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21
267. 변화의 조짐(5)
바늘 한 개가 소리 없이 날아갔다.
~윽~
좌측 눈으로 들어간 바늘은 머릿속을 한 바퀴 돌아서 우측 눈으로 나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짚단 넘어지듯 쓰러졌다.
“억, 뭐야. 누구야?”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그 짧은 몇 마디에도 한국어가 서툴다.
~저벅~저벅~
~땡그랑~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걸었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공구 하나를 발로 찾다.
요란한 금속음이 울렸다.
“위니, 영상 꺼.”
[네, 마스터.]이젠 눈으로 모두 볼 수 있는 상태다.
“야, 이놈 막아.”
이 목소리는 상석에 앉았던 자다.
베어링을 손에 들고 되돌아온 바늘을 손끝에서 돌렸다.
문밖으로 나오는 둘.
상석에 앉았던 얼굴이 품에서 쿠크리를 꺼낸다.
~쐐액~
베어링 한 개가 날았고, 바늘이 그 뒤를 따랐다.
~빡~
베어링은 상석에 앉았던 자의 이마 뼈를 깨트리며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박혀 들었다.
힘을 조절해서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박아 넣었다.
“윽~으으윽.”
그사이에 다른 자의 눈으로 바늘이 들어갔고, 역시 되돌아 나왔다.
그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넘어졌다.
“앗, 뭐야?”
안에서 고함 소리가 들린다.
~퍽~
~서걱~
그때, 누군가의 몸에 주먹이 맞는 소리, 단검이 살갗을 가르는 소리가 비슷한 시간에 들려왔다.
이마에 베어링이 박힌 자의 머리를 염력으로 내리눌렀다.
~뻐억~
“끄아아아아악.”
시멘트 바닥에 박은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쓰러졌다.
비명 소리와 함께 경련이 일어나듯 온몸을 바들바들 떤다.
그 정도로 죽지는 않을 거다.
~착~차칵~
단검이 무언가를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사무실 문으로 들어섰다.
경재호의 어깨와 팔, 그리고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만.”
“개쐐끼 넌 뭐야?”
발음이 이상한 소리로 욕을 내뱉기에 바로 바늘을 날려 보냈다.
바늘은 소리 없이 그자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부욱~끄더덩~퍽~
소파 가운데 놓인 테이블을 밀치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자는 테이블과 소파 사이로 넘어졌다.
책상 위에 놓인 갑 티슈에서 휴지를 꺼내 바늘을 닦고 옷깃에 찔러 넣었다.
그러는 사이에 경재호의 시선은 태영에게 향한 채, 피가 흐르는 팔을 움켜쥐었다.
“경재호.”
“누, 누구냐?”
“내가 누군지 알 필욘 없고, 널 죽이지 않을 테니 지혈이나 해.”
“…….”
“그리고 목숨을 구해 준 사람에게 반말이야?”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몇 시간 전에 식당에서 하던 행동에 비하면 사람같이 행동한다.
그때는 영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라를 팔아먹지는 마라.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
~덜컹~
경재호는 아무 말 없이 보다가 사무실 벽에 서 있는 서류장을 열었다.
그곳의 선반 위에는 카람빗, 쿠크리 등이 놓여 있고, 날이 잘 벼려진 단검도 보인다.
아래쪽에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를 꺼내 소파가 있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뚜껑을 여는데, 구급상자이다.
경재호는 거기에서 소독약과 붕대 같은 것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냈다.
태영이 밖으로 나와서 묶을 것을 찾았다.
기계 한쪽에 롤 상태의 노란색 밴딩 노끈이 보였다.
작업장에 널려 있는 면장갑.
그 옆에 놓인 빨간 손잡이의 작업 가위.
장갑을 낀 후에 밴딩 노끈을 주르르 당겨서 몇 가닥을 잘랐다.
밴딩 노끈은 딱딱하고 단단하고 질기다.
칼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단 한 줄만 감아도 사람의 힘으로 끊는 것은 절대 불가능이다.
이마에 베어링이 박힌 자의 목에 밴딩 노끈을 두 번 감아 묶은 후,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의 상단부로 던져 넘겼다.
기계의 허리 위치에 있는 핸들에 밴딩 노끈을 걸고, 적당한 위치에 묶었다.
목매어 자살하려는 사람이 죽기 직전에 매달려 있는 꼴이다.
두 팔을 뒤로 돌려서 손목과 허리를 이중으로 겹쳐서 묶고 발목도 묶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경재호가 응급 처치를 모두 마치고 구급상자 뚜껑을 닫고 있다.
“다 했으면, 밖에 자동차 블랙박스 메모리 빼서 가져와.”
“네.”
대답을 듣고는 의자 하나를 끌고 공장 쪽으로 나가서 매달아 놓은 자의 앞에 놓고 앉았다.
“이름.”
“…….”
“대답하기 싫다고?”
중얼거리며 핸들을 돌렸다.
