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6
262. 특집기사(7)
김가원이 ‘그년’이라 부르는 조세현.
그날,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그 영상으로 시비를 걸어 왔던 못된 동기인데 모를 리가.
마치 조폭의 두목처럼 남자 동기들과 선배들을 끌고 다니며 중딩 일진 같은 짓을 하는 철없는 년.
대학에 와서 만들어진 악연 중에 최악 1순위다.
그날 이후 몇 번 마주치기는 했다.
조세현이 자신을 노려보며 계속 시선을 맞추는 일이 많았지만, 그냥 벌레 보듯 무시하고 다녔다.
두려워할 이유도, 어려워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쓰레기 취급을 해 주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 아버지가 회장이라더니, 졸라서 산 건지 아니면 어느 놈 하나 꼬셔서 산 건지. 한 번씩 저따위로 요란 법석을 떨면서 나타나요.”
이새봄은 주차 위치로 들어가는 포티세를 바라보며 제니아를 툭툭 건드렸다.
[포티세 7 Casman, 약 8천만 원 선에 구입 가능했던 4년 전 모델입니다.]위니의 말을 들으며 빙긋 웃었다.
“부럽냐?”
김가원과 함께 고개를 돌리는데, 차에서 내린 조세현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비아냥거렸다.
부럽긴.
포티세 중에서 가장 싸구려 타고 다니면서 부럽냐고 묻다니.
어지간히 내세울 것도 없나 보다.
혹시 집에서 내놓은 자식은 아닐까?
언젠가 제 입으로, 제 아버지 회사가 재벌 순위 몇 위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저딴 것으로 자랑을 하나?
“가원아, 가자.”
“네, 언니.”
“야.”
돌아서는데 조세현이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고함을 지르는 조세현.
그냥 시비일 뿐이다.
“이새봄, 네 남친인가 그 새끼, 요즘 꼴좋더라? 아주 도둑놈 새끼인 줄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네. 나랏돈을 제 돈으로 생각하나 봐.”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는데.
뉴스라도 본 건가?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 말하지만, 주차장에 다른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듯 하는 저 행동과 도도한 말투라니.
‘하, 쥐뿔도 모르는 것이 저기도 있었군.’
‘그런데 뭣도 모르는 주제에 내 남자를 도둑놈 취급하다니.’
그 와중에 김가원은 뒤로 손을 내밀어 가운뎃손가락을 밀어 올렸다.
“이 씨발년이 뭐 하는 거야?”
김가원이 내민 가운뎃손가락을 보고 약이 오른 것인지 저급한 욕을 뱉어 냈다.
‘이유 없이 내게 칼을 겨누면 용서하지 않아.’
그에게 두 번쯤 들었던 말이다.
자신이 상대에게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자신을 공격하는 대상이 있으면?
처음이거나 화가 나더라도 그냥 넘어갈 만하면 무시하고 넘긴다고 했다.
일일이 모든 일에 대응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그 정도를 넘어서면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신세를 진 일 일이 있다면 넘치도록 보상을 해 준다는 것.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떻게?’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이제는 잘 안다.
그래, 맞아.
그게 맞는 거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칼을 들이밀면 용서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위니와 함께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위니, 마스터를 모욕했으니, 조금만 혼내 주자.’
핸드백으로 가려진 손끝이 빠르게 움직였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수준을 정해 주십시오.]위니가 잘 결정했다고 하는 말에 적잖이 위안이 되었다.
‘이런 때, 오빠는 보통 어떻게 해?’
이런 일에 어느 수준으로 처리하는지 미리 좀 알아 둘걸.
[차를 망가트리거나, 쇄골을 분지르거나, 병원에 한동안 입원해야 할 정도입니다.]헛.
쇄골을 분질러?
조금 놀랄 일이기는 하지만, 쇄골을 분지르는 것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래?’
[물론 대상이 조폭으로 칼을 들고 위협을 가했습니다.]‘그럼 타이어 셋, 엔진 고장.’
그 정도만 하자.
자동차가 그리된 이유를 조세현은 모르겠지만, 까닭 없이 모욕한 것에 대한 대가이니까.
[알겠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그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로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비하하고, 물어뜯고 있는 언론과 그 기사에 동조해서 함께 물어뜯는 무리들을 상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직접 처리해도 될 것 같다.
가방에서 사프캣 하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위니가 알려 왔다.
