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4
260. 특집 기사(5)
“그리고…….”
닉네임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유현선은 코드명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코드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은 듯하고, 옆에 서 있는 김재혁 역시 표정이 굳어 있다.
“네, 말씀하세요.”
“제로백은 자동차가 시속 백 킬로미터를 돌파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맞죠?”
“여기서는 정지 상태에서 백 미터를 달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대답은 또 유현선이 했다.
“그럼 아까 말한 3.7은 뭐죠?”
“말 그대로입니다. 3초 7.”
“……어…… 그…….”
말을 더듬으면서 태영을 본다.
“맞아요.”
“그게,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입니까?”
침착한 말투인 김재혁의 질문이다.
“39미터 점프 또한 마찬가지지요.”
“그 39라고 말한 것이 사람이 점프할 수 있는 높이입니까?”
“네.”
서정원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와아 이…… 이…….”
정민지는 몸을 휘청거리다가 김재혁이 붙잡아 주자 머리에 손을 짚었다.
“이거 좀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군요.”
김재혁이 침착하지만,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스포츠 대회에 나가면…… 도핑 테…….”
정민지는 또 다른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눈앞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말로만 들어서는 거의 초인급이다.
“스포츠 대회에 안 나갑니다. 나가서도 안 되구요.”
태영이 말을 끊었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안 된다.
“하…… 이…….”
“나가면, 종목 불문하고 여기 있는 이 친구들이 모두 휩쓸게 됩니다. 그러나 안 나갑니다.”
“그 속도로 얼마나 달릴 수 있습니까?”
이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침착한 김재혁이다.
“열다섯 시간 정도.”
“하…….”
“시속 97킬로미터.”
태영의 대답에 한숨을 쉰 사람은 정민지.
폰에 있는 계산기를 두드리던 김재혁은 산출된 속도를 말했다.
역시 김재혁이 대표가 된 것은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
지극히 이성적인 대표와 꽤나 감성적인 본부장의 조합이라니.
“그건 제로백이구요, 평균 속도는 170킬로미터 이상 나옵니다. 물론 신발과 복장을 모두 갖춰야 하지만.”
태영이 답을 정정해 주었다.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이제 패스트로데인 2레벨 1회 차를 주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까.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서정원의 말에 이제야 모두들 정신을 차렸다.
***
“자, 그럼 저는 먼저 갈게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궁금증을 한 번에 모두 해소할 수는 없다.
앞으로 차츰 알아 가면 되는 일이니, 태영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 주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김재혁, 정민지와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올 때, 유정한이 태영의 차가 있는 곳까지 따라왔다.
“저는 조금 더 있다가 두 분을 회사까지 모셔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유 변호사님, 그리고.”
유 프로라는 말보다 유 변호사라고 부르는 것이 태영에게는 편하다.
“네.”
“오늘부터 저 애들의 얼굴을 지우기 시작할 겁니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네, 가능합니다. 그리고 훈련 끝나고 나오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
“김 대표와 정 본부장은 이제 출근했으니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변호사님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입니다.”
“저도 그러기 바랍니다. 이제 세 분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잘 세우고 진행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차에 올라 출발할 때까지 유정한은 그대로 서 있었다.
“위니.”
[네, 마스터.]“트루아이즈 작전,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먼저, 저들이 벌어들인 돈을 모두 조세 회피처로 이동시키겠습니다.]“그래, 2단계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
2단계 작업.
그들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봄이 연결해 줘.”
[네, 마스터.]~빙~
[오빠?]이새봄의 말이 들려왔다.
“응, 나 애들 얼굴 지우는 작업 시작할 거니까 알고 있으라고.”
[흐응, 그래. 애들에게 알리지 않을 거지?]“아직은 알리지 않을 거야. 훈련 끝나고 나오면 모든 흔적이 사라질 테니 그때 말해 주자.”
[좋아, 나도 찬성.]***
“같이 왔네?”
예약된 웨스코르 호텔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류지현이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한다.
“언니, 오랜만.”
“그래, 반갑다 어서 와.”
“같이 오지, 그럼 혼자 와?”
이새봄은 반가워했지만 태영은 투덜거리듯 말했다.
“오늘은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조용하게 아침 먹고 이야기하자. 이야기하면서 먹으면 체할 것 같아.”
“그래, 나도 너 만나느라고 우리 봄이 혼자 아침 먹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같이 나온 거야.”
“에이, 그래도 봄이 만나게 되었으니 용서하지.”
용서 같은 소리 한다.
그 말 이후에 서로 중요 주제는 피했다.
“운동은 잘 돼?”
“잘 돼. 그런데 측정은 못해 봤어.”
다른 사람들의 보는 눈이 있으니 자신의 피지컬 능력을 측정해 보기 힘들었을 거다.
