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87
233. 반도체 대응 준비(2)
“영상이 끝날 때까지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태영이 손짓을 하자, 정우찬은 준비된 영상을 플레이시켰다.
앳윌플레이를 프린터로 출력하는 모습이다.
“하…….”
“저게…… 저게…….”
“아니, 저런…….”
그들 모두가 놀라는 동안 정우찬은 가방에서 앳윌플레이 3세트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영상 속에 빠진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태영은 태블릿에 서명된 이름을 확인했다.
박용재 외에 좌측에 이선준 사장.
그리고 우측에 정우인 사장.
모두가 쟁쟁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었다.
만나자 한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이름을 확인한 후에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
중국의 일, 트루아이즈의 일, 통신에 대한 생각.
그리고 조셉이 입국한다고 전해 온 것까지.
“최 사장님.”
영상이 종료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생각에 잠겨 있는 태영을 박용재가 불렀다.
“잘 보셨습니까?”
“저 영상이 터니테크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입니까?”
“네, 맞습니다.”
“저렇게 만들어서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맞아요?”
“그것이 저렇게 나온 것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앳윌플레이를 가리켰다.
“……허.”
“이거 참, 완전히 SF영화네.”
“……말이 안 되는…….”
그런 심정 이해한다.
미래를 상상하는 SF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눈앞에서 영상으로 플레이되고 있었으니.
“반도체 대란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밖에 없군요.”
박용재의 말이다.
“네.”
“어디까지 저것으로 가능합니까?”
“상상하는 것은 모두입니다.”
“…….”
태영이 너무 쉽게 답해서인지 빤히 쳐다보았다.
“모두…… 모두 다요?”
“자, 여기서 중요한 것.”
태영은 평소의 말투보다 조금 더 무게를 실어 말했다.
“중요한 것?”
“우리가 전자 산업 분야에 저렇게 제품을 만들어서 뛰어들면, 어찌 될 것 같습니까?”
“……모두가 망하는…….”
좌측에 앉은 이선준 사장이다.
“그래…… 모두 망하지.”
이번에는 맞은편의 정우인 사장이다.
“네, 정확합니다. 모두 그렇게 느끼셨듯이.”
“…….”
“저희가 뛰어드는 순간, 그 분야는 기간이 문제일 뿐, 모두가 망합니다.”
“그렇게…….”
“스마트폰 블랙홀 이야기는 다들 아시지요?”
지금의 스마트폰은 완전한 멀티플레이어다.
책을 대신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길을 찾고, 정보를 검색하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단 하나의 기기인 스마트폰이 그 모든 것을 하고 있다.
그중에 음악 플레이어로 범위를 좁혀 보자.
태영이 초등학교 때는 MP3 플레이어로 들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오랜 기간 음악 플레이어 시장의 지배자는 LP였다.
LP는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동 중의 플레이어는 카세트테이프가 대신했었다.
워크맨이라는 이름의 소형 카세트로 세계를 점령한 회사도 있다.
그 두 분야는 어느 날, CD에게 시장을 내주고 밀려났다.
CD는 다시 MP3 플레이어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런데 MP3는?
앱이라는 이름을 달고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음악을 플레이해 주는 기기가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공급자 시장은 존속이 가능했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분야는?
공급자의 시장이 사라져 버렸다.
디지털카메라, 전자 사전, 시계와 알람, 타이머 등이 사라졌다.
녹음기, 내비게이션 등도 사라졌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것들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져 갔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해야 했던 일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이들도 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면서 막을 수 없는 길이니까.
그리고 이들의 절대 영역에 태영이 치고 들어갈 수 있음을 방금 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건, 나만이 아니죠?”
박용재가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후우웁, 그렇습니다. 이건…… 산업 기반 자체를 뿌리째 흔드는…… 완전히 뒤집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블랙홀은 블랙홀도 아니네.”
“빅뱅……이 달리 빅뱅이 아니라…….”
박용재의 질문에 느낌을 한마디씩 내놓았다.
“아, 이건 뜬금없는 질문인데…….”
“네.”
박용재의 말에서 대충 무슨 질문을 할지 감이 온다.
