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2
258. 특집 기사(3)
접시 안테나라.
참 추억 돋는 물건인데, 도시에서는 쓰는 사람도, 쓸 일도 없다.
“학생 때였나? 그걸로 TV 봤는데, 그런데 그게 왜?”
“스타조인의 경우에 인터넷을 쓰려면 그 안테나가 있어야 해.”
“에구, 못 쓰겠네.”
“그렇지, 대한민국은 아파트 천국인데, 그걸 아파트 베란다에 달아야 한다고 생각해 봐.”
“요즘의 아파트들은 베란다가 없어.”
“그러니까, 이동 중에 사용하려면 차 지붕에 설치해야 하고, 보행 중에는 불가능하지.”
“산간 오지로 가는 탐험대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겠군.”
“전쟁으로 폐허가 되거나, 천재지변으로 기반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되었다면, 절실한 통신 수단이 되지만.”
“그러니까 투자는 천문학적인데, 실익은 별로 없을 수 있다는 거네.”
“맞아.”
“궁금한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아는 것은 한 줄도 없고…….”
“그 폰에 사용될 앱은?”
“앱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겠지.”
“앱 환경에 최적화된 젊은 친구들이 많겠지만, 문제는 개발해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지.”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사람이 테이블 위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배호영이라고 합니다.”
“아, 네. 난 김내정이고, 이 친구는 정석한이라고 합니다.”
김내정은 자신의 맞은편의 처음 보는 얼굴이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자 이름을 말해 주었다.
“두 분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요.”
“네, 그런데요?”
“저는 금요일에 오지 못해서, 토요일에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두 분 생각이 제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아, 네. 뭐가요?”
“지인 중에 한 명이 위성 통신을 소개하고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요?”
“네, 그 지인의 말로는 폰으로 통화, 인터넷 모두 사용하고, 요금은 더 쌀 거라고 했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저도 전해 들은 이야기라 확인은 못 해 드리지만, 당시에 그렇게 장담을 했답니다.”
배호영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왔다.
그리고 몇 사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러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나 전공 분야가 그쪽이 아니다 보니 막상 중요한 이야기는 없다.
“저는 통신 칩을 주로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저를 뽑은 것일까요?”
정석한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다.
“전에 어디서 일했는데요?”
“미크로텍에서 일했습니다. 아, 제 이름은 서동현입니다. 코넬대 나왔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닐 겁니다.”
서동현의 생각을 부정한 사람은 배호영이다.
“왜 그렇죠?”
“이미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기술 규격도 모두 완성되었다고 들었거든요.”
“아, 그럼 아니겠네요. 그럼 왜 뽑았을까요? 다음 주에 출근키로 한 다른 분은 길컴에서 통신 칩 분야에서 일했거든요.”
“와서 할 일에 대한 자료는 좀 보셨습니까?”
그것들은 이미 지급해 준 레티어에 들어 있었다.
“보기는 했는데, 도무지…….”
“그렇지? 나 역시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 기술인가에 대해 끝없이 의문이 들어서.”
답은 정석한이 했다.
“차차 알게 되겠지.”
그때, 커피를 준비해 주었던 여직원이 테이블 끝 한쪽에 섰다.
“안녕하세요.”
맑은 음성으로 인사를 한다.
목소리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미소가 더 아름다운 직원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대화를 중단하고, 그쪽으로 시선이 모이기를 기다려 주었다.
“저는 수행 팀 심다윤이라고 합니다. 직급은 대리이구요, 부서명이 6월 1일부터 비서실로 변경되니, 앞으로는 비서실 심 대리로 부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꾸벅 인사를 한다.
“수행 팀?”
심다윤 대리와 가장 가까이 앉은 사람이 의아함을 표했다.
부서명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
“사장님이 비서실이라는 이름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으셔서 지금까지는 그렇게 불렀는데, 많은 분들이 어색해하기에 변경하기로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렇네. 듣고 보니 어색해.}
{비서실.}
{책임자가 대리? 비서실장을 대신한 건가?}
중얼거리는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심다윤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다.
“원래 경영 기획실의 부장님이 오셔서 말씀드려야 하는데, 지금 임원 회의에 참석 중이어서 제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네.”
“임원 회의가 끝나면 사장님이 오실 것입니다. 그전에 사무실 배정 현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을 심 대리라고 말한 직원은 10여 분에 걸쳐서 설명을 했다.
