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61
206. 파멸
“류 대표님이 알려 주세요.”
“네, 미군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키로 MOU 체결했고, 미 국방부에서 승인이 나는 대로 공급 계약을 할 것입니다. 규모는 95억 달러입니다.”
“한 방에 10조?”
누나가 놀라움을 표했다.
“누나 최 사장은 매출이 어찌 되는데?”
“그게…….”
조영희가 태영과 누나를 구분하기 위해 누나를 최 사장으로 불렀다.
누나에게 물으니 태영을 보면서 답을 안 한다.
“월 1조 조금 넘어요.”
답은 태영이 대신했다.
지난달에 1조 2천억이라고 했으니 대충 맞지 않을까?
“1조? 월? 연간도 아니고 매월?”
“매월 증가 중이죠.”
“와 이거, 우리 호텔은 거기에 비하면 시골 구멍가게 수준이네. 뭐가 이런?”
조영희의 장난스러운 푸념이다.
“국내 판매만 그런 거 아냐?”
“사실은 거의 95% 이상이 해외로 나가요.”
“어떻게? 수출은 안 하는데?”
“개인의 구매 대행으로 나가죠, 태영이가 학생들 알바 대신 할 수 있도록, 그냥 그대로 가자고 해서 그대로 두고 있어요.”
그것들이 이미 짝퉁이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앳윌플레이는 짝퉁도 만들지 못하지만, 배터리인 어피션은 모양만 꼭 같다.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아, 맞다. 내 딸도 그거 매일 한 개씩 사서 1주일에 한번 가져다 판다고 하더라.”
“우리 회사 택배 수거하는 분, 전세 살다가 큰 집 사서 이사했어요. 얼마 전에.”
“와, 뭐가 그런? 공정위에서 지랄 안 해?”
안 할 리가.
다만, 뭔가를 건들 방법이 없다.
주제가 메이스타로 넘어가고 있다.
방향을 돌려야지.
“자, 아무튼 다음 건입니다.”
“에이, 호텔이 구멍가게가 되어 버리니 의욕이 안 생기네.”
“아마도, 주식을 팔라고 하거나 투자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접근할 것입니다.”
조영희 사장이 투덜거리든 말든 태영은 할 이야기를 했다.
“…….”
“간혹, 폭력을 동반한 접근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호해야 해?”
“그럴 필요는 없구요. 당분간 주식 거래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면 좋겠는데요.”
“동의.”
“나도 동의.”
조영희를 시작으로 대략 동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래도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데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적당한 시점에 유상 증자를 한다고 말하고, 연락처를 받아 두십시오.”
“몇 배수나?”
“지금 생각은 500배수입니다.”
“할까?”
“하지 말라고 하는 건데요?”
“그렇네.”
“류 대표님, MOU 사실은 언제쯤 알릴 예정입니까?”
“당분간 함구하기로 했고, 발표하려면 미국 측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자, 이제 끝났으면 밥이나 먹지. 구멍가게 주인이 밥 사는 거야, 다들 알고 드셔.”
조영희가 농담을 던지자 다들 웃는다.
이제 남은 주총은 리얼판타즈 한곳.
직원 11명을 포함한 기존의 주주 18명에 32명이 추가되어 50명이 될 예정이다.
초기부터 태영과 함께한 사람들, 관련이 있는 각 사의 직원들 중에서 초기 멤버들이 주주로 참여하게 했다.
리얼판타즈의 직원은 대여를 해 줘서 지분을 높일 수 있도록 예정되어 있다.
직원이 아닌 지인으로 주주가 될 사람.
박주한 회장, 조영희 사장, 안재희. 그리고 김한슬.
***
현직 변호사의 난교 동영상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일 뉴스에 나온 일부에 불과한 정지 영상은 완벽한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다.
단지 옷을 입지 않았다는 느낌만 나오도록 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너튜브에서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영상이 나타났다.
