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18
264. 변화의 조짐(2)
드론이 전략 물자에 해당되는지, 금수 품목인지 따져 본 적은 없다.
아마 국방 장관도 세세하게는 모르겠지.
태영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전략 물자라고 하더라도 무기가 아니라면 국방부에서 끼어들 일은 없을 것이다.
그조차도 통상 산업부 관할일지 모르지만.
“아, DIA에서 수입키로 했다고 하니,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일 거요.”
비서실장이 보완 설명을 하는 이 이상한 모습이라니.
“질문이 잘못되었네. 동일한 것을 우리 군에 도입한다면, 하는 생각에 무심결에.”
역시 국방 장관은 허락 없이 반말이다.
기껏 밥 한 끼 같이 먹었다고 반말해도 되는 사이로 생각하는 것일까?
“화물 수송용 드론입니다.”
물론 정찰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공급 물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미다.
그러나 이들은 클라미가 어떤 용도인지 모를 것이다.
“그것으로 무기를 수송할지, 일반 군수품을 수송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도입한 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트럭을 사는 사람에게 판매자가 무를 실을 거냐, 배추를 실을 거냐 따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무를 싣건, 배추를 싣건 트럭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국내 공급 예정은 언제로 생각하고 있소?”
비서실장이 물었다.
이 질문의 의미는 다르다.
이건 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군이라는 제한된 영역이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민간에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이걸 다이나믹 스카이의 류기현을 불러 물어보지 않은 것은 이주현과 제스와 상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스는 드론이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서가영을 구하는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다.
말을 한 사람이 ‘너지?’라는 의미를 담아 제스에게 시선을 주었다.
제스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만 바라보고 있다.
“민간에 공급하면, 화물 운수업을 하는 회사와 운수업 종사자는 모두 파산하게 될 것입니다.”
“파산?”
“그래서 팔지 않는 것입니다.”
맞다.
일반 물류 분야에 드론을 도입하면 화물 운수업 종사자는 모두 파산한다.
“아…….”
“그게 정말이오?”
“내가 여기서 거짓을 말해서 얻는 것이 뭐가 있다고.”
“허어, 모든 운수 종사자의 파산이라.”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담은 시선을 보낸다.
“DIA가 도입한 수송용 드론은 한 사람이 PC 1대로 수십 대에서 수백 대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아하.”
믿어지지 않아서 내뱉는 소리인지, 어처구니없어서 나오는 한숨인지.
수천 대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동시에 차량 운송 대비, 연료비는 1퍼센트 이내.”
“운송 유류비 원가가 1% 이내로 줄어든다는 거지요?”
“네.”
“그게 정말 가능하오?”
“당연하죠. 보조 배터리로 움직이는데.”
“그런데 왜?”
“왜 보급하지 않느냐구요?”
“…….”
말로 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사람들이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야?
조금 전에 파산 이야기를 했는데.
일부러 태영의 입에서 나온 답을 듣고 싶어서 모르는 체하는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데.
“운수 회사와 종사자의 파산을 막을 방법.”
“흠…….”
몰라서 판매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운수 노조가 한 번씩 총파업을 하는데, 그럴 때에는 국가 물류망이 올 스톱이오. 그런 때에 대응이 가능하겠소?”
비서실장의 질문이다.
“그들이 우리 회사에 불 지르지 않을까요?”
“…….”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회사에 쳐들어와서 불 지를 수도 있다.
그래도 말 나온 김에 조금 더 말해 두는 것이 좋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생각은 할 테니까.
“공장 출하 현장에서 드론에 수송용으로 적재하면 상하차까지 동시에 해결되지요.”
“흠.”
“국가 물류망이 일거에…….”
그렇게 말하면서 비서실장이 태영을 빤히 본다.
산업 통상부 장관이 할 이야기 아닌가?
“수송용 드론을 폭격기로 전용할 수도 있는가?”
잠시 조용히 있던 국방 장관이 물었다.
“그건 운용 방법이니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지만, B-2급보다 수송용 드론 1개의 효율이 더 높을 수도 있는 거고.”
“응?”
“그게……?”
“스텔스 기능이 있소?”
B-2와 비교를 하니, 조금 놀란 모습에서 곧바로 스텔스 기능을 물어온다.
머리가 다들 잘 돌아가는 사람들인데?
역시 조금 전에 왜 보급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태영으로부터 나올 말을 기다린 것이었다.
“네.”
“아니, 정작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가볍게 물어본 것이…….”
그래.
오늘 보자고 한 것은 위성 통신과 반도체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국방 장관의 질문으로 인해 이야기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거, 따로 한번 시간을 가질 수 있겠소?”
비서실장이 물었다.
“네,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실장님.”
비서실장이 주제를 돌리려 하는데, 국방 장관이 돌리는 키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네, 장관님.”
