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5
220. 정보의 유출(2)
“와~ 이, 이, 이게…….”
놀란 목소리가 떨려서 나온다.
워처가 천천히 이동하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었다.
이새봄은 자신의 논란 표정이 폰에서 보이는 것을 보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와~ 말도 안 돼.”
“…….”
태영은 이새봄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바람과 대기의 영향을 조금 받지만, 이동 속도 시속 175Km, 통신 거리는 제니아의 위치로부터 300Km까지. 배터리 없이 영구 사용.”
“와~ 지, 진짜?”
“응.”
“우리 회사에 지금 보내면 그쪽 모두 실시간 확인이 돼?”
“응, 연습을 조금씩 해서 익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
“연습?”
“예를 든다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교수님 강의를 들을 수 있지.”
“하.하. 하.”
조금 어처구니없이 웃는다.
“저놈들이 내 험담을 하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들 때 보내서 확인할 수도 있고.”
“흐흐흐흐.”
이건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추적과 감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가능해.”
“근데 배터리가 없이도? 어떻게?”
“대기 중의 전파 신호를 에너지로 치환해서 사용해.”
“이……점이 아주 많은데?”
“제니아에 10개, 이 데크에 20개.”
“이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으면, 그냥 제니아에 있어도 되는 거 아냐?”
맞는 말이지.
“이 데크를 주는 데는 이유가 있어.”
“으응?”
“여기에는 사프캣이라는 특수 장비 3개가 있어.”
“사프캣, 그건 뭔데?”
“워처가 추적, 감시 용도라면 사프캣은 거기에 더해서 공격과 방어 기능이 있어.”
“하아.”
“불러내 봐.”
“위니 사프캣 불러 줘.”
태영의 말에 이새봄은 위니에게 말했다.
1초도 안 되어서 나타난 물체.
보일 듯 말 듯 한 물 얼룩 같은 모습으로 손가락 한마디 크기이다.
“이게……?”
이새봄의 손끝이 사프캣 앞으로 갔다.
“지금은 밝은 곳으로 눈앞에 있기도 하지만, 모습을 감추려고 하지 않아서 이렇게 보이는 것이고, 보통은 육안으로 찾을 수 없어.”
“그래?”
“있다고 생각하고 확인하려 들지 않으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왜? 어떻게?”
“주위 환경에 동화되거든.”
“속도는 워처같이?”
“빨라. 시속 650Km, 1초에 180미터를 날아가. 바람이나 대기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고, 통신 거리는 1,500Km.”
“와~.”
오늘은 감탄의 연속이다.
“사프캣의 주된 용도는, 공격과 방어이니까 위험하다 느낀 순간 불러내면 돼.”
[워처 돌아오고, 사프캣 움직입니다.]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새봄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어떻게 공격하고 어떻게 방어해라 그런 건?”
“처음에는 그냥 방어하라고 하면 위니가 알아서 해.”
“나중에는?”
“위니와 대화하면서 천천히 배워 가면 될 거야.”
“오빠.”
“응.”
“이거…… 갑자기 주는 이유가 있지?”
뭔가 있다고 느낀 이새봄이 물었다.
“……맞아.”
“위험해?”
“어쩌면.”
“뭔데?”
“어제 돌아오기 전에 수행한 작전의 내용이 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대상에게 유출되었어.”
“혹시, 오빠와 함께 사는 내가 위험해질 수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절대로 그런 일이 생겨서도 안 되잖아?”
“오……빠.”
이새봄이 두 팔로 목을 끌어안았다.
“안심해.”
“걱정 안 해. 전에 ‘오빠 도와줘’라고 외치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던?”
“그래, 얘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아, 역시.”
팔을 풀고 입을 맞춰 왔다.
“…….”
“내가…… 오빠를…… 만난 것은…… 하늘의 도움이 있었나 봐.”
“한봄이가 심부름꾼 역할?”
“으응.”
부모님에게는 그 위험이 없느냐 물었다.
제니아가 없어서 직접 조종할 수는 없지만, 사프캣이 곁에 있다고 말해 주었다.
***
“어서 오시오.”
역시, 약속된 장소에는 제스가 와 있다.
“또 보네요.”
“이주현 비서관이 참석하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겼소.”
그쪽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업무적으로 많이 연결되어서 좋을 일도 없고.
“어서 와.”
“하루 쉬었다고 뽀송뽀송해졌네?”
“그러게. 올 때는 피곤해 죽을 것 같았는데.”
