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7
222. 임상 시험 시작
“어서 오너라.”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들어서자 아버지가 반긴다.
“자주 찾아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괜찮다. 너도 바쁜데. 잠깐, 승희야.”
아버지는 태영을 안내해 준 비서실 직원을 불렀다.
“네, 사장님.”
비서의 이름은 고승희.
전문대학 비서학과를 졸업했다는 기본 정보 정도만 알고 있다.
“연구소에 연락해서 회의실로 모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박홍균 사장 연락해 줘요.”
“네, 사장님.”
대답을 한 비서가 돌아서면서 태영을 힐끗 본다.
“비서진을 뽑으셨네요.”
“그래, 결국 뽑았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둘이나 뽑았다.”
“네, 잘 하셨습니다.”
“박 대리라고 한 명은 약대 출신 남자인데, 지금 심부름 보냈다.”
약대 출신 비서?
보통은 약사를 할 것 같은데,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장혜윤은 아직 잘 다닙니까?”
다니고 있는 줄은 알고 있으면서 물었다.
장예윤은 사망한 레피우스 사장의 아내인 장혜인의 동생이다.
“잘 다녀. 일이 편해서 그런가 봐.”
“제가 거의 안 오니까, 하는 일이 없죠.”
“맞아. 아무도 그 애에게는 일을 안 시키고, 말도 안 시키고.”
“그냥 두시게요?”
“선택권을 주었지.”
“그냥 있는 것을 선택했나요?”
“그러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두었다.”
“3개월 지났나요?”
“응, 지났어.”
3개월까지는 수습 기간이 적용되어, 수습이 끝날 때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태영도, 아버지도 수습이 끝날 때 채용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장혜윤은 케이스가 조금 다르다.
언니인 장혜인과 모의하여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입사한 사람이다.
“하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무슨 짓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똑똑~
사장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
“응.”
“사장님, 다들 오셨습니다.”
고승희의 보고다.
“가자.”
“네.”
아버지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자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 5명이 앉아 있다가 모두 일어섰다.
“우리 연구소 소장하고, 간부들이다.”
“아, 네.”
사람을 많이 충원했다고 들었다.
그중에 연구소에만 20명 정도를 뽑았다고 했으니 사람이 많이 늘어난 거다.
앞에 앉은 사람들의 나이가 40대에서 50대는 되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저들이 책임자이리라.
“안녕하세요, 최태영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회사의 직원들이기에 태영이 먼저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김성현입니다.”
깐깐하게 생긴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연구소장, 요즘 흔히 CTO라고들 하지만, 아버지는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냥 연구소장이 좋다.”
“저도 연구소장이 더 편합니다.”
“네가 언제 오느냐고 가장 많이 물어본 사람이기도 하고.”
“반갑습니다.”
“하동원입니다. 연구 1팀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진서, 길은표, 유수정까지 모두 인사를 했다.
“김성현 소장은 연구소 책임자로 상무, 다른 분들은 수석 연구원으로 각 팀을 이끌고 있고.”
“학생이라구요?”
서로 인사가 끝났을 때, 유일한 여성인 유수정이 신기한 물건 보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직 학생입니다.”
“전공이 기계 공학?”
“네.”
제약이라고 보면, 바이오 공학 분야인데, 태영의 전공은 기계 공학이다.
“신기하네.”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끄러미 본다.
“그래, 나도 정말 신기해요.”
유수정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연구소장 김성현이다.
“비밀이 뭐예요?”
사장의 아들이라서인지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취조하듯 묻지 않고 장난하듯 묻는다.
“비밀, 무슨 비밀이요?”
“기계 공학 전공자가 바이오 분야를 우리보다 더 잘 아는 것에 대한 비밀?”
“음, 비밀 없는데요.”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다.
“아닌데, 분명히 뭔가 밝히지 않고 있는 커다란 비밀이 있는데.”
의심스럽지 않으면 이상하지.
“학교는 갑니까?”
태영과 유수정의 대화를 듣고 있던 3팀장인 길은표가 물었다.
마치 곤란한 질문에서 구해 주는 구세주 같은 표정이다.
“거의 못 가죠.”
“한 회사의 대표라면 그럴 것 같은데, 출석에 까다로운 교수들이 많지 않아요?”
“연구 과제를 왕창 드리고, 그에 따른 연구비도 왕창 드리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나쁜 학생이네. 학교에서는 연구비 많이 지원해 주면,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유수정이 쌩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시험은 못 빼 준다고 하시더라구요.”
“시험은 치러요?”
