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2
217. 다시 티베트로(5)
드론을 타고 승합차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 전, 승합차는 송다촌의 고속도로 IC를 올라섰고, 라싸 방향으로 지나갔다.
~꽈아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
곧이어 불길이 솟아올랐다.
“폭발력 엄청나네.”
리모컨의 동작 반경이 원거리용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고속도로에 오른 후, 그 지역을 다시 지날 때 폭파시키라고 했었다.
라싸로 갈 것이면 그게 맞는 방법이었다.
폭발이 발생하면, 송다촌에 비상이 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폭발물이 얼마만 한 크기였기에 저렇게 크게 터져?”
“등산 배낭 크기.”
“그래도 폭발력이 센데?”
“조금 전에 비행기 지나갔지?”
“어디?”
“우리 있던 곳.”
폭발물이 언제쯤 터지는 것을 보고 귀환하기 위해 송다촌 부근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폭발물이 터지기 전에 비행기 엔진 소리가 들려왔었다.
“무슨 일 생길까?”
“우리가 먼저 도착할 거니 상관없어.”
이곳은 통신, 교통, 운송 수단 확보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CIA 쪽이나, 공격을 하는 중국 측의 어떤 기관이나 모두 동일한 리스크가 있다.
한쪽은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하고, 한쪽은 대놓고 일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태영이 준비해 온 드론으로 계속 시간을 앞서가고 있다.
“(귀환 중인가 C?)”
“(탈출 준비해 두도록. 예상이 맞으면 곧 누군가가 들이닥칠 거다.)”
“(알았다.)”
리더는 카덴인데, 계속 태영이 이래라저래라 하게 된다.
23Km는 워낙 짧은 거리다.
통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벌써 다롱 상공에 도착했다.
드론이 착륙하자 이곳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의 짐들을 싸 두었다.
원래 이곳에 있던 물건들과 섞인 것이 없는가 하는 것을 확인 중이었다.
“(그들은 잘 갔나?)”
카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곳까지 왔던 동료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한 명이 죽었다.
“(라싸 방향으로 차가 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
“(폭발 소리는 우리를 폭사시키려고 했다던 그 폭발물?)”
여기까지 폭발음이 들렸나?
다른 소음이 없는 곳이니 미약하게 들려왔을 수도 있다.
“(맞아, 이제 우린 빠르게 출발해야 한다.)”
“(그래.)”
“(렉스, 성과가 있었나?)”
설치해 두었던 계측 장비들도 뚜껑이 닫혀 있다.
“(부족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맞다.
조선족 이세권이 이들에게 도움이 된 것이 있을지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거다.
“(모두 싣고 떠나자.)”
“(고맙다.)”
이젠 2명의 CIA, 2명의 NASA 직원, 그리고 조선족인 이세권.
류지현과 태영을 포함하여 7명이 탑승했다.
9명이 타고 올 때에 비하면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조셉이 블레이크, 트로이와 헤어졌다고 방향으로 드론을 움직였다.
그곳의 좌표는 없다.
오직 조셉이 서술한 내용이 전부다.
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두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것은 없다.
조셉의 기록으로 보면, 당시 모든 배터리는 방전되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어딘가로 가서 충전해 볼 방법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했다.
걸리면 죽음인데, 조금이라도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은 피해야 했을 거다.
할 수 있는 것은 볼펜으로 작은 메모지에 기록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했다.
***
“(찾았다.)”
경장촌을 20Km쯤 앞두고 있는 곳.
앳윌플레이에서 보여 주는 영상은 조셉이 설명한 곳과 일치했다.
블레이크를 묻어 주고 3시간을 걸었을 때, 도착한 곳이 경장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장촌을 앞두고 속도를 현저히 낮추었다.
그때부터 드론 외부의 카메라로부터 찍힌 영상을 앳윌플레이에 넓게 보여 주었다.
모두에게 찾아보라고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으로는 강이 동서로 흐르고, 동과 서에 각각 높은 산이 있으면서 그사이에 농토가 많은 곳.
다행스럽게 그곳에서 민가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었다.
“(지금 시간은 중국 시 기준 1시 10분, 10분 안에 작업을 끝낸다.)”
카메라를 움직여 표시했다는 나무를 찾았다.
“(저기.)”
불을 밝힐 수 없기에 하늘의 뿌연 희미함이 전부다.
태영이 먼저 밖으로 나와 삽을 찾아 들었다.
표시된 지점을 확인하고, 여기서 다포리요까지 거리를 계산해 봤다.
이들은 린즈에서 누군가와 접선하여 시신과 함께 중국을 탈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한없이 지난한 길이다.
“(카덴.)”
“Why C?”
“(린즈에서 기다리기로 한 사람에게 돌아가라고 연락해.)”
처음 이들을 만날 때 붙은 꼬리.
그리고 시신을 인도해 갈 요원의 죽음.
이 정황으로 봐서 이번 작전 정보가 일부 유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내가 인도 북부까지 데려다주고 떠나겠다.)”
