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85
231. 자율 주행차(3)
“자, 그럼.”
선규진이 손을 내밀었다.
이 합의로 회의가 끝났다는 말이다.
“네.”
“앞으로 잘해 봅시다.”
유준기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이유담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도 끝났으니, 이제 편하게 말해도 되겠소?”
악수가 끝나자 선규진이 태영에게 물었다.
‘이제 너에게 반말해도 되지?’라고 묻는 것이다.
선규진의 머리는 희끗희끗하지만, 살아온 기간을 따지면, 태영과 비슷할 거다.
그러나 현실 기준으로 태영은 20대의 학생, 선규진은 50대의 대기업 회장이다.
많이 참았을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세요.”
“이제부터 그러지. 그나저나 능력 참 대단해. 아직 학생이라면서?”
“요즘 들어 학교를 마저 마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아하, 그렇지. 회사를 여러 개 가지고 있으니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지?”
태영에 대한 정보는 조사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정도는 당연히 안다고 봐야 한다.
“네, 그렇죠.”
“굳이 다니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렇기는 하지만, 뭔가 좀 아쉬워서 그렇죠.”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최 부사장에게 듣기로 골프를 프로 선수보다 더 잘 친다고?”
“아,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죠?”
“그거였나?”
최원재를 돌아보며 말하는 것이, 그게 맞느냐는 뜻이리라.
“하필이면 좀 따서 그렇게 말하시지만, 프로 선수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태영은 최원재를 한번 흘겨보고 대답했다.
“우리 계약 합의도 했으니 기념 라운딩 한번 하지?”
“유 대표, 골프해요?”
선규진의 말에 대답 대신 유준기에게 물었다.
“아직 못 배웠습니다.”
씁쓸한 유준기의 대답.
유준기는 회사를 접을 뻔했다.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데, 골프를 할 여유는 없었을 거다.
태영이 위니를 시켜 자율 주행 시스템 관련 회사를 조사할 때의 기준은 간단했다.
자본은 잠식되고, 부채는 극심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사업의 영위가 불가능한 회사.
그중에서 일에 대한 열망이 크고 의지력이 높은 곳을 찾는 것은 태영의 몫.
유준기를 찾아냈고, 이유담이 찾아왔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유 대표와는 다음에 같이 하기로 하고, 최 사장과 함께 가야지 뭐.”
“네, 그러죠. 유 대표, 골프 좀 배워 두세요. 이 과장님도.”
“네.”
“네?”
그러겠다고 답하는 유준기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깜짝 놀라 반문하는 이유담.
그러고 보니, 처음 사준전자와 석인전자와의 일을 시작할 때 골프로 시작했다.
오영배도 골프부터 치자고 제안했다.
골프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지만, 회사 운영에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 맞겠지.
***
주차장으로 가는 길.
기사를 두지 않았기에 차는 각자 운전해 왔다.
그래서 주차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선규진 일행이 배웅했다.
“이 과장님, 내가 힘이 없어 그런 일을 당하게 해서 미안해요.”
태영은 이유담 과장에게 괜히 미안해서 한마디 했다.
“아닙니다, 사장님. 솔직히 회사 생활은 할 맛이 납니다.”
“그래요?”
뜻밖의 쾌활한 대답에 태영이 되물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모든 사장님들은 ‘네가 참아.’ 그럽니다. 또 그래야 하구요.”
이유담의 대답이다.
그러면서 웃는다.
“아, 난 그런 거 못 참는데.”
“사장님은 참지 않으셔도 되지만, 이런 초거대 기업과 일을 진행하려면 참아야 합니다.”
“거래가 깨지기라도 해요?”
“그건 기본이고, 다른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흐음.”
다른 피해는 뭘까?
궁금했지만, 그건 묻지 않았다.
“일반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고 공무원도 있습니다.”
“그래요?”
공무원도 그렇게 한다고?
“공무원은 갑 중의 갑입니다.”
기업은 관을 상대하는 일도 많다.
중앙 정부의 각급 기관이나 각 시도의 여러 부처에서도 수많은 발주가 나온다.
그렇지만, 그것은 공개경쟁 입찰로 이루어지는데?
태영은 그쪽의 경험도, 지식도 없다.
그러나 거기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
이해는 된다.
“저희 직원들 커뮤니티에 유명한 짤이 있습니다.”
“짤?”
“네.”
“어디에 그런 것이?”
“아, 회사 공식이 아니라서…….”
