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0
215. 다시 티베트로(3)
중앙의 큰 텐트.
다른 텐트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기에 바로 찾아 들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주변의 텐트를 돌면서 모든 통신 장비를 부쉈다.
계측 장비로 보이는 것은 전원을 끄기만 했다.
~으으음~으윽~
중앙 텐트로 들어가자 비명이 들려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비명은 만국 공통어다.
“It doesn’t die, but it doesn’t move. (죽지는 않지만, 움직이지도 못해.)”
비무장이면 조사나 연구자로 왔을 것이고, 영어는 잘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영어로 말했다.
말을 하며 주머니와 야외 침대 부근의 전자 장비는 모두 멀찍이 떨어트렸다.
켜져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우리가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그리고 시작은 너희가 한 거야.)”
“(뭐?)”
“(몇 달 전에 너희 정부의 승인하에 조사차 왔던 우리 요원들이 여기서 공격을 받고 몰살당했다. 그건 모르나?)”
처음 이곳으로 올 때, CIA와 NASA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단순히 수십 명이 증발한 사건이 있었고, 유사한 사건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온 사람의 동행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곳에 왔을 때 용병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공격해 왔고, 그들은 태영에게 거의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이곳으로 조사를 왔던 미국인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워프 항법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 일은 너희가 동료들 간의 불화로 서로 죽인 것으로 들었다.)”
안다는 뜻이네.
본질은 완전히 왜곡된 거지만.
“(너희는 동료들끼리 불편하다고 총질을 하나? 그게 말이 돼?)”
“…….”
할 말이 없나?
눈은 부라리지만, 입을 다문다.
“(우린 동료들의 시신이라도 찾아가려고 왔을 뿐이야.)”
“…….”
“(동료들이 죽은 자리를 너희가 차지하고 있으니 일단 치운 거고.)”
“(너희가 입국했다는 말을 전해 듣지 못했다.)”
참 우습다.
한번 당해 주었으면 된 거지 또 당하라고?
바보 천치냐?
~저벅~저벅~저벅~
저들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디 있어?”
류지현이다.
여태까지 미국인처럼 완전한 영어로 말했는데 한국어로 부르다니.
저것이 눈치도 없이 산통 다 깨 버리고 만다.
“한국인?”
헛.
갑자기 한국어로 훅 물어온다.
이런 낭패가.
“내 얼굴이 한국인으로 보여?”
텐트 구석에 작은 등이 있지만, 그래도 어둡기에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
눈을 똑바로 뜨고 유심이 본다.
이미 어둠에 적응된 시야이기에 확인은 가능할 것이다.
류지현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밝은 랜턴이 텐트를 비추더니 발자국 소리가 다가온다.
“대답을 좀 해라. 대답을.”
류지현이 불평을 쏟아 냈다.
~츠악~
그리고 출입문 역할을 하는 텐트의 입구가 걷히며 환한 빛이 들어왔다.
“너는 조선족이냐?”
“그렇소.”
태영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을 한다.
조선족에 대한 태영의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너튜브 영상 때문이기는 하다.
그 영상에서 보여 주는 조선족의 말, 생각, 행동이 한국인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튜버가 거짓을 가공하여 주제로 삼아서는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 진실이 기반이었다고 봐야 한다.
조선족의 사고방식이 우리에게는 배신으로 느껴지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의 수단일 수도 있다.
안으로 들어선 류지현이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듣고는 그대로 멈췄다.
말도 한마디 하지 않는다.
저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그러니 한국어로 그렇게 외치고 다닌 거다.
“조선족이 왜 여기에?”
류지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쪽도 한국인 아니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한국어다.
“그…….”
“얼굴을 봐. 네 눈에는 저 여자가 한국인으로 보여?”
류지현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그러는 사이에 카덴 일행이 안으로 들어섰다.
“(카덴, 이 사람 영어를 아주 잘해. 조사할 것 있으면 해.)”
“(오케이, 이제 우리가 맡지.)”
조사가 끝나면 저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다.
생존자를 남겨 정보가 넘어가면 안 되니까.
그 생각을 하니, 아무리 조선족이라도 동포인데, 가슴이 쓰라렸다.
왜 이렇게도 현실은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면 안 되기에 카덴의 팔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류지현에게는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저 사람, 조선족이야. 그러니 우리의 정체를 알리지 말아 줘.)”
Korean-Chinese와 Koreans in China 중에 어떻게 표현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Korean-Chinese를 선택했다.
“(아하, 알았네.)”
카덴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들과 통신이 끊어지면, 저쪽 요원들이 투입될지 몰라. 그러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알아.)”
대답을 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다시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필.”
류지현의 입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씁쓸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 정말 하필이다.
이런 일은 오래 생각해 봐야 가슴만 더 아프다.
