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80
225. 트루아이즈(3)
“자, 이쪽 보세요.”
그때 이새봄이 앞으로 나섰다.
손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들려 있다.
상자를 열고 에사믹을 꺼냈다.
한 손에 들자 하늘하늘하게 움직였다.
“조금 전, 탈의실에서 이 두 사람이 잘려 나간 운동복 안에 입은 특수 방어복입니다.”
“…….”
“…….”
다들 무슨 소리야 하듯 바라본다.
“얼굴과 손은 방어복이 없기에 ‘다나’가 얼굴이나 손에 스치지 않도록 조심을 했구요.”
~아아~
{하아, 그렇구나.}
{몸에만 휘두른 이유가 그래서…….}
“옷자락은 대부분 갈라졌지만, 어때요?”
두 사람은 이새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자신의 몸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싸움이 시작되면 다칠 수 있습니다.”
{아, 저거 입으면…….}
{맞아. 절대 다치거나 죽지 않겠네.}
{와, 대단해. 칼에 잘리지 않는 옷이라니.}
“두 사람, 놀랐죠?”
“복수도 못 하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신은채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언니, 저두요.”
정소미 역시 웃는다.
“‘다나’가 우리를 죽일 리 없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두 사람이 놀라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방어복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요.”
“하아, 네. 많이 놀랐습니다. 저들도 많이 놀란 것 같구요.”
신은채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멤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요. 그럴 것입니다.”
“하아.”
“그래도 얼굴에 뒤집어쓸 수는 없어요.”
“네.”
“장갑이 있지만, 오늘은 장갑 없이 시험해 봤습니다.”
유현선이 피식 웃는다.
터니가드 직원들이 임무에 나서면 장갑도 낀다.
~퍽~
그때, 이새봄이 그 은색 물체로 정소미의 배를 폭 찔렀다.
“컥.”
“…….”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이 동그래진다.
“아파요?”
“……네.”
이새봄의 질문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몸을 벨 수 없도록 막아 주기는 하지만, 충격까지 완벽하게 방어하지는 못해요.”
“아…….”
“그러니까 찌르거나 때리는 힘으로 받은 충격은 몸에 전해지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네~
여럿이 대답했다.
“자, 두 사람은 저쪽으로.”
유현선이 두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저희 옷…….”
“그래, 갈아입고 와.”
트루아이즈 멤버들의 복장은 시내에서 흔히 보는 여성들과 다르다.
이들은 노출이 많은 옷은 거의 입지 않는다.
지극히 보수적인 복장인데, 아마도 딥페이크로 받은 정식적 피해와 상관이 있을 것이다.
“질문 있습니다.”
“뭔가?”
“조금 전 다나와 미류의 대련에서 말인데요.”
“응.”
자신들도 훈련을 받으면 조금 전의 대련과 같은 격투가 가능하느냐?
그렇게 훈련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찌 되느냐?
그런 질문들이 나왔다.
유현선은 일부는 훈련이 끝나면 알게 된다고 하거나, 여러 가지 이야기로 답을 해 주었지만, 대부분은 얼버무렸다.
“자, 질문 끝. 이제 ‘미류’와 ‘다나’가 한편으로 아리엘을 상대하는 대련을 보여 주겠다.”
***
~지글지글지글~
~치이이익~
고기 익는 소리가 식당 안에 가득하다.
1층에 김영은의 친구가 고깃집을 차려 입점했다.
오늘 고깃집에 다른 손님은 없고, 트루아이즈가 전용으로 빌렸다.
“아리엘, 어떻게 저 두 사람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어요?”
대결을 바로 옆에서 똑똑히 보고 감탄을 쏟아 냈던 신은채가 물었다.
“그건 훈련을 마치면 알게 돼요.”
“아, 궁금한데. 말해 주면 안 돼요?”
“네, 안 돼요.”
대결을 시작한 지 30초.
두 사람은 공격도 제대로 못 해 보고 나가떨어졌다.
둘이 거의 동시에 몇 번의 발길질과 주먹질을 했지만, 이새봄은 가볍게 피해 냈다.
그리고 다섯 번째의 공격이 들어왔을 때, 둘을 동시에 날려 보냈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세이지, 너는 믿겨?”
“아뇨, 절대로요.”
정소미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진사랑이 했다.
“로코, 우리도 그리될 수 있을까?”
“고스, 아리엘이 말해 주지 않은 무언가가 분명히 있고, 그건 훈련장에서 말해 줄 것 같아요.”
고스, 세이지, 로코 같은 호칭으로 부르는 것을 듣고 있으니, 티베트나 수마트라에 갔던 느낌이 난다.
점심때라 술은 입에 대지 않아서 식사만 하고 끝났다.
