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66
211. 누구를 건드려
“내 주인께서 널 데려오라고 하면서 했던 말이 이제 실감이 난다.”
“어디 부러져도 좋다고?”
그날,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지만, 몇 곳 부러뜨리라고 했었다.
“그랬었지.”
“밤은 늦었지만 여기는 보는 눈이 많은데, CCTV도 블랙박스도 있고.”
“그래, 하필 이런 곳이라니, 그게 좀 거북해.”
조백려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악연이다.
스펠로 불렀던 변성준을 대신해 나오며, 성추행과 폭행으로 몰아가서 엮으려 했다.
만날 장소는 호텔.
그때는 분위기가 이상해서 노래방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폭행 분장까지 해 왔었다.
두 번째는 주먹들을 동원해서 납치하려 했다.
그다음에 만났을 때는 태영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인천의 창고 사건 이후에 이번인 것이다.
계속 이런 식이면, 조백려가 믿는 힘을 정리해야 끝날 것이다.
그 힘이 조백려의 아비가 될지, 그 일원이 될지 모르겠지만, 모두 중국에 있을 것이다.
“돌아가서 전해. 이틀 후에 찾아가겠다고.”
“널 데려가야 해, 오늘.”
중국인들은 예전부터 만만디라고 해서 느려 터진 것으로 아버지에게 들었다.
그런데 아닌가 보다.
“꼭 그래야 한다고?”
“…….”
그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폰을 만졌다.
지하 주차장도 아니고, 이렇게 훤한 곳에서 태영을 데려가려 하고, 반항하면 문제가 생긴다.
밤이 깊어도 이곳은 번화가에 해당하기에 너무 노출된 장소이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연락처.”
통화가 끝나고 연락처를 물었다.
“네 주인이 알아.”
“전화 안 받는다는데?”
“번호는 그대로야.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기록을 보고 내가 선별해서 연락하는 것뿐이야.”
“그 약속, 지키는 것이 좋을 거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영과 이야기를 나누던 자가 손짓을 하자 모두 차량에 올랐다.
“사프캣 딸려 보내, 두 개.”
[네, 마스터.]위니의 대답을 듣자마자 크로스백에서 사프캣이 빠져나갔다.
절대 곱게 돌려보내 줄 수 없지.
CCTV와 차량의 블랙박스가 수도 없이 깔린 곳이다.
여기에서 납치극이 벌어지고 제압하는 상황이 생기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저들은 어떨지 몰라도 태영에게는 그렇다.
~웅~
[저기 대리 기사입니다.]그들이 차를 돌려 주차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대리 기사가 폰을 귀에 대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태영은 전화를 받는 대신 손을 들어 위치를 알렸다.
“아, 요금은 드릴 테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네?”
“요금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일이 생겨서 차를 여기 두고 가야 하거든요.”
대리 기사는 웬 횡재냐 하는 표정으로 돈을 받고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영상으로 보이는 그들의 차는 주차장을 나가서 U턴과 좌회전 등으로 복잡하게 이동했다.
그 후에 안양로를 따라 서울 방향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성결대학교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려는 듯 오른쪽 끝으로 차를 몰았다.
“철길 육교 지나면 명학대교지?”
안양로를 따라 계속 가면 사고를 만들기 애매하다.
사고를 만들면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안양천을 지나가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그렇습니다.]“안양천으로 떨어트리자.”
[네.]“강폭이 좁으니까, 다리에 접어들기 전에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충분히 내주고, 다리에 접어들면 바로 우측 앞 타이어 펑크.”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다리 진입 전에 작은 사거리와 신호등이 있고, 명학대교는 이중 가드레일인데, 가드레일이 튼튼합니다.]“그래?”
가드레일이 튼튼하면 안양천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 통과시키고 두고 보자. 사프캣 계속 따라가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내일은 미래철강에 가야 하니까, 오늘 안 되면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지, 뭐.”
***
[마스터 500미터 앞에 그들입니다.]태영은 산본 IC를 통해 외곽 순환 고속도로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전방에 성남 톨게이트를 보고 있을 때, 위니가 거리를 알려 왔다.
이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왜 이제야 저기…… 아.”
외곽 순환 도로를 타는 방법으로 태영은 짧은 시내 구간을 통과했다.
저들은 평촌 IC를 통해서 외곽 순환 도로에 올랐다.
출발은 태영이 10분쯤 늦었지만, 저들은 긴 시내 구간과 많은 신호등을 거쳐 갔다.
[시내 구간의 거리가 2.5배, 신호등 개수는 2배였습니다.]위니가 알려 준 내용이 맞을 거다.
