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1
257. 특집 기사(2)
“사장님,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는데요.”
유제범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서는데, 레티어의 화면 사이즈가 3번으로 펼쳐져 있다.
3번은 22인치 급이다.
다른 간부들도 줄여 두었던 화면 사이즈를 키우며 자리에 앉는다.
“사장님, 저 기사 밑에 사장님 인적 사항이 모두 까발려졌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유제범의 약간 흥분한 목소리 뒤로 연구소장 정기욱의 걱정 가득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물어왔다.
“놔두세요.”
태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홍보팀 구성하고, 언론 상대하는 조직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큰 회사들은 모두 그런 부서가 있다.
명칭은 다양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다.
~우우웅~
[오영배 회장입니다.]폰에서 진동이 울리자 위니가 발신자를 알려왔다.
“최태영입니다.”
임원과 간부들에게 손을 들어 잠시의 뜻을 내보이며 전화를 받았다.
[알아, 씨. 내가 너에게 전화했으니까.]“전화하자마자 욕질이 먼저요?”
[야, 지금 이 상황에 욕 안 하게 생겼냐?]오영배 회장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유제범이 입 모양으로 ‘오영배 회장’이라고 간부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걸 보면서 스피커폰 모드로 변경했다.
임원과 간부들의 시선이 폰으로 향했다.
“내가 만든 상황이 아닌데, 그걸 누가 만들었을까?”
스피커폰으로 목소리가 울려왔다.
“…….”
대답하지 않고 기다렸다.
“뭘 포기해요?”
“알아서 해요. 거기서 우리라는 말은 빼고.”
“자업자득이지, 뭐.”
“밥값 절약되겠네.”
“그 말은 토요일에 전화해서 했고, 어제도 했고.”
“모두 죽여줄까?”
“욕하는 놈들, 지랄하는 놈들 모두 죽여줄까나?”
“초장부터 너라고 했으니까, 조금 전에도 너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그러니까 왜 정보를 흘려? 흘리길?”
“난 모르겠고, 계속 딴지를 걸면, 외국으로 들고 나가 버릴 거니까.”
“거기서 위성 올리고, 오 회장은 한국 대리점 사장하면 되는 거지.”
“아쭈, 욕이 자꾸 발전하네?”
“기자들 앞에 나서는 건 난 안 할 테니 회장님이 해.”
“너라고 하는 말은 회장님이 먼저 했잖아?”
“한 번만 더 ‘너’라고 하면, 사과해도 계속 반말할 거야.”
“그런데 정기 뉴스와 티엘의 사이가 안 좋아요? 그쪽도 무지 깠던데.”
“박우진이 뒷돈 전문 기자로 알고 있는데, 많이 요구하나 보네.”
오영배와의 대화를 듣고 있는 직원들은 입을 막고 웃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한다.
“왜? 얼마나 요구해요?”
“오늘은 안 돼요.”
“낼 오전.”
“당연한 걸 뭘 물어요?”
“난 답답한 것이 없으니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그쪽에서 잘하는 일인데, 그 간단한 속담도 몰라요?”
“그럽시다.”
간부들 대부분은 손으로 입을 막고 있다.
티엘 그룹 회장과의 대화를 마치 친구들과 장난하듯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회의석상에 간부들이 있는 곳에서 다 들으라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것은 처음이다.
~우웅~
통화를 끝내고 폰을 보는데, 통화 중에 걸려 왔던 수많은 부재중 표시가 떠 있다.
그리고 박용재 회장의 이름이 새로 뜬다.
통화 거절을 하기에는 아침 뉴스로 뜬 내용들이 너무 과격하다.
오늘 아침 회의 진행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네.”
스피커폰으로 전환시키며 통화 쪽으로 밀었다.
오영배와의 통화를 공개했으니, 박용재와의 통화도 공개해 버리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헉.’
‘헙’
간부 중에 몇이 입을 다물며 작은 소리가 났다.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며칠만 기다려 보시지요.”
“아직은 드릴 수 있는 힌트가 없습니다.”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건 너무 쉬워 보이지 않겠습니까?”
~디딩~
통화 종료음.
간부들이 태영을 바라보고 있다.
“믿고 기다린…… 믿고.”
유병진의 중얼거림이다.
“왜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언론이라는 데가 참 지랄맞아서.”
“그건 나도 동감입니다.”