2분에서 3분 단위로 플레이 시간이 나누어져서 무려 20개.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맨얼굴을 본 네티즌 수사대가 신원을 모두 찾아냈다.
네티즌 수사대와 너튜버가 찾아낸 과거의 자료가 홍수처럼 넘쳐났다.
‘떡잎부터 알아봤다’는 고전적인 말도 등장했다.
심지어 초기에는 19금 인증 과정 없이도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뒤늦게 강제 삭제되었지만, 영상은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
영상 속의 사람은 모두 도예은을 성폭행 인물이다.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낱낱이 밝혀졌다.
성장 과정과 현재의 사회적인 위치도 모두 밝혀졌다.
가족들의 얼굴까지 정보와 함께 떠돌았다.
‘모두 허위로 조작된 내용이다. 끝까지 추적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들 중에 몇이 기자들 앞에서 소리쳤다.
‘저러고도 변호사냐?’
‘자격을 박탈해라.’
실제로 이혼 소송을 당한 사람은 뒷전이다.
현직 변호사가 둘, 경찰도 있다는 점에서 그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소리쳤다.
“전에 어떤 국무총리가 했던 말과 비슷하네.”
아니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숨겨진 범죄를 까발린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웃기는 것은 아무도 그들을 고소하거나 고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소할 사람이 없는 거다.
“위니, 잘했어.”
뉴스에 모자이크된 이미지를 보고, 위니에게 분할 편집을 하도록 했다.
일부러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모두 공개했다.
알고리즘에 무관하도록 조작해서 누구든 너튜브에 접속하면 가장 상단에 보이도록 했다.
[마스터.]“응.”
[이거 들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들려줘.”
[아니, 그래서 못 한다는 말입니까?] [그게 쉽지 않아.] [지금 이 분위기 딱 좋은데, 요즘 폭풍이 몰아쳐 주고 있으니까 살짝 냄새만 피워도 그놈은 태풍에 날아갈 텐데, 왜요?] [그래, 요즘 분위기 좋지. 그런데 네가 하자는 그게 느낌이 좋지 않아.] [아니, 언제는 그렇게 해 보라고 꼬드기더니 이제 와서 그래요?]“서은율?”
[한 사람은 유지영입니다. 그리고…….]대화에 나온, 따지는 사람은 서은율의 목소리다.
입대 전에 자신과 잠깐 사귄.
입대하고 두 달인가 지났을 때 차였다.
그런데 친구들의 전역을 축하하는 자리에 나타났었다.
다시 사귀자고 했다.
“저 미친 것이.”
그날의 대화 중에 몇 마디는 기억난다.
‘야, 전화번호는 왜 바꿨어?’
자신을 쫓아와서 그렇게 물었다.
‘우리 헤어진 사이 아닌가?’
그렇게 답해 주었는데 다시 만나자고 했었다.
‘그냥, 서로 몰랐던 사이로 돌아가자.’
그리 말하고 돌아섰다.
그랬더니 ‘두고 보자.’라고 했던 것 같다.
유지영과 이용진의 대화에서 태영을 ‘성폭행으로 집어넣고 매장시켜 달라.’고 요구한 사람.
짐작이 맞았다.
서은율을 감시하고 움직임을 모니터할 필요는 없었다.
세상 힘든 일을 겪어 보지 않은 철부지가 투덜거리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이런 짓을 하네.”
[그럼 네가 직접 고소하든지.] [뭐래 대체?] [요새 성폭행은 증언 제일주의로 고소만 하면 유죄 추정 원칙이라는 거 몰라?] […….] [고소하려면, 스토리를 잘 짜서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해. 특히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만들려면, 한마디도 틀리면 안 돼, 그게 아주 중요해.] [그 스토리를 짜 주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 일을 처리하면 우리에게도 떨어지는 것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게 확신이 없어.] […….]서은율이 다른 말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유지영, 저 여자가 문제구만.”
[이용진을 시켜서 조사해 보길 잘 했지.]유지영이 중얼거리며 혼자 사무실 안을 서성거린다.