“8일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말하지 않았던 가요?”
“……죽었다가…….”
“네.”
“살아 돌아올 수 있으면, 나도 경험하고 싶어지네요.”
“내 경우는 확률이 353분의 1이었는데, 그래도 시도해 보실 건가요?”
“그…….”
“자, 본론으로 돌아가서요.”
“…….”
“우리는 이렇게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대답 대신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이미 꽤 많은 것들을 내놓았을 것입니다.”
“…….”
소재의 부족도 확장을 하는데 중요한 걸림돌이기는 했다.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태성 기술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서 소재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자본 증자 후에 인근의 공지와 소규모의 공장들을 모두 사들여서 확장 중이다.
지방 산업 단지이기 때문인지 주변에 입주하지 않은 공지도 많아서 모조리 매입했다.
“그런데 하지 않았습니다.”
“…….”
“오늘 회의의 첫 번째 주제, 실제 우리는 제품을 저렇게 생산하기에 무시해도 되지만.”
“…….”
“현재의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떠냐 하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리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
“그 외의 주제는 꺼내지 말죠.”
“…….”
그래도 모두들 답을 하지 않는다.
“잠시, 휴식해도 될까요?”
박용재가 태영에게 물었다.
회의라고 시작하고,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데 휴식하자고?
충격이 크긴 컸던 모양이다.
“그러시죠. 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네.”
“보안 서약하신 거 잊지 말구요.”
세 사람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어서는 것을 보고 웃으며 한마디 해 주었다.
~딸깍~
모두가 나가고 문이 닫혔다.
회의실 안에는 태영과 김성태 전무, 정우찬 부장 이렇게 셋이 남았다.
“심각한 모양인데요.”
김성태의 말이다.
“저는 저 사람들 표정을 유심히 봤거든요.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정우찬이 김성태의 말에 동의했다.
그럴 거다.
태영이 반도체 대란이라고 범위를 정해서 말했지만, 그 대란이 종식되고 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
태영은 워처가 보내 주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박용재를 포함해서 다섯.
참석하지 않고 옆방에 있던 사람들이 포함되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이게…… 말이 됩니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것입니까? 영상이 보이지 않던데.] [영상이 보이지 않았다구요?] [네, 음성이 나오지 않아서 소리를 줄여 둔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두 분이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랬습니다. 언제나 회의가 시작되나 하고 기다렸는데.]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게 참, 말을 못 하겠는데.] [왜요?] [비밀을 누설할 시 5천억, 3명이니까 1조 5천억을 배상하겠다고 사인했습니다.] [에이, 무슨 장난도.] [그래도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 말 좀 해 보세요.] [그게…….]대기 중이던 2명의 사장 요구에 정우인 사장이 말을 하려는 순간.
[아니, 말하지 말아요.]박용재가 입을 막았다.
[네, 회장님. 그런데?] [녹화 장치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네? 그걸 어떻게?] [막혔지 않습니까?] [……막혔다고 보면, 맞군요.]태영은 영상 속의 대화를 들으며, 역시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해 본 것이 아닌데, 유추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일단, 두 분은 돌아가세요.]박용재가 두 사람을 보내려 했다.
머뭇거리던 두 사람이 인사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갔다.
[…….] [그런 식으로 제조……라니, 말이 안 되죠.]짧은 침묵을 깨고 이선준 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영상은 조작이 가능하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산이 가능한지 눈으로 확인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회장님.] […….]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아까 하는 말로 미루어 보면, 절대로 현장을 보여 주지 않을 것 같던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지?] […….]무슨 말을 하든지, 박용재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단지 손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보고만 있을 뿐 말하지 않았다.
[영상 조작 아닐까요?] [나도 그런 의심이 들긴 하는데, 그 친구 말처럼 이렇게 반도체 부품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쪽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거든요.]‘그 친구’는 태영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놈’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지만.
