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7
263. 변화의 조짐(1)
“네?”
그런 질문으로 되돌아올지 몰랐겠지.
“만나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왜 보자고 하느냐구요?”
“아, 그게 의원님이 한번 보자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왜요?”
“…….”
입을 앙다물고 노려보는 모습이라니.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만나자고 하면, 그저 고마워서 허겁지겁 만나러 간 것인가?
설마 그럴 리가.
뭔가를 빼앗기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간 것일 거야.
“난, 그냥 만나자는 말을 전달하러 왔을 뿐입니다.”
“서신을 보냈는데 내용은 없고, 빈 봉투만 발송?”
“뭐요?”
“왜? 내가 틀린 말 했소?”
“……전달했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전하세요.”
“……사업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방금 그거, 국민이 뽑아 준 국회의원이 국민을 협박한 거죠?”
“…….”
연효주의 인상이 더욱 굳었다.
사업을 힘들게 만든다고?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말도 있다.
연효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대로 브리핑 룸을 떠났다.
‘국민을 위한다는 개소리는 좀 하지 말고.’
그 말을 해 주려고 했는데, 잠시 참아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
~우웅~
[류지현입니다.]“왜?”
[잠시 기다려 봐.]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요, 제스.]“웬일이십니까?”
연락처를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류지현을 시켜 전화한 것 같다.
[얼굴 보고 할 이야기가 있소. 오늘 중에.]“아침에 프린세스와 나눈 이야기 말고 더 있습니까?”
[만나서 할 이야기요.]전화로는 한마디도 안 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지요. 어디서 볼까요?”
제스는 잠시 후에 류지현을 통해서 연락하겠다고 했다.
“왜 이렇게 자꾸 꼬이지?”
이렇게 꼬여서 될 일이 아닌데, 미묘하게 꼬이는 느낌이다.
[저녁 식사. 8시]류지현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은 20분 후다.
대체 왜 저녁 식사를 그리 늦게 하느냐구?
“너도 참석해?”
[글쎄, 그건 몰라.]“그것도 모르면서 연락만 한 거야?”
[내가, 네 연락책 아니냐? 그리고 한 가지 묻자.]“물어봐.”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 난 거. 너와 상관이 있지?]“우주 통신을 나 말고 다른 곳에서도 추진 중이야?”
[이거 왜 이래? 모르는 척?]“모르는 척이라니?”
모르는 척이 맞기는 하지.
[그거 말고, 그 이상한 영상 말이야.]“아, 기자 놈들이 발가벗고 파티 벌인 거?”
[그래.]“나는 잘 모르는 일이야.”
[진짜야?]“생각을 해 봐. 그놈들이 유흥 주점에서 알몸의 여자들과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어찌 알았겠냐? 그리고 또 그걸 무슨 수로 촬영해?”
[이상하단 말이야. 이건 분명히 네 짓인데.]“자꾸 의심병이 깊어 가는구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봐.”
[지랄, 그럼 해킹이라도 한 거야?]“그런 실력이 있는 해커가 있으면 내가 데려와서 쓰고 싶다.”
[아무튼.]“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만날 사람이 누구야?”
류지현이 말하는 오늘 저녁.
그 자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저들과 가능하면 엮이지 않으려 했지만, 방법이 없는 듯하다.
[말해 줄 수 없어.]“안 나가는 수가 있다.”
[오늘은 그러면 안 돼.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야.]“그러니까, 누가 나오는지 말해.”
[나와 보면 알게 돼. 끊는다.]“…….”
태영이 다음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전화는 끊어졌다.
“위니.”
[인적 정보 전송해 드리겠습니다.]“그래.”
어쩔 수 없다.
그전에도 저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지만, 어떻게 하든 모르는 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졌다.
[마스터, 올리비아 연락입니다.]“Hi. Olivia.”
[친구, 안녕]영어 대신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서양인의 억양이 배어 있지만, 한국어는 한국어다.
“아, 한국어 배우는 중?”
태영도 한국어로 물었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몇 년 전부터 무척이나 늘었다고 하니 이해는 하지만, 올리비아도?
[네, 맞아. 그리고 많은 사람들 will visit you. 그거 알려…… 주려고…… I called to you.]아직은 서투른 한국어로 인해, 영어와 한국어를 앞뒤가 맞지 않게 섞어 쓴다.
거기에 반말과 존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래도 일부러 전화해서 태영을 찾아올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그래? 고마워.”