“DIA가 도입한 것을 생각해 보면, 군에 도입할 시에 군의 수송 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또,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을 병사들의 급여를 올려 주는데 사용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 말 되는데요.”
과기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의 편을 들어 준다.
“병사들의 월급이라…… 거참.”
병사들의 월급 이야기가 나오면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그것도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고, 수송비를 절감하여 급여에 충당하겠다고 하면, 발을 뺄 수가 없다.
군에 수송용 트럭을 공급하는 회사는?
옆에 앉은 제스의 시선은 계속 찻잔 속에 있다.
그 시선 속에 포함된 수많은 뜻은 모르겠지만.
“그럼, 그것도 중요 의제로 별도로 다루는 것은 어떻습니까?”
“찬성입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국방 장관의 찬성에 한발을 보탠 과기부 장관의 시선이 태영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수송비의 절감은 철도 운송이나 해외 수출품 운송에도 연결되지 않을까요?”
비서실장의 반문에 과기부 장관이 의견을 제시했다.
“또, 대중교통에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
“그렇습니다. 지금 대중교통의 적자가 연간 수조 단위입니다. 드론을 버스로 활용하면 안 되기라도 합니까?”
이건 뭐, 상상의 나래가 장난이 아니네?
이건 태영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대신 드론을 도입한다?
그거 정말 획기적이네.
“그럼, 최 사장.”
“네.”
“버스를 드론과 연계하여 운전기사가 운전할 수 있는가?”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그게 무슨? 안 된다는 거요?”
“드론을 버스처럼 만들면 되죠. 드론에 운전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사를 모두 없애지 않으려면 그들이 운전하게 하면 되는 거구요.”
“하…… 이거 정말.”
“그거 너무 나간 거 아니오?”
국방 장관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시늉을 하며 물어온다.
“너무 나가다니요?”
“SF 세계도 아니고, 그게 가능한 일이오?”
“불가능한 이야기를 왜 합니까? 그것도 아주 쉬운 일을.”
“드론 버스는 교통 흐름에 방해를 주거나, 사고가 날 가능성은 있지만, 드론 열차는 획기적이오.”
열차는 선로를 따라 운행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다.
“사고가 왜 납니까?”
버스 이용 시의 사고를 말하기에 물었다.
“기사가 운전하겠지만, 긴급 상황에 대처가 불가능할 거 아닌가?”
“에이, 인공 지능을 너무 무시하시네. 오히려 사고가 줄어들 겁니다.”
“아, 잠깐잠깐.”
비서실장이 두 팔을 들어 말을 끊었다.
“사고가 더 줄어요?”
“자율 주행 시스템의 레벨을 6단계로 정의하는 것은 알죠?”
“그렇소?”
“6레벨이면 운전자가 없어도 되죠. 완전한 자율 주행이 되니까.”
“그런데요?”
“얼마 전 대기 자동차에 7레벨 샘플을 공급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6레벨까지로 정의한다고 해 놓고, 바로 7레벨이라고 하니 말도 안 되는 것이 맞지.
“대기 자동차에 샘플 공급을 했으니, 그걸로 시험용 자동차를 만들고 있을 겁니다.”
“아아, 이야기기 이렇게 꼬리를 물고 넘어가면 정작 할 이야기를 못 하니까, 아까 이야기처럼 별도로 한번 이야기하기로 하고.”
“네.”
“그리하시지요.”
그렇게 드론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물론 이후에 더 큰 물결로 태영을 괴롭히겠지만.
“위성 통신 이야기 말이오.”
과기부 장관이 운을 떼었다.
“네.”
“언론에서 수없이 많은 기사를 뿌리고 있는데.”
“오늘 낮에 나온 이상한 영상들과 음성 파일들 혹시 보셨습니까?”
“그거 최 대표가 올린 건가?’
“에이, 그걸 내가 무슨 수로?”
태영이 올린 것은 맞지만, 인정할 수는 없지.
“누구든 그리 의심하지 않을까?”
“쓰레기 놈들이 쓰레기 짓을 하면, 피해를 본 쪽이 의심을 받는 겁니까?”
국회의원들이 잘 쓰는 수법이다.
죄는 제가 저지르고, 수사가 시작되면 수사하는 쪽을 탓한다.
과기부 장관이 손으로 얼굴을 쓸며 마른세수를 한다.
“쓰레기, 쓰레기가 맞기는 한데…….”
“그런 쓰레기들을 분리 수거해서 소각장으로 보내고 싶은 누군가가 벌인 일이 아닐까요?”
찻잔을 바라보고 있는 제스의 표정이 미묘했다.
마치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거, 류지현이 의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일까?
하긴, 과기부 장관도 태영이라고 의심을 했다.
