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95
241. 조셉의 카드 지갑
‘조셉 도착 예정 시간이 언제이지?’
[인천 공항 오후 3시입니다.]날짜와 함께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 왔었다.
오후 3시면 여유가 있다.
“아니, 이건 뭐야? 왜 이리 딱 붙어 있는데?”
그린에 도착한 선규진이 태영의 볼을 내려다보고 흥분해서 큰 소리로 물었다.
드라이버로 친 태영의 볼은 홀컵에서 반 발자국쯤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거 넣으면 버디야?”
“잃은 거 복구 찬스.”
“배판인데?”
“버디까지 하면 네 배 맞죠?”
“맞습니다, 최 사장님.”
캐디가 환하게 웃으며 맞다고 해 주었다.
“허.”
선규진 보기, 최원재 보기, 박조영 더블.
선규진과 최원재는 3타 차로 네 배가 되어 12점.
박조영은 4타 차 4배로 16점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이다.
“자.”
태영은 들어온 돈의 일부를 툭 잘라서 캐디에게 팁으로 주었다.
“우와, 사장님. 감사합니다.”
역시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돈 받으니 표정부터 달라진다.
“와, 최 부사장 이야기가 맞네. 프로 선수도 내기하면 돈 잃을 거라고 하더니.”
아웃코스가 끝나고 인코스 대기 지점.
선규진이 호탕하게 웃으며 태영의 어깨를 툭툭 쳤다.
“웬만하면 내기하자고 하지 말아야지, 뭐.”
~우우우웅~
[마스터, 아버님으로부터 전화입니다.]호주머니에 있는 2번 폰에서 진동이 느껴지자 위니가 알려 왔다.
“잠깐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시게.”
대기 지점 옆쪽으로 가서 폰을 꺼내 들었다.
“네, 아버지 접니다.”
[아침 회의 때문에 메일을 조금 늦게 봤다.]“내용도 보셨습니까?”
[그래, 이름이 이머지네이드, 응급 구호 키트라고?]“그렇습니다. 이거도 함께 추진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음 인력이 문제인데, 한번 해 보도록 하자.]아버지를 납득시키기 위해 비서관 이야기와 식약처 이야기까지 상황을 대략 전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류지현에게 전화를 했다.
[휴우, 응.]연결되자마자 한숨 소리부터 들린다.
“왜?”
[여기 병원인데.]“그래, 왜?”
행정 담당이 왔을 텐데, 얘는 왜 쓸데없이 아직도 거기 있는 거냐?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가족들도 왔을 텐데, 왜 거기 버티고 있는 것인데?
[인사를 좀 하겠다고 해서.]“인사는 무슨 인사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아, 진짜.]“끊는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우우웅~
대기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진동음이 들렸다.
또 류지현이다.
에이, 차단시킬까?
무시하고 대기 지점으로 갔다.
그런데, 오늘 조셉이 오는 것을 류지현에게 말해 줬나?
상관없지 뭐.
류지현도 같이 만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위니, 혹시 조셉이 류지현에게도 온다고 연락했어?’
[류지현도 조셉이 오늘 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류지현이 조셉 관련해서 연락해 오면 같이 만나고, 아니면 혼자 만나고.
인코스의 시작.
오늘은 계약 후의 친선 라운딩이어서 적당히 하려 했다.
그러나 돈은 모두 태영의 주머니로 들어왔다.
비록 푼돈이지만.
“완전히 빈털터리 되었네.”
마지막 홀 아웃 지점에서 선규진이 과하게 투덜거리며 모자를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최 사장, 차비 안 줘?”
최원재가 농을 툭 던져 왔다.
“걸어가세요. 제 차 트렁크가 비어 있긴 한데.”
“소연 씨.”
“네, 사장님.”
“수고했어요.”
캐디를 불러 주머니에 든 돈의 일부를 툭 떼어 손에 쥐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혹시 자동차 키를 주시면 클럽을 실어 두겠습니다.”
