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
006. 사포의 왜구들(1)
진정이 좀 되자, 태영은 땅에 떨어진 탄피를 모두 회수했다.
이곳이 과거의 시대라면 누군가가 개수를 세어서 반납 받을 곳도 없고, 보고할 상관도 없으니 굳이 탄피를 회수할 필요가 없지만, 태영이 기억하기로 물자가 귀하던 시대였다.
특히 금속류의 물자가 귀하던 때이니 황동으로 만들어진 탄피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일순간 들었기에 모두 회수했다.
그리고 결심을 굳혔다. 몇 명이나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했다.
이제 109발의 총탄이 남아 있으니, 부족할지 남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지금 저기 연기가 나는 곳이 사포이지요?”
“네, 그러하옵니다.”
“저기도 왜구가 쳐들어온 거잖아요?”
“사포에 쳐들어온 왜구의 일부가 율촌에도 왔으니, 지금 사포는 율촌보다 더한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자신들도 몇 되지 않는 왜구들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밀렸으니, 사포를 도우러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호장은 이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나리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나는 사포에 상륙한 왜구들을 모조리 도륙을 내고 돌아가겠소.”
“나리께서 왜구들을 물리치는 것을 방금 보았으니, 제가 동행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을 것 같으나, 그래도 동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곽병선의 눈엔 어떻게든 도와 보겠다는 결의가 보였다.
“아니, 내가 움직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이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그래도…….”
“나리, 꼭 돌아오시는 것이지요?”
아쉬워하는 곽병선의 반응이 채 나오기도 전에 정하연이 물었다.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부호장과 함께 먼저 돌아가세요.”
“네, 나리. 그럼 나중에 뵈옵겠습니다.”
“사포에도 호장이 있소?”
“그러하옵니다. 호장 박한이 있고, 네 명의 부호장이 있는데, 박 호장은 가병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어서 그 수가 모두 쉰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병?
가병이란 결국 정식으로 나라에서 정한 군인이 아닌 개인의 군인이라는 뜻인데, 호장이 무슨 필요가 있어서 가병을 그렇게 많이 거느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구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말이니 피해가 좀 적을 것 같았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자, 어서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사포를 향해 달렸다.
사포 방향으로 달려가자 주위에는 농사를 시작하지 않은 논이 보였지만 농민들이 들판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쪽으로 파릇파릇하게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 올라와 있는 싹은 아마도 보리나 밀일 것이다. 아니, 보리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렇게 왜적의 침입과 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부역과 조세, 그리고 군역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세를 밀로는 받지 않으니 밀을 재배할 일이 없을 것이다.
보리로도 조세를 받지 않았나?
피는 조세로 받았다고 했던 것 같다.
피는 사람이 먹을 것이 아니라, 말 먹이로 사용하는 것인데 그것도 따로 키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기억이 선명치 않지만, 조선 말기 이전까지는 밀가루가 귀했다고 하니, 분명 밀이 아닐 것 같았다.
여긴 율촌보다 형편이 좀 나은가 보다.
율촌에서는 보이지 않던 기와집이 멀리에 보였다.
대검과 탄창이 탄띠에 매달려 태영이 달릴 때 계속해서 철거덕거리는 소리를 낸다. 납치되어 가던 여인들을 구하면서 총탄이 소모된 탄창에 총탄을 마저 채워 넣었다.
왜구들과 접전 중에 총탄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을의 입구에 들어섰다.
멀리서도 보이던 불로 인한 연기가 가까운 곳에서도 보였다.
가까운 곳의 집을 지나치는데, 얼핏 마당 가운데서 울고 있는 아이와 쓰러진 사람이 보였다.
뛰던 것을 멈추고 문 앞에 섰다.
“이런 죽일 놈들.”
태영의 입에서 저절로 중얼거림이 말이 되어 나왔다.
그곳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죽은 듯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남자의 옆에 두 아이가 울고 있었다.
한 아이는 남자의 앞가슴에 손을 올리고 남자의 옷을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힘주어 잡고 울고 있었고, 다른 아이는 남자의 얼굴 쪽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더듬으며, 온 얼굴에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아버지를 목메어 부르고 있었다.
남자의 옷을 잡고 울고 있는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건초 더미 같은 데에서 왜구에게 강간당하고 있는 젊은 여자가 보였다.
아이의 엄마이리라.
두 아이보다 조금 더 큰 아이 하나는 죽은 듯 쓰러진 남자에게서 제법 떨어진 곳에 반쯤 구겨진 상태로 쓰러져 있는데, 몸에 선혈이 낭자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칼을 맞은 모양이었다.
아버지를 죽이려는 왜구들에게 달려들었을까?
아니면 엄마를 강간하려는 왜구에게 달려들다가 칼을 맞았을까?
