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90
236. 구출(2)
“추정하기에 그렇다는 거죠?”
위니가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아무 말이나 시켰다.
“그렇습니다.”
“조사 중이라면 아직 감옥이 아닌 구치소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태영이 질문하면서도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위니가 빨리 찾아 주면 되고,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질문하면서 시간을 때우면 된다.
‘위치 확인되면 바로 구출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해 봐.’
[네, 마스터.]“중국의 수사 방법은 우리와는 다릅니다. 특히 마약범으로 체포되면…….”
말을 흐린다.
“중국에서 마약범은…….”
이주현이 말을 하려다가 서윤기를 힐끗 보더니 입을 다문다.
추정해 보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는 뜻이다.
마약범이 아니어도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뭘 그리.
[위치 확인되었습니다.]그때 위니로부터 대답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아마도 마약범 감옥이라는 제한된 영역이어서 빨리 찾은 것 같다.
‘SNS에 사진 있어?’
[인별그램 사진 보여 드리겠습니다.]“잠깐 기다려 보세요.”
태영은 말을 중단시키고 사진을 앳윌플레이에 띄워 올렸다.
인별그램에 있는 서가영의 사진이다.
“헛.”
“맞습니까? 따님?”
“네 그…… 그런데 어떻게?”
알려 준 것은 폰에 표시된 이름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찌 사진을?
‘현재 상태?’
[CCTV 영상 확보되었습니다.]CCTV 영상은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바로 확보가 가능하다.
‘보여 줘 봐.’
[보기가 아주 흉합니다.]‘아버지는 진실을 알아야 해.’
위니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처참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상황 인식을 정확히 해야 한다.
[네, 마스터.]대답과 함께 인별그램의 사진이 사라지고 다른 영상이 나타났다.
CCTV가 비추고 있는 서가영의 모습이다.
“으악, 이게?”
서윤기가 앳윌플레이를 들고 눈을 비비고 비볐다.
“이게…… 이게…… 이게…….”
말은 못 하고 계속 이게 소리만 반복했다.
발가벗지는 않았지만, 옷이라고 볼 수 없는 천 조각들을 걸친 모습으로 철창 안에 갇혀 있다.
몸에는 땀과 흙이 뒤엉켜 있는 처참한 모습이다.
“아아악, 가영아. 가영아. 으아아아악.”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서윤기는 비명과 함께 울부짖는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앳윌플레이 위로 비처럼 흘러내렸다.
“흐으……흑, 가…… 가영아…… 가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딸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그러나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속옷은 입지 않았습니다. 집단 강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잠들어 있습니다.]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미세하게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이 영상에 보였다.
“실시간?”
“네, 실시간.”
태영은 이주현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
“개새끼들.”
이주현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욕이 나왔다.
항상 점잖고 젠틀하게 보였는데, 처음으로 보인 모습이다.
그러나 표정은 마치 얼음으로 빚은 사람처럼 냉기가 흘러나왔다.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리는데 효과적인…….”
거기까지만 말하고 중단했다.
~우당탕~쿵~
서윤기가 쓰러졌다.
혹시, 딸을 무너트려서 서윤기를 무너뜨리려는 것인가?
나사에 재직 당시 받던 연봉의 10배를 줘 가면서까지 필요로 하다면서?
아무도 저 상황이 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다.
~삐~
이주현이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네.]“서 박사님 기절이야. 비상 구급 팀 불러.”
[넵.]인터폰으로 대답이 들리고 쿵쾅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침착하다.
이주현은 서윤기의 몸을 반듯하게 한 후에, 손을 코앞에 가져다 대고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눈꺼풀도 올려 본 후에 자리로 와서 앉았다.
눈꺼풀 올려 보면 뭘 아나?
“후우~.”
긴 숨을 내쉬는 이주현의 눈가에 설핏 물기가 어렸다.
아마도 자신이 데려와서 이런 사달이 생긴 것에 대한 자책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미안함이나 후회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혹시, 우주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까?”
태영이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분위기에 상관없이 물었다.
“……그렇소.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감추지 않고 솔직히 답한다.
“가능할 겁니다.”
도움을 받았고, 오늘의 일까지 목격했다.
그리니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다.
“……?”
태영의 대답에 물끄러미 바라본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짧게 고개를 까딱 인사를 하고, 서윤기 박사 곁으로 온 두 사람.
코앞과 목 옆에 손가락을 대보고 둘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꺼풀을 뒤집어 눈동자를 확인하고는 이주현에게 고개를 끄덕끄덕.