“뭐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그 짤이 어떤 것인데요?”
“‘그럼, 때린 사람에게 한 대 맞는 것으로 서로 퉁치기로 하든지요.’라고 기억하십니까?”
“그…….”
[마스터께서 전에 했던 말인데, 단어 단위로 나타나도록 되어 있습니다.]때 맞춰 위니가 설명하면서 그 짤을 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세 사람이 등장했다.
한 사람은 볼에 맞은 손자국이 있고, 한 사람은 정체가 불분명한 정복 차림이다.
가운데 빛이 나는 사람으로 표현된 캐릭터가 태영인 듯하다.
그걸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꾹 눌러 참았다.
이 짤은 꽤 오래전 실제 상황을 그 부분만 재연한 것이다.
호텔 회의실에서 회의를 할 때 산업부 직원이 회의장에 입장하려는 것을 보안 팀에서 막았다.
회의 참석자 명단에 없으니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정당했다.
그 말을 무시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입장하려 했고, 보안팀이 다시 막자 뺨을 때린 사건.
그때 태영이 했던 말이다.
“기억은 나죠. 짤을 못 봤을 뿐.”
“괜찮으시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세요. 그리고 두 사람 골프 열심히 배워 놓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삐빅~
태영이 차 키의 버튼을 눌렀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장님.”
태영의 자동차 앞에 오자 두 사람이 인사를 했다.
“네, 먼저 갑니다.”
태영이 먼저 출발했다.
두 사람은 계속 서 있을 태세였기 때문이다.
“그 보안 팀장의 친구가 NRS에서 내게 맞은 놈이라고?”
차를 출발시키며 위니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보안 요원이 오늘 한 행동의 이유다.
친구에게 워낙 태영의 이름을 많이 들었고 이를 갈았던 것 같다.
그래서 태영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좋은 기회다 싶었다는 거다.
회장의 손님이니 심하게 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모욕적이게 할 수 있었다.
그런다고 해도 기승 그룹 보안 팀을 상대로 달려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거다.
“잘리겠군.”
[이미 인사 명령이 나갔습니다.]“그래.”
[그런데, 마스터.]“응.”
[회사 사옥 제공이나 주택 구입 자금 지원에서 기혼자이거나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한 것과 마스터의 행동은 모순이 있습니다.]오늘 아침 회의 시에 나왔던 이야기다.
“뭐가?”
[마스터는 새봄 님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그랬지. 결혼하면 아내가 되는데, 아내를 두고 고려로 가 버릴 수는 없으니까.”
가슴 아픈 고민거리다.
고려로 가야 하는데, 그럼 부모님과 누나는?
그리고 이새봄은?
안 가면, 고려에 있는 가족들은?
가야 한다는 마음속의 결심은 그대로이지만, 고민은 고민이다.
누군가를 붙잡고 의논할 수도, 상담할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위니다.
고려를 배제하고 보면, 태영은 미혼이다.
그러니 이새봄과 결혼하려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래서 모순이라는 것입니다.]그런가?
“모순이라…… 그게 왜 모순이지?”
[회사 사람들에게는 결혼을 장려하고, 여러 명의 자녀를 두는 사람에게 더 큰 혜택을 주지만, 마스터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위니가 이런 것을 간섭하게 되어 있었나?
태영의 행동을 지적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왜 이런 지적을 하는 거지?
[결혼하지 않으니 자녀도 없을 것이고, 그래서 모순입니다.]“흠.”
느낌이지만, 인공 지능 설계자나 개발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그들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아.”
28세기에서의 일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인공 지능 위니는 28세기에 설계되고 만들어졌다.
그 시대의 지구는 Q행성과의 전쟁으로 인해 인구의 98%가 사망했다고 했다.
그래서 빠르게 인구를 늘려야 했다.
그래서 거기에는 이 시대의 사람들 같으면 뒷목을 잡을 특별한 법이 있었다.
30세 이전에 결혼할 것.
60세 이전에 자녀는 6명 이상 둘 것.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1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 는 법이다.
떠나려면, 우주선을 포함해서 일체의 것을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갑부여야 우주선을 구할 수 있다.
우주선을 구해도 선장을 포함하여 승무원 몇이 있어야 한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여행에 승무원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모든 것이 준비되어 떠나면, 우주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야 한다.
살아생전에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과학 기술이 너무나 발달해 있어서 지구상에서는 숨는 것도 불가능하다.
불임이면 어쩌라고?