여자의 두 팔은 강간하는 왜구의 팔에 강제로 눌러져 있고, 얼굴은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그 반대로 돌리고 있었는데, 입술을 깨물었는지 입 언저리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간당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시시덕거리며 웃고 있는 왜구도 보였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 엄마를 강간하다니. 그것도 아이와 남편을 죽이고 그 남편의 시신 옆에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그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여자의 앞가슴은 반쯤 풀어 헤쳐져 있고, 치마가 배 위로 끌어올려진 채로 왜구에게 짓밟히고 있는 모습을 보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이놈들, 이 개 같은 놈들. 너희 놈들을 살려 두어야 할 이유를 단 한 가지라도 대 봐라.”
태영은 마치 강간의 현장에서 왜구들에게 말하듯 고함을 질렀다.
거친 호흡이 자신에게 들려올 만큼 흥분하여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x$%^&%^&”
태영의 말소리에 시시덕거리던 왜구가 고개를 돌리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칼을 빼고 태영에게로 다가왔다.
지금 보이는 이런 처참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일어났을까?
찌르르르~
또다시 이 이상한 떨림이 있었지만, 눈앞에 죽여야 할 왜구가 달려오고 있어 신경을 분산할 수가 없었다.
“너희 놈들, 오늘 모조리 다 죽여 주마.”
태영은 안전 레버를 해제했다. 그리고 천천히 왜구의 머리를 겨냥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태영에게로 오던 왜구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공중에 피를 뿌렸다.
울던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여자의 몸 위에서 씨근덕거리던 왜구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에 여자는 들쳐 올라와 있던 치마를 끌어내림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비록 힘이 부족하여 강간을 당하고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하복부를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간 중에 몸을 일으킨 왜구의 하초가 덜렁거리며 태영을 보고 있었지만, 태영의 눈엔 오직 불꽃만 일고 있었다.
탕~
아악~
왜구가 몸을 움직이기 전에 총성이 울렸고, 그대로 여자의 옆으로 고꾸라졌지만 그보다 먼저 비명이 울렸다.
순간적으로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옆구리에 맞은 모양이다. 왜구의 몸이 굴렀고 태영은 재빨리 그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 나쁜 놈.”
퍽~
태영은 고함을 지르면서 재빨리 뛰어나가 왜구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커억~
사타구니를 맞아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숨도 쉬기 어려운지를.
군화발로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으니 아마 지금쯤 반은 죽어 가고 있을 것이다.
아랫도리를 벗은 왜구가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가리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데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빨갛게 부풀려졌고, 숨도 거의 못 쉬는 듯했다.
너무 고통이 심하면 오히려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 저 왜구가 딱 그 모양새였다.
옆구리는 총에 맞아 피를 뿌리고 있고,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데굴데굴 구르는 @꼬락서니가 정말 가관이었다.
퍽~
태영은 워커 발로 그대로 얼굴을 걷어 찾다. 진한 파육음이 들리면서 그자의 고개가 돌아갔고, 곧바로 마당에 피가 뿌려졌다.
생각 같아서는 이놈을 죽을 때까지 몽둥이질을 하거나 쇠꼬챙이로 찔러서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비록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그다지 심한 총상은 아니다.
현대의 의학 기술이라면, 저 정도 총상은 심하게 피를 흘리지 않는 한 쉽게 살려 낼 수 있을 것이나 이 시대에는 그런 의료 기술이 없다.
언제 죽느냐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살아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로 용서해 줄 수가 없다.
“옷 입으세요.”
여자 쪽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왜구의 다리를 잡고 마당 한복판으로 질질 끌었다.
끌려오는 뒤쪽으로 붉은 피가 낭자하게 흐르며 땅을 적시고 있었고, 땅을 적셔 든 피는 검붉게 변해 갔다.
그러는 사이에 여자는 재빨리 일어나 치맛단을 내리고 풀어 헤쳐진 앞가슴을 여몄다. 그러곤 태영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말을 하지도 않았다.
태형은 왜구의 두 다리를 겹쳐 놓고 군홧발로 위에서 그대로 힘껏 내리밟았다.
뚜둑~
“끄아아악~”
다리뼈가 부러지는 소리에 뒤이어 비명이 들려왔다. 그 비명이 일본말이나 한국말이나 어찌 이리 비슷할까?
철컥~
대검을 꺼내서 총에 장착했다.
두 팔이 다리를 부여잡으려는 것을 보고 대검을 그대로 팔을 향해 내리찍었다.
“크아악.”
대검은 전시를 제외하고는 날을 세울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날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끝은 뾰족하여 날이 서지 않아도 찌르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대검 자체만 해도 묵직한 무게에 총의 무게까지 합쳐진 데다 태영이 있는 힘껏 내리꽂았으니 그대로 팔을 관통해서 땅에 꽂혔다.
태영은 대검이 땅에 꽂힌 채로 휘돌리자 땅속에 박힌 대검의 끝이 돌을 긁는 소리인지, 뼈를 긁는 소리인지 모를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으아아악. 아아아악~”
왜구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 대었고 그대로 대검을 빼 냈다. 대검의 끝을 따라 핏줄기가 뒤따라 나왔다.
태영이 다시 왜구의 다리 한쪽을 들어 올리려 하자 왜구가 힘을 주어 버텼지만, 대검의 끝으로 종아리를 찍어 누르며 두 다리를 겹쳤다. 그러고는 그대로 다시 군홧발로 힘껏 내리밟았다.