“네.”
시험을 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인데, 왜 그러지?
“곧 시험 기간 아닌가?”
“맞습니다. 다음 주입니다.”
“성적 잘 나와요?”
“낙제 안 할 정도 됩니다.”
“사장님, 아드님이 정말 똑똑한가 보네요?”
“글쎄, 요새는 나도 내 아들을 잘 모르겠어.”
“에? 무슨 그런 말씀이 있어요?”
연구소 사람들과 아버지는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 같다.
“자, 이제 임상 이야기를 하죠. 질문할 것 있으면 그것도 하고.”
“전 임상 시험이 아주 빨리 끝났다.”
“원래는 그 기간이 길지만, 대학 병원 쪽과 협업 형태로 진행하면서 단축 임상을 받아들여 주었구요.”
아버지의 전 임상 시험 이야기에 김성현 연구소장이 부가 설명을 했다.
“아무리 단축 임상이라도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요청이 많았고, 그들은 정말 적극적이었어요.”
태영도 TV에서 몇 번 보았다.
환자는 자신의 남은 목숨과 관계있는 일이다.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
“잘 되었네요.”
“……음, 네 생각은 어떠냐?”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뜬금없는 질문에 반대로 물었다.
“TV를 통해 임상 지원 참가자를 모집하고, WHO에도 문서를 보내 지원자를 받으려고 하는데.”
“괜찮은 방법이네요. WHO에도 가능합니까?”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그러면서 연구 책임자들을 돌아본다.
연구소장과 또 다른 사람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봐서 방법을 찾아 두었다는 말이다.
태영이 신약 개발에 대한 프로세서는 개념만 아는 수준이다.
자세한 것은 굳이 알고 있지 않아도 되기에.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죠.”
“대신에 지원자가 많이 늘어날 거야.”
“관리 인원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병원과 연구소가 많으니 그건 문제가 줄어들 거야. 그런데…….”
“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네가 많이 시달리게 될 것이기에 네 의견을 들어 보려고 한 거다.”
아버지가 걱정하는 것.
원소 매핑 기술에 대한 것이다.
7D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하는 것 역시 원소 매핑과 다르지 않다.
“괜찮습니다. 관련 회사의 제품 제조 방식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그래?”
“네, 직원들에게 비밀을 유지하라고 해도 그들의 입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는 정보도 있으니, 적당한 때가 되면 외부에 알리려 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다면 안심하고 진행해도 되겠구나?”
“네.”
“자, 그럼 궁금했던 것들…….”
아버지의 그 말을 시작으로 5명으로부터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무려 2시간.
바이오 분야의 지식.
그러나 아는 것이 없으니 태영이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위니에게 물어 겨우 부분, 부분을 답해 주는 수준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대답해 줘야 할지 구분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지표 물질을 원소 매핑 기술로 생성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
“반응이 어때?”
수원에 있는 신정현의 집으로 가는 중에 위니에게 물었다.
[허탈하다는 반응입니다.]아버지 회사 연구진들은 무언가 획기적인 것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없으니 답해 주는데 한계가 있고, 그들의 허탈한 심정은 이해가 된다.
“어쩔 수 없지.”
내비게이션이 신정현이 알려 준 아파트에 가까워 왔음을 알려 준다.
2개 동으로 지상 주차장만 있는 오래된 저층 아파트이다.
공동 현관 출입구 같은 것은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5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따라갔다.
~띵똥~
벨을 누르고 잠시 후.
~덜컥~끼익~
오래된 아파트의 전형적인 낡은 철제 방화문이 열렸다.
복도와는 달리 집 안의 환한 빛.
동시에 코끝에서 몸속으로 밀려드는 따뜻한 음식 냄새.
“사장님.”
신정현의 목소리와 함께 반쯤 열렸던 문이 벌컥 열렸다.
태영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 중에 태영과 함께 증발해 버린 병사의 누나.
그리고 테니테크의 이름으로 뽑은 첫 직원이다.
NRS에서 만났으니, 만나게 된 과정이 정상은 아니었다.
NRS에서 자신에게 건네준 메모 쪽지.
그래서 만났다.
어머니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회사에 채용하자고 생각하며 권했다.
“안녕하세요?”
신정현 모친의 의견은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 지은 밥과 직접 만든 반찬으로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겸사겸사 어찌 사는지 한번 보고 싶기도 했다.
{오셨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네, 엄마.”
안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세요. 집이 누추해요.”
“네, 고마워요.”
