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96
242. 배신자? 배신자(1)
말을 꺼낸 올리비아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다.
“(나는 당시에 그 임무가 위험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맞아. 나도 그랬으니까.)”
태영도 마찬가지다.
티베트에 간다고 할 때,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출발 시에는 그랬지만, 현장에 도착하면서 달라졌지.)”
“(그래.)”
“(그 상황에서도 극명하게 갈린 두 방향.)”
그 즈음에 통화를 끝낸 조셉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와 조셉을 제외시키고 보면…….)”
“(최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예외 없이 안전하게 돌아왔고, 다른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어.)”
조셉이 뒷말을 했다.
전쟁 통에 뛰어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아직 태영이 알지 못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엘리샤 페인 이야기는 방금 들었지만, 그녀도 최와 동행한 거지?)”
“(그래.)”
“(최와 그 일들에 관련된 모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하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조직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제프리나 에릭 같은?)”
둘은 지난해에 미국에서 태영을 강압적으로 데리고 가려던 자들이다.
그때 그들은 조셉과 같은 팀이거나 부서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툭 던졌다.
태영의 시선을 받은 조셉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태영의 입에서 그들의 이름이 나올지 몰랐을 수도 있을 테니.
“(그들…… 충분히 그럴 거야.)”
“(그런데, 이거 너희 조직의 내부 정보, 뭐 그런 것 아니야?)”
“…….”
“(이건, 최에게 도움을 받은 내 호의야.)”
조셉은 입을 다물었고, 올리비아가 말했다.
“(외부로 알려지면 위험하지?)”
“…….”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물론 아는 사람은 셋밖에 없지만, 올리비아와 조셉 둘 다 위험을 무릅쓴 정보라고 봐야 한다.
사실상 태영에게는 상관없지만.
“(얼마 전에 너희 회사의 사망한 사무국 직원, 혹시 알아?)”
“(그런 일이 있었어?)”
조셉이다.
그 조직과 상관없는 사람의 사망처럼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존심에 대한 문제도 있다.
그래서 모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역시다.
“(카덴 일행과 다시 갔을 때, 우리가 가는 곳에는 모두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What?”
“(놀랄 거 없어. 그래도 우리 모두는 안전하게 돌아왔으니까.)”
“(그게 사망했다는 그 직원과 상관있는 거냐?)”
“(맞아. 그쪽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었고, 용도가 다 했으니 비밀 유지를 위해 죽인 것 같아.)”
“(근거는?)”
“(있어, 그러나 그것을 말해 주지는 않을 거야.)”
“(우린 모르고 있는…….)”
“(아니, 알고 있는 곳이 있을 거야. 조사도 진행 중일 것이고.)”
“(있어. 그런 부서가.)”
없을 리가 없지.
***
조셉과 헤어져서 식당 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아마도 너를 납치하려 할 것이다.
그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제발, 네가 안전했으면 좋겠다.
올리비아가 태영에게 해 준 말이다.
납치한다고?
얻을 것이 없는데, 해 보자는 거지?
~딸깍~
“오빠.”
문이 열리며 이새봄이 들어섰다.
“어서 와. 경호원은?”
“식사하라고 했어. 근데…….”
“응.”
“사실 나, 경호원 없어도 되지 않아?”
지금 이새봄의 능력이라면 경호원이 의미가 없다.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할 정도이니까.
“되지.”
“그럼 이제 경호 없이 다닐 거야.”
~똑똑~딸깍~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어섰다.
“벌써 왔네?”
“네, 저희도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봄이 얼굴 한번 보자. 어떻게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니?”
“어머니도 그러세요.”
“그래, 연휴에 동해안 놀러 갔다 왔다고?”
“네, 어머니, 저희 둘만 다녀와서 죄송해요.”
~똑똑~딸깍~
“안녕.”
이번에는 누나다.
오늘은 온 가족 외식 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약속이 되었고 모두 모였다.
“임상 건은 진행이 어떻습니까?”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아버지께 물었다.
“어렵네. 어려울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외 인정이 안 되는 거죠?”
“그래. 긴급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신약 개발에는 법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주현이 태영에게 말한 것을 진행하는 데는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었으니, 아마도 지금 진행 중일 것이다.
그러니 그쪽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바라는 눈치는 없었습니까?”
“그럴 수 있겠지. 그건 내가 돈을 내밀어 보기 전에는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돈으로 어떻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FDA로 바로 가 보시겠습니까?”
“FDA?”
“네.”
“거긴 더 엄격하지. 가능성이 없을 거야.”