“(정말인가?)”
“(그래, 다포리요에 데려다줄 테니, 거기 가서 연락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린즈에서 그 사람을 태우고 가면 안 되나?)”
“(그건 좋은 방법은 아니다. 누군가가 그들을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처럼 하면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다만, 이쪽이 노출되어 전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피하는 것이 맞다.
“(좋다, 인도에 도착해서 연락하기로 하지.)”
한쪽에서는 조심스럽게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태영은 선글라스를 통해 환하게 보이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어둠 속에서 어렵게 작업하고 있었다.
저들이 사망했을 때, 이곳은 항상 영하의 기온이었고, 사망 후 많은 기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몸이 흙으로 돌아가는 초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시신에서 나오는 악취와 뼈에서 살갗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흙까지 같이 담아.)”
“(그래, 그게 좋겠다.)”
태영의 요청에 카덴이 동의했다.
흙을 털어 내지 않고 그대로 가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간은 10분 이상 걸렸다.
저 시신은 블레이크이다.
트로이는 이곳에서 다시 10Km를 더 가면 Y형으로 강이 이루어진 곳의 언덕에 있다.
***
“(10분 동안 잘 참아 줬다.)”
태영이 드론에서 나가며 낮게 말했다.
이곳은 다포리요.
태영과 류지현을 태우고 온 헬기가 둘을 내려 준 곳이다.
시신까지 포함하면 아홉.
무척이니 좁은 공간이기에 다들 고생했지만, 고생한 시간은 짧았다.
“(여기가 다포리요? 인도 북부라고?)”
“(맞아. 너희 비행기가 우리 둘을 여기 떨어트려 주고 갔다.)”
“(고맙다, 네 덕분에 무사히 임무를 마치게 되었다.)”
아니, 너무 쉽게 끝났지.
카덴과 이야기 나누는 사이에 모두들 드론에서 내렸다.
요원들은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출발 전, 이번 임무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생길지 모른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전은 끝이 났다.
심지어 총격전이 있었지만, 한 명이 처리하고 난 뒤의 결과만 보았다.
“(C, 요원이 아니라고 했지?)”
“(그래, 아니야.)”
“(생각 없나? 네가 우리와 함께라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는 비즈니스맨이야. 그리고 내가 원하는 페이를 맞춰 주지 못해. 그 누구도.)”
“(허…….)”
여기까지가 태영이 해 줄 수 있는 일의 끝이다.
이제 이들이 알아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자, 이제 작별의 시간이다. 기회가 있으면 또 보자구.)”
태영과 류지현은 모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가자, 공.”
“그래.”
류지현이 안으로 들어가고 태영도 곧 뒤따라 들어간 드론은 소리 없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쿵~투둑~
“아야.”
드론이 날아가며 짐과 몸이 한쪽으로 쏠린 류지현이 짐에 부딪치며 소리를 질렀다.
“잘 잡아라.”
“야, 그걸 미리 말해야지, 이제 말하냐?”
벌써 이런 일이 여러 번인데, 아직도 미리 말해 줘야 하는 거야?
“미얀마 넘어서 중국 땅을 통과할 거야.”
중국에서 가져온 대포폰을 사용하려면 중국의 통신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레이더에는 안 잡힌다고 했는데, 육안으로는 보이잖아?”
“여태까지 보고도 몰라? 지금 밤인데 보일 리가 없지.”
“그거야 알지만, 그래도 걱정되어서 그렇지.”
엣윌플레이에서 중국의 산악과 작은 마을을 지나갔다.
그러다가 규모가 있는 도심 지역의 상공을 지나갈 때, 드론을 숲속에 착륙시켰다.
“왜?”
“위치 확인 좀 하고, 볼일 좀 미리 봐 둬.”
“다음 일은 그거지?”
“골드바.”
“진짜 그거 가지고 갈 거야?”
“네 몫도 꽤 될 텐데, 안 하고 싶어?”
“……거, 그딴 건 묻지 말고 알아서 해.”
욕심은 나는데 가책은 되는 모양이다.
상하이에서 건져 왔던 폰을 켰다.
로밍 같은 절차가 필요 없어서 이런 경우는 매우 효율적이다.
[Y?]“Z?”
조셉에게 건네준 폰에 있는 태영의 이름이다.
그렇게 불러서 신원을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남겨 둔 외자 알파벳 이름.
[Yes.]“(지금부터 24시간 후, 약속한 위치.)”
지금 중국 시간으로 하루 뒤로 잡았다.
이대로 비행하면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겠지만, 남는 시간이 애매하다.
애매하면 하루를 넘기는 수밖에.
[(기다리던 중이었다. 직접 간다.)]“(직접?)”
[(그렇다.)]이건 뜻밖이다.
흥미를 끌게 한 것인가?
대화 중에 태영은 위니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말씀하십시오, 마스터.]‘지난번 동관의 그곳, 좋은 경로를 알려 줘.’