태영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외부에서 보이는 낡은 아파트의 모습과는 달리 집 안은 비교적 깨끗하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신정현의 모친.
가족 인적 사항에 기록된 이름은 ‘정수경’.
정수경은 출입구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반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방금 벗은 듯한 앞치마는 식탁 의자 위에 걸려 있다.
흘러내린 눈물은 벌써 얼굴에 홍수가 난 것 같다.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흐읍, 감사……합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공손하게 인사해 온다.
나이로 보면 어머니보다 더 많다.
루게릭병.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는 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상황에서 태영이 약을 보냈다.
신정현에게 휴가도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완치되어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태영은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는 정수경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
정수경의 두 팔이 태영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흐읍, 흐으으읍, 정말…… 감사합니다.”
울음을 참느라 애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몸이 떨리는 것은 의지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가 보다.
신정현의 코끝이 빨개지고 볼을 따라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엄마, 울지 마.”
저도 울면서 제 어머니에게 울지 말라고 한다.
신정현이 눈을 스윽 비벼 닦고, 정수경의 어깨를 잡았다.
정수경은 그제야 태영을 감싸 안은 팔을 풀고, 두 손으로 얼굴을 닦는다.
신정현이 식탁 한쪽 끝에 놓인 휴지를 왕창 뽑아 건네주자 그것으로 얼굴을 닦았다.
“손님을 모셔 놓고…… 잠시 이쪽에 앉으시지요.”
정수경이 거실 안쪽으로 안내했다.
“네.”
태영은 거실 소파에 앉으며 벽을 둘러보았다.
낡은 소파.
오래된 작은 탁자.
신정현의 급여는 매우 높은 편이다.
거기에 증발 군인의 가족에게 주는 오프라인 매장 혜택에 따른 소득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조금 의외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반찬 차려 놓고…….”
“네.”
정수경이 주방으로 갔다.
정면의 넓지 않은 벽에 붙은 커다란 앳윌플레이.
아마 저것을 TV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소파의 뒤쪽에 있는 가족사진에 네 사람이 보인다.
사망했다는 신정현의 부친.
신정현과 나란히 서 있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군 생활 중에 증발된 신정현의 동생 신정석일 것이다.
얼굴은 기억에 없다.
생활관이 다르고, 병과가 달라서 마주친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혹시 마주쳤을지라도 28년의 세월은 대부분을 잊게 할 만큼 긴 시간이다.
수신호를 보냈다.
‘신정현 자가인가?’
[월세입니다.]‘벌이가 제법 되는데.’
뿐만 아니라, NRS에서 그들에게 뜯어낸 돈을 제법 주었다.
[수입의 대부분은 모친을 치료하느라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했고, 그 후에는 부친의 이름으로 남아 있던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습니다.]그런 개인적인 부분은 일부러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이 남았나?’
[거의 다 갚아서 이제 3천이 남아 있습니다.]그 정도라면 부담은 없겠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날, NRS에서 만날 수 있게 해 준 강인목이는 좀 더 도와주자.
그리고 변성준은 잘못하더라도 한번쯤 더 눈감아 주기로 하자.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사장님.”
“네.”
신정현의 부름에 돌아보니, 식탁 위에는 음식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식사하러 오세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식탁으로 가자, 온갖 반찬이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차려져 있다.
식탁 위에 다 놓지 못해서 접시가 겹쳐진 것도 있다.
“아이구, 많이 차리셨네요.”
“그래도……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수경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닙니다. 이렇게 많이 차리시느라…….”
반찬의 가짓수도, 양도 정말 많다.
“목숨을 받은 셈인데…….”
음식을 차리느라 진정되었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엄마~.”
두 모녀가 또 같이 눈물을 흘릴 태세다.
“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렸는데, 못 먹으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십시오.”
세상에.
이렇게 음식을 놓을 자리가 없도록 차려 놓고 차린 것이 없다니.
국을 먼저 한 입 떠 넣었다.
“아, 맛있네요.”
요리 솜씨가 좋은 것 같다.
“엄마가 아프시기 전에 요리를 잘했어요.”
“흐음, 그래서…… 정말 맛있습니다.”
다른 반찬들도 입에 잘 맞았다.
음식에 대한 것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서로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신 대리는 집이 자가인가요?”
식사가 끝나갈 때쯤 물었다.
위니가 알려 줘서 뻔히 알지만, 신정현은 모르니까.
그리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표시 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아, 그. 아닙니다.”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은 회사에서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 주는 계획이 있으니까, 발표하면 꼭 신청해요.”
“네……? 아, 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