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83
229. 자율주행차(1)
“그러니까, 나는 뉘들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몸수색을 하겠다고 하면 공손하게 수색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말을 조심해 주십시오.”
이들이 제 상관에게 지시를 받아서 한일이라 해도 순서가 잘못되었다.
태영이 올 것이라는 것은 전달받았을 것이고, 안내자가 직접 이 앞까지 왔었으니까.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태영도 봤다.
그러니 누구냐 하고 물을 필요는 없는 거다.
그런데 보안검사?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놈들이군. 너희는 누구야?”
“마지막 경고입니다. 말을 조심해 주십시오.”
저놈이 말을 조심해 달라는 말이 벌써 네 번째다.
짜증이 확 치민다.
“새끼들이 말이야.”
욕지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태영에게도 이렇게 하는데, 유준기와 이유담은?
5분쯤 전에 프리모바일 대표 유준기로부터 이유담과 함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조금 전이 마지막 경고라고 했습니다.”
폰을 꺼내 들고 통화목록을 보는 척하며 위니에게 손짓했다.
그때 한 명이 손을 뻗어 왔다.
태영이 한발짝 뒤로 빠지자 그자가 헛손질을 했다.
~띠르르르르르~
유준기에게 전화가 걸려지며, 신호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다시 손이 뻗어온 보안요원.
~탁~
이번에는 물러서는 대신 뻗어오는 손목을 툭 쳐냈다.
~뚜둑~
손목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다.
지금부터 힘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로 병원가야 할 거야.
~으으, 으악~
그자는 낮은 비명과 함께 몸을 휘청거리며 몇 걸음 물러났다.
[네, 사장님.]그 사이에 통화가 연결되며 유준기의 말이 들렸다.
“유 대표, 회의실에 들어갔죠?”
먼저 도착했고, 회의실 안에 있으리라.
[네, 그렇습니다. 최원재 부사장님과 또 다른 한 분과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약속된 시간 5분 전이니, 태영이 늦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분이라고 했으니 선규진 회장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선규진 회장을 모를 수 없으니까.
팔을 붙잡고 넘어진 한 명을 힐끗 보던 한 명.
느낌상 동료를 살필까 태영을 공격할까 하는 망설임이 3초정도 있었다.
~획~
태영을 공격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한 그자가 팔을 휘둘러 오는 위치가 태영의 손목이다.
통화중인 폰을 처내려는 것이다.
~훙~
그러나 그자의 손은 태영이 살짝 뒤로 빠졌기에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내 몸에 손대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네? 사장님 무슨?]태영을 공격한 자에게 한 말을 들은 유준기가 물었다.
통화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 밖에 있는 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네? 그럼?]“혹시, 보안검사를 하겠다면서 몸수색을 했습니까?”
그럼이라고 물어오는 부분에서 느낌 왔지만, 물었다.
[…네.]대답이 한 템포 늦다.
보안요원이 남자이다.
유준기도 남자이니 몸수색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별일 아닐 거라 생각 했다.
그런데 한 템포가 늦다는 것은 별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같은 남자이니까, 기분은 조금 나빴을 지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여자인 이유담 과장은?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유담 과장은?”
[…받았습니다.]태영의 질문에 유준기의 대답이 한 템포 늦어지며 말이 살짝 흔들린다.
이유담에게도 보안검사라는 이름의 몸수색이 있었다는 뜻이다.
유준기도 이유담도 소기업에 몸을 담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소기업이다.
그러니 언제나 을의 위치다.
그것이 습관처럼 굳어져서 어떤 항의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보안요원은 옷자락 한쪽을 꾹 누르고 무언가 말을 하는 중이다.
귀에서 뒤로 넘어간 튜브 이어폰 줄이 보인다.
“바꿔 봐요.”
[네, 이과장. 여기 사장님.] [네. 사장님.]방금 유준기가 이유담에게 폰을 넘기며 ‘사장님’이라고 한 것과 이유담이 폰을 바꾼 후에 ‘사장님’ 이라고 한 것은 모두 태영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내에서는 직원들이 대표에게 ‘대표님’ 이라고 하지 않고, ‘사장님’으로 부른다.
유제범이 말한 호칭문제로 어려워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이 과장님.”
[네 사장님.]“보안검사 하겠다면서 몸수색 받았죠?”
이미 유준기가 대답을 했지만, 본인에게 또 물었다.