이제부터 모두는 동료이면서 경쟁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은 벌써 시작되었을 것이다.
심다윤이 사무실 배정 설명을 했지만, 다음 진행은 예정에 없는 것 같다.
“사장님이 회의 끝나고 오실 때까지 편히 기다리시면 될 것입니다. 그럼.”
삼다윤은 예측한 대로 간략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레티어의 화면을 껐다.
나가려는 준비를 하는 거다.
“질문해도 돼요?”
그때 불쑥 누군가가 물었다.
“방금 말씀드린 방 배정에 대해서만 질문하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결혼했나요?”
몇 사람의 시선이 질문자에게 돌아갔다.
질문자는 여기에서 가장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의 나이는 모두 40이 넘었다.
심다윤은 얼굴에 웃음을 거두고 그쪽을 10초쯤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 방 배정에 대해서만 질문을 받겠다고 했는데.
앞뒤 없이 질문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이만, 쉬십시오.”
심다윤이 여전히 웃음을 거둔 채 회의실을 나섰다.
{거참, 되게 도도하네.}
질문자의 중얼거림이다.
{거기다 째려보는 눈은 왜 그리 무서워?}
째려본 건가?
많은 사람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 할 질문은 아닌지라, 어처구니없는 듯 바라본 것뿐인데.
{돌대가리 같으니.}
심다윤이 등 뒤로 지나가며 흘리듯이 남기고 간 낮은 중얼거림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질문자도 들었을 것이다.
아니, 모두가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반도체 분야의 개발자 집단을 앞에 두고 돌대가리라니.
갑자기 비서실 심 대리는 얼마나 뛰어난 직원인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쓸데없이.}
그 사람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그 중얼거림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 준다.
정말 쓸데없이.
아무튼 그 질문으로 인해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리고 앞선 대화는 모두 멈춘 상태다.
분위기의 반전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앞으로 알아 가게 되겠지만, 지금까지는 얼굴만 아는 사람도 있으니 제대로 소개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러분.”
생각을 끝낸 김내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첫 출근인데, 우리 서로 인사를 제대로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김내정의 말이 끝나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호영이다.
“저는 금요일에 오지 못하고, 토요일에 사장님을 따로 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다.
“저는 DSP 쪽입니다. MIT를 나왔고, 테사인스트에서 일했는데, 건강 문제로 오랜 백수 생활을 했습니다. 같이 일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서로를 소개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사장이 어떤 생각으로 채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문 분야가 다양하다.
옆에 앉은 정석한은 폰 패널 컨트롤 분야.
CMOS센서 분야의 조시형, 로직 반도체 쪽의 최상준, 통신 칩 분야의 서동현.
‘결혼했나요?’라고 물었던 사람은 고인호인데, OLED 쪽이다.
스탠포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이 비서실 심 대리에게 ‘돌대가리’ 칭호를 받았다.
송제현은 자신처럼 사준전자 메모리 파트에서 일한 사람이다.
부서는 달랐지만, 얼마간 함께 일했었다.
중국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고, 그 이후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중국이 잘 쓰는 방법.
거기에 당해서 모든 것을 다 빨리고 쫓겨났을까?
몇 배나 많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 간 후에,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두 뽑아내고 나면 쓰레기 취급을 한다.
그리고 버려진다.
얼굴 표정으로는 알 수가 없지만, 같은 회사 소속이 되었으니 들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다음 주부터 출근할 사람 중에는 전장 반도체 분야 종사자도 있다.
입사한 사람들의 분야를 놓고 보면 종합 반도체 회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단지, 연구자일 뿐이지만.
***
11층 회의실로 이동하는 걸음.
“어째 요즘은 하루가 회의로 시작하고, 회의로 끝나는 것 같아요.”
“새로이 시작하는 사업이 많으니…….”
뒤따라오던 유병진 부사장이다.
“부사장님의 어깨에 짐을 많이 올려 드려서 미안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기술 부문이 대부분인데, 그쪽은 사장님이 다 하고 계시니까요. 그나저나 학교 출석을 너무 안 하시는 것 아닙니까?”
“출석 문제로 잘리면 그만두죠, 뭐.”
“그만둬도 상관없기는 하겠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이력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렇죠?”
“네, 그때 이력에 대학 중퇴보다는 졸업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것 때문에 다니는 중입니다.”
대학원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중요한 자리에서 이력을 대학 중퇴라고 쓰면 쪽팔리게 된다.