뚜둑~
“으아, 아아아아악, $%^&x$%^&***”
다리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더욱 처절해진 왜구의 비명과, 무슨 뜻인지 모를 왜구의 말이 귓전을 파고들었지만, 태영은 대검으로 허벅지를 몇 번 더 찔렀다.
“이놈이 죽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대검에 묻은 피를 왜구의 옷에다 문질러 닦고는,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
네 마음대로 처리하라는 의미인데, 부연해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여자는 잘 알 것이다.
두 집을 지나자 마당 한가운데 왜구 여럿이 모여서 뭐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여자들이 열 명쯤 겁에 질린 채 오글오글 모여 앉았는데 모두 줄에 묶여 있고, 왜구들 다섯이 서서 그 중 한 놈이 칼을 들고 한 젊은 여자의 얼굴 앞에 내밀고 있었는데, 손가락질의 방향으로 보건대, 조금 전 태영이 두 명의 왜구를 처리한 그 방향이었다.
총소리 때문이리라.
무슨 소리였느냐는 것이겠지.
태영이 문도 달리지 않은 대문을 성큼 들어서자마자 칼을 여자의 얼굴 앞으로 내밀고 있는 왜구의 이마를 정조준했다.
세상에 아이를 잡아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그 아이를 제물로 해서 제를 지내는 놈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이놈들을 죽이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죄의식도 가질 필요가 없는 놈들이다.
사정 봐줄 필요 없이 눈에 보이는 족족 죽이리라.
저들은 총이라는 무기를 모른다. 당연히 그 위력도 모를 것이고, 태영이 자기를 죽이기 위해 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저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자세일 것이다.
탕, 타당, 탕, 탕~
“아악. 으아아.”
다섯 발의 총성이 태영의 손가락이 움직임과 동시에 마당이 떠나갈 듯 울렸다. 눈에 보이는 족족 그들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조금도 꺼려짐이 없었다.
그래, 이런 때는 독해야 한다.
독해야 하고말고.
총에 맞은 왜구들이 뒤로 튕겨 나갔고, 마당 가운데 있던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귀를 아프게 했다.
“x$%^&%$^&”
머리를 맞지 않아 즉사하지 않은 왜구들이 뭐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태영에 대한 욕이겠지.
왜구가 떨어트린 칼 하나를 주워 여자들의 앞에 섰다.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몇몇은 고개를 들어 태영을 바라보았다.
곧 여자들을 묶고 있는 줄을 잘랐다.
“자, 이제 줄을 풀고, 각자의 집으로 가지 말고 여기 숨어 있어요.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밖으로 나오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태영은 이들이 모두 이 집에 사는 한 가족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혹시나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다가 다른 왜구들에게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말이다.
“…….”
모두 대답이 없었다.
“이름이 뭐요?”
태영은 여자들 중에서 흰옷이 아닌 유색의 비단옷을 입은 여자를 향해 물었다.
태영의 기억으로 이 시대가 고려 중기 이후라면, 그때가 조선 시대라고 할지라도 일반 백성들은 모두 다 백색 옷을 입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이 법이었다.
백의민족은 개뿔.
백성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자기의 권세와 부를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소위 말하는 양반입네 하는 족속들이 왕에게 간하여 만든 법이다.
백성들이 화려하고 좋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나 뭐 어쩐다나.
양반 족속들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어도 되지만, 신분도 낮은 평민들이 그런 옷을 입는 것은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법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랄 같은 법인 것이다.
그 법의 제정을 주창한 놈이 최승로라는 놈이고, 이놈은 심지어 계급에 따라 집의 크기까지 정한 놈이다.
그런데 현대의 역사에서는 백의민족이라고 가르친다.
비천한 백성들은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에서, 양반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별 거지 같은 백의민족이라는 옷이다.
그런 나쁜 발상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딱 하나 좋은 것이 있다면, 이런 때, 쉽게 말해 방귀깨나 뀐다는 족속들을 쉽게 가려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비단옷을 찾으면, 딱 그런 족속들이니까.
“……유, 윤경이라 하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성은? 성이 유씨인가?”
“아, 아닙니다. 김씨이옵니다.”
“양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말이 짧아졌지만, 태영도 듣는 사람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네, 그러하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도 대답은 또박또박 잘하고 얼굴을 마주 쳐다보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아무도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시오. 아직 왜구들이 설치고 다니니 위험하기도 하지만, 만일 다시 돌아왔을 때 없는 사람이 있으면, 김씨 집안에 책임을 물을 거야. 알았어?”
강한 어조로 다짐을 하듯 말했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물어보면서 세어 보니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정도에서부터 그보다는 나이가 몇 살 더 들어 보이는 여자가 열둘이다.
현대 같으면 중학생이 될까 말까 한 수준에서 더 어려 보이는 애들이었다.
“……네, 어찌?”
한참을 머뭇거리다 대답을 했지만, 태영은 재촉하지 않았다.
이들도 겁에 질렸을 테니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