변신용 마스크가 피부를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도 있다.
화장품 회사나 약품 회사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오늘은 웬일로?”
제스가 물었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천천히 이야기하죠.”
식당의 서빙 직원이 있으니.
수신호를 통해 혹시 감청 장비 같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깨끗합니다.]안심하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식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제법 흐를 때까지 날씨가 어떠니, 요즘 세상이 어떠니 하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차례차례 한두 접시 단위로 나오던 음식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래, 무슨 일이오?”
서빙 직원이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인사하고 탁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나가자 제스가 물었다.
“이번 작전 개요와 참가 요원 명단이 적에게 유출되었습니다.”
“유출? 적이라면?”
제스가 깜짝 놀란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
이번에는 류지현의 질문이다.
“일단, 의심은 했잖아? 기억 안 나?”
“그…….”
한번 말한 적이 있다.
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어디요? 유출된 곳이.”
“MSS.”
~쨍그랑~
류지현이 숟가락을 놓쳤다.
“정말이지?”
“그쪽 요원들과 합류할 때 꼬리가 붙어 있었던 것 기억하지?”
“기억하지. 보고서에도 썼는데.”
“현장에 무장 병력이 많았고, 인수자가 사망한 것은?”
“정말 이상했어. 그런데 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그래, 말하지 않았지. 그래도 의심은 했을 것 아냐?”
“그…….”
“유출된 수준은 아시오?”
“결과 보고서는 아니고, 작전 개요서와 일정표가 넘어갔는데, 문제는 코드명이 같이 기록되어 있다는 겁니다.”
“좀 자세히 말해 주겠소?”
“미국의 거기, 사무국 직원의 PC에서 넘어갔고, 해킹을 빙자한 스파이라 생각됩니다.”
“흐음.”
“야, 어떻게 알았어?”
“물론 어찌 알았느냐가 중요하겠지?”
“그래, 중요해.”
“거기서 우리가 상대한 적이 몇인지 알지?”
“정확한 건 으음…….”
머릿속으로 세고 있다.
“26명이고 25명이 사망했어. 모두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
더 있었을 수도 있지만, 마주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제스가 품속에서 폰을 꺼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찾더니 전화를 한다.
“사무국 직원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Jess.”
통화가 연결된 모양이다.
제스는 저쪽과 짧게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기분 나쁜 어투다.
“(이번 작전의 정보 유출, 알고 있었나요?)”
한순간에 직접적으로 물었다.
“…….”
낮지만 억눌러 화를 참는 음성.
설명을 해라.
유출된 것을 알려 준 것으로 부족하나?
찾는 것은 너희의 일이 아니냐?
하마터면 우리 요원과 우리가 부탁한 민간인까지 피해를 볼 뻔했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공조가 가능하겠느냐?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저녁에 지부장과 만날 거요. 같이 만나겠소?”
통화를 종료한 제스가 물었다.
한국 지부장.
여태까지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만나면 지금보다 좀 더 깊이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피하는 것이 맞지.
“국장님이 만나시죠.”
“왜?”
태영의 말에 류지현이 물었다.
“그냥.”
제스는 다시 누군가와 톡을 주고받았다.
“프린세스는 식사나 마저 하고 가도록 해. 난 다른 볼일이 있어.”
“네, 국장님.”
“먼저 일어나겠소.”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고, 후식도 나오지 않았는데, 제스는 일어섰다.
“안녕히 가십시오, 나가지 가지 않겠습니다.”
“또 봅시다.”
제스가 나갔다.
제스는 어떨지 몰라도 류지현은 마음이 많이 불안할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 다녀온 사람은 류지현이니까.
마음을 달래 줘야 할까?
“말 안 해 줄 거야?”
제스가 떠나고 말없이 앉아 있던 류지현이 물었다.
“뭘?”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와이어트 샌더스, 셀리나 앨퍼드.”
“그게 누…… 지난번에 위치 확인?”
이름이 생각난 모양이다.
“…….”
수마트라 탐사를 떠나기 전.
조셉의 위치를 어찌 확인했는지를 말해 달라고 했을 때 보여 준 제프와 사비나의 본명이다.
“그것으로는 설명이 안 돼.”
안 되지.
태영도 그것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사무국 직원의 PC에서 유출되었다는데 PoinView로 덮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
“……대체, 네가 감추고 있는 것들이 뭐냐?”
“감추고 있다니?”