수련원으로 보내면 측정도 가능하고, 훈련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류지현에게 트루아이즈의 존재를 공개해 버릴 수는 없기에 그쪽에 가서 측정해 보라고 하지 못한다.
“언니, 패스트로데인 능력치?”
이새봄이 물었다.
“들었어?”
“으응, 오빠가 말해 줬어.”
“하긴, 한 이불 덮고 자는 두 사람에게 비밀이 있을 리가…….”
세 사람은 그 외에 다른 소소한 이야기로 식사를 마쳤다.
“아침 뉴스, 봤어?”
수저를 내려놓고, 냉수 한 모금으로 입을 헹궈 낸 류지현이 오늘의 본론에 해당하는 주제를 꺼냈다.
“봤어.”
“기사는?”
“꽤 재미있던데?”
박우진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어제 그의 노트북에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저녁에 일부를 수정해서 오늘 새벽에 올려졌다.
그런 이유로 선위 일보와 투데일리의 기사는 일부가 다르다.
변경된 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물론 지분율로 계산한 금액이다.
이 정도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국정 조사를 해야 한다는 논조가 추가되었다.
비판적인 너튜브들은 더욱더 극성을 부렸다.
어그로를 끌기 위한 자극적 제목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옹호하는 영상을 올린 너튜브들도 많다.
시간은 부족했으니, 제목과 앞부분 일부를 보는 정도로 끝내야 했다.
그들은 또 열심히 영상을 만들고, 올리고 할 것이다.
태영도 그들처럼 하루를 24시간으로 사는 것은 동일하다.
위니가 알려 주어서 수만 명의 정보팀을 두는 것보다 효율적이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회의원 몇이 더 가담할 것 같아.”
그 말을 하는 류지현의 표정은 굳어 있다.
“이름을 말해 봐.”
“명단?”
“당연한 거 아냐?”
“그건 없어. 여태까지의 행동들로 봐서 성향이 그렇다는 거지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그래, 그래서 명단을 작성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
평소의 류지현과 달리 말을 아끼는 느낌이다.
“그, 전령이라는 것이, 이주현의 심부름이지?”
“…….”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이번 일 이후에 이주현의 폰에 태영과 통화한 기록이 남을까 봐 취한 행동이겠지만, 별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전달 사항이 뭐야?”
“하아…….”
“왜?”
“이걸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전하라고 한 내용은 알고 있다.
류지현에게 붙어 있는 워처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으니, 내가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어떻게?”
“말 그대로 알아서 하는 거, 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 거.”
“알아서 하는 것을 사전에 좀 알면 안 돼?”
“안 돼.”
“……알았다. 그렇게 전하지 뭐.”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
“방금 말한, 사전에 알면 안 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그런데?”
“내가 알아서 한 일에 대해 일절 아는 체하지 말고, 알고 싶어 하지도 말 것.”
“……음, 어렵네.”
“그래도 약속해야 해.”
“……그래, 약속하지.”
제법 긴 시간을 망설인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묻자.”
“응.”
“정부 지분, 그거 밝혀도 돼?”
실제로 돈이 투입되지 않고, 지분만 가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이 공개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태영이 짐작하기 어렵다.
“……그건, 내 임의로 대답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럼 확인해 봐.”
“잠시 통화 좀 하고 대답하자.”
“그래라.”
류지현은 폰을 들고 룸을 벗어났다.
“위니.”
[네, 마스터.]“시작하자.”
건드리면 어찌 되는지 보여 주도록 해야지.
그 모든 책임 또한 거짓 기사로 건드린 너희들이 져야 할 거야.
[네, 마스터, 올리는 시간을 알려 주십시오.]“올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즉시, 아니면 오늘 밤으로 고민을 잠시 했지만, 낮 시간으로 했다.
기사와 여론이 변해 가는 모습도 보고 싶다.
[네, 마스터. 방문객이 많은 사이트 게시판 500곳, 오전 11시까지 게재되는 기사와 비평 글 500개를 선정하고, 뉴스 매체와 개인 너튜버들이 다룬 영상 500개에 모두 댓글로 링크를 달겠습니다.”“음.”
[링크는 모두 120개로 서로 다른 형태로 연결될 것입니다.]“올린 자 모르고, 추적 불가능하고, 48시간 삭제 금지, 알지?”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서버 관리자도 삭제 또는 수정할 수 없도록 진행하겠습니다.]이런 일은 뛰어난 해커 수천 명이 달라붙어도 위니보다 더 잘할 수는 없다.
디지털 데이터의 처리.
그것이 네트워크상에 있다면 위니는 모든 것을 가장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 동영상?”
새봄이 물었다.
그녀는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응.”