“가자.”
“네, 언니.”
이 새봄이 발걸음을 떼었다.
“어? 언니, 시계 샀어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 5월이라 반이 접혀 올라간 소매로 인해 손목에 노출된 제니아.
김가원이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아, 선물 받은 거야.”
대답을 하며 계면쩍게 웃었다.
또 선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 너무 예쁜 것 같은데, 메이커가 어디예요? 어디서 구입했대요? 아니, 아니, 얼마나 한대요?”
쉴 사이 없이 질문해 오는 김가원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다.
그전에도 차고 있었지만,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단순한 시계가 아니란다. 돈 있어도 구입할 수 없구.’
그때였다.
~픽~쇄애애애애애~
이렇게 빨리?
~피익~푸슈우우우~
잠시 생각할 틈도 없이 이어서 다른 타이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야?”
발소리를 타닥타닥 내면서 따라붙던 조세현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혼잣말을 남기고 발자국 소리는 뒤로 멀어져 갔다.
“뭐야? 펑크?”
사프캣이 되돌아왔다.
엔진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심 대리, 유 부장님 오시라고 해요.”
“네, 사장님.”
인터폰을 통해 심다윤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트루아이즈 팀을 위한 다음 아이템을 머리에 떠올렸다.
“위니.”
[네, 마스터.]“전에 고려에서 플라즈마 포와 비행 슈트를 사용한 적이 있어.”
[특수군 침투조가 게릴라 작전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입니다. 29개 시리즈의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많기도 하다.
“내가 사용했던 것은 제조 연도가 2075년으로 기억해.”
아마 맞을 거다.
지금 생각해 봐도 워낙 무서운 무기여서 제조 연도를 기억하고 있다.
[그 시기의 것은 3차 개량된 제품입니다. 12회의 개량 후에 새로운 무기로 대체되기 전까지 특수군 침투조의 대표적인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난 무기보다는 비행 슈트 쪽이 궁금해.”
[에어 재킷. 비행 슈트 이후에 나온 제품으로 개발 후에 102년간 가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용된 제품이 있습니다. 영상 보내 드릴까요?]“사이니지로 보자.”
[네, 마스터.]~똑똑~
[유제범이 왔습니다. 함께 봐도 되겠습니까?]“나중에 봐야 할 모양이다.”
[네, 마스터.]“들어와요.”
~딸깍~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문소리가 들리고, 유제범 부장이 들어왔다.
“어서 와요. 다들 갔나요?”
엘리베이터 룸에 진을 치고 있던 가자들의 상황은 알고 있지만, 물었다.
“119에서 오고, 경찰이 와서 조사도 하고 하면서 대부분 갔습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기자들이 몇 있었는데 모두 떠나고, 그래도 둘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침부터 아주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래도 9층이나 11층으로 가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사옥 말씀이죠?”
“맞아요.”
“오늘 이 난리를 겪고 보니, 저 역시 간절했습니다. 지난주에 한번 보고 드렸듯이 사장님이 지정한 지역의 매물은 작은 건물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보고를 받기는 했다.
사옥으로 쓸 만한 건물은 매물이 없고, 매물로 나온 건물은 모두 작다고 했다.
부지를 사서 지으면 되지만, 그것 역시도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범위를 넓혀 볼까요?”
“넓혔을 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오피스 건물은 시내에는 많이 있지만, 말 그대로 사무용 건물이어서 제조 공장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문제라면?”
“화물차의 드라이브인 시스템과 호이스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 그래요?”
그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유동 물량이 많기에 드라이브인 시스템이 안 된다면, 특히 메이스타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커진다.
호이스트를 사용할 수 없다면 드론을 이용하여 화물 엘리베이터를 대신하는 방법에도 함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네, 그래서 지식 정보 단지 내에 있는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가능해요?”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편법을 좀 사용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요. 맡기지요.”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유제범 부장과 회의를 끝내는데, 위니가 불렀다.
[지금 사무실에 찾아온 손님이 국회의원 비서관입니다.]그냥 찾아온 손님이라면 위니가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장님.”
“네.”
“기사에 대해 반박 성명이나 해명을 생각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유제범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시끄럽다.
아침에도 그 난리를 쳤으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냥 두고 봅시다.”
“알겠습니다.”
태영의 말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제범이 고개를 꾸벅하고는 몸을 돌렸다.