[…네, 받았습니다.]역시, 대답이 한 템포 늦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면의 갈등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받을 때 불쾌 했습니까? 있는 그대로 말해요.”
위니가 따라다닌 것은 아니니까 확인이 필요했다.
[……네]“많이?”
[그… 네, 아주 많이 불쾌 했습니다.]대답을 들으며 재빨리 눈을 돌려 봤지만, 이쪽에서 보이는 CCTV는 없다.
“최 부사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먼저 도착했습니다.]이유담의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갔다.
“유대표와 같이 밖으로 나오세요. 지금 회의실 앞입니다.”
[네?]“즉시 나와요.”
[네. 사장님.]손에서 폰을 처내려 했던 보안요원의 얼굴이 붉어져 씩씩거리며 화를 억눌러 참는 느낌이다.
~덜컥~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이유담과 유준기가 나왔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의 최원재의 얼굴이 보였다.
~꽝~
태영이 두 사람을 뒤로 보내고 벽을 발로 찼다.
~꽝~뿌지지직~
한번 더 차자 목재로 치장된 벽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움푹 들어갔다.
“최 사장 왜 그래?”
최원재가 태영에게 벌컥 화를 냈다.
“몰라서 묻습니까?”
“그러니까, 몰라서 묻지, 대체 왜 그러는데?”
“조금 전에 나와 통화한 이유담 과장이 ‘아주 많이 불쾌했습니다’라고 한말 기억하십니까?”
“그래서 내가 물었는데, 이과장이 대답은 안하고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구.”
“저놈들에게 물어봐요. 나하고 저놈들이 다툰 영상 있으니 지금 전송해 드리죠.”
태영은 둘을 가리켰다.
이미 전송은 했지만, 폰으로 조작하는 제스처를 할 때 보안요원 두 사람이 보인 표정은 가관이다.
이곳에는 분명 CCTV가 없다.
있다고 해도 보안실에 가야 하는데, 영상을 전송하겠다고 하다니.
보안실의 영상은 외부인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영상?
“그 영상의 초반부와 이유담 과장이 불쾌했다고 말한 것을 연결 지어 보세요. 그때의 영상이 있었으면 아주 좋겠지만, 없으니.”
“너희들….”
최원재가 이거 뭔가 일이 생겼구나 생각했는지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이 문제에 대해, 기승그룹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기승그룹과의 협력은 없습니다.”
“자, 잠깐.”
최원재가 영상을 플레이 시켜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놀라는 모습으로 봐서 최원재가 이 상황을 만든 것 갖지는 않다.
아주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표정과 말투에서 나타난다.
“내가 내 성격대로 했으면, 저놈들은 지금쯤 저 벽 모습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움푹 찌그러져 들어간 벽을 가리켰다.
이유담 과장의 표정이 문을 열고 나올 때와는 달리 편안하다.
아니,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 애쓰는 것 같다.
~띵~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문이 열리고 선규진 회장이 내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두 사람이 더 내렸다.
약속된 시간에 거의 맞춰 왔다.
“아, 최태영 사장이오?”
태영에게 다가오면서 환한 웃음과 함께 반갑게 손을 내민다.
선규진이 이 상황을 만든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행동으로 보면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태영의 기준으로는 아랫사람이 잘못 하면 윗사람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특히 이렇게 보안요원이나 경호요원들이 일하는 곳에서는 더욱더 그래야 한다.
“오늘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두 사람 갑시다.”
내민 손을 잡지 않고 말했다.
“네?”
선규진의 손은 악수하려던 그대로 앞으로 내민 상태다.
이게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황당한 표정.
“잠깐, 잠깐. 최 사장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없는가?”
그보다 더 황당 해하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최원재의 말이다.
“그냥 가겠습니다.”
“아니 왜? 무슨?”
선규진 회장이 최원재를 보며 물었다.
“보안요원들이 실수한 것 같습니다. 아직 확인전이지만, 보안검사를 핑계로 이유담 과장을 추행한 것 같습니다.”
최원재의 대답이다.
반말은 태영이 했고, 보안요원들의 말투와 행동은 아주 정중했다.
그러나 정중함 속에 담긴 행동은 지나치게 위압적이었다.
이미 영상의 앞부분을 본 최원재는 그 정중함 속에 감춰져 있는 악의를 캐치 했다는 거다.
그걸 캐치 하지 못했다면 저리 말 하지 않았을 테니까.
“뭐?”