다들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준비하는데,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섰다.
“다들, 안녕.”
김영은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리엘의 어머니야.}
***
“박 대표님.”
모든 행사가 끝났을 때, 태영은 박원규와 김이한 두 사람만 사무실로 불렀다.
김이한은 목발을 테이블에 기대며 주춤주춤 앉았다.
“네, 사장님.”
“김 본부장에게 5주 정도 휴가 줄 수 있나요?”
태영의 말에 김이한이 깜짝 놀란다.
“왜…… 왜 그러시는지…….”
김이한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이유가 있으십니까?”
군에서 대대장으로 태영의 상관이었지만, 터니가드 대표가 된 후, 태영에게 아주 깍듯한 박원규.
박원규가 그렇게 행동하기에 직원들은 더욱 조심한다.
“김 본부장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네?”
“…….”
박원규는 되물었고, 김이한은 말없이 태영을 바라본다.
“사장님…… 혹시?”
박원규와 김이한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타시 태영을 보다가, 한참 만에 김이한이 물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사장님.”
태영이 비밀 이야기를 하자마자 김이한이 즉답했다.
“사장님, 가능한…… 것……입니까?”
박원규가 확인이라도 하듯 천천히 물었다.
“네.”
“가…… 감사합니다, 사장님.”
태영의 대답에 김이한의 눈에 물이 고이더니, 몸이 미끄러져 내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이한과 같은 몸이 아닌 다음에야 그 심정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고?
그냥 안쓰러워 보이는데 대한 작은 위안이거나, 아니면 개소리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직 결과도 모르는데, 너무 쉽게 믿고 감사하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 주사…… 우리 모두 신의 약이라고 말합니다.”
그 주사, 패스트로데인.
신체 능력, 특히 몸의 민첩성을 대폭 올려 준다.
그리고 그 민첩함을 몸이 견뎌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력과 근력도 함께 올려 준다.
동시에 철사가 꼬인 듯한 자잘한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이와 함께 균형 감각, 신체 조정 능력, 반사 신경 등이 향상된다.
이진기와 유현선이 그런 속도와 파괴력 보여 줄 수 있는 이유는 패스트로데인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함께 도전해도 이새봄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한 사람은 패스트로데인의 효과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우리 경호팀은…….”
“압니다.”
다음에 나올 말을 자르고 태영이 대답했다.
“몸을 움직이면 안 됩니까?”
“처음 2주는 입원 환자처럼 있어야 합니다.”
“아.”
“휴가를 주겠습니다. 김 본부장이 달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긴 휴가도 가능합니다.”
앨리슨은 완치되는데 4주면 되었지만, 김이한은 5주 정도가 필요하다.
다치고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이다.
***
“시험 잘 쳤어?”
박준혁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응, 넌?”
“학교는 거의 안 나오고,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런데 그 성적이라니, 너 혹시 커닝?”
박준혁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커닝 맞지.
위니가 답을 불러 주니까.
일부러 틀리지 않으면 무조건 만점이다.
나쁜 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은 없고, 시험을 치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마스터.]“음.”
벅준혁과 이야기 중인데 위니가 불렀다.
요즈음은 그렇게 긴급을 요하는 일이 많지 않아 부를 일이 별로 없는데, 의외다.
[회사에 박용재 사준전자 회장이 찾아왔습니다.]박용재?
그것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재계 최상위 그룹의 오너.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TV에서 얼굴은 자주 본다.
그러나 태영과는 만난 적도 없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사는 세상이 아예 다른 사람이다.
그쪽에서 태영을 알고 찾아온 것이 오히려 이상한 거다.
김희종 사장과 진행 중인 앳윌플레이 공급 관련한 일은 이미 몇 달 된 일이다.
이제 와서 그것 때문에 회장과 만나야 할 일은 없다.
그러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 일도 없는…….
“아…….”
그게 아니구나.
“왜?”
태영의 머리를 치고 가는 뭔가가 있었다.
곁에 박준혁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감탄사를 발하자 박준혁이 묻는다.
“아니, 별거 아니고, 저기 정연 씨 왔다.”
재빨리 말을 돌렸다.
박준혁의 시선이 태영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전에, 비서관과 만난 후에 유제범 부장에게 시킨 일이 있다.
그일 때문이라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도 사준전자가 신경 쓸 정도의 일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아, 왔네. 같이 가서 공부할 건데, 넌?”
“나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동거하니까 어때?”
“동거하려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부터 하는 건 어머니가 용서 안 하실 거야.”
“어머니가 좀 보수적인가?”
이 부분은 ‘그래도 시도해 봐’라고 할 수가 없기에 그렇게 물었다.