“자, 곧 11층에 가 봐야 하니까 회의 시작합시다.”
유제범이 불렀지만, 무시하고 회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사장님, 혹시 생각하고 있는 거라도 있습니까?”
김경훈 부사장이다.
“아직요. 박 회장에게는 그냥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이제부터 방법을 찾아봐야지요.”
“알겠습니다.”
“레티어 판매 개시와 관련해서 내가 추가로 해 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까?”
정우찬에게 물었다.
“바인스퍼에서 앱 개발이 완료되어 언제 시작해도 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단 바인스퍼에서 포털 오픈일을 6월 1일로 예정하고 있으니, 거기에 맞추도록 하지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생산 수량이 얼마나 돼요?”
“7백만 대가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예상 물량을 너무 많이 잡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나가도 되니까 부담 같지 말고 메이스타와 협업을 잘 하시면 됩니다.”
완전히 다른 개념의 PC인 레티어.
현존하는 PC와는 OS가 달라서 현재 출시되어 있는 수많은 필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가 없다.
레티어가 새로운 PC로 판매되려면,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등을 포함하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들이 함께 배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업무에 사용될 수 있을 테니까.
업무용으로 사용할 기본 앱 이외에 수많은 앱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컨버전되고 있다.
컨버전 툴에 의해서 바뀐 앱들의 사용 시험이 되고 있으니, 레티어의 출시와 동시에 함께 판매될 것이다.
누나는 그런 작업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바인스퍼에 투입하고 있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유병진이 말하면서 웃는다.
“대응 준비는 잘 되고 있죠?”
“네,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인데요. 송이길에서도 대응 준비를 잘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유병진에게 맡겨 둘 수 있어서 일이 쉽게 흘러간다.
레티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PC라는 것은 메이스타의 온라인 쇼핑몰에 이미 띄우고 있다.
그리고 6월 1일부터 판매되는 것으로 하고 있으니, 판매량을 아직 추정하기는 어렵다.
“준비된 앱은 몇 종이나 됩니까?”
“현재 완료된 것이 223종, 컨버전 완료하고 테스트 진행 중인 것이 700종 정도 됩니다.”
***
터니테크 11층 회의실.
김내정의 눈에 자신을 포함하여 모여 앉은 8명이 보인다.
그리고 열려진 회의실 문을 통해 차를 준비하는 여직원 한 명과 그 뒤쪽의 한켠에 서 있는 남자직원이 있다.
숙련된 바리스타처럼 능숙하게 커피를 준비하는 직원의 움직임을 보면서 지난 주말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근무했던 사준전자 기술원에 전무로 있는 선배의 연락을 받고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함께 식사할 기분은 아니었다.
그 이전에 자신이 터니테크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 물었던 후배 팀장이 연락해서 면접 결과를 물어왔었다.
그 마음 씀이 고마워서 채용되었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선배가 전화를 했다.
식사나 하며 이야기 좀 하자는 것이었다.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일하는 반도체 분야는 제조 능력이 받쳐 주는 회사와 척을 질 수 없다.
앞으로 일하며 어떻게 엮이게 될지 몰라서 수락했었다.
{부탁하네.}
{진심이십니까?}
{사장님은 말씀이 없으시고,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오죽하면 이런 부탁을 하겠나?}
{제가 쉬고 있을 때, 연락 한번 안 주시던 분이, 아니 제가 연락했을 때 항상 통화 거절을 누르신 분이 맞습니까?}
{미안하네,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닐 때, 전화가 오면 그렇지 않은가?}
후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미안한 얼굴인데, 전무는 터니테크에서 일하면서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러면, 훗날에 사준으로 다시 돌아올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했다.
“뻔뻔하기는.”
“응?”
주말을 떠올리며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옆에 앉았던 정석한이 놀라 물었다.
베터칩스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사람.
자신이 사준전자에서 일을 할 때, 업무적으로 종종 만났었다.
사준에 있을 때 자신은 갑의 위치, 정석한은 을의 위치였다.
서로 나이를 묻지도 않았고, 그래서 정석한은 자신에게 존대를 했고, 자신은 평대했다.
금요일에 서로 나이를 알고, 동갑이니 말을 트자 했지만,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젊은 청년들과 달리 일시에 편하게 주고받아지지 않는 나이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아, 아니야. 다른 일이 좀 생각나서.”
