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27
273. 개입(5)
“그게 뭔가?”
VIP가 물었다.
이주현은 ‘네가 대답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태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전에, 저쪽의 요청으로 한미 간 공동으로 수행한 임무가 있었습니다.”
태영이 해결해야 할 일이어서 제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기에?”
국방 장관이 물었다.
국방부와는 상관없는 일일 테니,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제가 조력자로 함께 갔으니까요.”
조력자 부분에서 스스로를 가리켰다.
“그때, 함께 갔던 미국의 직원들 대부분이 사망했지만…….”
이 대목에서 사망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중에 생존하여 돌아온 미 정부 측의 직원이 걸을 수 없을 만큼 다쳤습니다.”
제스가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그 직원은 죽고 싶어 했습니다.”
“…….”
“……왜?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기에?”
이 질문을 한 사람은 총리다.
“하반신이 마비되었습니다.”
“으음.”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표정이 바뀌었다.
“병원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할 거라고 했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으니까.
“부친이 제약 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쪽의 힘을 빌려, 임상 시험 준비 중이던 치료제를 만들어 줬습니다.”
그 말 후에 잠시 그대로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아질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가능하면 효과를 높이고 싶기도 했고.
“지금 그 사람은 뛰어다닙니다.”
“……어? 그게?”
“그…… 그게 정말이오?”
뛰어다닌다는 말을 잠시 곱씹어 보던 몇 사람이 놀라서 물었다.
“신약 개발의 절차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질문은 비켜서 말을 이었다.
대충 10년 전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그걸 강조하지는 않았다.
“특별한 경우의 예를 들면서, 그때는 일부의 과정이 생략되거나, 긴급 승인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KFDA에 승인 신청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주현을 가리켰다.
“…….”
“특별한 예는, 중국발 감염병 백신을 말합니다.”
“맞아, 1년 안에 나왔지.”
비서실장의 말이다.
“그러나, 부친의 회사에서 신청한 것은 규정과 절차에 맞지 않아서 거부되었습니다.”
“미국은…….”
이주현이 미국 이야기를 꺼냈다.
아, 저거, 저거 정말.
“뛰어다니게 된 그 사람은 정부 요원입니다. 당연히 미 정부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무시할 수도 없어서 말을 이었다.
다들 태영만 쳐다보고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그 후에 어찌 되었는데?
그런 의문의 눈이다.
“FDA 직원이 왔고, 며칠 동안 함께하며 그들이 직접 승인 신청서를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치료 대상이 선정되어 있을 경우에 최종 임상 결과를 확인하는데, 1개월이 필요합니다. 승인 신청을 한 것은 아직 2주가 안 되었습니다.”
“그럼, 예상되는 결과는 어때요?”
총리가 물었다.
“모두 승인이 날 것입니다.”
“하…….”
“이…… 이.”
다른 사람들은 놀라고,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휴.”
총리의 한숨이다.
저 한숨으로 봐서 주변에 그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몇 가지나 신청되었소?”
“7종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암 치료제 3종, 혈액암에 해당하는 림프종 중에 1종, 루게릭 1종, 신경 복원제, 외상 연고제. 그렇게 7종입니다.”
대부분은 부르는 의학적 병명이 따로 있다.
태영이 그쪽 분야에 비전문가이듯, 이들도 비전문가들이기에 그냥 그렇게 말했다.
“그럼 그 요원이 사용한 건?”
총리가 다시 물었다.
“신경 복원제……입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뛸 수 있다고? 얼마 만에?”
“5주 걸렸습니다.”
실제로는 4주 정도면 되지만, 다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5주, 경우에 따라 6주까지 필요하다.
김이한의 경우가 5주를 필요로 하니까.
조만간에 건강해진 김이한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웅성웅성.
한숨과 웅성거림.
옆 사람과 나누는 대화들.
누군가 루게릭이라 하더라.
누가 허리 아래 마비하고 하더라.
또 누구는 전신 마비라고 하더라.
등등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조용하게 파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발칵 뒤집힌 것이 맞다.
이주현, 저놈 때문이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뛰어다닌다고 하면 기적이다.
아니라고 할 수가 있을까?
“암 치료제의 경우.”
총리가 다시 말을 꺼냈다.
“네.”
“췌장암이 포함되어 있는가?”
“네.”
태영이 의료 지식이 없기에 제대로 답변은 어렵다.
제발 전문적인 부분을 물어보지 않기를.
“효과는 어찌 될 것 같나?”
“완치. 가능합니다.”
“완치?”
“네, 그렇습니다.”
“거기가 어디라고?”
총리가 조급하고 강한 어조로 물었다.
“알려 드려도 되는지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흐음, 부탁하겠네.”
콕 찍어서 췌장암을 물어왔다.
보이는 행동으로 봐서 주변인 중에 환자가 있다는 거다.
위니에게 들었던 기억으로 췌장암은 발견 후 생존 기간이 지극히 짧다.
그만큼 급하다는 말이다.
“지금 말한 모든 것.”
비서실장이 말을 꺼냈다.
“네.”
“이것들 모두가 최 대표하고 상관이 있는 거지?”
“…….”
웃기만 했다.
“대통령님, 최상급 경호 대상으로 지정해야 하…….”
“실장님.”
제스가 말을 자르고 비서실장을 불렀다.
“네, 왜?”
“지금, 그 상황.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유가 있겠지?”
“그렇습니다.”