모자가 살아온 세월은 다른 가정과는 많은 다름이 있다.
“그건 아닌데…… 아무튼 간다.”
박준혁은 대답을 슬쩍 피하고, 백정연에게 갔다.
“위니, 다른 건?”
[조이 애쉴리가 조금 전 사망했습니다.]“조이 애쉴리? 누구?”
갑자기 이름을 말하는데, 누구인지 기억에 없다.
[티베트 탐사 관련 정보 유출한 사무국 직원입니다.]“아, CIA.”
[네, 그렇습니다.]“어떻게?”
[살해당했습니다. 귀가하던 중에 머리에 총을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지금 거기 새벽 몇 시지?”
[3시입니다.]미국 땅이니 새벽 3시에 돌아다니면 총 맞을 수는 있지만, 상대 나름이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생각이었다.
“누구 소행이야?”
[범인은 둘인데,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흠.
조이 애쉴리에게 워처를 붙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정보는 그쪽의 네트워크를 통해 흐르는 정보를 캐치하는 정도이기에 충분치 못하다.
콜로니가 뉴욕에 있기에 정보 흐름을 강제로 손대기도 애매하다.
[그들이 조이 애쉴리를 죽이고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10초 정도입니다.]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타깃이 정확했다는 것이다.
“혹시.”
[네, 마스터.]“입국자들 중에 의심 가는 사람들 정보 확인해 주고.”
[네, 마스터.]정상적으로 입국하는 것보다 더 문제는 따로 있다.
제주로 무비자 입국 후에, 불법 체류자들과 연결되어 종적을 감추는 것.
아무튼.
“귀하신 몸이 약속도 없이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가야겠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쌩까도 되지만, 같이해야 할 일이 있다.
그리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연락 대신 직접 행차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나마나 잠시 후에는 유제범 부장이 이 일에 대해 연락을 할 것이다.
***
“어?”
주차장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는데, 류지현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위니가 알려 줘서 알고 있지만, 놀라는 척 한번 해 줬다.
마스크 받으러 오라고 해서 왔을 테니.
“어서 와라. 약속 시간보다 빨리 왔네?”
“시간이 조금 남기에.”
“올라가자. 근데, 요상한 손님이 와 있어서 내 연구실에서 좀 기다려야 할 거야.”
“요상한 손님?”
“응.”
“그게 누구인데?”
~땡~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사준전자 회장.”
“어? 뭐?”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답하자 대체 뭔 소리야 하듯 쳐다본다.
***
“통화가 어렵군요.”
대회의실로 들어서자 점잖게 앉은 박용재 회장이 툭 던진다.
그 옆에 한 사람이 앉아 있고, 반대쪽 옆에도 한 명이 서 있다.
이미 이들의 앞에는 식은 커피 잔이 놓여 있다.
“누추한 곳에 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까?”
많이 누추하지.
아파트형 공장 건물에 특별히 치장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조금 했지만, 대기업의 회장 집무실이나 부속실 등과 비교하면 움막 수준이다.
“정말 연락이 안 되더군요.”
그 옆에 앉은 사람의 말이다.
수행 비서이거나, 아니면 회장 비서실의 누군가일 것이지만, 기분 나쁜 티를 낸다.
통화가 어렵다고 하니 꽤 여러 번 전화를 한 것 같다.
아예 통화가 안 되니 이렇게 찾아왔으리라.
“걸려 오는 전화를 다 받으면, 하루 종일 폰 붙잡고 살아야 합니다.”
“아예 안 받아요?”
박용재는 그 말을 들으면서 피식 웃다가 물었다.
“시간이 날 때, 이름이 보이는 부재중 전화만 리턴 콜을 합니다.”
태영의 대답에 박용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납득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고도 사업이 되나?”
옆에 앉은 사람이 혼잣말처럼 한다.
이 사람은 1시간이나 기다리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이 짜증이 났을 거다.
화가 난 것 같은데,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제 윗사람도 납득한다는데, 수행하고 온 사람이 화를 낸다?
“제게 한 말입니까?”
“아니, 혼잣말입니다.”
태영의 되물음에 재빨리 아니라고 한다.
“혼잣말을 조심하셔야겠네요.”
그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태영을 노려보았지만, 박용재를 힐끗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입을 다물 뿐 사과는 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침착하려 애썼다.
그래도 눈가와 입가의 잔주름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분위기는 어색해졌지만, 상관없이 물었다.
“최근 오영배 회장과 하고 있는 일이 있죠?”
박용재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역시.
그럴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회장 되는 사람이 걸음을 할 정도로 그게 중요한 일인가?
그리고 자동차 산업에 열망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통신 사업에 열망이 있는지는 모른다.
“숟가락 얹고 싶습니까?”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