“미국 정부의 요원 한 명이 극심하게 다쳐서 다시 걸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혹시 오르스힐스?”
올리비아에게 준 치료제의 이름이 오르스힐스다.
그리고 김이한이 그것으로 치료 중이기도 하고.
“네.”
“경과는 어떠냐?”
“1개월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달리기도 합니다.”
“자료를 보면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와 있습니다.”
“그럼 FDA 이야기한 것이 그래서?”
“FDA에서 2명이 동행해 왔다고 합니다. 만나 보시겠습니까?”
“이미 와 있다고?”
“네.”
“음…… 좋다, 만나자.”
“그럼, 그들에게 아버지 연락처를 알려 주겠습니다.”
“왜? 너와 같이 오지 않고?”
“제가 시간을 맞추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럽니다.”
“그래, 너도 바쁠 테니.”
“참고로, 그들이 을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준비 중인 치료제들 모두 들이밀어 보세요.”
어머니의 의견이다.
“그래도 될까?”
“어차피 레피우스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쪽이 여기까지 달려왔으면,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는 건데.”
“거기서 하나라도 승인이 나면 바로 상장 각이 나와요.”
아버지 회사의 일은 그 정도면 태영이 더 도움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누나는 검토 좀 해 봤어?”
“이력서에 붙은 소개서 봤는데, 전자나 반도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니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좋은 방법 없을까?”
“일단 반도체나 부품 개발이나 유통 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부장급 이상 직책에 있었던 사람을 추려 봐. 개별 면접은 내가 같이 봐 줄 수 있으니까.”
“그럴래?”
“반도체?”
태영과 누나의 대화를 듣던 어머니다.
“네, 지금 반도체 대란이 진행된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풀리지 않으니, 그쪽에 힘을 좀 보탤까 해서요.”
“그 때문에 중소기업이 많이 도산했다고 하던데.”
“그쪽은 협업이 중요해서, 사준전자 박 회장과 한번 만났습니다.”
“지원하겠다고 하니?”
“주고받고 하는 거죠.”
“그나저나 봄이가 하는 일은 언제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는 거니?”
“곧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어머니.”
“그래, 그쪽도 잘 되면 좋겠다.”
“네. 어머니.”
“그리고 광고 회사를 만든다고?”
“네, 오빠가 만든 사이니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할까 해서요.”
사이니지를 본 사람들은 모두 욕심을 낸다.
오영배에게 판권을 줄 때, 메이스타와 리얼판타즈에도 줄 생각이다.
***
아침 간부 회의.
오늘은 태성기술의 유병진 대표가 터니테크로 왔다.
“자, 그럼 두 분이 임무 교대를 하도록 하시지요.”
인사이동 시기도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네, 사장님.”
“사임계는 받았고, 신임 대표 이사 선출과 부임은 규정대로 합시다. 인수인계는 오늘 중에 완료하시구요.”
“네.”
인수인계할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태성기술 대표로 있던 유병진이 터니테크의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온다.
연구소장인 김성태 전무가 태성기술 대표로 가고, 연구소는 내부 승진으로 정기욱 책임이 소장이 된다.
동시에 김경훈 전무가 생산과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연구소의 업무 인수인계는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태성기술은 원래 김성태 전무가 대표로 있던 곳이니, 몇 가지 사항만 인계하면 된다.
“아, 이번에 소재 개발 성공 건으로 보너스 발표는 누가 할까요?”
떠나는 사람의 선물이냐, 오는 사람의 선물이냐, 하는 것이다.
“김 전무님이 부임하시면서 발표하시지요.”
“그래도 될까요?”
유병진의 의견에 김성태가 물었다.
“옛 대표가 컴백하면서 그 정도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그리고 유 부장님은 송이길에 연락해서 대표 이사 사임과 취임 건 처리하세요.”
두 사람의 겸양을 지켜보던 태영이 정리를 했다.
“네, 사장님. 그럼 반도체 관련 인력 선별은 기술 쪽과 영업 마케팅으로 나누어서 두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네, 그래요.”
그리고 팹리스 회사 현황을 들었다.
국내의 많은 팹리스 회사 중에 절반 이상이 적자 기업이다.
그런데 반도체 대란이 생기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졌다.
품귀 현상으로 인해 이익률이 높아진 회사가 있는가 하면, 반대인 회사도 있다.
그래서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고도 적자인 곳이 많다.
“내일 내가 박용재 회장과 만날 거니까, 들어 보고 그 후에 방향을 정하도록 합시다.”
“네, 그럼 회의 끝내겠습니다.”
유제범의 보고에서 펩리스 회사의 절반 정도가 분당에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압도적으로 많다.
