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02
248. 팹리스(5)
월요일 아침.
오늘은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졌다.
지난 주말의 일에 대한 정리를 하는데, 의견 조율에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똑똑~
“응, 들어와.”
사장실에는 누나가 관리팀장 김찬희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 안녕하세요.”
김찬희가 사장실에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의자에 앉는 것을 보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 같다.
“바로 시작?”
“그래.”
“일단, 연구 경력자 띄워 봐요.”
누나의 말에 김찬희가 패드를 들고 벽에 걸린 앳윌플레이를 켰다.
그곳에 연구 경력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과 기본 약력이 나타났다.
오늘 아침 미팅 주제는 반도체 분야 경력자 면접을 위한 프리뷰이다.
반도체 부품 유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경력자가 필요하다.
“먼저 김내정 씨, 사준전자 연구소 근무, 퇴직 시 수석 연구원이었습니다.”
요약 설명은 김찬희가 했다.
좌측 첫 번째이다.
앳윌플레이에 올라와 있는 사람은 모두 여섯.
“다음 분은 정석한, 베터 칩스에 근무했고, 퇴직 시 이사였습니다.”
베터 칩스는 토요일에 만난 고현성 회장의 회사이다.
“다음으로 박재석 씨, 코아넥스에 근무하다 퇴직해서 창업 후, 3년 만에 폐업했습니다.”
코아넥스 사장은 토요일에 만났었다.
“누나, 이렇게 하자. 개발자는 빼고, 유통 경력자를 보자.”
김찬희가 여섯 명에 대한 요약 설명을 끝냈을 때, 태영은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개발자는 제외할까?”
“일단, 연구직에 있던 사람은 유통 시장 접근성에서 불리해. 누나는 판매에 치중할 거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기 소개서를 읽어 봐도 무슨 소리인지 감도 안 잡히더라.”
“연구직은 터니테크 연구소에 꾸릴까 하는데. 누나 생각은 어때?”
“그래, 나도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 김 팀장님 생각은 어때요?”
누나는 태영의 말에 찬성하면서 김찬희를 끌어들였다.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김찬희가 환한 표정으로 동의했다.
생소한 분야를 손대면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이 일을 계획하면서 개발팀을 꾸릴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토요일 그들이 돌아간 후에, 그들이 따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마음이 바뀌었다.
“응, 그래서 아까 본 연구 경력자는 내가 따로 만나 볼게.”
“그래, 그런데 사람만 뽑는다고 금방 가능한 일이야?”
“가능하게 해야지. 그리고 방법이 있어.”
“좋아, 김 팀장님 유통 경력자 띄워 보세요.”
“네, 사장님.”
김찬희는 화면을 바꿨다.
그곳에는 8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설명 드리겠습니다.”
김찬희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은택, 세미반도체 전무로 퇴직했고, 올해 54세입니다.”
그 옆으로 여자의 얼굴이다.
“이분은 정도운, 아이씨마켓 부장으로 퇴직 후 3년간 공백 상태입니다.”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49세라면 한창 열정적으로 일할 나이다.
“다음으로 김성재 씨는 유로인전자 이사로 근무했고, 삼 개월 전에 퇴직했습니다.”
그렇게 간단간단히 여덟 명의 소개는 끝이 났다.
“제외시킬 사람 있어?”
“모두 보자. 책임자와 부책임자, 이렇게 둘을 뽑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 그럼 수요일 2시부터로 하자. 낮에 못 오는 사람은 저녁때 보기로 하고.”
“오케이.”
“어제 말한 록시마, 출자금 진행해 둘게.”
“응, 수고.”
태영은 브리핑 룸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최 사장님.”
“안녕하세요.”
브리핑 룸에서 기다린 사람은 라노스틱스 최종섭 사장과 니어믹스 박은주 사장이다.
토요일에 이 브리핑 룸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일곱 회사 중에 두 곳이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의 네 사람.
“저희가 조금 일찍 왔죠?”
“아, 뭐 상관없습니다.”
이들은 토요일의 회의를 마치고,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협의를 했다.
태영은 그중 일부의 내용을 들었다.
연구실에서 이곳으로 오는 중에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두 사장이 태영에게 제안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담에 임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반칙이다.
“앉으시지요.”
새로운 얼굴인 네 사람의 명함을 받았다.
니어믹스 연구소장 김수오, 그리고 부서가 표시되지 않은 장정호 이사.
라노스틱스 연구소장 조운제, 기획관리부 김주헌 상무.
이렇게 넷이다.