“중요 부위 흐리게 처리했지?”
“위니가 했어. 딱 그 부위만 약간 흐리게. 그리고 나머지는 아주 선명하게.”
“위니, 모두 몇 개?”
새봄이 위니에게 물었다.
[지난 금요일 밤의 영상 60개, 금요일에 브리핑 룸을 떠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모의한 것들의 녹취록, 그리고 이일 이외에 여러 회사를 상대로 협박한 음성 녹음 파일 15개입니다.]“많네.”
지난 금요일 밤에 유흥 주점에서 난잡하게 놀던 영상.
그 영상은 여러 각도에서 본 장면이 분할 편집된 것이다.
그리고 터니테크 브리핑 룸에서 떠나면서 여러 사람과 다양한 형태로 모의했다.
‘터니테크가 몰락하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러니 제대로 해 보자’라는 것이 주제였다.
그 주제로 여러 기자들과 모의하면서 협력을 요구한 것들이 모두 녹음되었다.
[그들이 저장해 둔 데이터 중에 0.2퍼센트에 불과합니다.]위니의 첨언이다.
“그렇게 많아?”
[그렇습니다.]그들이 저장해 둔 데이터.
이것은 두 명의 기자와 인터넷 언론사 그 기자의 폰과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들이다.
난잡하게 논 영상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사장들을 협박한 음성 녹음 파일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저장되어 있었다.
절반 이상의 영상 파일은 자신의 폰으로 남을 촬영한 것이다.
그래서 영상 속에 본인의 얼굴은 없었지만, 함께 놀았던 타인의 얼굴은 있었다.
대상은 자리를 주선한 사람이다.
얼굴이 나온 사람들은 피해자이지만, 이들 역시 뭔가 책잡힐 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중에 간혹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다른 기자들의 얼굴도 있다.
[그 영상과 녹음 파일은 서로 다른 사이트에 중복하여 업로드되어 있고, 링크 또한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습니다.]“여러 곳에 중복해서?”
[그렇습니다. 새봄 님.]“완전히 갈리겠네.”
태영에게 하는 말이다.
“아마도…… 죽고 싶어질 거야.”
“국회의원들은?”
“기자 회견을 한 의원이, 염기선이 넘겨준 USB 속에 있어. 그 외에 기사에 동조하고 함께 비판한 고위직 공무원, 법조계 사람들도 있고.”
이런 것을 보면 불법으로 이익을 뒤쫓는 사람들도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가 보다.
“그럼 그 사람들은?”
“음, 오늘은 일단 그 기자들 먼저.”
“언니 들어오나 봐.”
이새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리며 밖으로 나갔던 류지현이 다시 들어왔다.
“알아서 하라는데?”
“그래, 그러지 뭐.”
“대신, 그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도 네가 책임지라고 한다.”
“뭐야? 이제 와서 발 빼는 거야?”
“발을 빼는 건지, 책임의 한계를 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말해 주지 않았어. 그리고 그 부분은 내가 상관할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 내게 책임을 돌리지 마.”
“알았다. 그러지 뭐.”
“이제 일어서자.”
“그래, 그리고 둘이 잘 사귀어 봐.”
“뭐라는 거야?”
“이주현과 잘 사귀어 보라고.”
“너, 이씨, 어디까지 알아?”
어디까지 알기는?
며칠 전에 업무상 단둘이 회의실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일이 끝나고 이주현이 류지현에게 ‘우리 진지하게 한번 만나 보는 거 어때?’라고 물었다.
류지현은 웃는 얼굴로 ‘뭐래?’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주현이 바보가 아닌지라 그 말을 거절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신, 류지현에게 짧은 입맞춤을 했다.
류지현은 너무 짧게 끝나서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혼자되었을 때 주먹 만세를 불렀다.
“둘이 잘 되고 있다는 정도?”
그래도 입맞춤하는 것을 봤다는 말은 하면 안 되는 거다.
“너, 스토커야?”
“응, 맞아. 너희 둘에 대해서는.”
“아우, 정말. 내가 정말.”
***
회사에 도착했다.
10층에서 내리자 엘리베이터 밖의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촤촤촤촤착~
카메라 셔터 소리다.
조찬을 마치고 돌아오면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기자라는 건 정말 피곤하고 힘든 직업이 맞는 것 같다.
알 권리라는 말을 방패로 삼아 앞세우며 별짓을 다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최태영 씨, 기사 내용이 맞나요? 한 말씀 해 주세요.”
“위성 기술은 어디서 가져온 건가요?”
“해외와 기술 제휴 했나요?”
“투자자들은 어떻게 끌어모은 건가요?”
그럴듯한 질문도 있고, 비난형의 질문도 있다.
공통된 것은, 그 누구도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거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