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1
216. 다시 티베트로(4)
이제 남은 일을 물어야 한다.
“(자, 이곳에서 수습한 시신은 그렇게 하고, 다른 지역을 수색해야 하는데. 그때는?)”
카덴이 지도에서 또 다른 지점을 가리켰다.
그 위치는 재미있게도 린즈 시다.
송다촌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동으로 달리면 린즈 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린즈는 조셉이 앨리슨과 함께 탈출하면서 거쳐 온 곳.
그곳에서 국도를 따라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 지역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야 하기에 굽이굽이 돌아서 움직여야 하지만, 분명 길은 있다.
조셉의 탈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경로는 직선으로 긋고 지나가도 1천 Km다.
그 어렵고 힘든 여정을 돌고 돌아서 살아 돌아왔다.
험준한 산악 지역.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거리를 재면, 1,500Km는 족히 될 것이다.
“(좋아, 그럼 운구 준비를 해야지. 저 드론에 시신을 매달 수 있도록 해 보자.)”
“(매달아? 안에 넣고 가면 안 되나?)”
들고 옮길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태영이 드론을 준비해 오지 않았으면 들고 옮기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게 편한 줄은 나도 알아. 그러나 남은 우리가 하루나 이틀 정도 저걸 타고 더 비행해야 해. 그걸 생각해야지.)”
태영의 말을 들은 카덴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료들에게 갔다.
고속으로 날면 가죽 가방이 견디지 못하겠지만, 기껏 23Km 떨어진 곳이다.
천천히 가도 된다.
태영은 지도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약속된 장소는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평행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7Km 지점에 북으로 개천을 건너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3Km를 더 가면 숲이 우거진 산을 돌아 지나가게 된다.
차로 그 정도 이동하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거다.
“여기가 딱이네.”
“그 지도를 보고 뭐가 딱이야?”
옆에서 신기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던 류지현이다.
“운구할 사람을 만날 장소.”
“그 지도로 구분이 돼?”
“너랑 내가 같으냐?”
“그래, 너 잘났어.”
“나도 알아.”
류지현과 이렇게 자주 다니다 보니, 옥신각신하는 재미가 있긴 하다.
약을 올리면 뿔난 고양이처럼 바르르하다가 또 금방 풀어진다.
“저기 도와주지 않아도 돼?”
수습된 시신이 든 가방을 드론에 매달고 있는 것을 본 류지현이 물었다.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닌데, 동료들의 시신이니 분위기 너무 가라앉아서.”
“내버려 둬.”
“아, 저 친구들 마스크 하나씩 해 줘도 되지?”
이번에 함께한 여자 요원 2명이 있다.
“같은 얼굴로?”
“같은 얼굴로 해 줘도 얼굴의 굴곡이 다르니까 다른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원판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공개해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게 좀 걸리네, 나도.”
“공개하면 사겠다고 할 것이고, 그게 범죄 조직으로 넘어가서 마스크하고 일을 저지르면 범인을 특정하기가 어렵게 돼.”
“음, 조금 골치 아프긴 하구나.”
“특히 미국처럼 범죄율이 높은 데는 더 조심해야지.”
“근데 이걸 왜 만들었어?”
“왜? 맨얼굴 까고 다니고 싶어?”
“아니, 그건 절대 아니지. 이거 써 보니까 너무 좋다.”
이새봄을 위해 만든 것인데, 류지현이 더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다.
이제 이새봄은 마스크 없이 마음대로 변신이 가능하니 필요도 없고.
“너에게는 그만한 믿음이 있어서 준 거야.”
“고맙다 믿어 줘서.”
“됐다. 그런 말 들으니 낯간지럽다.”
“에이, 아무튼 궁금한 것 또 하나.”
“또, 뭐가 궁금한데?”
“우리가 저거 타고 마구 다니잖아?”
“응, 그런데?”
“대공 레이더. 인도와 중국은 분쟁 지역이 많으니 분명 국경에는 대공 레이더가 있을 텐데, 왜 한 번도 비상이 걸리지 않는 거지?”