[그놈과 대립했던 유재구의 죽음, 우연일까?]담배를 꺼내 든다.
실내 금연인데.
[마지막에 경고, 정말 무서웠거든.] [사진과 녹음, 동영상이 모두 사라진 것, 결코 우연이 아니야.]아, 그걸 괜히 지웠나?
“위니.”
[네, 마스터.]“이용진과 유지영 동영상 많지?”
[그날 이후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습니다.]그날, 딥페이크 피해자들의 모임이 있었던 날이다.
그 후에 태영은 이새봄과 함께 미국을 다녀왔고 제법 긴 기간이었다.
태영이 직접 영상을 보고 구간을 정해 주려면 그 일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너무 많다.
“내가 항상 말하던 수준으로 구간 분석 가능해?”
[유지영 영상 32컷, 이용진 영상 16컷 가능합니다.]“같이 올리면 묻히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난교 동영상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난교 영상에 비하면 성인 동영상은 가벼운 수준이다.
사건으로 부각되려면 묻히면 안 된다.
“그럼 워처를 좀 더 붙여 놓고, 촬영을 더 하자.”
[그렇게 하겠습니다.]“이용진과 유지영은 24시간 촬영?”
[네, 24시간 촬영입니다.]아주 은밀한 부분까지 모두 영상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서은율 폰에 인태프 심어서 녹음해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서은율이 포기하면 모를까, 아니라면 뭔가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태영의 눈에 임은이가 거주 중인 아파트가 보였다.
“위니, 동관의 골드바 3,200개를 가지러 갈 거라는 거 알고 있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드론이 필요한 거죠?]“그래, 티베트 재조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 그곳을 거쳐서 올 거니까.”
[기본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일단, 조립식 소형으로 휴대와 이동이 용이하고, 방탄, 레이더 감지 안 되고, 빠른 속도…….”
[소지하고 이동 시에 크기를 최소화하려면, 수동 조립 형태여야 합니다. 레이더 감지는 안 되게 가능하지만, 소형화하면 방탄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태영이 말한 여러 조건들을 들은 위니가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럼 방탄은 포기하기로 하자.”
상반된 조건에서는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 기준으로 정리합니다.]“필요한 건?”
[몇 가지 원료를 배합해야 합니다. 태성기술에 잠시 갈 수 있겠습니까?]“시간이 얼마나 필요한데?”
[필요한 원료는 태성기술에 모두 있으니, 체류 시간 기준으로 1시간이면 가능합니다.]태영이 각 사에 보내 준 컴퓨터는 태영의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가 통제하기에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다.
“그래, 들렀다 가자. 그런데 골드바 크기가 얼마였지?”
[보호용 케이스 포함하여 64, 114, 11밀리입니다]보호 케이스 포함하여 무게는 3.3톤이 될 것이다.
“쌓으면?”
[가로 8개, 세로 10개로 40단 쌓으면 52, 120에 높이 44센티가 됩니다. 드론에 탑재하기에 합리적인 크기입니다.]세로를 5개로 줄여서 두 뭉치로 만들어도 된다.
“드론 크기를 골드바하고, 거기 있던 각국 지폐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하면 좋겠다.”
[알겠습니다.]~띵동~
~딸깍~
현관의 벨을 누르자 몇 초 지나기도 전에 슬리퍼 끄는 소리와 함께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와.”
문을 열어 준 김명준이 뒤로 물러서고 있고, 그 뒤로 임은이가 서 있다.
“그때부터 계속 같이 있던 거야?”
“그래, 내가 이틀 동안 무릎 꿇고 빌었다.”
임은이가 뒤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사실인 것 같다.
“그 정도로 용서해 주면 안 되는 거 알죠?”
“…….”
태영의 말에 임은이가 부끄럽게 웃는다.
“어제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일.”
“그런 일이 한두 가지야?”