~웅~
연구실로 이동하는데 울리는 진동.
“네.”
[한지……, 아니 김나은입니다.]28세기에서 날아온 사람들.
신분증에 맞춰서 바뀐 이름이다.
“오늘 이사하는 날이지?”
[네, 그렇습니다. 새집에 도착했습니다.]“벌써?”
[대부분의 짐을 미리 폐기했고, 가구는 그냥 두고 가니 옮길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그래, 김나은하고 켈시 둘 다 터니테크로 출근하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이들이 근무할 곳은 11층에 새로이 구입한 곳이다.
“왜 이리 늦어?”
연구실에 들어서자 류지현의 불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옆에는 트리니, 정다혜가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선다.
“감사합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는 정다혜는 바짝 마른 몸에 간편한 복장, 그리고 운동화를 신었다.
고생을 많이 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벌써 이렇게 움직여도 돼요?”
“야, 네가 병원에 못 온다고 하니 무리해서 온 거 아니냐? 금단 증상도 심한데, 네가 병원으로 왔으면 좀 좋아?”
정다혜에게 물었는데, 류지현이 다다다 따진다.
“까불지 말고. 너야 네 일을 하는 거지만, 나는 아니잖아?”
“그래, 너 잘났다.”
태영과 류지현이 주고받는 대화가 자신의 예상과 달라서인지 정다혜의 작은 눈이 커졌다.
“앉아요.”
“네.”
태영을 한번 쳐다보고, 류지현을 한번 쳐다본다.
그러다가 류지현이 피식 웃는 것을 보고는 낮게 한숨을 쉬면서 앉았다.
‘금단 증상, 마약은 언제부터?’
[약 185일 전후부터 마약 투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약물로 눌러 둔 상태인데, 상태로 보아 회복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태영이 자리에 앉으며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여 물어보자 위니가 답을 해 왔다.
‘해결 가능해?’
[재료실에 있는 소재들로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거기, 잡혀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나요?”
위니의 답을 들으면서 정다혜에게 물었다.
“6개월쯤 전입니다.”
그럼, 잡아가서 곧바로 마약을 강제 주사했다는 말이다.
그것도 남의 나라 국민을.
“그래, 도움을 요청할 일이 뭡니까?”
“혹시, 저를 찾았을 때처럼 한 사람을 찾아 줄 수 있으신가요?”
“야공, 설명 들었어?”
“그래.”
“네가 말해 봐.”
“중국에서 활동할 때, 현지 정보원으로 가이드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트리니가 잡혀갈 때, 같이 잡혀갔나 봐. 그 후로 소식을 모르고.”
그런데, 이 부탁을 들어줘야 해, 말아야 해?
“야공.”
“왜 또?”
“이거 트리니의 부탁이야? 아니면 너희 회사의 요청이야?”
“꼭 그리 구분해야겠냐?”
“그럼, 네가 찾든지.”
“……에잇, 그래. 회사 요청이다.”
정다혜는 무슨 소릴 하는지 궁금한 표정이다.
“자리 옮기자.”
“어디?”
“브리핑 룸.”
“그래, 거기가 편하지.”
세 사람은 브리핑 룸으로 이동했고, 이미 그곳에는 사이니지가 펼쳐져 있었다.
“헉, 저게…….”
정다혜는 그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란다.
“이거, 그냥 빔 프로젝터 비슷한 거야.”
류지현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사진 있나요?”
태영은 패드를 꺼내면서 물었다.
“……그게…….”
“야, 교도소에서 구출했는데, 폰이나 지갑 같은 것이 있겠냐?”
쟤는 오늘 왜 저리 짜증이야?
“이름은 어찌 돼요?”
“런시우젠, 우리말로 하면 임수진입니다. 이름만 가지고 가능하겠습니까?”
“보면 알겠죠. 한자를 뭘 써요?”
“성씨는 맡길 임, 빼어날 수, 보배 진.”
“본명 맞아요?”
“다른 사람도 그렇게 불렀습니다.”
“나이.”
“서른다섯으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요.”
태영은 패드를 조작했다.
5분이 지나기 전에 사이니지에 여자의 얼굴이 한 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헉, 저게.”
깜짝 놀라기는 류지현도 마찬가지다.
“야, 이름만으로 찾는 것이 가능해?”
“사진 없다면서?”
“그게 그렇기는 한데…….”
“중국은 폰 개통할 때 반드시 사진을 올려야 하는 거 알고 있지?”
“알지, 그런데?”
“그 사진들이 중국 공산당의 정보 DB에 있으면 어찌 될까?”
“감시망?”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