[국회의원 임미지의 6급 비서관 연효주입니다. 본인을 밝히지 않고 마스터를 찾습니다.]위니가 방문객의 인적 사항을 알려 주었다.
여성 국회의원으로 언론에 꽤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태영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고.
“임미지, 지난주 회의에 참석한 곳인가?”
[그렇습니다. 과방위 소속입니다. 그리고 연효주의 폰에서 마스터에게 발신된 부재중이 42건 있습니다.]해당 위원회에 속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전화 찍 해서 오라고 하지 않고, 찾아왔다고?
지칠 만큼 전화를 했다.
그런데도 통화가 안 되니 결국 찾아온 것이다.
“만나 보자.”
어제부터 모든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이 아니라면 볼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한번 만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우우웅~
과연,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폰이 울렸다.
“네.”
[사장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오셨다는데, 혹시 자리에 계십니까?]“이리 보내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테이블 위의 버튼을 누르자 비서실 심다윤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좀 있으면 국회의원 비서관이 올 텐데, 브리핑 룸에서 기다리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지시 있으십니까?”
“하던 일이 있으니 마무리하고 가겠다고 전달하구요, 사이니지에 뉴스 채널을 틀어 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심다윤이 웃으며 나갔다.
뉴스 채널을 틀어 두라는 말, 제법 긴 기다림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알겠지.
“위니, 임미지와 단짝으로 보이는 국회의원 한 명 있지?”
태영이 뉴스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기에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고 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인명준. 임미지와 불륜 관계입니다.]“뭐?”
[인명준이 사용 중인 타인 명의의 오피스텔에 임미지가 드나듭니다.]국회의원들끼리?
“야, 이건 뜻밖인데? 언제 확인했어?”
가만 생각해 보니 그쪽도 남자와 여자라는 거다.
[지난주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폰에 인태프를 심었습니다.]아, 그렇게 하라고 시켰지.
[그중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온 사람들이 넷 있었습니다.]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단지 짐작만 될 뿐이지만.
“그럼 양쪽의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어?”
알고 있는 사람이 둘이라.
여자 보좌관이 눈치가 빨라서?
아니면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유선과 나은혜가 서로 비밀을 주고받는 사이?
아무튼, 뭐가 되었건.
“두 사람의 자료가 많아?”
[네, 많이 확보되었습니다.]***
40분.
기다리게 한 시간이다.
화가 나서 갔거나, 재미있게 뉴스를 보거나.
~똑똑~
노크를 했을 때는 시계가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박우진 기자와 그 일행이 벌인 난교 영상과 재벌 기업에게 협박, 공갈을 한 음성 파일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30분이 지난 시간이다.
문을 열자, 사이니지에 영상이 디스플레이 되고 있고, 뉴스 채널 앵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영상 앞에서 허둥지둥하고 있는 한 사람.
사이니지에 보이는 정지 영상은 포기 처리가 되어 있어서 난잡함이 가려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 흐릿함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뉴스 채널들이 재빠르기도 하지.
11시에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벌써 안개 편집을 해서 방송되고 있다.
“어서 오세요. 내가 많이 늦었죠?”
돌아보는 사람은 화가 난 표정이다.
40분을 기다리게 했으니 당연하겠지만.
바쁜 일이 있어서 마무리하고 간다고 미리 말해 두었다.
“의원님께서 뵙기를 원하십니다.”
연효주는 인사를 하거나,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위세를 등에 업었다고 다른 사람과는 말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아주 웃기네.”
“뭐라구요?”
태영의 말에 부르르 화를 내는 말투다.
“의원님은 누구이고, 그쪽은 누구요?”
“아.”
연효주는 오랜 기다림으로 인해 화가 났으니 그냥 내뱉은 말 같다.
“실례했습니다. 임미지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온 연효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요?”
“…맞아.”
자신이 환생을 했는지 빙의를 했는지, 혹은 둘 다 했는지.
삼별초의 선단이 이곳으로 어떻게 이동했는지, 여전히 알 순 없었다.
행동의 이유도 방식도 설명되지 않았다. 정말로 모순사라는 일개 게임사가 자신을 이곳에 보내진 않았을 터다.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던 건 확실했다.
이번에 이렇게 예진이 환생한 것 또한 마찬가지.
그러니 상민은 그녀와 함께 비로소 우유니 사막에 나아갔다.
세 번째 만남을 위해.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