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79
224. 트루아이즈(2)
{다나, 왜 다나라고 부르지?}
{여태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구나.}
박원규가 부른 ‘다나’라는 호칭 때문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유현선이 단상에 섰다.
활동하기 좋은 복장이다.
약간은 풍성해 보이는 긴소매의 상의.
그리고 움직임이 자유스러운 바지.
더불어 끝이 단단해 보이는 구두를 신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터니가드 경호 본부 3팀장 ‘다나’입니다.”
터니가드의 경호 본부와 보안 관리 본부의 직원들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폴트와 프린세스라는 코드네임을 쓰는 것을 보고 박원규에게 넌지시 말했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이름 대신 사용하는 활동명이 만들어졌다.
코드네임, 비슷한 거다.
유현선의 활동명은 ‘다나’, 글로 쓰면 ‘단아’라고 했다.
{와, 포스가 장난 아니네.}
{맞아, 여 전사 같아 보여.}
{우리도 저리될 수 있을까.}
{엄청 강해 보이는데.}
“자, 조용.”
“…….”
‘다나’라는 활동명부터 자세와 복장에 대한 부분까지 다양하게 관심을 보이다가 유현선의 말에 조용해졌다.
“편의상, 그리고 내가 여러분들보다 나이가 월등히 많으니 이제부터 말을 놓겠다.”
~네~
{네.}
전체를 향해 단박에 말을 놓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몸에서 흐르는 강력한 기운 때문인지, 카리스마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나이가 많다고 했기 때문인지.
“내 이름은 따로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아니면 항상 ‘다나’로 부른다.”
{왜 그런 거지?}
{예명 같은 건가?}
{우리도 그럼?}
“이것은 활동명으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니까, 여러분들도 훈련장에 들어가는 그날부터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활동명은 누가 정하는 것입니까?”
신은채의 질문이다.
“본인이 정해 오면, 회사에서 승인하고 중첩되면 변경을 요구한다.”
“네, 알겠습니다.”
“참고로, 이새봄 대표님은 ‘아리엘’, 누군가가 이미 사용 중인 활동명은 승인이 나지 않으니 참고하도록.”
{아리엘, 아리엘?}
{피유, 나도 지어야 하는구나.}
“그리고, 우리 본부장님은 ‘미류’.”
유현선이 이진기를 가리켰다.
{미류?}
{미류는 여자가 써도 되겠다.}
“또 보안 본부장님은 ‘만조’다.”
{만조가 무슨 뜻이지?}
{밀물로…… 그 뭐라고 해야 하나?}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
“한글이든 영문이든 상관없지만, 쉽고 간단하게 짓는 것이 좋다. 국내용과 해외용 두 개를 정해도 되지만, 통일해서 하나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내용과 해외용?}
{그럼 우리 해외도 가는 거야?}
{진짜?}
{해외용을 말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가족과 친구에게 활동명을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본명을 사용하면 안 된다. 알겠나?”
“네.”
~네~
“다음, 이스트런, 인터리머, 클로즈윈 팀은 훈련이 필요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알지?”
~네~
~네, 알고 있습니다~
“그 훈련은 터니가드의 경호 본부와 보안 관리 본부에서 2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며, 월요일에 시작된다.”
{2개월?}
{그렇게 길게?}
{2개월도 짧지. 전투가 가능하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몇 사람이 소곤거렸지만, 대부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월요일 오전 11시에 이곳에 모인다.”
“준비물은 어찌 됩니까?”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평상시에 여기에 오듯이 오면 된다.”
“회사에서 준비해 줍니까?”
“그렇다. 장기간 합숙을 하니까, 집에도 알려 두도록.”
“그래도…… 집에서 걱정할 것입니다.”
“내일 하루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설득하면 된다.
“아…… 네.”
{그게…….}
{부모님이…… 보내 줄까?}
{아빠가 걱정이 많은데…….}
{어떡하지?}
이것은 제법 예민한 문제다.
얘들의 부모는 딸이 힘들어하는 것을 곁에서 보면서 같이 아파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딸 바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딸이 자신과 떨어져서 두 달 동안 합숙한다고 하면 어찌 될까?
지금까지의 상황도 있으니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여러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뭐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작은 소요가 있자, 유현선이 물었다.
“…….”
“…….”
갑자기 들어온 질문이어서인지 다들 조용하다.
아마 원론적인 질문을 해서 그럴 것이다.
“복수.”
{복수…….}
{그래, 복수지.}
{복수할 수 있을…….}
“설득해라. 그 정도 고생을 해 봤으니 이제 홀로서기 할 때가 되지 않았나?”