잠깐의 변명으로 넘기고 레티어를 꺼냈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사준전자의 최신형 폰보다 작은데, 여태껏 본 적이 없는 PC다.
성능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
버튼을 누르자 기본 화면이라고 한 화면이 펼쳐지는 속도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했을 때 액정이 밝아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펼쳐진다.
스마트폰이 항상 전원이 켜진 상태로, 터치하면 화면이 밝아지는 것처럼 레티어도 홀로그램 화면이 튀어나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주말을 지내는 동안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기술의 깊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주말 내내 사용했지만, 배터리는 아직도 95퍼센트가 남아 있다.
충전?
하지 않았다.
“기가 막히지?”
정석한의 의문을 표한 저 짧은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질문의 크기가 대체 얼마나 될까?
“정말 기가 막혀.”
“대체 이런 것을 어찌 만들 수 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해 봤나?”
“나오지 않던데?”
“한곳에 나와.”
“어디?”
“메이스타 쇼핑몰.”
“이미 파는 거야?”
“아니, 소개만.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PC라고만 되어 있지, 사양 설명은 전혀 없어.”
“팔지도 않는데 올려 두었다고?”
“6월 1일부터 파는 걸로 되어 있어.”
“판다고 해도 소프트웨어가 없지 않나? 그거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을 텐데?”
“그걸 모르지 않을 테니, 준비하고 있겠지?”
“하긴, 그런데…….”
“그런데?”
“검색하니까 최 사장은 기계 설계가 전공이라고 되어 있던데, 그걸 알까?”
“일단, 우리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뭐.”
“OS에 맞춰서 필요한 앱들까지 완비되어 있으면 PC 시장이 이쪽으로 넘어가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가격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필수 앱을 쓸 수 없으니 쉽지 않을 거야.”
필수 앱.
사무직 회사원이라면, 워드와 스프레드시트,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들이다.
그 외에 사무를 보조하는데 필요한 앱들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된다.
그러나 연구 개발 분야는 완전히 다르다.
설계와 검증을 위한 수많은 앱들이 있고, 그 설계 앱은 기술 분야마다 모두 다르다.
그것이 가장 직접적인 문제인데, 그런 것들이 제공되지 않으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이미 대세가 되어 버린 OS 환경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된다.
“데이터 사용도 문제지.”
“6월 1일부터이면 2주 정도 남았는데, 곧 알게 되겠지.”
답을 하면서 레티어의 화면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훨씬 커졌다.
오늘 출근 전에 잠시 보았던 뉴스.
위성 통신에 대한 기사가 화면에 떠 있다.
“이거 정말일까?”
손끝으로 뉴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맞은편이나 옆쪽의 다른 사람들도 레티어를 켜서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처럼 이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다.
“정말 궁금해.”
“이게 실현이 된다면, 그리고 정말 성공한다면…….”
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 가정의 뒤에 따라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
대체 무엇이 얼마나 따라올지 모른다.
“폰은 누가 만들까?”
“사준에서 만들지 않을까?”
“소식 들은 것 있어?”
자신은 사준전자에서 근무했고, 정석한은 중요한 칩을 납품했던 회사 사람이다.
그러니 알지 않을까 하는 거다.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때, 차를 준비하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두 직원의 손에는 각각 쟁반이 들려 있다.
그들이 머그잔을 쟁반에서 내렸다.
하지만 쟁반을 들고 다음으로 이동하지 않고, 계속 잔을 내린다.
잔을 옆으로 전달하라는 뜻이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첫 번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옆으로 잔을 건넸다.
특이하다.
사람들이 앉은 의자 뒤로 공간은 충분하다.
그러니 쟁반을 들고 이동하며 내려 줘도 되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 여기 커피입니다. 커피 향이 아주 좋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커피를 건네준다.
“네, 고맙습니다.”
“고마워, 우주 통신, 그리고 폰이라……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품인데.”
커피 잔을 넘겨받은 정석한이 끊어진 대화를 이어 갔다.
“폰 개발은 해 두었을까? 사준은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통신 위성도 중요하지만, 폰도 중요한데 설마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위성 폰이라는 것이 그다지 매력이 없을 수도 있어.”
“왜?”
“스카이 라이프 접시 안테나 혹시 사용해 본 적이 있나?”
“접시 안테나?”
“맞아.”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