“아니, 괜찮아요.”
“네, 알겠습니다. 저 혹시…….”
“네, 왜요?”
“번호 주실 수 있나요?”
어? 번호를 따려는 거야?
“안 되는데요.”
“아…….”
단박에 거절하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태영은 멍하게 서 있는 캐디를 두고 일행에게 갔다.
“최 사장, 번호 달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원재가 물었다.
“네.”
“안 주었어?”
“그럼요. 얼마나 비싼 번호인데.”
“주지 그랬어?”
“여친 있어요.”
“그럼 주면 안 되지.”
전화번호 줘도 소용없다.
명함에 새겨진 폰 번호로 오는 전화는 위니가 말해 주지 않으면 받지 않으니까.
***
웨스코러 호텔.
조셉이 알려 준 스위트룸으로 들어섰다.
“…….”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앨리슨이다.
함께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조셉의 서프라이즈 같은 뭐 그런 건가?
“Choi!”
앨리슨이 큰 소리로 태영을 부르고는 곧바로 문을 밀면서 달려와 껴안았다.
“Hi Allison.”
몇 발자국 뒤쪽에서 조셉이 빙그레 웃고 서 있다.
“Thank you, Thank you so much.”
태영을 그대로 포옹하고 가쁜 숨을 쉬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천천히 했다.
“……Thank you so much. my friend.”
다시 한번 더 감사를 표하는 앨리슨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여전히 태영과의 포옹을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그대로 두 팔로 꽉 조이고 있었다.
“(회복되어서 다행이야.)”
“(그건 모두 네가 그 치료제를 주어서…….)”
“(앨리슨, 눈빛에 질투가 가득한 조셉이 뒤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후훗,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최가 하는 말이니까.)”
앨리슨이 포옹을 풀었다.
“(고맙다.)”
조셉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조셉은 태영의 팔을 붙잡아 끌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중앙의 값비싸 보이는 소파에 태영이 앉고 나서야 두 사람은 맞은편에 앉았다.
“(네가 내게 가져온 것은 기적의 치료제이지만, 그것이 결코 기적은 아니지?)”
“(음, 그냥 치료제?)”
“(그거 알아? 내가 일어선 것도 기적이지만, 내 몸은 다치기 전보다 더 좋아졌어.)”
앨리슨의 얼굴에 함박 핀 미소.
그 미소에 따뜻함이 넘쳤다.
“(둘이, 잘?)”
대화를 돌리기 위해 두 사람의 관계를 물었다.
“(그럴 거야. 올리비아는 사직했고.)”
이번 대답은 조셉이 했는데, 엘리슨이라고 부르지 않고 올리비아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직?
그 조직에서 그만두는 것이 그리 쉽나?
“(올리비아?)”
느낌은 있었지만 물었다.
“Olivia Hartley(올리비아 하틀리.)”
엘리슨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에게는 내 이름을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앨리슨은 코드 명이었지.
“(올리비아, 앞으로는 그렇게 부를게.)”
“(고마워, 최.)”
둘이서 너무 감사를 표하니 조금은 계면쩍다.
한참 동안 감사의 인사가 이어졌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흘리듯 몇 가지를 말했다.
이미 함께 살고 있다면서, 가을 즈음에 결혼할 예정이라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아이를 둘이나 셋쯤 낳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이거.)”
조셉이 소파 곁에 두었던 큼직한 가방을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마도 동관의 그 집에서 가져온 골드바와 위안화 같은 것들을 처리한 것이리라.
조셉은 태영을 잠깐 보더니, 그 안에서 내용물 한 개를 꺼내 놓았다.
작은 스마트폰 크기 정도의 가죽으로 된 지갑이다.
조셉은 그중에 하나를 들어 뒤쪽을 밀자 금속 상자가 밀려 나온다.
~딸깍~
금속 상자의 한 귀퉁이를 누르자 작은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블랙 톤의 폼 스펀지 가운데 끼어 있는 USB.