“그게 아니면?”
“말해 주지 않은 것과 감추는 것은 달라.”
“어이구, 정말.”
기가 차서 찡그리는 것이겠지만, 예쁜 여자의 찡그림은 그 모습조차 아름답다.
태영과는 상관없지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한정식 코스 요리의 끝인 밥과 국이 들어왔다.
“그들이 찾아올까?”
숟가락을 국그릇에 넣고 휘적거릴 뿐 앞으로 가져가지는 않고 물었다.
“나 같으면…… 무조건.”
“안심되는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네.”
“말로 안심하라고 하면 안심이 돼?”
“그러니깐…… 말이야.”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거다.
특히, 태영 같으면 무조건 찾아온다고 했으니까.
이게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
“이건, 나하고 너만 해당되는 거잖아?”
잠시 말을 끊고 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하는 말이다.
“너희 회사 존재 가치와 망신이 포함되는 거지.”
“내 목숨을 걸고?”
“그리되네.”
“그쪽에서 공식적으로? 아니면 비공식?”
“그것을 어찌 알아?”
“……후우~ ……그래, 알 수가 없네.”
“우린, 그 나라에 입국한 적이 없어.”
“……?”
“공식은 아니라는 뜻이지.”
그 말에 잠깐 동안 태영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맞네. 그럼 비공식적으로 나와 너를 치거나 납치?”
“네가 나보다 쉬워 보일 테니, 아무래도 타깃은 네가 되지 않을까?”
“야, 내가 여자라 쉬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여자가 그런 조직에 납치되어 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너는 걱정도 안 되니?”
“내가 왜?”
“와, 이 나쁜 놈.”
국그릇에 담김 숟가락을 들고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마.”
“……?”
“내가 너희 회사 직원은 아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우린 동료잖아?”
“거참, 듣던 중 안심되는 말이네.”
“난, 말이야.”
“……말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나와 내 동료에게 칼을 겨눈 적을 살려 둔 적이 없어.”
“……뭐?”
“…….”
“그게 무슨 말이야?”
조금 놀란 억양과 어투다.
“봤잖아?”
“어디…… 티베트에서?”
“그래, 티베트에서 두 번, 수마트라에서 한번.”
“……그게…… 그런 뜻이었어?”
“대체 뭘 상상한 거야?”
“하, 그래. 내가 대체 뭘 상상한 거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네.”
“처음에 그곳에 조사를 갔을 때, 우린 그들이 적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
한동안 말을 멈추고 류지현을 바라보다가 말을 시작했다.
“그래, 그랬지.”
“그런데 모두 죽을 뻔했어.”
“네 덕분에 살아서 돌아왔고.”
“결론은 그리된 거지만.”
“수마트라에서도.”
“그래, 거기서도 우린 그들에게 해를 입힐 생각이 없었지만, 우리 모두 죽을 뻔했지.”
“너……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니?”
“뭔 소리야?”
“칼을 겨누는 적을 살려 둔 적이 없다면서?”
혹시 유재구를 떠올린 것인가?
그랬을 수도 있다.
유재구는 가스 중독으로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가 총 들고 다녀도 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총기가 불법인 나라에서 총 들고 다녀도 되느냐는 질문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런데 무슨 질문이 그래?”
“그래, 미안하다.”
이런 식의 대화는 류지현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을 타깃으로 한다면 어찌 될까?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상태에서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병원의 팀원으로 처음 태영을 찾아왔을 때, 이런 미래가 전개될 줄 알았을까?
당연히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마스크.”
“남은 거 돌려 줘?”
식사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고 숟가락을 휘휘 젓기만 한다.
“그걸로 항상 얼굴을 바꾸고 다니라고.”
“아…… 그…….”
“그들은 아직 네 얼굴을 모를 수 있어. 금방 알게 되겠지만.”
“그렇지.”
“한국인 얼굴로 마스크를 좀 더 만들어 줄 테니까. 다음 주에 사무실로 한번 와.”
“비싸다면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싶지 않아. 널 24시간 곁에 있으라고 할 수도 없는데.”
“……고맙다.”
눈은 왜 빨개지는데?
“에사믹, 꼭 입고 다니고.”
“날씨가 자꾸 더워지고 있어.”
“에사믹 입으면, 여름에 긴팔 입어도 돼.”
“……그래? 아무튼…… 아니다.”
“걱정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사프캣 하나가 항상 뒤따르면서 너를 보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고 말해 줄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