“열 명 정도가 유흥 주점에서 벌인 일.”
“그게 뭐?”
“거기 나온 남자 놈들이 은이 친구 성폭행 가해자라면서?”
“설명 들었어?”
“들었어. 뉴스에 나오자마자 은이가 말해 주더라.”
“볼만했어?”
“그거 네 짓이지?”
“짓이라니?”
“그럼 뭐라고 해?”
“날 보자고 한 것이 그 이야기하려고 한 거야?”
“그건 아닌데, 너무 통쾌해서.”
“뭐가?”
“저 사건 재판했던 판사를 포함해서 경찰, 검찰, 변호사들까지 모조리 아작 날 것 같아.”
“아작? 그래 봐야 옷 벗는 정도일 거 아냐?”
“그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 이게 파급력이 워낙 커서 말이야.”
“잘된 거네.”
“이 사건 네가 만든 거 아냐?”
“난, 그 영상의 원본을 우연히 입수했고, 그놈들 가족 몇 명에게 영상을 보낸 것, 그게 다야.”
“와, 그 거짓말 진짜야?”
“그럼, 내가 너에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식탁에 앉았다.
임은이는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뭐가?”
“전후 잘라 먹어도 알면서 꼭 말을 해야 하나?”
“맥락 없이 고맙다고 하니, 알 수가 없지. 제대로 말해 봐.”
“변호사는 가능할 것 같다.”
“다행이네.”
“그리고 은이와 정식으로 부부가 되기로 했다.”
“넌 평생토록 임은이 씨에게 감사하면서 여왕처럼 모시고 살아야 해. 알아?”
“알아. 하일이도 곧 데려와서 입적할 거다.”
“그거야 기본이고.”
“부탁 하나 더 하자.”
“뭘?”
“아직 이혼 소송 중이긴 하지만, 이전의 내 처가.”
“네 처가가 왜?”
“파멸시키고 싶다.”
“이봐, 이봐.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니까, 그리고 무슨 능력으로 파멸을 시켜?”
“정말이야?”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히려 판사인 네가 네 처가의 비밀을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아냐?”
“……내가 판사쯤 되면서 꼼짝 못 하고 산 이유가 전에 말한 그것만 있을 것 같아?”
그 말은 맞다.
판사라면 그래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당하고 살았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지.
당연히 그것만 있지는 않을 거다.
“정말 나쁜 놈들이거든.”
“그건 모르겠고, 오늘 할 일을 하자.”
태영을 굳이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임은이와 결혼하겠다는 것보다는 처가를 파멸시키고 싶다는 것이 목적이리라.
지금은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가 없다.
“은이 살려 줘서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
그렇게 말한 김명준이 벌떡 일어서더니, 테이블에 코가 닿을 때까지 인사를 한다.
이런 인사는 그때도 했다.
“그 약, 임상과 관련해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 모든 것은 내가 무보수로 변호할게.”
제 딴에는 그게 보은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역시 세상이 자기들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아, 그쪽에 물어보고. 또 있어?”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 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 집, 6개월만 더 살자.”
“날 보자고 한 목적이 그거야?”
“그래, 이혼 소송 중이기도 하지만, 모든 재산이 묶여 있고, 갈 곳이 없다.”
“에이, 정말. 임은이 씨, 이 사람 믿을 수 있겠습니까?”
“…….”
답은 안 하고 고개를 숙인다.
“좋아, 6개월. 된 거지?”
***
태성기술을 거쳐 캐롤라인이 용산이라고 말한 한남동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지는 시간이다.
~띵동~
인터폰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여자의 목소리가 물어온다.
“오늘 만…….”
~딸깍~
대답이 끝나기 전에 문이 열렸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자인데 처음 보는 얼굴이다.
지난번에 시간이 맞지 않아서 만나지 못하고 간 이 팀의 리더, 한지아 맞을 것이다.
“한지아?”
“네, 맞습니다. 한지아라고 합니다.”
한국인이라고 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