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04
250. 추적자(2)
“안녕, 최 사장.”
방긋 웃으며 들어서는 사람은 채정하 부사장이다.
“네, 안녕하세요?”
“요즘 왜 이리 뜸해?”
“아, 자주 오겠습니다.”
“근데, 최 사장아. 우리 사장님 요새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데, 뭘 먹고 있는지 내게 귀띔 좀 해주면 안 돼?”
“제가 같이 살지 않는데요?”
“아, 그렇지. 그렇지. 근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특별히 먹는 약도 없다고 하는데, 왜 우리 사장님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계실까? 최 사장이 보기에는 안 그래?”
“그러니까요.”
웃을 수 없는데 웃음이 나온다.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여인들의 소원일 것이다.
“사장님을 이제 모두가 30대 초반으로밖에 안 봐. 이상하지?”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제 가 봐야 하는데요.”
“그래, 그래. 잘 가.”
“네.”
대답을 하고 사장실 문을 나서는데 귀에 들어오는 한마디.
{지난번, 그 진상들 또 왔는데 어쩔까?}
채정하의 목소리에는 살짝 짜증이 배어난다.
밖에서 무언가 짜증 나는 일이 있었음에도 태영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채 부사장이 진상이라고 하는 놈들이 많지 않아? 이번에는 누구인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은 닫혔다.
회사에 들어오면 로비 영역과 벽으로 분리된 사무실과 회의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로비가 있고, 그곳에는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다.
측면으로 대기인들을 위한 탁자와 음료 자판기.
그리고 인포메이션 데스크 좌측으로는 회의실 몇 개가 있고, 우측으로는 사무실과 임원들의 방으로 연결되는 복도다.
그 복도 입구에 보안 경비 직원 둘이 통로를 막고 있고 서 있다.
보안 경비 직원과 마주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고, 뒤에 선 키 큰 자는 경호원일 것이다.
구찌 양복, 구두는 잘 안 보이지만 내민 손목에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가 걸려 있다.
돈을 제법 바른 티가 난다.
복도의 벽에 잠시 기대섰다.
“야, 사장 좀 만나자는데 새끼들이 막아?”
“사장님을 만나시려면 사전 약속을 하고 와야 합니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 새끼들아, 너 내가 누구인지 알아?”
“…….”
보안 경비 직원은 대답은 않고 부동자세로 서 있다.
누구인지 알아?
전형적인 꼰대 갑질의 어투다.
태영이 학교에 나가 보면 20대도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보다 ‘새끼들’이란 말이 거슬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터니가드의 대표는 아니지만 내 회사인데, 내 직원들에게 새끼라니.’
그리고 어머니의 회사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진상이라니.
만나고 싶지 않은 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녹화했어?”
“아니다. 저런 놈은 녹화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혹시 이전 자료는 있어?”
영상을 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질문으로 대신했다.
[어머니에게 반말을 내뱉으면서 자기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했고…….]이어진 위니의 설명에 태영은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투자를 핑계로 찾아와 자기 자랑으로 도배를 하고, 협박 공갈을 일삼는 자들.
위니가 말해 준 내용으로 내린 결론이다.
“위니, 저것들 정보 확인…… 아니다. 정보 확인도 필요 없다.”
이런 인간들까지 일일이 확인해 둘 필요가 없다.
소리치는 자의 뒤에 서 있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의 팔을 밀어 등을 툭 치게 만들었다.
그사이 소리치는 자의 몸 안을 적당히 몇 번 만져 주었다.
몸속을 헤집는 충격으로 인한 고통이 빠르게 올 것이다.
그런데, 그 고통이 방금 뒤에서 툭 친 것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 할거다.
“야, 너.”
보안 경비 요원을 향해 있던 그자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자신의 경호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네?”
“으윽.”
다시 그자를 향해 소리치려 하다가 허리를 푹 숙이며 신음을 토해 낸다.
역시 효과가 빠르다.
“으아아아아악.”
바닥으로 쓰러지며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른다.
아마도 한 달 이상 누워 있어야 할 거다.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고.
***
“제주 쪽 움직임은?”
회사로 돌아가는 길.
차에 탑승하면서 위니에게 물었다.
[장붕이라는 자가 사람을 모으고 있습니다. 목적은 말하지 않았고, 10명을 모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그들을 태울 선박을 수소문하는 중입니다.]불법 체류자라면 신분증이 없어서 여객선이나 항공기로 건너올 수 없다.
