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00
246. 펩리스(3)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이곳으로 올 때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작은 상자를 들었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 몇 개를 집어서 테이블 위에 흩어 놓았다.
~촤르르르~
그리 크지 않은 반도체 칩이다.
BGA칩이라고 해서, 다리가 없는 칩이다.
대신 칩 바닥에 볼 형태의 작은 점들이 박혀 있다.
그 점이 다리에 해당한다.
고성능의 반도체 칩은 대부분 BGA 타입이다.
“어.”
하나를 집어서 금속 캡으로 마감된 표면의 글씨를 유심히 보던 고현성이 잠시 놀란다.
“이…… 이건.”
“네, 고 회장님은 아시지요?”
“이걸 사 온 거요?”
그것은 베터 칩스에서 개발한 폰 패널 컨트롤 칩이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토요일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사 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렇죠, 그럼 쓸 데가 있어서 구입해 둔 거요?”
“저희는 폰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걸 쓸 일이 없죠.”
“아, 그렇지. 그럼?”
“여기 도착했을 때, 비밀 유지 서류에 서명하고 받은 자료. 기억하시지요?”
“그게?”
“네.”
“아니, 잠깐 잠깐. 이…….”
다시 한번 칩 표면의 글씨를 살펴보다가 테이블 위에 칩을 놓았다.
워낙 작은 글씨라 잘 보이지 않을 거다.
폰 카메라로 표면을 찍었다.
“이거 칩 표면에 우리는 인쇄를 하는데, 이건 부식 처리…, 우리 칩에 표시하지 않는 날짜가…… 오늘…….”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폰에서 눈을 떼고 태영을 보았다.
모든 반도체 칩 부품은 칩 표면에 제조사, 모델명 같은 기본 정보를 인쇄한다.
베터 칩스의 칩 표면은 레이저 마킹을 했지만, 저 칩 표면은 부식 기법이 적용되어 있다.
“이거…… 설명을 좀 해 보세요.”
“만든 것입니다. 고 회장님이 여기 다른 분들 기다리는 사이에.”
고현성이 질문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대답해 주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외형으로는 꼭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반도체 칩이란 말이오.”
“네, 반도체 칩이 맞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나랑 장난하냐?
딱 그 표정이다.
“조금 전에 앳윌 플레이 기억하시죠?”
태영이 선 테이블의 서랍을 열고 패드를 꺼냈다.
그것을 조작해서 사이니지를 켰다.
~비이이잉~
태영이 바라보는 방향에 사이니지의 빛이 펼쳐졌다.
거기에 2개의 칩이 영상으로 나타났다.
“헉, 이게 뭐…….”
“아니 뭐요?”
“3D?”
“자, 좌측의 칩은 베터 칩스에서 공급 중인 패널 컨트롤러, 우측의 칩은 보고 계신 것인데, 베터 칩스에서 개발한 패널 컨트롤러 칩을 터니테크에서 30분 전에 만든 것입니다.”
사이니지에 대한 의문은 깡그리 무시하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
“뭐가…… 이런…….”
그런데 정말인지 의심은 안 하나?
“이것이 정상 동작을 하는 칩인지 확인 가능하오?”
태영에게 질문한 사람은 솔루션 엠즈 이규준 사장이다.
“고 회장님, 저 칩으로 시험할 방법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겠지만, 물었다.
“……네, 회사 연구소에.”
“여기 모두 100개입니다.”
“하…….”
잠시 한숨을 쉬더니 폰을 든다.
다들 뭘 하려는지 알고 기다려 주고 있다.
“김 박사…… 아직 퇴근 안 한 거야?”
퇴근에 대해 질문하면서 얼굴 표정이 환해진다.
자료를 받을 때 김 박사라 불리는 저 사람에게서 받았다.
아직 퇴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시험을 하는데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럼, 뭐 시험 하나 해 줘 봐…….”
[…….]“응, 여기 문정동인데, 주말에도 하는 퀵서비스 있지?”
[…….]“응응, 지금 바로 초특급으로 보내 줘. 그리고 바로 연락 줘.”
그러곤 통화를 종료했다.
태영만 모를 뿐, 다른 사장들은 이게 뭐 하는 일인지 다 안다는 표정이다.
~우웅~
고현성 회장의 폰이 울렸다.
통화를 종료한 지 2분 정도 지났다.
“응, 나야.”
