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3
259. 특집 기사(4)
차가 준비되는 사이에 아침의 뉴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졌다.
그것마저도 차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서은이의 한을 풀어 주고 싶습니다.”
태영은 김재혁에게 그날 인터뷰에서 김재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말했다.
김재혁이 태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눈빛을 마주했다.
“…….”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시 김재혁이 추가로 덧붙인 말이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재혁의 답이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시선을 돌려 정민지와 눈을 맞췄다.
“악마.”
정민지가 했던 말이다.
“…….”
“방법이 있다면, 그놈들을 모두 죽여 버리…….”
정민지는 말을 끝맺지 않았었다.
그리고 서둘러 못 들은 것으로 해 달라고 했었다.
“두 분과 이 자리에 함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채용했으니, 태영과 만나기 전에 적정한 수준에서 말해 주라고 유정한에게 말해 두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유 프로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김재혁의 말에 앞뒤 설명하지 않고 물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까?”
김재혁의 질문이다.
얼굴 표정은 5월의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살얼음에 잠긴다.
그 일로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이니 독기를 더 채운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니, 독기로 온몸을 채울 필요가 있다.
“네.”
“내게 남은 시간은 그 일을 하는데 모두 쓰고자 합니다.”
그 정도 결심이면 충분하다.
“김 대표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뭐를 해야 할 것인지는 선명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민지의 대답이다.
“그럼, 그들을 만나 볼까요?”
“네.”
“유 프로님, 수련원으로 가죠.”
“바로 가시겠습니까?”
“바로 가죠.”
~우우웅~
[마스터, 류지현입니다.]이건 받아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뉴스와 상관이 있을 것 같으니.
“잠깐, 통화 좀 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앞에 세 사람이나 있으니 폰을 꺼내 들어야 한다.
“응.”
[내일, 좀 보자.]“시간 안 돼.”
[뉴스, 그일 때문이야. 그리고 난 전령이야. 꼭 만나야 해.]“아침 7시.”
[너무 빠른 것 아니냐?]“시간 없다고 했는데? 꼭 봐야 한다면, 그때 아니면 저녁 10시.”
[7시에 보자. 웨스코르 호텔 조찬.]***
태영의 차와 유정한의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김재혁이 태영의 차 조수석으로 올라앉았다.
자연스럽게 정민지는 유정한의 차에 올랐다.
“우주 통신, 아이들이 하려고 하는 일에 꼭 필요한 거죠?”
차를 출발시켰을 때, 김재혁이 물었다.
어찌 알았을까?
통신과 관련된 것이 꼭 그 일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많은 필요성 중에 한 가지이지만, 트루아이즈가 움직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네.”
“반드시 해내실 거죠?”
“당연합니다. 어려움은 있을 것이지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산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드리면 안 되지만, 법은 참 이상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파적이라거나 나쁘다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고, 이상한 시각이라고 표현한다.
그 말에 태영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권력자이거나, 그 권력자의 언저리에 있거나, 부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이해심이 많은 법.
권력과 무관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혹하고 처절한 법이다.
광기의 살인마라고 불린, 상어 도승준에게는 벌을 내린 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인을 하도록 한 야제라 불린 폭력 조직의 수괴는 풀려났었다.
그리고 검사를 시종 부리듯 했다.
“경험으로 누적된 것이 많으실 텐데, 따님 일 때문에 더 많이 겪으셨죠?”
“……네.”
한숨을 한번 크게 쉰다.
“몇 번이나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다가 머뭇거렸는데,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말소리가 깊어졌다.
“사장님이 그려 둔 그림을 언젠가 한번 보여 주십시오.”
“그러죠, 그러나 ……막연합니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 몇 가지가 기준이 될 테니, 아주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그 이외의 가지들은 정 본부장과 같이 그려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십시오.”
“그리고…….”
“네.”
“유 프로의 말에 어느 지점에서부터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더군요.”
“…….”
그럴 거다.
유정한이 알고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알고 있는 것조차도 말해 줘야 하는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김재혁은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에서 오래 일해 온 고위 임원이었다.
넓은 세상을 상대로 일을 해 온 사람이다.
딸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 그런 회사 생활을 포기했지만, 세상을 보는 눈과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할 것이다.
