠다.)”
그 말을 듣고 크로스백에서 폰을 한 개 꺼냈다.
“(이거, 중국 선불 폰이야.)”
“(중국?)”
“(거기에 입력되어 있는 한 개의 전화번호, 그 폰은 내가 들고 있어.)”
“(잠시…… 잠시만…….)”
폰을 주머니에 넣고 봉투를 들다가 이름을 유심히 본다.
“(……?)”
“(다우니…… 아주 희귀한 성……, 이 사람 누구야?)”
이거 뭐야?
뭔가 아는 느낌인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조셉이다.
“(……나는 모르지.)”
그렇게밖에 말을 못 한다.
어차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2018년 이라크에서 사라진 미군.
고려 시대 내몽골 지역에서 만났지만.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