[…….]“그래, 다름이 아니고, 아까 내게 보내 준 자료 기억하지?”
[…….]“그걸로 칩을 만들었다는……데.”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현장에 있는 나도 납득이 안 되는데, 김 박사가 납득이 되겠어?”
[…….]저쪽에서 무언가 의문점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답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알아, 알아. 아무튼 우리 패널 컨트롤 칩을 만들었다는데…… 동작 시험 해 볼 수 있지?”
[…….]“그래, 그렇다니까.”
[…….]“알아, 알아. 무슨 말인지. 설명은 다음 주에 회사에서 해 줄 테니.”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그래?”
그러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고현성이 통화하는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다.
고현성이 알아, 알아 하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시험 준비는 미리 했다가 바로 하면…….”
[…….]“20분이면 된다고?”
[…….]다시 시계를 본다.
“그래, 고생 좀 해 줘. 그리고…….”
손으로 통화구를 막고 태영을 본다.
“시험 후에, 이리 와 보고 싶다는데 그래도 되겠소?”
그래, 보고 싶겠지.
“상관없지만, 우린 시험 결과를 알면 되는데, 직접 오면 시간이 많이 늦어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데…… 김 박사, 오늘은 그렇고 다음에 기회를 한번 봅시다.”
태영에게 대답을 하다 말고, 폰에다 대고 말하며 몇 번을 비슷한 대답을 하더니 통화를 끝냈다.
~툭~
“후우~”
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쉰다.
“최 사장.”
“네.”
“이거, 진짜지요?”
“시험 결과로 확인하시지요.”
“저, 사장님들.”
태영의 답을 들은 고현성은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
“기다리죠. 난 궁금합니다.”
안드로 로직 이승태 사장이 먼저 말했다.
기다려서 결과를 들을 거냐는 것이니까.
“나도 결과를 보고 싶습니다.”
니어믹스 박은주 사장이 연이어 말했다.
“아, 나도. 가족들과 저녁 식사하기로 했는데, 미뤄야지요.”
라노스틱스 최종섭 사장은 그리 말하고 폰을 꺼내 들었다.
그들이 저녁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거나, 또는 무언가 정리는 하고 조용해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 사장.”
코아넥스 심태원이다.
“네.”
“우리 모두 절대로 납득되지 않는 거, 이거 설명해 줄 수 있소?”
“…….”
자료를 받아서 오늘 만들었다고 했는데, 터니테크에는 반도체 공장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운드리.
그것의 무게를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가능하다.
공장도 이렇게 지식 산업 센터 한구석에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공장을 짓는데 소요되는 기간도 아주 긴 기간이 필요하다.
생산을 위한 기술진은?
고도의 전문 기술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원료는?
태영은 패드를 조작해서 문서 하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고현성 회장 앞으로 밀었다.
“서명하시면 영상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박용재 회장도 서명했습니다.”
“아, 네.”
패드를 들고 밀어서 눈으로 훑어 가다가 잠시 세운다.
“이게…….”
금액을 보고 놀란 거다.
눈을 껌뻑껌뻑하더니 다시 패드를 보았다.
“여기에 서명하라구요?”
“네.”
“연대 책임으로?”
“네.”
“말이…….”
“박 회장이 서명한 금액은 그것의 다섯 배입니다.”
“허 참, 미치겠군.”
패드를 테이블 위에 툭 소리가 나도록 놓는다.
다섯 배라니, 놀랍기는 할 거다.
“혼자?”
“셋.”
고현성이 태영을 보며 묻기에 바로 답해 줬다.
“미쳐 버리겠네.”
고현성은 태영을 한참 동안 보더니 서명을 했다.
그리고 펜을 사이드에 끼운 후 다음 사람 앞으로 밀었다.
놀라고, 태영을 보고, 한숨 쉬고, 또 놀라고 한숨 쉬고.
“난 못 해, 안 해.”
테이블 위에 패드를 꽝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은 사람은 코아넥스 심태원이다.
그래도 한숨 몇 번 쉬고 태영을 죽일 듯이 노려본 후에 서명했다.
‘위니, 모두 서명하면, 폰에 인태프 심어.’
[네, 마스터.]이들이 서명했다고 모두 믿으면 안 된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있어야 한다.
“배 째. 씨발.”
솔루션 엠즈 이규준 사장이다.
“이 돈이면 회사가 안심하고 굴러갈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명을 했다.