[내게 준 약, It was developed by your father’s company, right? (아버지 회사가 개발한 것이지?)]“맞아.”
[음, 미리미리, You have to be thoroughly prepared. (철저히 준비해야 해.)]역시 한국어로 모두 말하지 못하고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영어로 넘어간다.
“많은 사람들,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What?]“찾아오는 이유, 약, 그 때문?”
단어 단위로 잘라서 물었다.
영어로 물으면 올리비아가 더 쉽게 알아듣겠지만,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니까.
[여러 이유, 치료제도 그중 하나.]“알았어.”
[해킹, 스파이, 대비해야 해.]“해킹?”
태영이 만들어서 배포하고 사용 중인 메티급 컴퓨터의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페사티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네, 다음에 또 연락. Goodbye.]거기까지 말한 올리비아가 전화를 끊었다.
지극히 간단한 내용이다.
‘(조직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지난번에 조셉과 함께 방문했을 때 올리비아가 했던 말이다.
올리비아가 알려 주려 한 것은 조셉의 말을 전하는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그 이유 중에 몇은 이번 특집 기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하튼 도움이 안 되는 놈들.”
아버지에게도 연락을 해 둬야 할 것 같다.
“동영상 올린 거 반응 어때?”
[현재까지 링크 따라온 댓글 수만 30만 돌파했습니다.]되돌아와서 느낀 것이지만, 이슈는 이슈로 치고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양쪽으로 나눠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지울 수 없도록 처리되고 있지?”
[시스템 관리자가 계속 지우려 시도하고 있고, 그 시도는 잠복 중인 시스템 바이러스로 인해 차단되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검은 정장.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이다.
“모시겠습니다.”
뒷문을 열어 주는데, 기사가 앞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 사람은 안내인이다.
태영은 아무 말 없이 뒷좌석에 올랐다.
안내인은 차 뒤쪽으로 돌아 운전석 뒷자리에 앉았다.
“어디 소속이오?”
“…….”
대답을 대신해서 운전석을 툭툭 건드리자 차가 매끄럽게 출발했다.
“어디로 갑니까?”
“…….”
여자는 여전히 답이 없다.
시선은 정면으로 향하고 있지만, 눈동자가 태영의 방향으로 살짝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실장님께서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대답은 차가 출발하고, 건물 주차장을 빠져나온 후에 들려왔다.
“흠, 대통령 비서실장이라.”
“…….”
“궁금한 것이 정말 많은데, 질문하면 대답해 줄 거요?”
“죄송합니다.”
“심부름 온 사람이니 이해는 합니다. 오정미 사무관님.”
오정미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안 봐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름을 말해 준 적도, 자신의 직위를 말해 준 적도 없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사무관이라는 것까지.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고개가 홱 돌아왔다.
얼굴도 붉어졌다.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질문 하나에 답 하나, 하나씩 주고받기 할까요?”
“…….”
태영의 장난에 대답을 대신해서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갔다.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문답하지 않을 것이다.
총리가 부른 손님이니 화를 내지도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제법 지나서야, 어쩔 수 없이 화를 풀고 그곳에서의 행동 요령을 설명했다.
시선 처리와 말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하듯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도착했습니다.”
청담동이다.
1층의 주차장 안에 차가 도착하자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문을 열어 준다.
~똑똑~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네.”
노크 후 잠시의 틈을 두고 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십시오.”
오정미 사무관이 문을 열어 주었다.
룸 안에는 TV에서 본 국방 장관이 앉아 있고, 그 맞은편에 과기부 장관도 보인다.
류지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참석하지 않은 모양이다.
제스까지 네 명? 아니다.
의자의 배치로 봐서 한 명이 더 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내가 제일 늦었네.”
이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TV에서 보았다.
오정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고, 태영의 자리로 지정된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럼 남은 곳은 비서실장 자리다.
“어서 오십시오.”
국방 장관이 일어서며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과기부 장관도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과기부 장관의 말이 끝나고, 비서실장이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들 테이블 위에 자신들의 폰을 화면이 위로 향하게 놓아두고 있다.
녹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런 방법을 쓴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태영도 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이 위로 보이도록 놓았다.
그리고 크로스백에서 레티어를 꺼내 폰 옆에 나란히 놓았다.
메이스타에서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홀로그램 스크린을 가진 PC 레티어.
모두 태영의 행동에 별 의심은 없는 듯 그게 뭐냐는 의문의 시선은 보이지 않았다.