“레이더가 못 잡아.”
“스텔스?”
“꼭 표현을 하자면 그렇지.”
“저걸로 전투기 만들면?”
“왜? 싸움 한번 붙어 보고 싶어? 어느 나라하고?”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냐?”
“말이 씨가 돼.”
“꼭 할아버지들처럼 말하는 것봐.”
“저런 식으로 전투기 만들고, 걸맞은 무기를 장착한 후에, 일본하고 붙으면.”
“붙으면?”
“30분.”
“뭐가 30분?”
“세상에서 흔적을 지워 버리는데 걸리는 시간.”
“흡, 와아~ 진짜야?”
“못 들은 거로 해. 네가 말하기에 그냥 잠시 생각해 본 거야.”
“크, 너는 대체 누구니?”
“또 까분다.”
그때, NASA의 연구원으로 짐작되는 요원이 태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난 렉스, 저쪽은 아이다. 우린 NASA 소속입니다.)”
렉스를 여성이 아닌 남성의 이름으로 사용하다니, 조금은 의외다.
하긴 어차피 본명이 아닌 코드명일 테니.
“(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난 C로 부르면 됩니다.)”
“(워프 항법이 실패할 것이라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
이런 장소에 와서 웬 뜬금포?
“(이번 임무 후에 워프 항법 연구팀으로 옮기게 되는데, 왜 그런 것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아, 그래서 뜬금포를 날린 거구나.
“(여기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아, 그렇지요. 쉽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상대이기에 실례했습니다.)”
티베트 고원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에 카덴은 드론의 바깥에 수습한 시신이 든 가방을 묶어 두었다.
줄을 몇 번 돌려 떨어지지 않도록 제법 단단하게 고정했다.
“(그곳까지 동행했다가 돌아올 사람이 있나?)”
그곳에서 그들의 길을 갈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함께 갔다가 돌아올 사람만 생각하면 된다.
“(이안이 동행할 것이네.)”
그러면서 한 남자를 가리켰다.
강렬한 인상인 30대 후반의 남자다.
“(3시간 후에 출발하지.)”
그리고 태영은 생각해 두었던 접선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카덴이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들에게 이것저것을 지시했다.
“너도 같이 갈 거지?”
태영의 옆 간이 의자에 앉은 류지현에게 물었다.
“그럼, 날 떼어 놓고 가려고 했어?”
“응, 기회가 있을 때 털어 버리려고.”
~철썩~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한번 맞아 주지, 뭐.
“여하튼 매를 벌어, 매를.”
“아프다.”
“저녁이나 먹자.”
“오늘 저녁은 네가 좀 준비해 봐라.”
류지현이 식사 준비를 잘 안 하기에 핀잔을 주며 말했다.
“내가 하면 이상하게 맛이 없어. 네가 해 주는 게 더 맛있다구.”
똑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만들어도 류지현이 만들면 맛이 없긴 했다.
“너, 결혼하면 재벌 남친 밥 굶기는 거 아니냐?”
“남친은 무슨, 그리고 요즘 세상에 지 밥은 지가 알아서 먹겠지. 그걸 내가 왜 신경 써?”
아, 그런 건가?
주어진 임무의 위험성에 비해 대화의 내용들은 편안한 일상과 다르지 않다.
CIA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눈빛에 날이 서 있기는 하지만, 대화는 태영과 류지현이 나누는 정도와 다를 바 없다.
위험한 일이기에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
송다촌.
약속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
드론은 숲속에 착륙했고, 숲의 그늘과 어둠에 동화되어 있다.
이안은 위성 전화를 꺼내 약속된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태영은 위성 전화로 카덴을 연결했다.
[(랜디는 도착했는가?)]“(아직 약속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
답을 하면서 왼손 중지를 접어 그 위에 엄지를 얹고 좌우로 흔들었다.
[말씀하십시오, 마스터.]‘주변 조사, 사람이나 센서.’
[진행하겠습니다.]시계에서 워처 여러 기가 빠져나갔다.