“밖에 나가서 확 떠들어 버리고, 회사를 최 사장에게 넘겨 버릴까?”
옆으로 넘기면서 옆 사람인 라노스틱스 최종섭 사장에게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럼 여기 사장들 모두 넘겨야 해. 그러고도 빚이 산더미처럼 남아. 알기나 해?”
최종섭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두 서명을 끝내고 패드가 태영에게 돌아오는데 10분이 걸렸다.
그래도 박용재가 저기에 기록된 금액보다 다섯 배가 많은 데 서명했다는 것이 일을 쉽게 해 준 것 같다.
사이니지에 영상이 올라왔다.
“질문 금지입니다. 영상이 끝나고 질문하세요.”
영상의 길이는 길지 않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모두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간혹 낮은 목소리의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영상이 끝났다.
“허, 미쳐 버리겠네.”
디비젼포의 김선욱 사장이다.
“진짜 미치겠네, 나도. 같은 심정입니다.”
“이제 설명 좀 해 봐요.”
태영을 향해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은 코아넥스 심태원 사장.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패널 컨트롤 칩은 조금 전에 본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
“저거 한 대 얼마요? 라고 묻고 싶죠?”
영상에서 본 출력 장비를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불가능한 꿈일 뿐이지만.
“그렇소.”
“아마 궁금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못 사십니다.”
“왜?”
“가격이 얼마나 하기에?”
“말해 봐요.”
태영의 말에 다들 이유를 물어왔다.
예전에 손용인에게 장난처럼 말했던 10조 달러를 이 사람들에게 말하면 표정이 어떨까?
“여러분들 회사를 모두 팔아도 한 대를 못 삽니다.”
“……흐음.”
“그, 가격이…….”
“자, 의미 없는 논쟁은 그만하기로 하죠.”
“흐음.”
“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그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참고로, 우리 제품 생산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업계 상황이 그래서 나선 것입니다.”
“…….”
[누군가 브리핑 룸으로 접근 중입니다.]그때 위니가 알려 왔기에 사이니지를 껐다.
~똑똑~
잠시 후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 회장님, 퀵서비스 도착했습니다.”
“네.”
칩이 든 박스를 들고 고현성이 입구로 나갔다.
칩을 릴이나 트레이에 정리하지 않고, 그냥 박스 안에 쏟아 두었다.
최소한 정전기 방지용 포에 담아야 하지만, 종이 박스 안에 그냥 넣어져 있다.
그래서 움직일 때, 짜르르 소리가 났다.
{저런 거 본 적 있어요?}
{SF 영화 장면에서.}
{저게 가능하기는 한 겁니까, 정말?}
{세상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거를.}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들이 앞사람, 옆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다
고현성은 퀵서비스 기사에게 가장 빨리 전달해 달라고 하면서 요금을 추가해 주고 있다.
태영은 캡슐 커피 머신에서 커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박은주 사장이다.
“최 사장.”
“커피 드시게요?”
“아니.”
“홍차나 녹차도 있습니다.”
“아니, 정말 영상에서 보인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요?”
“네.”
“실제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요?”
박용재 회장에게는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박 회장에게 영상을 보여 줄 때는 회사로 온 것이 아니라 그쪽에 갔기에 다음 기회로 밀린 것이다.
“꼭 봐야 하겠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알고 가려면…….”
비밀 유지 각서에 서명도 했는데, 안 될 것은 없다.
그래도 순서가 있지.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응?”
“궁금증 해소 아닙니까?”
“미안, 실제 눈으로 한번 보고 싶어서요.”
“일단 끝나고 생각하죠.”
퀵서비스 기사의 방문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브리핑 룸의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나도 커피나 한잔합시다.”
솔루션 엠즈의 이규준 사장이 다가왔다.
태영은 커피 머신 앞에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직접 커피를 내려 본 적이 없는지, 허리를 숙이고 이것저것 찾아본다.
하긴, 직접 해 보았을 리가 없지.
태영은 대신 쿡쿡 눌러 주고는 회의 테이블로 갔다.
고현성은 맥이 풀린 듯 의자에 깊이 몸을 묻고, 목 받침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나머지 사장들은 두셋으로 나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 중요한 이야기가 남은 것 같은데.”
다들 자리에 앉자, 디비젼포의 김선욱이 말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요.”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인데, 무언가 반대급부가 있을 거 아니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것을 그냥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간단합니다.”
“말씀하세요.”
“독점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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