“반갑소. 내 이름은 알 것이니 생략하고.”
비서실장이 태영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네, 반갑습니다.”
답을 하며 손을 맞잡았다.
안 반갑다.
자의로 나온 자리가 아닌데, 반가울 리가.
다만, 이왕에 이 자리에 나와서 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뭔가 하나라도 얻어 가야지.
뭘 얻어 갈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 중에 조금은 밀고, 조금은 더 당기고 하면서 그때 나오는 것을 낚아채면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사람들 모두 엄청난 거물들이다.
이런 거물들이 태영을 보자고 한 자리에 모였다.
대체 왜?
그리고 비서실장쯤 되면, 심부름하고 받아쓰기해 줄 비서관 한 명쯤 뒷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세 사람 모두 비서관이나 보좌관 같은 사람들이 앉을 자리는 없다.
“요즘 모르는 사람 없지요?”
비서실장이 태영을 가리키며 다른 사람을 둘러보았다.
“네, 워낙 유명인이라.”
“전역 당시부터 유명했죠.”
두 사람이 빙긋 웃음을 짓고 있고, 제스는 그냥 눈인사만 했다.
“자, 일단 식사를 먼저 합시다.”
“네, 그러시지요.”
처음부터 압박을 가하려는 느낌은 없는데?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선입견이 극도로 나쁜 태영으로서는 조금 의외이다.
미디어에 비친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는 한결같이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모습이다.
동시에 그 미디어에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또 다른 모습은 매일같이 개싸움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고위직 공직자는 책임 회피에만 열을 올린다.
식사는 커다란 상에 한 번에 나오는 형식이었다.
“어우, 푸짐하구만. 자, 식사합시다.”
“네.”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학생이시라구?”
과기부 장관 전억기의 질문이다.
“……네.”
‘응, 맞아.’라고 대답할까 하고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초장부터 싸우자고 하는 것보다는 한번쯤 넘어가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 대단해요.”
“그 일이 있을 당시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겨우 얼굴을 보게 되는군.”
국방 장관 이강수.
태영이 전역할 당시에는 국방장관이 아니었다.
새로 임명된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라진 8일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라며 그렇게 사람을 괴롭힌 곳의 수장이다.
그로 인해 전역이 19일이나 늦어졌다.
이 시대로 돌아와서 정신이 들기까지 사라진 8일.
그 기간을 복무 기간에서 제외하고도, 11일간 더 군 생활을 했다.
“한낱 졸병의 일을 일국의 장관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조금은 짜증이 나서 시큰둥하게 말을 뱉어 냈다.
태영의 반응에 비서실장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시선이 돌아왔지만, 고개를 돌리며 바로 풀어졌다.
“졸업은 언제 해요?”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의 나이는 66세인데, 반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주현 비서관으로부터 뭘 좀 듣고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3학년입니다.”
“학업에, 회사 일에 어려움이 많겠어요.”
“할 만합니다. 그래도.”
“회사가 꽤 여럿이던데. 모두 경영에 참여해요?”
“각각 대표자가 있으니 그쪽에 맡겨 두고 있죠.”
이 자리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을까?
정부에서 한 사람의 신상 정보를 털려고 마음먹으면 밝혀내지 못할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은근슬쩍 물어보는 것뿐이다.
“하긴 다들 최 대표보다 사회생활을 오래했으니.”
“맞습니다. 경험이 더 많지요.”
이런저런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이어진 식사시간이다.
“유공자 지정이 되지 않아서 서운하지 않소?”
돌아오지 못한 352명의 군인들은 유공자로 지정이 되었지만, 살아 돌아온 태영은 빠졌다.
“돌아온 사람이 서운하다 생각할 것은 아니지요.”
“그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다고 들었소.”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도움을 주었지만, 뒤통수도 맞았다.
뒤통수 맞은 것을 꽁하게 계속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차기원이나 선영란은 다르다.
확실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식사 시간이 지나갔다.
빈 음식 그릇들이 치워지고, 차가 나왔다.
“미군에 판매한 것. 허가받지 않았지요?”
국방 장관이 물었다.
이게 국방 장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DIA와 발표에 대한 조율이 되지 않아서 외부에 발표는 하지 않고 있는 건이다.
발표하지 않았다고 정부에서 모를 수는 없다.
미국 국방 정보국의 일이니, 그냥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전략 물자도 아니고, 대외 무역법에서 정하는 기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있던 가요?”
“…….”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