그런데 느낌이 싸하다.
“저놈이 혹시 우리 집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집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여기서 집까지 남은 거리는 약 8Km, 도착 예상 시간은 10분 후이다.
“송파 IC로 빠진다면 맞겠지?”
[IC로 빠져서 좌회전하면 마스터의 댁으로 가는 것이 확실합니다.]그렇다.
지금 자정이 넘었지만, 조백려가 있던 테헤란로의 그 건물로 간다고 가정해 보자.
거기를 가기 위해 외곽 순환 도로를 올랐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판교 IC에서 빠져서 분당 내곡간 도로를 따라서 선릉역 방향으로 가는 길이 하나.
이 경로는 이미 지나갔다.
다음은 송파 IC에서 빠져서 우회전하는 길이다.
우회전 후에 탄천을 따라 나 있는 동부 간선 도로를 타고 가다가 삼성동에서 시내로 들어가면 된다.
그 이외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아주 멀리 돌아가는 길이거나, 좁고 신호가 많아서 이동이 불편하다.
내비게이션은 쉽고 빠른 길을 우선적으로 가르쳐 준다.
“내비의 목적지를 확인해 봐.”
왜 내비의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위니의 말처럼 송파 IC를 나와서 좌회전한다면, 무조건 태영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집에는 이새봄이 혼자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목적지가 없습니다.]아, 그래서 위니도 말하지 않은 것이구나.
“사고로 처리할 방법?”
[송파 IC를 벗어나면 T코스입니다, 좌회전과 우회전의 선택은 T코스 180미터 전방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그리고?”
[좌회전할 것으로 확인되면 가속시켜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180미터 거리면 경차라도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저들이 탄 자동차라면 150Km 속도는 충분히 낸다.
“전방에 뭐 없어?”
[지하 차도 위에 초지가 있고, 그 건너편에 왕복 6차선 도로, 그 너머에 공장의 언덕이 있습니다. T코스에서 이탈 거리는 약 70미터입니다.]자정이 넘었으니 차량은 많지 않다.
길 건너에 공장의 언덕이라면 다른 피해는 주지 않을 것이다.
“좋아. 좌회전 구간에서 앞에 차가 없으면, 그렇게 하기로 결정.”
앞에 차가 있으면 그 차도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위니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길바닥에 ‘송파 성남’이라는 글씨와 우회전 화살표가 보였다.
[좌회전 구간 진입, 전방에 차 없음, 계획을 실행합니다.]분홍색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진출로 구간으로 접어들었을 때다.
누구를 건드려?
“그래.”
~끼이이이이~
잠시 후 들려온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
~꽈앙~꽝~
그리고 잇따라 들려온 요란한 굉음.
위니가 말한 장소로부터 제법 떨어져 있지만, 태영에게 들려왔다.
마찰음은 위니가 사프캣으로 가속시킨 것을 저들이 제동하기 위해 낸 소리일 거다.
회전 구간이어서 속도를 줄였지만, IC를 벗어나 T코스 앞까지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T코스의 좌회전 구간에 다른 차량은 없다.
길 너머에 초지가 보이고 그 너머에 왕복 6차선 도로.
도로 건너 낮은 언덕에 두 대의 차량이 겹쳐 있다.
~펑~
언덕에 겹쳐진 두 대의 차량 중에 한 대가 폭발했다.
건너편의 왕복 6차로에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차량의 전조등이 보인다.
이동하는 차량의 전조등 속도가 느려졌다.
사고를 목격하고 차를 세우는 것이리라.
~퍼엉~
한 대의 차량이 뒤따라 폭발했다.
차량의 폭발은 휘발유가 흘러나왔고 불길이 솟아올랐으니, 겹쳐진 차가 폭발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게 왜 자꾸 칼을 겨누느냐고.”
[…….]“변성준은 왜 조용할까?”
일일이 모든 일에 신경을 쓰면서 생활할 수는 없다.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동시에 학교도 다녀야 한다.
직접적인 접점이 사라지면 무시하고 지나가게 된다.
변성준의 일도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조백려는 변성준이 연결시켜 준 여자다.
조백려가 저렇게 무데뽀로 달려드는데 비해 변성준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모습.
새봄은 1시간쯤 전에 손목의 제니아에 두 손가락을 붙이고 위니를 불렀었다.
그때, 위니는 태영이 군 동기 모임이 끝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친오빠 이한봄의 전화도 받았다.