“토요일에 모였던 회사들이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태영이 자리를 권하자, 박은주가 물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죠.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요.”
“자료 드리기 전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우리를 어디까지 지원해 줄 수 있나요?”
박은주의 질문이다.
어디까지?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저는 사업가이지 구호 단체가 아닙니다.”
“…….”
태영의 대답에 박은주가 가만히 태영을 본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진다.
생각했던 것이 틀어지는 대답일 것이다.
“의도의 전달이 잘못된 것 같은데, 조금만 달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최종섭이다.
“네.”
“사장님이, 우리가 개발한 것을 제품화해 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
“박 사장님이 질문 드린 요지는 우리가 개발한 것들을 제품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영입니다.”
“휴우.”
한숨을 쉰 사람은 박은주다.
“운영 자금 부족이라는 말씀이죠?”
“……네.”
두 곳 모두 수년간 지속적으로 개발비를 투입했지만 회사는 적자를 이어 왔다.
결산 공고 자료에서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결산 공고는 표면적인 것이지 곪아 터진 내면이 아니다.
진실한 내면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는 비용이지만, 무형 자산으로 돌려놓은 것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은행 대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은행 대출 안 쓰십니까?”
“…….”
“아, 그건 말씀 안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뻔히 알면서 대출은 그냥 던져 본 말이다.
이미 이들은 당길 수 있는 데까지 당겨서 대출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휴, 한계까지 대출을 받았고, 이번에 만기가 되면 더 이상 연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통보하더군요.”
대출 연장이 안 되면 회사는 파산이다.
“제가 어떻게 해 주기 바랍니까?”
“음, 혹시 우회 상장 이야기는 들어 보았습니까?”
태영의 말에 최종섭이 꺼낸 말이다.
“워낙 많이 나오는 말이니까요.”
“혹시 우회 상장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이건, 편법으로 상장하는 것이다.
많은 회사에서 재빨리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이용한다고 들었다.
“터니테크 말입니까?”
“네, 라노스틱스나 니어믹스와 인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하면, 즉시…….”
“안 합니다.”
“네?”
“터니테크는 상장 예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말해 보세요.”
“그…….”
두 사람 다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말이 끊어졌다.
저들이 상의하여 태영에게 제시키로 한 것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CB나 BW는 가능하십니까?”
박은주가 물었다.
“BW라면 가능합니다.”
“아…….”
태영의 대답에 두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신주인수권부 사채.
사채를 빌려 주고, 지정한 금액으로 신주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주주가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환 사채인 CB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나 채권을 받고 돈을 빌려 주는 쪽도 CD보다는 장점이 많다.
돈을 빌려 주는 터니테크 입장에서는 거래가 가능한 채권이면서, 신주인수권 행사 이후에도 사채는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BW이다.
발행 회사에서도 BW는 회사채 발행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두 회사가 모두 동전 주이다.
BW로 받을 수 있는 신주의 가격은 현재의 주가보다 대폭 낮아진다.
그것은 신주를 인수할 때까지의 기간에 따른 이자와 수익률, 그리고 리스크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
“만기가 돌아온다는 은행 대출이나 차입금에 대해 회사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상환하는 기준으로 생각해 보세요.”
태영은 폰을 들었다.
[네, 사장님.]“유 부장님과 유 부사장님 자리에 계십니까?”
[아, 부사장님은 태성기술에 가셨습니다.]“그럼, 한 팀장님 하고 브리핑 룸으로 좀 오세요. 그리고 송이길에 연락해서 BW 담당하시는 분 오실 수 있나 연락해서 오시게 하구요.”
[네, 사장님.]“우리 경영기획 총괄하고 재무팀장이 올 테니 BW 이야기는 그때 하시기로 하고, 오늘 준비해 온 거 있으시죠?”
“……네.”
느릿하게 대답을 한, 최종섭이 옆에 앉은 연구소장 조운제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방에서 꺼내 전달받은 파일과 그 위에 놓인 USB 한 개.
클라우드에서 다운로드해도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USB에 담아 온다.
“배치 설계권 위반인 것은 없습니까?”
반도체의 지적 재산권을 부르는 명칭이 배치 설계권이라고 들었다.
“아마…… 없을 것입니다.”
대답은 조운제가 했는데, 뭔가 명쾌하지 않다.
검증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니, 확인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에 따라 사과 회사가 폰의 귀퉁이를 라운드 처리한 것을 특허 침해로 제소한 것처럼 할 수도 있다.
귀퉁이를 라운드 처리한 제품은 세상에 넘치고 넘친다.