“…….”
“…….”
“언제까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 건가?”
{하긴 두 달간의 훈련에 대해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지.}
{그게 되어야 복수가 가능하지.}
{맞아.}
“그 훈련이 끝나면, 여러분은 활동이 시작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할 수는 없지만, 복.수. 할 수 있다.”
{복수.}
{죽더라도 복수는 하고 죽자고 했는데.}
{받은 만큼 돌려주자.}
“지금 너, 복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걸 들은 유현선이 지적했다.
“복수는 최소한 열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로 돌려주는 것이다.”
{수백 배…….}
{어떻게?}
“그래서 훈련이 아주 중요하다. 알았나?”
유현선은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다르다.
적당하게 강압적이면서 강력한 포스로 마음속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욕망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아마도 같은 여자기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답은 잘 한다.
‘복수’라는 단어를 이렇게 쉽게 입에 담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불을 지피는 단어로는 적격이다.
이들이 당한 것이 있기에 더욱더 활활 타오르리라.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 궁금하지?”
{네.}
{나는 힘이 너무 없어. 그런데 가능할까?}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안 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오늘 나와 미류, 그리고 우리 둘과 아리엘과의 대련 시범을 보여 주겠다.”
이건 5층으로 올라오기 전에 설명하고 이야기했었다.
패스트로데인 사용에 대해 멤버들의 의사를 묻기로.
{아리엘?}
{전혀 힘을 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그러다가 다치는 거 아닌가?}
“아리엘은 당한 일도 여러분과 같았고, 그 전까지는 똑같이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알아요.”
“자, 그럼 모두 4층 연습실로 이동.”
“네.”
“자, 거기 캡…….”
“원귀로 불러 주십시오.”
유현선이 캡틴으로 부르려고 하자 신은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
“혹시 누군가 사용 중이면 바꾸겠습니다.”
유현선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신은채가 덧붙여 말했다.
원귀.
듣는 순간 섬?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리벤지풀 고스트(revengeful ghost)를 말하나?”
“네, 그렇습니다. 영어로는 리벤지풀 빼고, t도 빼고 ‘고스’로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리벤지풀 고스트, 원귀. 복수의 유령인데, 활동명이 무서워.}
“좋다. 누군가 사용하고 있지 않으니 그대로 불러 주겠다. 가능하면 원귀보다는 ‘고스’를 사용하기로 하자. 그럼 팀을 데리고 연습실로.”
“넵, 충.”
충, 이라니.
쟤는 뭐야?
태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군에 갔다 온 것도 아닌데, 거수경례까지 한다.
유현선의 카리스마에 반응하듯 군인처럼 태도가 바뀌었다.
“컬스트림은 꼭 참석할 필요는 없지만, 참석해도 무방하다.”
“컬스트림은 다른 전달 사항이 있으니 여기 남겠습니다.”
매니저 한희수가 정리를 했다.
“고스, 정소미. 나하고 잠시 이야기하고 가요.”
이새봄이 둘을 불렀다.
정소미는 이새봄과 동갑이지만, 신은채는 두 살이 많다.
“저는 세이지로 하고자 합니다.”
정소미다.
“‘다나’, 세이지는 써도 되나요?”
“네, 사용 가능합니다.”
이새봄이 물었고, 유현선은 즉답했다.
“들었죠?”
“네, 아리엘 님.”
“세이지, 활동명을 부를 때, 끝에 님은 붙이지 않아도 돼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아리엘.”
“로코.”
회의실을 나가면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진사랑으로 클로즈윈 1팀장이다.
“로코 승인.”
유현선이 즉석에서 승인해 줬다.
아주 널리 알려진 로맨틱 코미디라는 말을 간단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 진사랑이 웃는다.
“소티.”
이번에는 박혜리다.
“소티 승인.”
유현선이 듣자마자 바로 승인을 하다니.
회사 내에 그 많은 사람들의 활동명을 다 머릿속에 넣고 있다는 말인가 보다.
더 이상의 활동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4층의 연습실로 이동했다.
“두 사람 데리고 다녀올게.”
“응.”
이새봄이 태영에게 말했다.
사전에 약속된 일을 하려는 거다.
4층은 연습실과 휴게 공간이 있어서 탈의실과 샤워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새봄이 두 사람을 데리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연습실은 4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내부는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 탄성 마루 공사가 된 곳에 실내용 운동화로 갈아 신고 모두 모였다.
유현선이 그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던 중에 이새봄과 두 사람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셋은 운동복으로 복장이 바뀌었다.
“자, 미류와 나의 연습 대련, 시작할 테니 잘 봐 두도록.”