“사장님이 말해 주지 못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맞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어디까지 말해 줘야 할까?
“짐작하고 있는 바를 말해 보십시오.”
김재혁의 말을 들으면서 말해 줄 수 있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한 채 역으로 물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피지컬의 수준은 어찌 됩니까?”
“……그건 직접 보십시오. 수련원에 가면 보게 될 테니.”
“그러지요. 그 능력은 사장님으로부터 기인된 것이지요?”
“……맞습니다.”
“나머지는 아이들을 보고 난 후에 물어보겠습니다.”
‘능력이 나로부터 나온 것이냐?’
질문의 요점은 그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재혁이 요구할 것들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터니가드 수련원.
“수련원이라고 해서 먼 곳일 줄 알았는데, 아주 가깝군요.”
차에서 내리면서 김재혁이 감탄한 듯 말한다.
“사단 법인 ‘별이 되어’라고 아시지요?”
태영은 뒷좌석에 둔 커다란 패키지 두 개를 들고 내렸다.
“네, 사망한 국회의원 유재구 이름이 나올 때마다 함께 들려 온 이름이죠.”
“여기는 본래 청소년 수련원 겸 캠프장이었습니다. 거기 사무총장으로 있는 분이 소개했는데, 아주 좋은 곳이어서 바로 매입했습니다.”
“아, 위치상으로 하남시죠?”
“네.”
시 외곽이라서 캠프장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원래의 주인이 허가받아 운영은 했지만, 거의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오는 길이 좋아야 하고, 시설은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경관도 좋아야 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의 상당 부분이 비포장이었다.
도로 정비는 지자체의 비용으로 해 주지만,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은 항상 정비 순위에서 밀린다.
도로도 그랬지만, 주변까지 휴양 시설로는 경관이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주변에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비닐하우스,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들, 거름 무더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비닐하우스 주변은 버려진 비닐과 하우스에서 나온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곳.
그런 것들은 도시와 달리 치울 필요도, 치울 사람도 없었다.
시설도 많이 낙후되어 있었다.
그것을 캠프장 허가까지 포함해서 인수했다.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캠프장은 농림 지역의 임야에 위치한다.
자연히 그에 해당하는 요건에 맞춰야 한다.
이런 일에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그리고 결코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규칙과 법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회사 내부에 법무 팀을 둔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인수한 후에는 대대적으로 정비를 했다.
곁들여서 국도에서 수련원까지 자비를 들여 포장을 하면서 주변 민가로부터 대대적인 환영도 받았다.
수련원의 공간은 넓어서 운동하기에 편하고, 적당한 산이 있어서 그것도 아주 좋다.
“오셨습니까?”
수련원 본부 건물 앞으로 가자, 매니저 박창하와 박원규 대표의 아내인 서정원이 반긴다.
서정원은 이곳의 명칭을 훈련장이 아닌 수련원으로 그대로 사용하자고 했다.
“네, 고생 많아요. 사모님도 고생하십니다.”
“늘 말씀드려도 안 고치시는군요.”
서정원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미안합니다.”
“이제는 사모님이라고 불리면 안 되니까 사모님 말고, 서 원장이라고 불러 주세요.”
서정원은 이새봄을 처음 만났을 때,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이 새봄의 놀란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알겠습니다. 서 원장님.”
“님 빼고 서 원장,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아요. 사장님.”
서정원은 이런 스타일이다.
“유 프로님.”
“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정원과 박창하를 김재혁과 정민지에게, 그리고 역으로 다시 소개했다.
“취임 축하드립니다. 김 대표님. 그리고 정 본부장님.”
“오늘이 근무 첫날이라 아직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구, 저희가 도움드릴 수 있는 것은 훈련 정도입니다.”
“애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까?”
“아, 극기 훈련 시간이 조금 전에 끝났으니, 김 팀장이 인솔하고 올 것입니다.”
정민지의 말에 박창하가 대답했다.
“극기 훈련이요?”
정민지는 깜짝 놀란다.
~하나, 둘, 한나 둘~
그때 한쪽에서 우렁찬 구령 소리와 함께 본부 건물 앞의 공터를 향해 들어오고 있는 무리.