~덜컥~
다시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바퀴가 달린 들것을 밀고 들어온다.
“병원으로 보내고 24시간 지켜.”
“넵.”
답을 한 두 사람이 서윤기를 들것 위로 올린 후에 곧바로 나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전쟁을 치른 것 같다.
“우리, 할 이야기 많죠?”
서윤기가 나가고 조용해지자, 이주현이 태영을 노려보며 하는 말이다.
제스의 표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많지.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줬거든.
아마도 이들은 중국의 형무소 CCTV 영상을 그대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것도 말 나온 지 몇 분 만에.
태영은 답하지 않았다.
그냥 웃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주현과 제스.
태영이 답을 않자, 몇 분간 미동도 하지 않고 태영을 노려보았다.
“이곳도 볼 수 있소?”
한참 만에 다시 이주현의 질문이 나왔다.
손은 회의실 한쪽에 보일 듯 말 듯 달려 있는 CCTV를 가리켰다.
“뭐 하러요?”
“뭐……하러……라.”
“볼 수는 있지만, 안 본다?”
이주현의 말에 제스가 의미를 달리하며 물어왔다.
“정부 일에 신경 안 쓴다는 말입니다.”
“마음먹지 않은 거야?”
이주현은 그렇게 묻고 동시에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은근슬쩍 반말로 물었다.
그래도 답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대통령실의 비서관인데, 같이 반말해 줘? 말아?
사실은 그 망설임으로 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보려고 마음먹으면?”
다시 물어왔다.
“3초.”
태영은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보여 주었다.
“……하, 미치겠군.”
이주현이 자신의 이마를 긁는다.
“…….”
“어떻게?”
“에이, 영업 비밀을 왜 알려 달라고 하실까?”
“우리가 1주일 동안 별짓을 다해 가면서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알 수가 없었는데, 말 꺼내고 5분도 안 결려서 영상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거요?”
제스의 질문이다.
“정작 궁금한 것이 그것입니까?”
“아…… 아니, 내 말은…….”
“국장님, 그만하시고, 그래 어떻게 할 수 있어?”
제스의 말을 막으며 서슴없이 반말로 물어왔다.
“구해 줘?”
“너, 상대가 반말하면 무조건 같이 반말한다더니 정말이네?”
얼굴이 바로 벌게진다.
오영배가 말해 줬나?
위성 통신 허가 때문에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여기서 그만하고 갈까?”
“야, 야. 가면 안 되지. 그리고 내가 너보다 열 살 이상 많은데, 같이 반말할 거야? 싸가지가.”
흥분해서인지 점잖음은 사라졌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
이주현의 나이는 올해 37세.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
“내가 먼저 한 거 아닌데?”
“……아, 됐고. 됐고, 구할 수 있어, 없어?”
“있지.”
“진짜? 그럼 어떻게 구해 올 건데?”
“구하려면 지금 회사로 가야 해.”
“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거든.”
“그러니까 뭘?”
“장비 만들어야지. 혹시 나를 포함해서 몇 명이 가서 구해 오기를 바란 거야?”
“와, 너 정말 패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그게 아니니까 내가 참는다.”
“반말 안 하면 간단해.”
제스의 얼굴은 웃음을 참지 못해서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이 이상한 대화가 우습기도 하겠지.
“그래, 젠장. 그냥 마주 까자. 그럼 된 거지?”
“그러지 뭐. 물리기 없기다?”
“그래, 낙장불입. 대신 우리 셋이 있을 때만. 오케이?”
오호, 별소리 다 할 줄 아네?
체면을 내려놓으니 이렇게 변하기도 한다.
“오케이.”
“어떻게 구해 올 거야? 시간은 얼마나 걸려?”
이미 한 질문을 또 한다.
“사람이 갈 필요는 없고, 작전 개시 시간은 오늘 밤 자정 이후, 동트기 전에 완료.”
“허.”
어처구니없어하며 입이 헤벌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이 안에 셋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면 안 돼.”
“외부로 알려지면 국제 분쟁의 소지도 있으니. 그런데 서 박사님이 결국 알게 될 거 아니야?”
“자기 딸을 구해 줬는데 다른 곳에 가서 미주알고주알 할까?”
“좋다. 우리가 뭘 준비해 주면 돼?”
“없어. 그 대신 내 요구 두 개.”
“뭔데?”
“세이브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테니까 부채 계정에 올려 놔.”
“하아, 참. 요구 사항 두 개 꼭 들어줘야 할 빚 목록에 추가하고,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우리 두 사람이 구해 내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음, 그럼 요구 한 개 더 추가. 제스도 별도로 한 개, 그리고 내 사무실로 와야 해.”