그 특허 침해 소송의 결과를 찾아볼 정도로 관심을 둔 것은 아니지만, 알고는 있다.
언론에서 워낙 많이 떠들었으니까.
폰이나 태블릿이나 패드 유의 귀퉁이가 라운드이면 모두 특허 침해인가?
“침해 건의 책임은 그쪽에서 져야 하는데, 판매자도 자유로울 수 없겠죠?”
“…….”
답을 하지 않는다.
반도체 분야에 특허 침해는 빈번이 발생할 것이다.
첨단 기술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검증은 우리가 하죠, 검증 비용은 판권에 얹어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생산 공급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십니까?”
“아직 판매를 위한 사이트를 만드는 중입니다. 사람도 뽑고 있구요.”
“혹시 추천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박은주가 연구소장 김수오에게 손짓해서 파일을 넘겨주면서 사이에 물었다.
“인터뷰를 하려면 오늘 안에 서류가 도착해야 할 겁니다.”
“아, 바로 시키겠습니다.”
대답하며 폰을 꺼내서 톡을 보냈다.
[서창근, 니어믹스 퇴사자 명부에 있는 사람입니다.]태영의 손짓에 위니가 알려 주었다.
이직을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많겠지만, 전 직장의 대표가 추천하다니.
특이한 케이스다.
‘인맥?’
[학교 후배입니다. 현재는 다른 회사에 재직 중입니다.]자신의 회사에 근무 중이던 후배가 이 일에 관련되면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과 같다.
별로 좋지 않은 술수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로부터 이어진 자료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샘플은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이번 주 안에 받을 수 있습니다. 시험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죠?”
“네, 그렇습니다.”
오늘 넘겨받은 자료로 견본 칩을 만들어서 넘겨주고 시험하게 하면 된다.
자신들이 개발한 것을 시험하는 것이니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 없다.
~똑똑~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유제범이 한지은과 함께 들어섰다.
뒤쪽에 송이길의 변호사와 세무사가 보였다.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많은 사람이 모였기에 인사도 길어졌다.
“여기 두 회사에서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BW 발행 의사가 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태영이 말을 꺼냈다.
“신주인수 권리 행사는 법에서 정한 최단 기간으로 하고, 권한 등에 관련된 부분은 기준에 맞춰서 처리해 주십시오.”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아, 한 가지 추가요.”
“어떤?”
“회계 감사에 이쪽 송이길에서 함께 참여한다는 조건입니다.”
“네?”
그렇게 말하고 태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행 대출을 모두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인데, 그 돈을 아무 대책 없이 줄 수는 없다.
“나 없어도 되죠?”
유제범과 송이길에서 온 변호사에게 물었다.
“네, 사장님.”
“두 회사에서 오신 분들, 제가 없어도 되겠죠?”
“……음, 네.”
사장인 태영이 자리를 비우겠다고 하니 찜찜한 모양이다.
지침은 줬으니 그 정도면 문제없지 않나?
태영이 일찍 일어서는 이유는, 이들과 회의 중에 위니가 알려 온 소식 때문이다.
연구실로 들어갔다.
[류기현입니다, 사장님.]전화를 하자마자 곧바로 류기현이 받았다.
“제로 통운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뭐라구요?”
[물류 센터를 자동화하겠다고 합니다.]“애초에 그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첫째 목표였죠?”
[맞습니다. 그런데 전화 드린 것은 그쪽의 요구 때문입니다.]“네, 어떤 것인데요?”
[상하차와 합 포장에 대한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요구하는데, 현재 저희가 그것이 없습니다.]“상하차와 합 포장?”
[네, 상하차는 여전히 인력으로 하고 있고, 합 포장 또한 반자동화 수준입니다. 혹시 가능한 방법이 없겠습니까?]“다음 주까지, 솔루션 파일을 보내 드리죠. 그리고 미국과 합작법인 건, 진행은 어때요?”
보안 시스템과 관련한 합작 법인 이야기다.
[송이길 변호사와 조 과장이 지금 미국에 가 있습니다. 최종 서명에 제가 갈 예정입니다.]다이나믹 스카이가 행동력이 좋다.
국내 물류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물류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하더니, 빠르게 움직인다.
서명하러 갈 때, 투자비로 지갑 몇 개를 보내면 될 것이다.
“그래요. 그리고.”
[네, 사장님.]“매년 세계적으로 산불이 많이 나는 것 같던데, 올해는 아직 없죠?”
[네, 그렇습니다.]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