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5
261. 특집 기사(6)
“최태영.”
이제는 이름을 마구 부르는 사람도 있다.
“아 좀, 밀지 마요.”
질문을 하다가 옆 사람에게 밀리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
서로 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앞의 그다지 넓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 있으니, 사무실 쪽으로 가기도 쉽지 않다.
회사가 입주한 건물은 입주자가 다수인 지식 산업 센터이다.
지금은 이름이 지식 산업 센터이지만, 과거에는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렀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10층 모두를 터니테크가 쓴다.
그러니, 10층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통제할 수는 없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은 공유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안 팀에서는 엘리베이터 룸에서 사무실로 이동하는 복도를 막고 있을 뿐이다.
한쪽에 건물 경비원 몇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저들이 이들을 통제해 보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을 것이다.
건물 경비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기자들을 몸으로 밀어낼 수도 없었을 거다.
“정부에서 6천억을 투자하는 것이 사실입니까?”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 받아 낸 겁니까?”
“위성 기술을 가지고 있나요?”
“실패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성공에 대한 확신은 있습니까?”
이들은 막상 통신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
염력으로 파동을 실어 보내 주변의 공기를 장악했다.
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차올랐다.
~파칭~
5월 중순의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추위가 스며들며 빙판 깨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으음.}
{흡, 왜 이러지.}
{흐으읍.}
중얼거림 속에 드디어 한 명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태영이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를 테니 상관없다.
일순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엘리베이터 룸을 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태영은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사장실이 있는 복도 쪽으로 이동했다.
“아…… 으읏.”
보안 요원이 지키고 선 경계를 지나갈 즈음에 누군가가 몸을 뒤틀며 그 침묵으로부터 깨어났다.
“여긴 출입할 수 없습니다.”
태영을 따라 보안 요원 사이를 지나려던 기자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진짜 너무하네.”
또 다른 기자의 투덜거리는 목소리다.
“거기, 이름이 뭐요?”
방금 투덜거린 사람이다.
양쪽으로 선 보안 요원의 팔에 막혀 있지만, 그래도 거기를 지나오려고 힘을 쓴다.
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LA에 거점을 두고 있고, 미국 국적이라면 한국 법으로는 어찌하지도 못한다.
흔히 말하는 검은 머리 미국인이다.
너튜브는 언론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요즈음의 너튜브는 오히려 언론사보다 영향력이 강한 측면이 있다.
“포커스 뉴스 강욱이라고 합니다. 정부 투자를 받아 낸 연유를 말해 주세요.”
본인의 이름과 상호를 거짓말로 시작한다.
인터넷 언론 매체는 그 수가 워낙 많다.
그래서 그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도 그 수를 정확히 모를 정도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정도 거짓말은 예사인 것이다.
그런데, 연유를 말하라고?
‘뭐 이런?’
“강욱?”
말하는 이름을 확인하듯 되물으며, 뒤쪽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기자의 카메라를 염력으로 확 밀어서 옆에 선 기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각~
머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피가 나는 정도일 뿐, 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메라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악, 씨팔 뭐야?”
“헉.”
맞은 사람의 고함 소리와 카메라 주인의 놀람.
~파각~
카메라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맞은 사람의 비명과 상관없이 카메라를 든 사람의 손이 따라갔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카메라를 구하기 위해 주위를 밀며 허리를 숙이는 움직임으로 인해 사람들이 밀려났다.
그때 카메라 주인에게 밀린 옆 사람의 팔이 그 옆쪽에 있는 기자의 옷자락을 잡았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으로 아무거나 잡은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투두둑~
손끝이 목 부분의 옷자락을 당기면서 단추가 터져 나갔다.
동시에 그 손끝에 함께 걸린 브래지어가 당겨졌다.
“아악!”
찰나에 봉긋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의 가슴이 노출된 것을 느낀 기자가 비명을 질렀다.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급히 옷자락을 끌어 올렸다.
이건 의도한 바가 아니다.
5월이어서인지 가볍게 입은 옷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일 뿐이다.
하필이면 그렇게 손끝이 걸리게 될 줄이야.
그러나 결과는 또 다른 침묵으로 바뀌었다.
“으헉. 죄, 죄송.”
본의 아니게 옷자락을 당기고 젖가슴까지 강제 공개시킨 기자가 놀라서 급히 사과를 했다.
따지려고 들면, 성추행이다.
여기자가 자신을 추행한 기자를 노려보며, 사람들 사이를 밀고 한쪽으로 이동했다.
그로 인해 뒤쪽과 주변의 다른 기자들이 밀려났고, 두 명이 넘어졌다.