[5시 방향 360미터 지점에 승합차가 있습니다. 탑승자 2명입니다.]360미터면 제법 멀기도 하고, 밤이어서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운구를 위한 요원이 타고 온 것 같은데.
그런데 왜 2명이지?
‘또 다른 것은?’
어깨에 걸린 작은 쌍안경을 꺼내 들었다.
이건 순전히 보여 주기 식 행동이지만.
[차량에 폭발물이 탑재되어 있습니다.]어, 이거 이상한데.
사람이 둘인 것과 차량에 폭발물이라니.
“(랜디가 혼자 오기로 했나?)”
[(아마도 혼자일 것이다.)]“(틀림없나?)”
[(누군가 함께 온다고 하지 않았다.)]이런 정보기관이 접선할 때, 예고되어 있지 않은 추가 인원이 동행한다면, 이건 사고가 맞다.
[(그런데 왜 그러나?)]“(차 안은 두 명이다.)”
[(그게 정말인가?)]카덴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기서 달려갔을 때, 이들의 시각에 태영의 속도가 발각될까?
어둠에 잠겨 있어서 발각되지 않을 수 있지만, 조심은 필요하지.
“(일단 통화 종료. 수습 후에 다시 전화하겠다.)”
“야, 공.”
류지현을 불렀다.
“왜?”
“저기 승합차 와 있는데, 탑승자가 두 명이야.”
“들었어.”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내가 저기 갔다 올 테니, 내가 달려가는 사이에 이들의 시선을 좀 가려 줘.”
“속도 때문?”
“그래.”
몇 번 같이 다녔다고 제법 척하면 척이다.
“(이안.)”
“Why C?”
아, 정말.
저렇게 부르는 것은 욕 맞아.
“(통화 내용을 들었겠지만, 카덴은 랜디가 혼자 오기로 했다는데, 저 자동차에 둘이 타고 있다.)”
“(발각된 건가?)”
“(그럴지 모르지. 여기 프린세스와 함께 좀 숨어 있어. 내가 가 보고 올 테니.)”
“(나도 가겠다.)”
“(도움이 안 돼. 프린세스, 이안과 같이 있어.)”
“(오케이.)”
류지현은 이안의 어깨를 잡고 다른 동료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태영은 바로 숲속에 몸을 숨기고 도로의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했다.
숲도 숲이지만, 어둠이 몸을 가려 준다.
다시 위성 전화를 꺼내 들었다.
통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니와 통신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곳은 비포장도로이다.
도로와 산을 구분하는 경계나 가드레일이 없다.
승합차는 그런 도로를 살짝 벗어나 숲에 반쯤 가려 있다.
“위니.”
[네, 마스터.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 있었고, 한 명은 사망 상태입니다.]“그래? 사망자 어디 있어?”
[승합차 뒤쪽의 상자에 담겨 있습니다.]“사망자가 서양인인가?”
[그렇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는 둘은 동양인입니다.]랜디는 죽었군.
마지막 임무를 마치면서 귀환하기로 되어 있다고 했는데, 검은 가방으로 돌아가겠군.
“폭발물은?”
[차체 외부 바닥에 붙어 있고, 리모컨으로 폭파 가능합니다. 리모컨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어깨에 매달고 있습니다.]“폭발물은 제거 가능할까?”
[뛰어난 제품이 아니어서 쉽게 제거 가능합니다.]“일단 리모컨을 빼앗아야겠군.”
[바로 처리하겠습니다.]“그래.”
[처리했습니다.]10초도 지나지 않아 위니의 답이 들려왔다.
~딸깍~
운전석 문을 열자, 실내등이 켜지며 환해졌다.
그리고 안전벨트 없이 앉아 있던 자의 몸이 바깥쪽으로 기울어졌다.
기울어지는 자의 벨트를 붙잡아 숲으로 던졌다.
조수석에 앉은 자의 어깨를 잡아당겨 폭파 리모컨을 가져왔다.
대충 보니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사용 가능한 원거리용이다.
조수석에 앉았던 자도 끌어내 숲으로 던졌다.
운전석 문을 도로 닫자 다시 어둠에 잠겼다.