그래도 영원히 밝힐 수 없을 거다.
“허가해 주기는 했는데, 정말 가능한 거요?”
비서실장이 물었다.
질문하는 그 짧은 시간에 국방 장관과 과기부 장관을 쳐다보는 걸 잊지 않는 것으로 봐서, 허가와 관련해서 저 부처와 협의를 했다는 거다.
“쉬운 일이죠.”
“쉬운 일?”
태영의 대답에 과기부 장관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게는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그곳으로 운전해 가는 수준?”
“…….”
“…….”
태영의 말에 다들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다.
“사거리를 지나가려 하는데, 신호를 위반한 차가 사거리 중간에 서서 내게 삿대질을 하는 중이오. 차 안에서는 벌거벗은 무리들이 섹스 파티를 열고 있고.”
“프. 프흐흐흐.”
웃은 사람은 비서실장이다.
차 안의 섹스 파티는 기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니까.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제스는 가련해 보인다.
상상해 보면 참 웃기는 일이 맞다.
“우리가 도와줄 건?”
“그 파티 장면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있네? 그 사람이나 도와주세요. 난 그냥 가만있을 거니까.”
“어떻게?”
국방 장관의 질문이다.
“친고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얼굴 찍힌 놈들 불러와서 마구 조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뭔 초딩도 아니고, 그런 것도 알려 줘야 해?
줄어든 비용으로 병사 월급을 올려 주는 이야기할 때 올라왔던 호감이 식으려 하네.
그나저나 떼거리로 모여서 그런 파티를 하면 무슨 죄로 잡아넣을 수 있는 걸까?
예전에 기사를 본 기억에는 그걸 관람한 사람은 처벌할 법이 없다던가?
“기술적으로는 없소?”
“오히려 방해만 되니, 그냥 가만두시면 됩니다.”
“처음의 그 특집 기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보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할지 궁금해했기 때문이오.”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테니, 보여 주는 것 말고는 없죠. 설명이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고.”
“…….”
잠시 대화가 멈췄다.
어렵지 않다고 해서 그런 건가?
“폰과 관련한 기술은 공개한다고 들었소. 그게 잘 하는 방법인지 검토해야 하지 않겠소?”
통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폰으로 넘어갔다.
“어느 누구나 만들 수 있는가?”
과기부 장관이 반말과 평대를 섞어 쓰는 것이 묘하게 거슬리는데, 확 그냥.
“공개한다고 아무나 만드나요?”
“그럼?”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면 알아서 만들겠죠. 시험을 통과하면 팔 수 있는 것이구요.”
태영이 생각해 봐도 너무 설렁설렁 답하는 것 같다.
“세계 표준 인증은?”
“그 부분은 회사가 설립되면 담당 부서에서 TTA 등과 협의 진행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표준 관련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다.
시험 주파수로 허가를 내어 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어차피 주파수 대역은 상관없다.
그 어떤 주파수도 대응이 가능할 테니까.
“이건, 국가적 사업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소?”
비서실장이 물었다.
“미국의 스타조인이나, 카이퍼 같은 곳도 국가사업인지 모르겠는데, 그쪽도 그렇습니까?”
“아, 거긴 자본력이나 기술력 등에서 완전히 다른…….”
그러다가 말을 멈춘다.
자기가 생각해 봐도 애매할 것이다.
“민간에 그냥 맡겨 두면 안 될까요?”
“……?”
“내가 정부에서 출자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냥 지분을 줘 가면서…….”
“그건.”
손을 들어 올려 말을 막는다.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그만두는 것은 쉽다.
“기술 지원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허가만 내어 주면 알아서 하겠다는데,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허가.
거의 모든 일에는 정부의 허가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만, 이런 일은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는 허가 기관이다.
그래서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고, 각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허가 다음은 규제이다.
규제라 이름 붙은 온갖 것들이 발목을 잡고, 뒤로 걸어 넘어뜨리려 한다.
물론 일을 핑계로 한 불법을 막아야 하니, 그건 이해한다.
그게 싫으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허가와 규제라는 바리케이드를 피해 갈 수 없다.
그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아니, 약간은 있다.
그래도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되는데.
“정말 그러면 되오?”
“네.”
“2년 안에 시범 서비스를 하지 못하면 취소한다고 되어 있는데?”
“네.”
간단하게 대답했다.
2년씩이나 필요하나?
“나로 우주 센터 무상 대여는 해 주실 거죠?”
“언제부터?”
과기부 장관이 물었다.
“7월부터 6개월이요.”
사실상 정부 지원을 요구한 것은 나로 우주 센터를 무료로 빌리자는 거였다.
그래서 그걸 빌리는 값으로 6천억 원에 해당하는 5퍼센트 지분을 정부에 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문서로 요청해야지?”
바로 이것 때문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