군복으로 보이는 훈련복에 베레모를 썼다.
모두의 손에는 진압 봉 같은 것이 들려 있다.
그들의 옆으로는 신체 건장한 남자 셋과 여자 셋이 따라오고 있다.
~한나 둘, 한나 둘~
줄지어 오는 모습은 땀에 절어 있고,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있지만, 얼굴 표정은 환하다.
“자, 트루아이즈를 맡아 주실 대표님과 본부장님이 오셨다.”
극기 훈련 담당 김세현 팀장이다.
~야호~
~이야아아아아아아아~
트루아이즈 멤버가 함성을 질렀다.
“자, 대표님과 본부장님에게 인사하도록 한다. 캡틴.”
“전체 차렷, 교관님께 경례.”
트루아이즈의 캡틴 신은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거수경례를 한다.
말과 행동은 특수 부대 훈련병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전체 차렷.”
캡틴 신은채는 곧바로 멤버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대표님, 본부장님을 향해 경례.”
인사 구호는 동일하다.
“허.”
“이, 이런.”
김재혁과 정민지의 놀란 표정이라니.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태영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와아아아아아~
~오빠아아아아~
~사장니이이임~
~친구야 반갑다~
별의별 호칭으로 다 부른다.
“수련은 잘 하고 있죠?”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듯 대답한다.
“생각 같아서는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을 한 번씩 안아 주고 싶지만 아리엘이 화내니까. 거기서 스톱.”
태영에게 달려오려 하는 몇 사람이 보이기에 일부러 손을 들어 말렸다.
~아리엘~아리엘~아리엘~
아쉬운 표정으로 멈추어 서며 아리엘을 연호하는 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고 힘이 넘친다.
예전처럼 힘없고 우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리엘은 안 왔나요?”
“아리엘은 지금 회사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해 줬다.
“오빠~”
그 와중에 소리 지르며 달려오는 한 명이 있다.
그 한 명은 막을 수 없었기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달려와 태영을 향해 덮치듯이 깡충 뛰어올라 온몸으로 안겨 오는 이 녀석.
다음 달이면 홀로 미국으로 떠날 안재희다.
한국과 달리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그곳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슬쩍 훈련 이야기를 던졌었다.
그 말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기에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고생 많지?”
“재미있어요.”
“자, 내려 와.”
“힝, 언니랑 같이 오시지.”
조금의 투정은 부렸지만, 곧 팔을 풀고 내려섰다.
“제로백, 최단 누구?”
“타나 3.7입니다.”
타나는 인터리머 팀장, 즉 정보 팀장이다.
그런데 제로백이 3.7이라니.
태영은 차에서 내리며 가져다 둔 패키지 안에서 작은 박스를 꺼내 던졌다.
줄을 맞춰 서 있는 바깥쪽으로.
타나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상자를 받아 들었다.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소리치며 다시 박스 두 개를 던졌다.
“고스 3.8.”
“소티 3.8.”
두 사람이 소리치며 몸을 날려 상자를 받았다.
{혜리.}
옆에서 정민지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세 사람 모두가 캡틴과 팀장이다.
“다음, 높이 1위.”
“고스 39.”
신은채는 두 개째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다시 소리치며 상자를 던졌다.
“은신 1위.”
“닉스.”
다시 한 개의 상자가 공중으로 던져졌다.
크로즈윈 1팀의 백설이 희미한 흔적을 남기며 상자를 받아 냈다.
그렇게 추적까지 12개의 상자를 던졌다.
“자, 여기 남은 패키지에 인원수대로 선물 있으니 하나씩 가지도록.”
~네에에~ 감사합니다~
태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벌 떼처럼 멤버들이 움직였다.
“두 사람은 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한희수와 안재희.
“저희 것도 있어요?”
“그럼, 두 사람도 훈련 중이잖아?”
한희수는 매니저이지만, 트루아이즈 멤버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며 매니저이면서 멤버로 합류했다.
“사장님, 애들 이름이 왜?”
정민지의 질문이다.
“아, 이름 대신 사용하는 닉네임입니다.”
“닉네임이요?”
“아,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지금껏 옆에 서 있던 유현선 팀장이 나섰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