‘네 남친이 동기 모임에서 찬조금으로 큰돈을 냈다’고 하며 자기도 내라고 했다면서 투덜거렸다.
그때로부터 1시간.
지금은 밤이 깊었으니, 거기서 집까지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보여 준 능력.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다.
거기에 사프캣도 있다.
걱정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위니.”
[네, 새봄 님.]“마스터, 오빠에게 무슨 일 있어?”
[…….]“설명해 줘.”
[좋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오빠가 위험해?”
[아닙니다. 일은 모두 끝났는데, 그 일을 치르며 일으켰던 날카로운 기운을 진정시키는 중입니다.]“다행이야. 그런데 무슨 일?”
[…….]“말해 줄 거지?”
[마스터께서는 좋지 않은 일은 새봄 님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하십니다.”“왜?”
[그것이 정서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그…….”
자신도 안다.
한때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다.
지금처럼 태영과 한 침대에서 잠들기 전에는 종종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온몸에 땀이 흥건할 때도 있었다.
딥페이크로 인해 사람들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죽음에서 자신을 건져 주었던 그날.
‘저기서 살 거야. 저 방 나 줘.’라고 했다.
자존심?
그게 뭐가 대수라고?
그렇게 방을 차지하고도 이상한 꿈을 종종 꾸었다.
어느 날 꿈을 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면 그가 잠든 방으로 찾아갔다.
침대 아래에 가만히 앉아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는데,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그 뒤부터 꿈을 꾸면 그의 방으로 찾아갔다.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하니까.
이 무슨 추태인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 달 전쯤.
마치 냉동고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은 추위가 몸을 엄습해 왔던 그날.
심하게 몸을 떨다가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무조건 그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침대 속, 그의 곁으로 파고들었다.
언제 추위를 느끼지 않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의 품 안에서 편안하게 잠들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그날 이후.
그의 방으로 이사했다.
이사라는 말이 우습지만, 그래도 이제 그런 꿈을 꾸진 않는다.
“그래도 알고 싶어.”
[괜찮겠습니까?]“걱정 마.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면역이 필요하잖아?”
[조백려라는 여자가 있습니다.]“혹시 전에 사귄?”
[아닙니다. 산업 스파이 활동을 하면서 기술을 중국으로 빼앗아 가는 중국계 귀화인입니다.]“미인계? 예뻐?”
[미인의 기준을 새봄 님으로 정하면 전혀 아닙니다.]“혹시 오빠에게?”
“오빠 회사의 기술이 독보적이지?”
[…….]“아무튼, 그래서.”
[몇 차례 실패 후, 이번에도 중국 암흑 조직의 일원을…….]“중국? 암흑 조직?”
[네, 그렇습니다. 밀입국자들입니다.]“밀입국이 가능하긴 한 거야?”
[네, 가능합니다.]“음, 그리고?”
[그들이 마스터를 납치하려 했지만, 불가능해지자 새봄 님으로 타깃을 바꾸었습니다.]“날?”
[아주 좋은 인질이니까요.]“그래서?”
[마스터께서는 결정을 했고, 그들은 교통사고를 냈습니다.]“그렇게 만들 수도 있어?”
[네, 그렇습니다.]그래서 기운을 잠재우는 중이라고 했다.
새봄은 아파트 단지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보일 리 없다.
어디인가에 차를 세워 두고 있겠지.
자신을 위해.
“걱정 말고 들어오라고 연락하면 안 될까?”
[…….]“왜?”
[그건 마스터의 생각에 맡겨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그래.”
[네, 그렇습니다.]***
“안 자고?”
집에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았던 이새봄이 달려와 안겨 든다.
이새봄은 참 한결같이 이렇게 반겨 준다.
“흐응, 오빠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쪽~
태영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다.
오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밖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들어왔다.
혹시, 몸에 남은 날카로운 기운이 이새봄에게 느껴질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면 차량이 들어온다는 알림이 뜬다.
그래서 단지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이런 사람을 건드리려 하다니.
갈아 버려도 시원치 않을.
언젠가.
고려로 떠나게 될 때, 이새봄에게 작별을 고하고 가는 것이 가능할까?
태영이 일을 하면서 모은 재산 모두를 이새봄에게 주고 간다고 한들, 그것으로 위안이 될까?
“오늘 거기 일은 잘 되었어?”
생각은 그리하면서 오늘 안티 페이크 팀의 일을 물었다.
“으응, 아직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지는 않았지만, 세린이 삼촌과 두 분 매니저가 잘 해 주고 계셔서 뜻을 모으게 될 것 같아.”
그래, 시간이 필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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