뚜껑 안쪽에 카드가 꽂혀 있고, 카드에는 노란색의 보안 스티커가 붙어 있다.
떼어 내면, 떼어 낸 자국을 남기면서 다시 붙일 수 없는 스티커다.
스티커 위에 빨간 삼각 표시가 있고, 그 아래 몇 줄의 설명도 보인다.
“(거기서 가져온 것을 모두 처리했다.)”
조셉이 말을 꺼냈다.
“(골드바 2억 1천만 달러, 위안화는 모두 환전해서 2억 5천만 달러…….)”
올리비아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태영을 보고 있었다.
“(설명은 안 해도 돼. 이거 면책 조건으로 처리된 거지?)”
“(맞아.)”
그럴 것 같았다.
그 큰돈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려면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
면책 조건은 정말 굿이다.
“(얼마야?)”
“(18억 5천만 달러. 그중에 화물선 준비와 위험 대비, 그리고 환전과 관련된 처리 비용과 경비 등으로 5천만 달러, 그리고 나머지 18억 달러.)”
“(그럼, 이게 9억 달러인가?)”
“(아니, 지갑 하나에 1천만 달러, 수량은 180개.)”
이게 무슨 소리야?
18억 달러면 거의 전액이다.
“(그런데 왜 모두야? 절반을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내가 일한 대가는 경비 속에서 이미 받았어. 네가 물었듯이 면책 범위에 있어서 처리하는데 들어간 돈은 많지 않았거든.)”
“(그렇다고 왜?)”
“(과한 것은 오히려 문제를 만들게 돼.)”
“(……인정. 알았어.)”
조셉의 뜻이 완강하기에 잠시 생각하다가 수긍키로 했다.
“(네가 말한 대로 작은 금액으로 나누려 했지만, 수량이 너무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어)”
쓰기 편하게 작은 금액으로 나누어서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지갑 1개에 1천만 달러면 여전히 큰 금액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나눈 것도 다행이다.
그것의 절반은 네 것이라고 했는데, 거의 모두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강제로 나누어 주는 수밖에.
“(그럼 좋아.)”
지갑을 한쪽으로 밀고 가방을 당겨 왔다.
“(블레이크.)”
이름을 부르며 지갑 5개를 꺼내서 앞으로 밀었다.
지갑 5개면 5천만 달러이니 한화로 6백억 원이 넘는다.
“(자비에르, 오스워드, 트로이, 길리.)”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조셉 앞으로 밀어 준 지갑은 이름마다 5개씩이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조셉과 올리비아, 두 사람 모두 조금 감동한 표정이다.
“(기억하지. 그리고 이제는 기억에서 지울 거야.)”
조셉의 질문에 그 의미까지 포함해서 답했다.
태영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들의 본명은 알고 싶지 않아. 그들의 가족들을 찾아서 전해 주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둘이 알아서 가져.)”
“Choi.”
올리비아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건 조셉, 이건 올리비아.)”
각각 10개씩 밀어 주었다.
둘이 결혼을 예정하고 있지만, 재산을 합칠 필요는 없으니까.
“(최, 나는 반대야.)”
“(이제 그만. 우리는 서로 조금씩 양보한 거니까.)”
조셉이 입을 다물고 물끄러미 태영을 보았고, 올리비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해도 반이 안 되니 조금씩 양보 맞다.
“(……네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면, 한 사람당 1개씩.)”
그렇게 말하는데, 결심이 확고해 보인다.
“…….”
돈 준다는 것을 안 받겠다고 하다니.
모두를 태영의 앞으로 다시 밀어 주면서 8개만 챙긴다.
꼭 그렇게 하겠다면 할 수 없다.
“(조셉과 올리비아는 추가. 생존 수당이야.)”
2개를 다시 밀어 주었다.
태영을 빤히 보던 조셉이 새로 밀어 준 2개는 받아들였다.
기억 속의 사람들을 잠시 떠올렸다.