선규진의 눈에서 광선이라도 쏘아져 나올 것 같이 변했다.
두 사람의 말투로 봐서 둘 다 이 일을 뒤에서 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 대체 왜?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최 사장 일행은 그 일로 기분이 상해서 지금 떠나려던 중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이유담 과장과의 일은 아닙니다만, 대입해서 보십시오.”
최원재가 플레이 중이던 영상을 처음으로 되돌린 후에 폰을 선규진에게 건네주었다.
“자 그럼 갑니다.”
“최 사장. 최 사장.”
태영이 걸음을 옮기자 최원재가 불렀다.
“네, 말씀하십시오.”
잠시 발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회장님이 오셨으니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주게.”
태영은 즉답을 피하고 최원재를 보았다.
최원재가 잘못한 것은 아니니, 그를 닦달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시간을 자주 낼 수 있는 분도 아니고, 모처럼의 약속을 이렇게 황망하게….”
태영이 최원재에게 대답을 않자 선규진 이야기를 한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일을 계속 하자구요?”
“아. 그….”
“우린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보겠습니다.”
이 말은 선규진이 들으라고 한 말이다.
선규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저 사람들에게 ‘그래, 꺼져’라고 하면 된다.
속으로 ‘새끼들이 건방지게.’라고 덧붙여 주고.
그리고, 내부 문제는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이미 자율주행 차량 레벨 3을 구현했다.
그쪽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레벨 4를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비록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아 있어야 하는 레벨 3의 자율주행 차.
번잡하지 않은 곳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수소연료전지 차량이나 전기차의 판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대세는 수소연료 전지차가 될지 일반 전기차가 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은 전기차가 더 우세하다.
양쪽이 장단점이 있지만, 수소연료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수소연료 쪽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원재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회사에서 개발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시험을 한다고 할 때, 사실상 콧방귀를 뀌었다.
기승에서 수많은 인력과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했다.
그렇게 하고 얻어낸 결과가 그 정도인데 신생기업인 작은 회사에서 얼마나 될까?
그저 최원재가 워낙 강력하게 주장하니, 비교데이터나 얻자 생각했다.
비교데이터.
승인해 준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험한 결과보고서와 시험 영상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시험장에 갔었다.
조수석에 탑승해서 그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
보고서의 보고 내용이 오히려 미흡할 정도였다.
비록 시험도로에서 주행시험을 한 것이지만 완벽, 그 자체였다.
어떠한 장애물도 피해가고 어떠한 돌발 상황도 적절히 대응했다.
운전은 노련했고 승차는 편안했다.
그래서 수십 번 운전석으로 눈이 돌아갔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기승에서 개발한 자율 주행시스템은 운전석을 비울 수 없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
자체 개발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완벽했다.
돌아와서는 특허와 도입된 기술을 조사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특허는 없고, 기술은 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보고 받았다.
개봉도 복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기에다 알고리즘은 확인해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를 사거나, 시스템의 권리를 살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것이 안 되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독점공급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적어도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탑의 위치에 올라선다.
경쟁자들을 최소한 10년은 따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아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작은 회사 사장들을 모셔왔다.
그런데 뭐 어째?
“야.”
그때 선규진이 팔을 들어 태영이 가는 것을 막으며 보안요원을 향해 소리쳤다.
이미 영상의 앞부분은 대부분 보았을 시간이 지났다.
영상에서 나오는 음성을 태영도 들었으니까.
“네.”
보안요원이 차렷 자세로 서면서 답한다.
“너희들이 이분을 추행했어?”
“…그… 아… 아닙니다.”
“아니라고?”
“…보… 보안검사를 하… 하느라….”
“그러니까 보안검사를 핑계로 몸을 더듬었다?”
“… 그… 그게…….”
“맞아 아니야?”
“… 그… 그게.”
“딴소리 말고 맞아? 아니야? 그것만 말해.”
“…마… 맞습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 그…….”
둘이 서로 답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
“최사장님, 처리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처리할 테니 직접 참관하시지요.”
이번에는 태영에게 시선을 주며 하는 말이다.
화끈한?
맞다.
이쪽 그룹의 오너들은 대부분 성격이 그런 것으로 태영도 언론을 통해서 들었다.
“보안경비 책임자가 오전무지? 지금 즉시 오라고 하고, 팀장급 이상 모두 호출해.”
오라고 하고, 부르라고 했지만, 장소는 말하지 않았다.
어쩌겠다는 거지?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