“콜.”
10층에서 마지막으로 팔고 나간 회사가 이사를 하자마자 브리핑 룸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이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 된다.
“프린세스도 함께 가도 되겠소?”
방문 시간을 비롯한 몇 가지를 더 의논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제스가 물어온다.
“요구 사항 하나 추가입니다.”
“그리하지요.”
구출 대상이 여성이니 사실상 류지현이 있는 것이 좋다.
같은 여성끼리의 대화가 더 쉽게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린세스 참석을 요청하려 했는데, 제스가 먼저 말해 주니 반가운 일이다.
***
“위니.”
차에 오르자마자 위니를 불렀다.
[말씀하십시오.]“소재 가지러 가자. 태성기술에 심명석 이사, 김성기 이사 순으로 연결해 줘.”
[네, 마스터.]휴일인데 나오라고 하기는 미안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이미 시뮬레이션은 완료했다.
이주현과 헤어져 자동차까지 오는 사이에 위니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영상으로 보내 줬다.
필요한 장비와 무기까지.
레벨 4인 클라미DT 2대, 에너지 빔과 레이저 빔 무기 탑재.
이것의 공중 이동 속도는 시속 950킬로미터에 레이더로 탐지가 불가능하다.
어둠 속으로 숨어들면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땅속은 물론 암반 지대도 빠른 속도로 뚫어낸다.
형무소의 벽돌 정도는 아주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특수형 분나비 1대에 동일한 무기 탑재.
구출 후에 태우고 올 장비이다.
“플라즈마 무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3레벨 소재가 나와야 합니다.]그건 언제쯤 나올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봄이에게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고 알려 줘야 하는구나.”
[참관할 것인지 물어볼까요?]“그래.”
***
자정이 되기 10분 전.
브리핑 룸 입구로 이주현과 서윤기 박사가 왔다.
병원에서 몇 시간을 쉬었을 것이다.
정신이 들자마자 바로 이주현에게 연락이 와서 함께 와도 되느냐고 물어왔었다.
딸을 구해 내는 계획인데 오고 싶었겠지.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오라고 했다.
“어서 오세요.”
“오냐, 나 왔다.”
이주현이 먼저 들어섰다.
“그래, 어서 와라.”
“야, 서 박사님도 있는데 그래도 반말이냐?”
“먼저 시작한 사람이 무슨 소리야? 그리고 좀 시끄럽다.”
“어…… 그…….”
이주현과 태영이 반말로 대화하는 것을 들은 서윤기의 눈이 동그래지며 말을 더듬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 네.”
이주현이 안으로 들어왔고, 서윤기가 입구에서 잠시 멈추며 태영을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리까지 접히도록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하는데, 허리가 펴질 때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자, 들어오십시오. 아직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에는 이릅니다.”
“이렇게 마음 써 주는 것만으로도…….”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우웅~
[류지현 전화입니다. 방금 제스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두 팀이 거의 시간차 없이 도착한 것 같다.
“저기 다실이 있습니다.”
“네.”
이주현과 서윤기에게 차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을 가르쳐 주고 문 앞으로 갔다.
~딸깍~
시간 맞춰 문을 열자 제스와 류지현이 브리핑 룸으로 들어섰다.
“오, 어찌 알고?”
“들어오기나 해라.”
“그런데 여긴 뭐 하는 곳이냐?”
“입구에 브리핑 룸이라고 팻말 붙어 있었는데 못 본 거야?”
“아무튼.”
브리핑 룸에는 U자로 펼쳐진 테이블과 15개의 의자가 있다.
U자의 좌우로 각각 7명씩 앉고 의자 뒤쪽으로 여유 공간이 많다.
U자의 끝에서 아주 넓은 공간이 있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제스의 질문이다.
“네.”
“일단, 쉬면서 이거 보고 있으세요.”
태영이 앉는 자리의 패널을 터치했다.
커다란 패널에 빛이 들어오고 내용을 알 수 없는 무늬와 버튼들이 보였다.
거기서 버튼 하나를 터치해 사이니지를 켰다.
~비잉~
경쾌한 작은 소리가 나면서 U자의 끝에 있는 넓은 공간에 사이니지 영상이 펼쳐졌다.
그것은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어항처럼 보였다.
“헛.”
“야, 이거 뭐냐?”
사이니지를 펼치기만 하면 늘 받는 질문이다.
“사이니지.”
“뭐? 뭐?”
류지현도 처음 보나?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