몇 분에 걸쳐서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것을 들었다.
“위니, 혹시 내가 지시했다가 잊어버린 것 없나?”
있다.
그래서 물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정리는 해야 하는데, 잊고 있는 것이 제법 있다.
[군 동기인 김주선을 차로 친 조승규 검사, 조백려와 손용인, 유재구 의원의 친구…….]짧은 시간이지만, 위니에게 지시한 것들 중에서 태영이 재확인하지 않은 것들을 말해 주었다.
처음의 내용은 김주선 사고 건.
중요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으로 1주년 행사에서 ‘별이 되어’ 회원들을 선동해서 반대 세력으로 만든 유재구 일당들 이야기.
거기에 동조해서 너절한 상상력이 동원된 소설로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의 이야기들도 나왔다.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의 끝에 염기선의 USB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그 USB의 자료 일부는 류지현을 통해 경찰에 전달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지금이 5월 중순이니 6개월이 흘렀다.
“수사가 시작되어 뉴스에 나온 사람은 셋인가?”
[그렇습니다.]“권력에 막힌 것이겠지.”
권력자들의 죄와 비리는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면 탄압이라고 하고, 조작극이라고 한다.
애초에 수사가 시작되지 않기도 한다.
‘광기의 살인마’라는 제목으로 온갖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을 제외하고는 USB에 들어 있는 내용이 범죄의 기록은 아니다.
수사를 해 보기 전에는 성 접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섹스 동영상일 뿐이다.
“아냐, 신경 쓰지 말자.”
[네.]할 일도 많은데,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적당한 때에 너튜버 통해서 공개할 수도 있고, 내년에 선거가 있으니 어쩌면 그때 필요할지도.
“조승규는 어때?”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처리 되었습니다.]“죄를 물어야할 때가 왔네.”
“적절한 기회가 왔을 때 마스터께서 임무차 티베트에 있었습니다.]
거기에 다녀오느라 조승규를 벌할 기회를 놓쳤다는 거다.
김주선을 차로 치어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도 지위를 이용해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기억난다. 또 기회가 오면 바로 알려 줘.”
[네, 마스터.]“그리고, 김주선 상태 체크 좀 해 줘.”
[워처 보내서 확인하겠습니다.]***
“여기 이은택, 총괄 책임자로 하고, 정도은 온라인 책임자, 김성재 오프라인 책임자, 이건 내 생각이야.”
4시간에 걸친 면접이 끝난 후에 누나에게 말했다.
모두 임원급에 준하는 경력자들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 여기 조운혁이나 김성학 이 사람도 괜찮은데.”
누나의 의견이다.
“조운혁은 전 회사에서 사직했지만, 하극상을 일으켜서 그 때문에 그만두었고, 김성학은 유통을 우회시켜서 자신이 이윤을 따로 챙기다가 걸려서 그만두었어.”
사직 사유의 질이 좋지 않다.
“그래? 그런데 넌 그걸 어찌 알아?”
“그사이에 자료 조사 좀 했지.”
“호, 대단해.”
“뭘, 그걸 가지고.”
“그럼 이 세 사람은? 그런 거 없어?”
“고위직으로 가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가능하니까, 조금씩 약점은 있는데 그 정도로 너 나쁜 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야.”
“이분은?”
3년간 공백이 있는 정도은이다.
아무래도 여성이나 보니 누나의 관심을 더 끌었던 것 같다.
아이씨(IC)마켓 부장으로 퇴직했고, 딸이 한 명 있다.
가족 구성원은 자신과 딸이 전부이고 싱글 맘이다.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묻지 않았고, 본인도 말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공대 진학이 흔하지 않은 때에 전자 공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 취업은 난항이었다고 했다.
여성 개발자를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고, 딸을 낳은 후에 이직한 곳이 부품 유통 회사.
그렇게 평생의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히 하자가 없네.”
“그럼 그렇게 정하자.”
“누나 의견은 없어?”
사람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누나 회사의 직원이기에 의견은 중요하다.
“나도 이 세 사람 괜찮았거든. 둘은 좀 그랬고.”
~웅~
[수행 팀 심다윤 대리의 전화입니다.]“아, 심 대리 왜요?”
위니의 알림에 스피커폰으로 들었다.
누나도 들으라는 뜻이다.
[네, 사장님 유정한 변호사께서 오셨습니다.]“그래요,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세요. 지금 메이스타에 있으니까 바로 갈게요.”
“가야겠네?”