[거리 1,600Km 직선으로 가는데 문제없습니다만, 시내를 통과하지 않기 위해 동관 북쪽 100Km 지점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것으로 드론에 좌표 보내 드리겠습니다.]여기서 직선으로 날아가면 광저우 시내를 관통하게 된다.
시 외곽으로 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애매한 시간을 때우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 같다.
‘그 지점에서 낮을 보내겠다. 빈집 찾아 줘.’
[네, 준비해 두겠습니다. 낮을 보내려면 드론의 크기를 줄일 것을 권합니다.]재조립 시간이 아깝기는 한데,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OK, 그 집, 경비 인력 변화는?’
“(좋은 소식 가지고 만나지.)”
[그 집의 경비 인력은 그대로입니다. 3명의 관리인, 6명의 경비원, 2명의 상황실 인원 또한 동일합니다.]조셉의 말과 위니의 답이 시간차 없이 들려왔다.
[(그래, 거기서 만나지.)]조셉의 말을 듣고 통화를 종료했다.
위니와 조셉과의 멀티 통화는 약간 헷갈리기도 한다.
통화를 끝내고, 드론을 해체했다.
“왜?”
“크기를 줄이려고.”
드론의 크기를 다포리요에서 장시로 갈 때와 같은 사이즈로 재조립했다.
“타라, 가자.”
“머릿속에 계획을 너 혼자만 넣고 있지 말고, 내게도 좀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냐?”
“가면서 말해 줄게.”
태영은 류지현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내일 새벽, 골드바를 싣고 담간도를 넘어 해상으로 나가면 화물선이 기다리고 있다.
화물선에는 태영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켜져 있을 것이다.
화물선의 대기 시간은 최대 12시간.
[마스터.]‘왜?’
어딘가 통신이 연결되는 지점을 지날 때, 위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류지현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앳윌플레이를 보고 있어서 수신호를 주고받는데 아무 제약이 없다.
[비어 있는 집은 많이 있습니다만, 드론을 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지난번처럼 혼자 다니면 어디든 내려서 들어가면 되지만, 지금은 드론이 들어가야 한다.
‘아파트들?’
[그렇습니다.]빈집인 것을 위니가 확인하려면, 통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골의 집들 중에 빈 곳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골은 그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가 지나가는 위치가 어디지?’
여전히 통신이 연결되어 있다.
[계림 남쪽 지역입니다.]‘그럼, 여기서 낮을 보내자.’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하겠습니다.]‘그래, 그리고 이번 작전 정보가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 조사 좀 해 봐.’
[네, 마스터.]“왜, 자꾸 손을 꼼지락거려?”
류지현이 있어서 말로 대화하지 못하고, 손끝으로 글을 써서 대화 중이다.
손의 움직임을 느낀 류지현이 투덜거렸다.
“너, 만지는 거 아니니까 신경 꺼라.”
드론이 산봉우리의 정상에 있는 숲속에 내려앉았다.
“왜?”
“여기서 낮 시간을 보내고 밤에 출발하자.”
“여기는?”
“계림.”
“와~ 그 계림이야?”
“그 계림은 맞는데, 숨어 있어야 해.”
“온몸이 찝찝해서 좀 씻었으면 좋겠는데…….”
샤워 못 한 지 조금 되긴 했다.
그건 태영도 마찬가지다.
***
“(최?)”
오산 기지.
약속된 위치로 드론이 내려앉자 10여 명의 미군들이 총을 겨누고 서 있다.
“Hayden.(헤이든.)”
출발할 때, 작전 설명을 해 준 헤이든이다.
“(임무는 완수했다고 들었다.)”
“(현지에 있던 너희 요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건 나도 유감이다. 그래도 최 덕분에 더 많은 희생 없이 성공했다고 들었다.)”
“(자, 이제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다.)”
“(정문까지 데려다주겠다.)”
태영은 드론을 분해해서 가방에 집어넣었고, 미군 병사들은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그 드론 말이야.)”
다른 짐들 옆에 드론을 세워 놓고,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고, 육안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했다고 들었다.)”
“……?”
“(우리 군이 구입하기로 한 것은 레이더 식별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맞아, 그래.)”
“(왜 그런가?)”
이거 여기서 질문하고 답할 일이 아닌데.
“(재료의 수급이 그만큼 어렵다고 알아주면 좋겠다.)”
“(이번 작전에 사용된 이 드론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
“…….”
뭐라고 대답을 해?
할 수 있는 대답이 많지 않아.
이 때문에 몰래 상륙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 참가한 모두가 알기에 기지에 연락하고, 편하게 들어온 것이다.
“(아무튼…… 또 보세.)”
뭔가 할 말을 마저 하지 못한 표정이다.
총기류가 든 가방, 위성 전화기 등 이들이 지급한 장비를 반납했다.
그들이 태워 준 승합차에 타고 정문으로 왔을 때.
서울에서 이곳까지 태워다 준 류지현의 동료가 정문 옆에 세워진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
“네, 마중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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