넘어지는 옆쪽의 다른 기자가 밀려났다.
그러나 중심을 잡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넘어진 기자의 손을 밟았다.
“아악, 씨발.”
“야, 거기 조심 좀 해.”
“아악, 손, 손 내 손. 발 좀 들어 봐.”
좁은 공간 안에 사람이 많으니 한 사람이 밀려나거나 움직이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부딪치고 움직인다.
그 움직임을 이용해서 염력으로 살짝살짝 힘을 보태 주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일곱이 넘어지고, 서로 밟았다.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들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녹음기가 내장된 기자 마이크들이 바닥으로 굴렀다.
“야이 씨, 카메라 밟으면 어떻게 해?”
“야, 왜 떨어트려 놓고 지랄이야? 그리고 네가 밀었잖아?”
“뭐라고? 이 새끼가 선배에게 이따위로 말하는 거야?”
“아악.”
“야, 내 폰. 이 씨바, 발 치워.”
비명과 고함이 난무한다.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된 숫자가 워낙 많으니 기자들이 모두 선후배로 따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현장에서 자주 만나면 얼굴을 알게 될 것이지만, 이런 자리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자신을 강욱이라고 했던 자.
그 짧은 시간에 벌어진 난장판에 뒤를 돌아보며 웃는다.
자칭 강욱은 바로 표정 관리를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얼굴에 남은 야비한 웃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난장판의 바깥에서 재미있어하는 모습이라니.
‘이놈은 안 되겠군.’
얼굴에서 야비한 미소가 사라지는 지극히 짧은 순간.
태영은 그자의 몸속을 한번 훑었다.
“으윽.”
갑자기 찾아온 극심한 복통으로 굳은 신음을 토해 냈다.
“으웨에에에엑.”
자신의 앞에 아침에 먹은 걸 토해 내며 피자 한 판을 바닥에 깔았다.
토스트 조각, 케첩, 야채와 자잘한 고기 조각들.
그것들을 아우르고 있는 진득한 물기가 어우러진 모습이다.
전혀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이상한 모양의 피자 한 판이 완성되었다.
“으웨에에에에웩.”
입과 코와 눈에서 알 수 없는 끈적한 체액이 흘러나와 바닥으로 늘어진다.
“에이, 더럽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술 처먹고 여기서 토하면 안 되지.”
“으웨, 으으으웨에에에.”
뭔가 말을 하려하는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복도 위의 천정에 붙어 있는 커버워처 10대가 눈에 보였다.
커버워처가 촬영한 영상을 적당하게 언론에 넘길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동 중에 전화를 걸어 왔던 송미려 기자에게 보내도록 하자.
그러고 보니, 말이라도 정상적으로 주고받은 기자가 송미려 외에는 없다.
“나 원 참.”
언론과 친할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과 친하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전역하고 본 기사들은 모두 태영을 까고 물어뜯는 투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353명의 실종.
그중에 생환한 유일한 1명.
352명의 희생으로 생환한 나쁜 놈.
그 논조로 기사를 작성한 언론이 절대 다수이다.
지들이 뭘 안다고.
국회의원 유재구가 말한 ‘왜 너만 살아왔는데?’라는 말을 새끼 치게 만들어 그게 자라서 새끼 치고, 또 새끼 치고, 또 새끼 쳐서는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은 자들이 언론이다.
그때, 어찌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다시 돌아온 이 시대에 적응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금 벌이고 있는 위성 통신 건.
이 일에도 대부분 물어뜯는 기사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간혹, 한 번씩 그자들의 머릿속을 까 보고 싶다.
그런다고 알 수는 없겠지만.
다만,
‘이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결심한 지는 제법 되었다.
어떤 변호사가 쓴 글이 기억났다.
‘기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언론사를 상대하지 말고, 기자 개인을 상대해라.’
‘저널리스트로서의 양심과 객관성, 공정성.’
그것을 버리면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불가능한 이야기.’
생각은 그랬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프레임 아래에 자신은 나쁜 짓을 마구 해도 알 권리를 알려 주는 역할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보로 사람이 죽으면?
‘아, 내가 잠깐 실수한 것으로 자살까지 하나? 못나게.’
그리 말한다는 것이다.
‘못나게’는, 변호사로서 쓴 말이다.
기자는 ‘병신같이 그따위로 생각하니 자살이나 하지.’라고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니까 그들은 반성하지 않고, 또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다시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세상에는 나쁜 기자보다 좋은 기자가 더 많다.
그것은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태영의 일과 관련된 기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으웩~.”