이 인근에 중국의 인민 해방군이 있을까?
있다면 통신이 끊어지고 투입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저 사람 죽게 내버려 둘 거야?”
온갖 생각에 잠겨 있는데 류지현이 물었다.
그래, 지극히 한국인다운 생각이다.
어쩌면 직접 죽이고 떠나야 하는데, 죽게 내버려 둘 거냐고 묻다니.
“방법이 있으면 제시해 봐.”
“…….”
답을 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눈가에 눈물이 어려 있다.
“일단 시신을 묻을 테니 가서 좀 쉬어라. 저기는 빈 텐트야. 마음 추스르고.”
카덴 일행이 있는 텐트 옆의 작은 텐트를 가리켰다.
저기 들어가면 카덴과 저 조선족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 있을 거다.
물끄러미 태영을 바라본다.
“넌, 정말 냉정하고 차가워.”
“알아, 나도.”
대답을 해 주고, 이들이 땅을 고르기 위해 모아 둔 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삽과 곡괭이를 찾아 들고 다른 텐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직 새벽이라 어둠에 잠겨 있는 것이 다행이다.
한곳에 넓고 깊은 구덩이를 판 후에 사망자들의 시신을 한꺼번에 그곳에 밀어 넣었다.
“흐음, 확인…… 아니야.”
지갑이나 신분증을 확인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지만, 바로 포기했다.
저 사람처럼 조선족의 이름이 보이면 더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흙을 덮어 메우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C.”
여명이 어둠을 조금씩 걷어 내고 있을 때 카덴이 텐트에서 나와 태영을 불렀다.
“(왜?)”
“(저 사람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망명?
죽이고 떠나야 할 상황에서 가습이 쓰라렸었는데, 이 무슨 좋은 소식?
살려서 데리고 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책임은 너희들이 지는 거야.)”
“(당연하지, 미국 시민이 되는데.)”
“(좋아. 나는 찬성.)”
“나도 찬성.”
태영이 류지현에게 가르쳐 준 텐트 앞이 열리더니 얼굴을 쏙 내민 류지현이다.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려 있다.
마음의 짐이 한꺼번에 날아갔기 때문이리라.
“(기다려. 치료약 가져올 테니.)”
“(치료약?)”
“(그래, 이런 작전에서 부상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가져온 것이 있어.)”
상처 부위에 바르는 연고다.
상처는 하루면 사라지고, 3일이면 부상당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단지, 판매하는 약이 아닐 뿐이다.
태영은 드론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날아갔다 오냐?”
텐트 앞에서 기다리던 류지현이 불퉁하게 물었다.
하긴, 거의 날아가다시피 달렸지.
“까불고 있어.”
“야이 씨.”
텐트 안으로 들어섰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아, 내가 묻지.)”
“(그래.)”
“이름이 뭐야?”
한국어로 물었다.
“이세권, 생애 세, 권세 권. 중국식으로는 리쉬치엔, CASC 소속 연구 주임.”
주임?
아, 한국식으로 보면 안 되지.
CASC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망명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맞습니다. 그동안에도 끝없이 꿈을 꾸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말이 아주 고분고분해졌다.
“비밀 유지, 우리에 대한 정보 유출.”
“무엇보다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되었다.”
“이렇게 망가진 몸이어서 회복될지 모르겠지만, 살아난다면 꼭 신세를 갚겠습니다.”
그 말에 울컥했다.
태영이 그리 만들었다.
“그 믿음과 약속 잘 지켜야 할 거야.”
“병신이 되어도 망명이 허락되기만 한다면,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네가 약속을 어기면,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나는 최장 48시간 안에 널 죽일 수 있다. 명심해라.”
“……허, 무서운 사람이네요.”
“물론 당시에 네 주변에 있던 사람도 모두 죽는다.”
“흐음, 명심하지요.”
태영의 엄포가 먹혔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얼굴도 굳어졌다.
“가족은 있나?”
“동생이 일 때문에 베트남에 파견 나가 있습니다. 그를 데려와 줄 수 있습니까?”
“그건 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거다.”
카덴을 가리켰다.
~찌이익~
말을 하면서 상의의 어깨를 북 찢었다.
“왜?”
“망명자의 팔다리를 잃게 할 수는 없잖아?”
사프캣으로 뚫린 어깨의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
~투둑~찌익~
무릎 부위도 찢어 냈다.
그러곤 무릎 양쪽에서 연고를 발랐다.
“외상 연고입니까?”
“이걸 매 12시간마다 이틀간 바르도록. 3일이 지나면 부상 전과 같은 몸을 찾게 될 거야.”
“허, 그게…….”
태영이 넘겨주는 연고를 받아 손에 쥐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말이 안 되지.
3일이 지나면 완치라니.
세상에 그런 연고가 어디 있어?