몸을 부양시키며 누웠다.
승합차 바닥에 툭 튀어난 것이 보인다.
“어디를 잡고 빼내면 가능한 거야? 내가 깊이 더 들어가지 않고 제거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손을 넣어 보십시오. 영상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그래.”
눈앞에 폭발물이 붙은 모습 그대로 영상이 나타났다.
조잡하게 붙어 있기는 하다.
랜디가 예상보다 빨리 출발하게 되자, 긴급히 설치한 모양이다.
목적지를 정확히 몰랐을 테니, 랜디를 죽인 것은 여기 와서일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폭발물을 뜯어냈다.
“이게 쓸데가 있겠지. 이들이 타고 온 차는?”
[현재 위치에서 5시 방향 500m 지점에 승합차에 탄 2명이 있습니다. 그 차로 예상됩니다.]“이 폭발물은 거기 던져 넣으면 되겠네.”
[…….]승합차 뒤쪽의 상자.
확인은 해야 하니 뒷문을 열고 상자를 확인했다.
뚜껑을 열자 피 냄새가 확 풍겨 온다.
랜디의 얼굴은 모르지만, 여기 있는 유일한 서양인이다.
공구 상자 같은 상자인데, 거기에 구겨 넣은 것처럼 보인다.
“개새끼들, 왜 이리 죽이려고 애를 쓰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체 뭘 지키고, 뭘 감추고 싶은 것인지.
“혹시 정보기관 요원들을 죽이기 위한 작전?”
그럴 수도 있다.
정보기관의 요원 양성에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쓸데없는 상상력이 잠시 일어났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얼마나 많은 요원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
폭발물을 숲에 던진 자의 옷에 묶었다.
그리고 둘의 벨트를 붙잡고 공중으로 부양해 숲에 몸을 숨겼다.
5백 미터 지점에 있다는 승합차.
차에 실내등은 켜지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지 그 빛이 실내를 밝히고 있다.
자신들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안심?
뭐 그런 것 같다.
“위니, 저들 사망.”
[네, 마스터.]바닥 쪽에서 사람의 얼굴을 향하고 있던 스마트폰의 빛이 사라졌다.
굴러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승합차의 뒷문을 열고 들고 온 둘을 차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드론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어때?”
“There are four enemies, and Randy’s dead. (적은 모두 넷이고, 랜디는 사망했어.)”
류지현의 질문에 모두 들으라고 그냥 영어로 대답했다.
“(랜디가 죽었다고?)”
“(죽어서 공구 박스 안에 넣어져 있었다.)”
“(아으…… 개새끼들.)”
“(흥분하지 마. 위험은 어느 정도 예상한 거 아닌가? 이젠 두 사람이 안전하게 돌아가는 일이 남았으니 나머지 일을 처리하지.)”
“(말해 봐, 어찌할까?)”
“(랜디의 차에 있던 둘은 내가 이미 보냈고, 그 뒤쪽의 동료들도 보냈다. 랜디의 차 안에 폭발물이 있었는데, 뒤쪽 동료들의 차 안에 넷과 함께 넣어 두었다.)”
그러면서 리모컨을 ‘지나’라고 불린 요원에게 넘겼다.
류지현이 역시, 하는 표정으로 눈에 뜨이지 않게 엄지를 들었다.
“(그리고?)”
“(랜디의 차에 너희 동료들 시신을 싣고 가다 보면 승합차 하나 보일 거야. 지나간 후에 그 리모컨으로 폭파시켜.)”
“(랜디가 사망했으니, 나도 이들과 같이 가겠다. 카덴에게 전해 줘.)”
그때, 이안이 다른 의견을 내놨다.
“(직접 통화해.)”
그런 일은 태영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안은 카덴에게 전화를 했고, 다른 모두는 드론으로 들어갔다.
“(허락했다.)”
짧은 통화를 끝낸 이안의 말이다.
“(그래, 너도 들어가. 걸어가기에는 멀어.)”
이안이 드론에 타고, 태영은 고개를 밖으로 낸 상태로 드론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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