그곳에서는 불임이 없다.
너무나 손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28세기 그곳에서 당시 태영과 가장 가깝게 지낸 사람은 R존의 유윤기 박사.
외관상은 젊지만 실제 나이는 62세.
3남 4녀의 자녀를 둔 아버지였고, 막내는 겨우 9세였다.
그 생각을 하자 위니가 태영에게 보이는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내 나이가 결혼 이야기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지?”
말을 그렇게 돌려서 피했다.
[현시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마스터의 말씀이 맞습니다.]현시대만이 아니라, 28세기를 기준으로 해도 아직 적절치 않다.
“그러니, 모순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그건 그렇습니다만.]28세기, 그곳에서 위니를 넘겨받을 당시에 파이널 테스트를 했다.
태영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할 것.
그것이 모든 것에서 최우선 조건이었다.
“그보다 말이야.”
태영은 위니에게 다른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네, 말씀하십시오.]“아침 회의에서 나온 주제인데.”
[회장 취임 말씀이십니까?]회장 취임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해 보자고 하고, 그 주제의 논의 자체를 미뤘다.
“회장 취임은 말도 안 되고,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싫거든?”
학교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것은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다.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라고 판단됩니다.]“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을 모셔서 회장을 시키면 어떨까?”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위니와 유제범 부장이 할 일이다.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을 여럿 찾아서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부회장?”
회장이 아니라 부회장에, 여럿이라는 말에 의문이 들어서 반문했다.
[네, 회사 업무를 유사 분야별로 그룹화하고, 그 그룹의 책임자로 부회장을 임명하면 됩니다.]“아하, 그거 말 되네.”
좋은 아이디어 같다.
[네, 부회장 책임제로 체계화하면, 마스터께서 회장 취임을 수락해도 업무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흠.”
회장 취임은 해야 한다고 짚고 넘어가지만 좋은 생각은 분명하다.
[업무 진행은 요약해서 보고 드리면 되고, 그것으로 마스터의 업무 로드는 확실하게 줄어들 것입니다.]방금 말한 위니의 대안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리하자. 대신 부회장 적합 인물 추천을 해 줘.”
[네, 마스터.]대답은 잘 한다.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부회장을 시킬 정도면 업무 역량이 증명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럼 다른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을 거다.
“유 부장에게도 찾아보라고 할 테니까.”
더 이상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
[네, 마스터.]아무튼 대안은 나왔다.
계획대로 된다면, 업무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류기현 대표 연결해 줘.”
[네, 마스터.]~딩디디딩~띠리리리~
컬러링이 울리기를 잠시.
[류기현입니다, 사장님.]“갔나요?”
[네, 언제 다시 협의가 가능한지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류 대표 생각은 어때요?”
[이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현지에 법인을 두는 것이 맞습니다. 혹시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그보다 그 회사는 어떤 회사인데요?”
[데인즈캅이라고 미국의 군사 기업인데, 주로 미국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는 보안 회사입니다.]보안 회사인데, 군사 기업이라고?
그렇게도 되나?
“국내에 들어와 있는 ASB캅은 미국 회사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쪽은 침입자 경보 시스템 전문이고, 데인즈캅은 군사 정보 전문입니다.]“군사 정보 분야라면 관심을 갖는 것이 커버워처가 아니라 호나비 쪽이 아닙니까?”
[호나비도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커버워처입니다.]“그래요?”
[부서를 나누어서 침입자 경비 시스템 분야에 진출하려는 것 같습니다.]“미국 내 순위는 어느 정도나 돼요?”
[전 세계 기준으로 5위권 안에 든다고 합니다.]매출 기준일 것이다.
그래도 전 세계 기준으로 5위권이면 상당한데?
[저희의 커버워처를 공급하면, 침입 경비 부문에서 미국 시장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조건을 상세하게 제시해 보라고 하세요. 그걸 보고 결정합시다.”
[네, 사장님.]다이나믹 스카이는 얼마 전에 사무실을 이전했다.
원래 있던 건물에 필요한 만큼의 공실이 나지 않아서 확장 가능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
판교역과 조금 더 가깝고, 원래 입주했던 곳보다 더 큰 건물의 한 층을 모두 차지했다.
“위니, 오영배 연결해 줘.”
***
태영이 선규진의 배웅을 받은 후, 차를 타고 그곳을 떠날 때.
박용재는 오영배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랜만이오.”
오영배는 회장실의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박용재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