“끄으으윽.”
밴딩 노끈이 약간 조여지기만 했는데도 목에 핏자국이 생겼다.
경재호가 밖으로 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나오기 전에 사무실 안쪽의 벽에 있는 다른 서류장과 캐비닛들을 당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것도 열리지 않아 그냥 나오는 것이다.
경재호는 바깥에 쓰러진 자와 목에 줄이 감긴 자의 몸을 뒤져서 자동차 키를 빼냈다.
그와 함께 그들의 지갑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갑 안에 있는 거 모두 가져도 좋은데, 신분증은 내게 가져와. 폰과 자동차 키도 가져오고.”
“네.”
경재호가 순순히 대답하고 공장 밖으로 나갔다.
죽을 목숨을 살려 줘서 그런 거로 이해하기로 했다.
“위니, 특이한 것 있는지 확인 좀 해 줘.”
[네, 마스터.]시계에서 여러 개의 워처가 동시에 빠져나간다.
~삐빅~
바깥에서 자동차의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
[마스터, 사무실 뒤쪽에 별도의 창고가 있고, 그 안에 대형 금고 2개와 무기가 든 캐비닛이 있습니다. 글록 3정, 발터 2정, 총탄 500발, 소음기 5개입니다.]“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글록과 발터는 모두 권총이다.
무기를 들고 대응해야 할 상대로 느끼지 못했으니, 사용하지 않은 것인가?
사실은 그걸 꺼내 올 틈이 없었을 거다.
그런데, 무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 무기를 들여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것인지.
태영이 경찰도 아니고, 보안 기관도 아니니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응, 그런데?”
[무기가 들어 있는 캐비닛 아래쪽에 무기로 추정되는 상자가 있는데, 확인이 불가능합니다.]“왜?”
[워처를 상자 안으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밀봉이 잘 되어 있습니다.]“좋아, 그건 내가 확인해 보기로 하고. 또?”
목에 줄을 감고 있는 자는 태영이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눈이 크게 떠진다.
[금고도 열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그래, 그러기로 하지.”
역시 와 보기를 잘했다.
사프캣을 보내거나 클라미를 보내서 이자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저런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소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경재호가 비닐봉지에 블랙박스 메모리와 스마트폰, 신분증과 자동차 키를 넣어서 태영에게 가져왔다.
“그래, 네 차는 외부에 있지?”
“그렇습니다.”
“넌 이제 가라.”
“혹시 어찌하실 건지…….”
“여기 모두 태울 거야. 너도 나도 여기 온 적이 없고, 만난 적도 없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구해 주셨는데, 성함을 물어볼 수도…….”
“날 보았다고 하는 말이 돌거나, 이곳의 화재에 대해 언급되어 내 귀에 들리면, 그때로부터 네가 살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시간이야. 명심해.”
“…….”
잠깐 몸을 떠는 느낌.
얼굴 가득한 의문점은 풀어지지 않는다.
“내가 널 어찌 추적해 왔는지 생각해 봐. 이제 그만 가라.”
“감사합니다.”
경재호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나갔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간다면, 누가 보낸 사람인지 짐작할 것이다.
바로 자신이 녹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
얼굴이 다르다.
그러니, 뒤처리를 해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위니, 갔어?”
[네, 갔습니다.]“얼마간 더 추적해. 내가 여기 일 끝내야 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으으윽.”
목에 줄을 걸고 태영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자.
더 이상 심문할 필요가 없다.
살려 줄 수도 없다.
비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위니가 알려 준 대로 비번을 풀었다.
한 명은 지문 인식이어서 죽어 있는 자의 손가락에 대고 잠금을 풀었다.
“GPS 위치 정보 차단, 암호는 패턴 방식으로 바꾸고, 전과 동일하게.”
비정상적인 폰을 가져오면 모두 한 가지 패턴으로 통일시켜 두었다.
그래서 다시 풀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네, 완료했습니다.]“음, 또 뭐 할 거 없나?”
[WIFI와 블루투스 끄도록 하겠습니다.]“특이한 앱이 있는지 조사해 봐.”
[USIM을 인식하지 못하면 팩토리 초기화하는 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정보를 지워 보겠다는 뜻인 거야?”
[포렌식을 거쳐도 복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제거해 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완료되었다는 위니의 말을 듣고, 전원을 끈 후에 USIM을 뽑아냈다.
해당 폰 케이스의 틈에 USIM을 찔러 넣고, 다시 비닐봉지에 넣었다.
“창고로 가자.”
창고에는 전자식 자물쇠가 달려 있지만 여는 것은 쉽다.
선반에는 무언가를 넣어 온 듯한 가방이 여러 개 놓여 있다.
보스턴백과 더블백, 캐리어 등이다.
작은 손가방도 여러 개 놓여 있다.
가방이 필요한 경우가 자주 있다는 뜻이다.
손가방을 꺼내 폰이 들어 있는 비닐 봉투를 집어넣었다.