지금 자신이 입은 부상은 자신이 생각해도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한 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곳을 벗어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죽음이고, 아니면 최소한 병신이다.
팔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
치료가 잘 되어도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작 3일 후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
“내가 너에게 약속할 필요는 없지만,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야.”
“믿어요. 이 사람 말은 믿어도 돼요.”
류지현이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내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카덴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고 텐트를 벗어났다.
류지현이 따라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야. 정말.”
“그래.”
“너 아까, 이세권에게 나를 ‘저 여자’라고 했지?”
그게 이제 생각났나?
“그럼 네 이름이라도 말했어야 하는 거야?”
“그건 아닌데, 묘하게 기분 나쁘지.”
“그래, 어련하겠어?”
“에이, 넌 참.”
“그나저나, 이세권 심문할 때 뭐 들은 거 있어?”
“별 내용은 없었어. 이세권도 자신이 뭘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자신도 몰라?”
“위에서 시키면서, 미국인들이 찾으러 온 것이 무언지 그것을 찾아보라고 했다는 거야.”
“아니, 그런 황당한 오더가 어디 있어?
***
NASA 요원들이 계측 장비를 설치해서 무언가를 조사하는 중에 CIA는 시신을 찾기 시작했다.
저격 총에 맞아 사망한 자비에르.
용병이라 불리는 자들의 공격으로 이곳에서 사망한 오스워드와 길리.
세 사람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이렇게 쉽게 수습이 가능했던 이유는 조셉이 묻어 준 위치를 잘 메모해 두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시신을 수습하는 용도로 보이는 백 안으로 시신이 각각 들어갔다.
그나저나 드론에 저 시신 가방을 넣고 간다고?
안 되는데.
저들은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 두고 오지 않았을까?
아무 대책 없이 오지는 않았을 거다.
“(카덴.)”
CIA 요원들이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휴식 중에 카덴을 불렀다.
“Why C?”
발음이 묘하게 기분이 나빠.
태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지들 마음대로 정한 것. 최를 영어로 바꾸면 C로 시작하기에 이해는 한다.
그래도 욕하는 것처럼 들려.
“(시신을 수습하면 운구는 어떻게 하려 했나?)”
“(지정한 지역이 있다, 그곳으로 자동차가 올 것이다.)”
“(어디?)”
카덴이 주머니에서 접힌 지도를 꺼냈다.
참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통신이 원활하지 않으니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곳.)”
카덴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북쪽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점이다.
송다촌.
“(거리는 대략 23Km.)”
“(맞아 직선으로 23Km.)”
태영이 거리를 말하자 깜짝 놀란다.
“(거기서는 누가 기다리기로 했나?)”
“(라싸에서 활동하던 요원이 티베트에서의 마지막 임무.)”
“(여기서는 누가?)”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소개를 아무도 하지 않았군.)”
“(정신없었으니까.)”
그랬다.
그래서 코드네임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카덴이 유일하다.
“(지나와 코비가 갈 거야.)”
그렇게 말하며 손끝으로 두 사람을 가리켰다.
코비는 여자 요원이다.
시간은 이곳 시간 오후 4시.
원래 1차 접선지인 장시에서 만날 예정 시간이 아직 7시간 남았다.
그런데 접선지가 아니라, 목적지에 와서 일이 거의 끝나 가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빨리 왔기 때문이다.
오산에서 전체의 진행을 들었지만, 빨리 와 버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어긋났다.
다만, 더 좋은 방향으로 어긋난 것이다.
“(우리가 예정보다 30시간 이상 빨리 도착한 것 같은데, 그 요원이 저곳에 있나?)”
“(왜 그러는가?)”
“(아마 오늘 밤에 이곳을 떠나야 할 거야.)”
“(아직 외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잡히지 않는데?)”
너에게 움직임이 잡힐 정도면 너희는 모두 죽음이 예약된 거야.
저쪽의 숫자가 압도적일 테니.
물론 태영이 있으니 상황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쪽의 피해가 없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마지막 임무를 맡은 그 사람이 임무에 성공하려면,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살아서 나가려면, 예상되는 시간보다 항상 앞서 있어야 해.)”
이번 작전의 책임자가 카덴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아니면 이렇게 해, 하고 지시를 하면 되는데.
“(동의해.)”
“(상대는 저것의 존재를 모르니 더욱더.)”
드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
“(그에게 연락해 봐.)”
태영의 말을 들으며 카덴은 위성 전화를 꺼냈다.
30여 초의 짧은 통화.
“(지금 라싸인데, 준비해서 출발하면 저녁 9시경에 도착 가능하다고 해.)”
저녁 9시면 중국 시간일 것이다.
인도 시간으론 저녁 7시.
이곳의 일몰은 오후 5시이니, 어두워지려면 1시간이 남았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