수마트라에 갔던 사람들이 15명이라고 들었지만, 얼굴은 본 사람은 4명이다.
대부분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태영의 의견에 반발하면서 돌아오지 못한 세 사람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엘리샤 페인을 만나야겠군.)”
살아 돌아온 한 명이다.
“(엘리샤 페인?)”
올리비아가 물었다.
“(수마트라 미션에 대해서 알아?)”
“(알아. 전멸했다고 들었어.)”
조셉의 대답이다.
CIA 기준으로 보면 전멸이 맞다.
엘리샤 페인은 소속이 다르니까.
“(NASA 소속의 생존자.)”
“(아!)”
“(이 가방, 나 주려고 했던 거지?)”
“(그래.)”
되돌려 준 지갑을 가방에 넣으면서 한 개를 남겼다.
“(전해 줄 수 있어?)”
남긴 것을 가리키며 조셉에게 물었다.
“(그렇게 하지.)”
지금까지 조셉이 보여 준 행동으로 미루어 봐서, 배달 사고는 생기지 않을 거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PC에 USB 꽂고, 카드에 있는 고유 번호와 비밀 번호 입력하면 돼.)”
“(USB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지?)”
“(맞아. 두 개는 반드시 세트로 있어야 해.)”
이게 중요한 포인터 같다.
USB와 카드가 세트로 있어야 한다는 거.
함께 다녀왔으니 류지현 한 개 주고, 조병원도…….
조병원을 줘야 해, 말아야 해?
그 가벼운 입으로 어디 가서 나불거릴 것 같아서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두 사람에게 한 개씩 줘도 168개가 남는데, 이걸 어디에 쓸까?
16억 8천만 달러면 정말 큰돈이다.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
이것저것 생각하며 지갑이 든 가방을 마무리 짓는데, 조셉의 말이 들렸다.
“(누가?)”
“FDA.”
“(말한 거야?)”
“(올리비아가 회복된 것을 감출 수가 없었어. 내 개인적으로는 감추고 싶었지만.)”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진기의 경우는 아직 치료 중이다.
다 나았다고 해도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관심을 가져서 이슈가 될 일이 아직은 없다.
신정현의 모친인 정수경이나 임은이의 경우도 외부에서 알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올리비아는 상황이 달랐다.
“(회사에서 먼저 알고 찾아왔었어.)”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알고 찾아오니 감출 수가 없었다.)”
짐작했던 일이다.
“(우리의 임무 특성상, 이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아.)”
“(그 치료제는 그 사람들의 희망이야.)”
“(정식 승인이 필요해. 그것도 가능하면 빠르게.)”
“(일반인들에게도 그건 새로운 희망이야.)”
두 사람은 태영이 가만히 듣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 말은 맞네.)”
“(그들을 오라고 할까?)”
태영이 동의하자마자 올리비아가 조셉에게 물었다.
“(그들?)”
“(FDA에서 동행한 두 사람이 있어.)”
이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생각을 달리해 보니 미국은 전쟁이 많은 나라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에 군인들을 파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상자는 항상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일은 사전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덜컥 온다고?
“(아, 그런데 그것의 신청자는 내가 아니야.)”
“……?”
“…….”
태영의 말에 두 사람은 잠시 멍해졌다.
“(레피우스, 그것을 만드는 회사의 이름이야.)”
“Ah.”
“(그 말은……?)”
“(거기서 준비 중이라는 뜻이야.)”
이주현 때문에 응급 구호 키트도 서둘게 되었지만, 이 역시 준비 중이었다.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니, 레피우스에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지.)”
“(그럼, 그들에게 기다리라고 하겠다. 이번 주 안에 미팅이 가능하겠나?)”
“(그렇게 되도록 해 보겠다.)”
대답을 들은 조셉이 폰을 들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 알려 줄 것이 있어.)”
조셉이 통화하는 사이 올리비아가 말했다.
“(뭘?)”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