먼저 무기가 들어 있는 장으로 갔다.
번호 인식 비번은 위니가 간단하게 풀어낸다.
눈앞에 보이는 권총과 총탄.
“이걸 태워야 하나, 가져가야 하나.”
[…….]이건 선택의 문제이다.
가지고 가도 총탄 500발의 무게가 태영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가방이 축 처질 것이다.
총탄을 불길 속에 던지면, 총에서 발사되는 형태와는 다르다.
탄은 탄피에서 분리되는 수준이거나, 수 미터 정도 날아간다.
그래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요란한 소리를 낼 수는 있다.
“아, 불길 속에 있으면 화재 진압하러 온 소방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겠구나.”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럼, 가져가야 한다.
선반의 장에서 보스턴백을 꺼내 권총과 실탄을 모두 쓸어 넣었다.
장갑을 그대로 끼고 있기를 잘했다.
총에 묻어 있는 기름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 박스라는 거지?”
아래쪽의 박스를 가리켰다.
[그렇습니다.]“기계식 다이얼 열쇠이네. 이런 건 쉽지.”
위니에게는 어려운 것이 태영에게는 거꾸로 아주 쉬운 게 바로 이런 것들이다.
~딸깍~
박스가 열렸다.
“MP7?”
[MP7 3정과 실탄 6백 발입니다.]“이것들이 시가전이라도 하려는 거야 뭐야?”
그 와중에 중국산은 없다.
MP7과 총탄도 보스턴백에 쓸어 넣었다.
이젠 가방이 묵직하다.
옆쪽의 캐비닛을 열었다.
그곳에는 A4 사이즈 파일철 다수와 작은 봉지 수십 개가 담긴 상자가 여러 개 있다.
봉지에는 일자, 그리고 숫자 6자리가 쓰여 있을 뿐 다른 것은 없다.
봉지 하나를 뒤집어 내용물을 손에 흘렸다.
“USB?”
[USB 외에 SSD도 있습니다. USB 200개, SSD 50개입니다. USB 54개는 미개봉입니다.]“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그렇지?”
[중요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A4 사이즈 파일철 하나를 뽑아 표지를 열었다.
“헛.”
남녀가 발가벗고 격렬한 운동 중인 사진이 비닐로 된 내지 안에 들어 있다.
비닐 내지의 우측 상단에 일자와 6자리 번호가 쓰인 메모가 붙어 있다.
“USB와 상관이 있는 것 같은데.”
[…….]클라우드에 올리지 않고 USB를 사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러나 USB는 일일이 PC에 꽂아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파일철은 마구 넘기면서 확인이 가능하고, 그 번호의 USB만 꽂아 보면 된다.
혼자의 생각이지만, 그런 것 아닐까?
확인은 천천히 해도 된다.
선반에서 작은 가방을 찾아 USB 봉투와 SSD 봉투를 쏟아 넣고, 파일철을 집어넣었다.
총기를 넣은 보스턴백에 넣어도 무난히 들어간다.
“금고 열어 봐야겠지?”
전자식 비밀번호와 지문 인식을 겸한 잠금장치이다.
[광학 인식 방식의 지문 인식 장치입니다. 열어 드리겠습니다.]디지털 방식의 잠금장치는 위니가 아주 손쉽게 열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삐빅~딸깍~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다.
“허.”
손잡이를 돌려 금고 문을 열자, 그곳에는 달러와 위안화가 가득 쌓여 있다.
정보 사냥 기업이 무언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값을 치르는 것이 맞다.
은행을 통한 거래는 흔적을 남기니까.
검은 거래에 필요한 돈은 은행을 통하지 않는다.
납득은 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
현금은 인출 한도가 있고, 큰돈은 인출이 되지 않는데, 대체 이건 언제부터 준비된 돈일까?
[위 칸에 100위안짜리로 1만 위안 묶음 120개, 하단에 100달러로 1만 달러 묶음 260개입니다.]대충 머릿속으로 환전을 해 봤다.
위안을 한화로 계산하면 2억이 조금 넘는 돈.
별거 아니네?
달러는…… 30억이 넘는다.
“좀 되네.”
[2번 금고도 열어 보시지요. 돈으로 추정됩니다.]~딸깍~끼익~
2번 금고도 열었다.
“한화?”
[5만 원권으로 650 묶음입니다.]“그럼 얼마야?”
[32억 5천만 원입니다.]어마어마한 돈이다.
“이걸 가져가야 해? 말아야 해?”
[…….]위니의 묵묵부답은 태영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합쳐서 65억 정도인데, 태워 버리기는 아깝지 않아?”
[그렇습니다.]“가져가자. 쓸 곳이 있겠지.”
더블백 두 개를 꺼냈다.
“대충 넣어도 다 들어갈까?”
가방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정리를 잘 해야 모두 넣을 수 있습니다.]“그래, 혹시 휘발유나 경유가 있는지 찾아봐 줘.”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