[정말 앳윌 시리즈 이외의 제품들을 그 영상처럼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 어찌 되는 거죠?] [만일 우리와 경쟁 제품을 만들게 되면?] [지금 앳윌 시리즈는 경쟁 제품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아,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라구요?] [우리가 만든다는 가정하에 원가 검토를 시켰는데, 소비자 가격이 우리가 산정한 재료비보다는 높지만, 생산제 비용을 합치면 그보다 아래입니다.] [허, 그런 터무니없는.] [개인들이 구매해서 중국 수입업자에게 넘기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지요?] [알죠, 그걸 수출하지 않고 있으니.] [해외에 판매자 선정만 하면 되는데, 왜 공식적으로 수출하지 않을까요?] […….] [아들의 말로는 학생들 용돈벌이나 하라고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용돈벌이요?] […….] [중국의 수입업자가 메이스타에서 파는 가격의 2배 정도에 매입한다고 하는데, 알고 계시죠?] [그게 말이 됩니까?] [처음에는 이윤을 조금 붙이는 정도이거나, 운이 좋으면 3배 정도까지도 구입했는데, 학생 간에 정보 공유를 하면서 그 정도에서 고정가로 형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허, 정말 어처구니없네.] [그걸 구매 대행하려고 귀화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귀화?] [메이스타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할 때 본인 인증을 어찌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아니면 가입이 안 되거든요.] [외국인 등록 번호로 하면 되지 않나요?] [그것으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많이들 조사한 것 같다.
그런 것들까지 알고 있다니.
계속 듣고 있는 것이 실례이지만, 조금만 더 들어 보기로 하자.
[혹시, 금석전자와 우리와 같이 이런 회의를 할…….]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석은 반도체가 생산 라인이 없으니 아닐 겁니다만.]맞다.
금석은 반도체 회사가 없으니 사정이 다르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과거에 빼앗긴 반도체 사업을 그대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팹리스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티엘은?] [티엘이 우리보다 먼저 접점이 있었으니.]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까?] [아직 손에 잡힌 정보는 없습니다.]기업의 정보도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부분이 많다.
경쟁사는 어찌 움직이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사하고 있을 것이다.
[앳윌 시리즈는 특허도 없다는데 정말 만들지 못합니까?] [네, 현재의 기술로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걸 만들어 보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연구소에서 뚜렷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10년쯤 연구해 보면 방법이 나올 수 있을까요?] [10년 뒤에 터니테크는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십시오.]이제 더 들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후에 뭔가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별것 없다.
‘위니, 종료.’
[네, 마스터.]“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김성태가 정우찬에게 장난하듯 물었다.
“오늘 참석했던 사람들 이외에는 영상을 못 보았지만, 설사 연구소에서 참석을 했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입니다.”
“확실히 그렇지?”
“네,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지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기도 하구요.”
정우찬의 짐작이 맞다.
그리고 지금 저들은 대책을 내놓기 힘들 거다.
중국에서 왔던 그 사람들.
복제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지만, 그들이 살아생전에는 불가능이다.
***
다시 시작된 회의.
태영이 위니에게 영상 중계를 종료하라고 하고도 15분이 지난 후에 돌아왔다.
15분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한 가지 사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정우인 사장이 먼저 입을 떼었다.
“네.”
“우리에게 보여 준 생산 방식으로 한다면, 소량 생산이 가능한지, 그로 인해서 원가 상승과 시간 로스가 발생하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조 기업으로서는 중요한 문제다.
생산 준비를 위한 시간도 원가에 해당한다.
소량 생산을 하면 이러한 것들도 영향을 미쳐 생산 단가가 상승한다.
터니테크도 영향은 있겠지만, 부담이 적다.
“한 개도 생산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편법이지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현재와 같이 부품이 대란을 일으키게 된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모든 이유를 생략하고 경쟁력 부분만 보겠습니다.”
“…….”
그런 것은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대체품을 만든다면…….”
“가능하죠. 그러나 권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점입니다.”
“……?”
“기본적인 기능에 영향이 없는 대체품을 개발하면서 기능을 재배치하면 지적 재산권 침해 소지가 없습니다.”
반도체 부품 내부의 배치 설계에 대한 지적 재산권?
대신 배치 설계에 대한 지재권으로 얼마간 보호한다.
정말 그런가?
특허로 비교하자면, 특허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허의 경우에도 조금만 달라지면 특허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것은 태영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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