“응.”
“제니아 정말 고마워.”
누나가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니아와 이페어는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누나에게 주었다.
어머니와 통화도 했다.
“아주 긴요하게 쓰일 수 있어.”
“그래.”
태영은 메이스타를 벗어나 터니테크로 갔다.
“대회의실로 모셨습니다.”
태영이 들어서자 수행 팀 두 사람이 일어섰고, 심다윤이 보고를 했다.
“난 커피 주세요.”
대회의실에서 기다리던 유정한이 일어섰다.
유정한은 그동안 트루아이즈가 일할 회사의 대표를 포함한 임원 후보를 물색했고, 오늘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네요.”
“네, 사장님.”
“수련원에는 혹시 가 보셨습니까?”
“제가 거기 가면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그 안에 든 서류를 태영에게 밀었다.
“대표로 유 프로께서 제격인데, 겸업 금지에 걸린다고 하시니.”
“저는 법리적인 문제를 전담해야지요.”
“아무튼, 추천하실 분은 몇 사람이나 됩니까?”
트루아이즈 멤버들은 임시로 리얼판타즈와 터니가드에 분산 소속되어 있다.
“물망에 오른 사람은 다섯 명인데, 지난주 말에 한 명이 추가되어서 여섯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말에 추가되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대답을 하며 가장 하단의 서류를 빼 준다.
“김재혁.”
“지난주에 어떻게 알았는지 트루아이즈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그래요?”
이력서에는 학력을 기재하는 줄을 제외하고 회사 이름은 한 줄이다.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 그룹의 이름.
그 외에 부서도 직책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재직 기간을 계산하면 23년, 그리고 1년 반 전에 그만두었다.
한 회사에서 참으로 오래 다녔다.
“그분의 따님 이름은 김서은, 딥페이크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었고, 1년 동안 고통 받았습니다.”
“…….”
1년 동안?
혹시 자살한 것인가?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지난해에 아무도 모르게 떠났습니다.”
생각이 이어지는 중에 유정한이 뒷말을 했다.
떠났다고 표현했지만, 자살이다.
유정한의 울컥하는 감정이 전해져 왔다.
“개새끼들, 진짜.”
욕을 자제하려고 해도 저절로 나온다.
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뭐?
왜?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속이 차가워졌다.
“욱.”
“아, 몸이 안 좋으십니까?”
태영의 모습에 놀랐는지 유정한이 물어왔다.
“아닙니다.”
대답은 그리했지만, 유정한이 잠시 말을 끊고 태영을 바라보았다.
‘여자들이 많아?’
혹시 이런 문제로 젊은 여성들이 많은가 해서 물었다.
[……내용이 여러 가지 많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아니야. 됫어.’
“…….”
“트루아이즈 이야기 했습니까?”
태영의 반응을 기다리기에 물었다.
“조금만 이야기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10분쯤…… 숨 죽여서 울더니…… 자신도 쓸모가 있다면, 심부름이나 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1년 반 전에 경력이 끝나 있는데.”
“딸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한 기간입니다.”
“그래요?”
“네, 경찰서로, 사이버 수사대로, 시민 단체로, 여성 단체로, 검찰청으로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답이 안 나오는 일을 했겠군요.”
“경비가 부족해지자, 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받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봤답니다.”
“…….”
유정한의 그 말에 실소가 나왔지만, 웃지는 않았다.
“토요일에 모두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한 시간 간격으로 만납시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말이라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여유 시간이 많지 않은 태영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의 경우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주말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태영의 생각이지만.
유정한을 보내고 브리핑 룸으로 갔다.
“위니, 김재혁 포함해서 이력서에 있는 사람들 정보 확인.”
[확인 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그리고?”
[레슬리 발데즈가 모친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내일 오후 2시, 장소는 현베스트입니다.]찾아오겠다?
내일 오후부터는 어머니 주변 근거리 안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프캣이 있지만, 태영이 주변에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또.”
[제주에 간 랜디 알바레즈는 내일 오전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예약했습니다.]“제주에서 만난 자들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오늘 밤에 랜디 알바레즈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거기서 결정이 나겠군.”
[그렇게 예측됩니다. 커티스 베커는 현베스트의 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해킹?
커티스 베커는 IT 전문가라고 했다.
슬슬 뭔가를 시작하려는 것 같은데, 모든 일정이 내일을 가리키고 있다.
저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을 태영이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뚫지 못하겠지만, 장난을 좀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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