‘다나’, 유현선이 트루아이즈 멤버를 둘러보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긴장한 모습이다.
“준비되었습니까?”
두 사람은 신발만 갈아 신은 상태다.
“준비 완료.”
“핫.”
~타닥~타닥~후웅~
발을 몇 번 가볍게 움직이던 유현선이 선제공격을 했다.
~쐐액~
왼쪽 발을 기준으로 오른발이 나가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움직임과 동시에 오른발을 한쪽으로 밀어 몸을 회전하며 왼발이 이진기의 옆구리로 날아갔다.
~팍~
이진기의 오른팔이 날아오는 발을 스치듯 비켜 흘렸다.
~사악~훙~
동시에 몸이 틀어지며 유현선의 몸 쪽으로 파고들며 왼손이 옆구리로 날아갔다.
그 지극히 짧은 찰나에 유현선은 오른팔로 그것을 튕겨 냈다.
~타닥~팍~
~슈앙~파바박~
두 사람의 동작은 칼을 휘두르면 내는 소리처럼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었다.
찰나의 순간에 사각을 파고드는 주먹을 모두 막아 내고, 아니면 비껴 흘려서 몸에 맞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
시계를 보고 있던 박원규가 두 사람의 대련을 중지시켰다.
~헉~
~허억~
둘은 제법 가빠진 호흡을 다잡으며 동작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대련 시간은 5분.
그렇게 빠르고 강하게 5분이면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의 시간이다.
{와, 어마어마하네.}
{사람의 동작이 맞아?}
{뭐가 저렇게 빨라?}
{우리 수십 명이 붙어도 안 될 것 같은데…….}
{우리도 훈련하면 저리 강해지는 거야?}
{무서워.}
다들 조금 전의 대련에 놀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 주목.”
유현선이 주의를 집중시켰다.
“두 사람 앞으로.”
“넵.”
신은채와 정소미가 중앙으로 가서 섰다.
“두 사람, 앞을 보고 열중쉬어.”
~착~
두 사람이 열중쉬어 자세로 바꾸었다.
“주세요.”
유현선이 이진기에게 말했고, 이진기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은색의 작은 물체를 던져 주었다.
~찰깍~
유현선이 작은 물체에서 날이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예리한 날이 살짝 보였다.
“이거 보이나?”
~네~
~쐐액~
대답과 동시에 유현선의 손에 들린 무기가 정소미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차자자작~
“아악, 아아아악…… 왜왜왜왜…….”
정소미가 몸을 웅크리며 입에서는 비명이 튀어나왔다.
“으아악.”
깜짝 놀라는 신은채의 몸에도 사정없이 스쳐 지나갔다.
정소미와 신은채의 몸에 수십 번을 스쳐 지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2초도 되지 않았다.
“아아아악, 으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트루아이즈 멤버들 모두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유현선이 동작을 멈췄다.
~찰칵~
그리고 예리해 보이던 날은 손잡이 안으로 사라졌다.
“으아아아, 왜. 왜 그…… 으허으윽.”
정소미는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곁에 서 있던 신은채 역시 몸을 두 팔로 감싸고 있었다.
유현선이 시선을 주자 몇 발자국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소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흥건하고, 잘려진 운동복의 일부가 바닥에 흘러내렸다.
신은채의 얼굴은 화가 난 듯 붉어졌고, 옷은 수십 조각이 났다.
“모두 조용.”
“허윽.”
이 상황을 만들기 직전에 무기를 슬쩍 보여 주었다.
그 후,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몸에 수십 번을 스쳐 지나갔다.
모두 정소미와 신은채가 극심하게 다쳤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고스, 세이지 울지 말고, 다친 곳 있는지 살펴봐.”
“흐억, 왜. 다친…… 네?”
놀라서 말을 더듬다가 자신의 몸을 손으로 만졌다.
“다시 묻는다. 다친 곳 있어, 없어?”
“으…… 아…… 왜 아프지…… 아니? 피……가 나지 않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신은채 역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와, 진짜 피가 안 나.}
{정말이야? 다친 곳이 없어.}
{와아,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저게…… 저기 무슨 일이…….}
정소미가 일어섰지만, 갈라진 옷자락이 치렁치렁 흘러내렸다.
신은채도 마찬가지.
팔꿈치에서 어깨까지 옷은 조각났고, 허리 부분은 모두 갈라졌다.
옷의 나머지는 멀쩡했다.
“괘…… 괜찮……은…….”
“다친 데?”
“다친 데 없습니다.”
신은채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없습니다. 저……도.”
정소미도 울먹거림을 멈추고 대답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