자칭 강욱은 또다시 토악질을 하며 거북한 속을 비워 냈다.
“여기 피자 시키신 분?”
태영이 놀리는 말이었지만, 다들 못 볼 것을 보았다는 표정이다.
“아우 씨, 이게 뭐야. 디럽게.”
자칭 강욱이 토해 낸 토사물이 옆 사람의 발에 튀었다.
뒤늦게 그걸 본 옆 사람이 소리 지르며 강욱을 밀어냈다.
속이 뒤집힌 강욱이 그걸 버틸 힘이 있을 리가.
~철퍽~
강욱은 힘이 빠지며 무릎을 꿇었다.
하필 토사물 가운데.
“으웨에에엑.”
강욱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그걸 보며 연신 구토를 해 댔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만든 피자 판 위에 엎드렸다.
***
고진대 주차장.
“선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1년 후배 김가원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옆자리에 올랐다.
“왜?”
“언니 사장님.”
“학교에서 사장님으로 부르지 말라니까.”
지난번 회식에 참여한 이후로 급격히 가까워진 1년 후배.
선배에서 언니로, 다시 사장님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얼마 전에 리얼판타즈 공개 채용에 응시했고, 합격한 예비 직원이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을 맞이하면 출근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는 조기 취업 출석 인정 요청을 통해 2학기에는 학교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후배이지만, 졸업은 같이한다.
“네, 그럴게요. 와, 근데 진짜 차 좋다.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
“생일 선물로 받은 거야.”
“꺄아악, 생일 선물. 그분이?”
“그래, 근데 왜?”
“와, 대단하신 분이야. 생일이라고 이런 어마어마한 차를 선물하다니.”
“자, 내리자.”
“아, 내 정신 좀 봐. 언니, 어제오늘 뉴스에서 언니의 그분을 계속 까대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언니는 별일 없나 해서요.”
“별일 없어. 그리고 오빤 별로 신경 안 써.”
“왜요?”
“다들 쥐뿔도 모르면서 소설을 쓰고 있으니까.”
“와아, 언니 카리스마 짱이에요.”
이새봄은 그 말을 들으며 김가원이 타면서 닫았던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런가?
어느 대목에서 카리스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표정이었는지, 말투였는지.
한때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전혀 두려움이 없고,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으니까.
회사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그가 만들어 준 변화일 것이다.
“언니, 궁금한 거. 학부생은 정기 주차권 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차에서 내린 김가원이 금방 뒤따라오며 묻는다.
“왜? 차 사려고?”
“에이, 제 형편 뻔히 아시면서. 그냥, 주차료가 굉장히 비쌀 텐데 어떻게 하시나 해서요.”
그래, 안다.
“그냥 종일 주차료 내는 거야.”
“우와, 몇 만 원이나 되는 그 돈을 내고 주차해요?”
“그래.”
“휴, 부러워.”
“회사 입사하면, 부지런히 모아서 너도 사도록 해.”
자동차가 갖고 싶기는 하겠지.
자신도 그를 만나기 전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지만.
“히잇, 그래야죠. 참, 체험 존 공사 끝난 거 아시죠?”
“응,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수업도 하나 있고, 거기 최종 확인차 온 거야.”
“그럼 그때, 같이 가 봐도 돼요?”
바로 이것 때문이다.
김가원이 온갖 사족을 가져다 붙이며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이유.
누구보다 먼저, 미리 가 보는 것.
체험 존 공사를 시작하면서 교내에 소문이 퍼져 나갔고,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다.
6월이 되면 리얼판타즈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하나’의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다.
동시에 론칭되는 하나톡과 하나보이스 서비스가 있다.
‘메타하나’에서 사용되는 톡 앱과 음성 통화 앱이지만, 지금 기자들이 달려들어서 시끄럽게 하고 있는 위성 통신과 연계되어 있다.
그가 말해 준 것이지만, 메타하나 플랫폼 안에서만 가능할 뿐 외부에서 시험해 볼 기회는 없었다.
아직 위성 통신이 서비스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가 된다고 하면 무조건 되는 거다.
“그래, 같이 가자.”
“네, 언니.”
김가원은 좋다며 팔짱을 낀다.
~부아아아아아아앙~
그때, 위협하듯 요란한 배기음을 내면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소리.
주차장 안에서 무슨 속도를 저리 내는지.
“아이구, 저년 저거 또 지랄이네, 포티세 좀 탄다고.”
김가원이 귀를 막으며 투덜거린다.
“왜? 누구이기에?”
“조세현 그년, 언니도 아는.”
“아, 그래?”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