학력이 곧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에도 비웃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계획했던 일입니까?”
“부사장님이 세상 경험이 저보다 현저히 많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언제 계획했던 대로만 되든가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번 일도 그런 겁니다. 그리고 회사 설립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모든 것을 계획하고 하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제가 보기에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머릿속에는 일련의 계획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김경훈 부사장이다.
그 말에 유병진은 고개를 돌려 의외라는 듯 김경훈을 잠시 보았다.
“그리 보였습니까?”
“네.”
유리 강화 도어를 밀고 들어서자, 로비 역할을 하는 공간의 한쪽에는 다실이 있고 역시 로비에서 이어지는 긴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복도의 우측으로는 대회의실, 좌측으로 4개의 소회의실이 있다.
로비의 대기석에는 심다윤과 총무 팀 직원이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꾸벅 인사를 한다.
“왜 그리 생각하셨는데요?”
심다윤의 인사에 답하며 김경훈에게 물었다.
“사업이 진행되거나 만들어지는 일은 언젠가 한 번씩은 입에 담았었습니다.”
그랬나?
김경훈은 1천 년 전 수마트라 섬의 숲으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백골과 인식표로 만난 후임의 아버지이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또 다르다.
그래서 무심결에 한마디씩 흘린 모양이다.
“그랬을 수도…….”
답을 하며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대회의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네, 모두 자리에 앉으십시오.”
이제부터 기존 임원과 간부들의 소개가 있을 것이다.
***
트루아이즈.
“사장님, 아침 뉴스에 나온 거 사실입니까?”
유정한은 태영을 보자마자 약간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은 유정한이 하고 있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물어오는 것은 그로 인해 발이 묶일까 하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거짓을 숨 쉬듯이 말하는 자들의 특징 아닙니까?”
“모두 거짓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파급력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구요.”
“너튜브들 말이죠?”
새로 채용한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중에도, 또 이곳으로 이동 중일 때에도 위니로부터 정보는 들어왔다.
시민 단체는 왜 그러는지, 너튜브들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뉴스에 나온 지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다고, 시민 단체에서는 기자 회견을 했고, 너튜브는 자극적인 방송으로 클릭을 구걸했다.
그중에 신경이 쓰이는 문제는 따로 있지만, 일반적인 것을 물었다.
“그런 것들은 무시해도 되지만, 국회의원 둘이 합동 기자 회견을 통해 위성 통신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내용도 모르고, 내용을 확인하려고 들지도 않은 국회의원이, 그것도 둘이나 들고 일어섰다.
그 외에 그들의 기자 회견을 듣고 동의하며 반드시 취소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국회의원도 다섯이 더 있다.
대체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저놈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인지 알 수가 없다.
“배부른 거지새끼들.”
“네?”
“내가 이곳으로 오는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 몇이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혹시 뭘 요구했다고 합니까? 요구했다고 해도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을 텐데…….”
“그렇죠, 직원들에게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혹시?”
“꼭 만나자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남긴 뒷말이 웃겨서요.”
“협박입니까?”
“국개의원 아닙니까?”
“흐흡.”
유정한은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참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회의실 입구에서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을 도왔던 진세아가 기다리고 섰다가 문을 열어 준다.
유정한의 얼굴에는 뉴스에서 나온 기사에 대한 궁금함이 떠나지를 않지만, 이제 두 사람을 만나야 할 시간이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안녕하세요.”
3층의 입구에서 정민지와 김재혁이 들어오며 인사를 한다.
4층에 있다가 연락받고 오는 것이다.
“네, 반갑습니다.”
“사장님, 위성 통신 사업을 진행 중이십니까?”
회의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 중에 김재혁이 물었다.
면접의 형식을 빌려 처음 만났던 지난주와는 눈빛과 표정이 달라졌다.
예전이 어떠했는지 위니가 조사해 준 자료는 글로 쓰인 것이기에 대면해서 느끼는 것과는 많이 다르리라.
그래도 회복되어 갈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오늘 가장 뜨거운 감자인 것 같습니다.”
“뜨거운 감자를 그렇게 꽉 물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자들이죠.”
“아…….”
김재혁도, 정민지도 가볍게 웃는다.
“오전에 유 프로에게 설명은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사장님.”
“어떻게 정하셨습니까?”
“김재혁 씨가 대표, 정민지 씨가 총괄 본부장,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답변은 유정한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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