제스의 말에서 국정원이나 경찰에서 이미 경호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스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겠지만.
“내가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하면 얼마라고?”
그때, 갑자기 VIP가 물었다.
“……?”
VIP가 비밀 유지를 위반하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묻다니.
다른 장관들의 시선이 VIP와 태영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비밀 유지 각서의 서명.
누가 VIP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있나?
말이 안 되지.
그것을 VIP는 모르고 있었을 텐데, 산업부 장관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알게 된 거다.
“비서실장이 서명했소?”
“네, 보고 드리고 제가 서명할 예정입니다.”
그래, 저 말 그대로 실제로 아직은 서명하지 않았다.
실제로 서명해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런데, 위반하면 얼마라고?”
VIP가 다시 물었다.
“……5조라고 하더군요.”
총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무슨 농담을, 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 말을 할 때부터 의미는 그랬으니까.
“저렴하네.”
저렴해?
허, 배포 보소.
5조를 저렴하다고 말하다니.
하기야,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러니 저렴하다고 하겠지.
달러라고 말을 바꿀까?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넘겼다.
아까 총리 관저에서 태영이 저들의 대화를 듣지 않은 시간이 있다.
그 수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때마침 류기현이 불러서 대답을 해 주었고, 이주현이 말을 시키기도 했다.
그보다는, 총리와 비서실장의 대화를 계속 엿듣고 있는 것이 좋은 생각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중단했다.
그사이에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VIP가 이러는 것일까?
“언제까지?”
“네?”
“비밀 유지 약정에는 기간이 있지 않는가?”
갑자기 기한을 물어온다.
그것도 여태껏 하지 않던 반말로.
그리고 그 말은 맞다.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간은 있어야 하니까.
“……우리 회사에서 공개하는 시점입니다.”
“그때가 언제인데?”
“내년 중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어. 6월, 다음 달 말일로 하지. 대신 6월 안에 개발비로 5조를 지원하겠네.”
이 무슨?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다.
‘악,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고 말이다.
6월 중에 대놓고 공개하라니.
개발비 지원을 하면서 국가에서 일부라도 권리를 주장하면 아주 제대로 골 때리게 된다.
그리고 다른 기업에서 제휴하자고 하면 무조건 10조 달러를 내라고 했다.
그랬는데, 기껏 5조를 지원하고 권리 운운하고 끼어들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공개는 내가 언론사 불러서 알리는 것으로 하지.”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한술 더 뜬다.
공식화하는 것을 정부에서 하자고?
왜?
대체 무엇 때문에?
“네?”
정치적인 문제나 아니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정치적인 것은 알 수가 없지만, 세계적인 영향력 문제는 알 것도 같다.
그것 때문일까?
“내가 그렇게 공개해 버리면 오늘 여기 온 장관들은 더 이상 그 서명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낭패다.
그 짧은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그리고 VIP는 이런 성격 아닌데?
미디어에 비쳐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황당하기도 하다.
“아, 그…… 게…….”
말은 맞는 말이어서 부정을 못 하겠다.
대놓고 공개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모든 상황이 해제된다.
이렇게 요구할 수도 있나?
그래 놓고 지원을 받으면 나중에 국회에서 물어뜯으려 할 텐데, 정말 괜찮을까?
막을 방도가 없다.
그러나 막아야 할 것 같다.
“왜? 안 되나?”
“아…… 네, 문제는 공개해도 되는 시기입니다.”
“시기?”
“준비를 갖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흠, 그 부분은 내가 짐작하기 어려우니 말해 보게.”
“우선, 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전용 건물, 즉 사옥이 있어야 하는데, 사옥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지난번의 회의 때 기자들이 무더기로 몰려와서 문제를 일으킨 사건.
그래서 유제범에게 서둘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오늘.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경호와 의전 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현재 시점에서 가장 급선무인 것이 사옥이다.
그래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사옥?”
“네, 그것도 공장 등록이 가능한 사옥이 있어야 합니다.”
“보안 유지 때문인가?”
“여기처럼 공용 건물에서는 외부인의 출입 통제가 쉽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해킹이나 그런 것은?”
“디지털 보안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뚫고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그 정도 확신하나?”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비서실장.”
“네, 대통령님.”
“지금 말한 사옥, 해결 좀 해 봐요. 6월 안에.”
아, 씨. 진짜 쉽게 말한다.
이런 거 보면 대통령 한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을 어찌 상대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지만.
“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걸 공개하려면 사옥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도와주는 것이 맞고, 입주까지 생각하면 서둘러야 할 것이오.”
“네, 알겠습니다.”
“사옥을 구해 주는 대가는 5조에서 까기로 하고.”
허.
진짜,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나중에 국감에 불려 나가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단 말이지.
그리되면, 아, 망했다.
제대로 망한 것 같다.
“아까, 디지털 보안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비서실장, 우린 어때요?”
여기서 ‘우린’이라고 하는 범위가 어찌 될까?
설마 행정 기관 전체는 아니겠지?
“…….”
비서실장이 즉답을 안 한다.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건데.
“최 대표에게 협조를 구해 봐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이거 어디까지 개입하게 만들려는 걸까?
“자, 이제 생산 과정을 보러 가기 전에.”
“네.”
“부친이 한다는 그 제약 회사, 내일 방문 가능한지 물어보게.”
에?
갑자기 이 무슨?
레피우스에 가자고?
제약에 대한 부분까지 함께 공개하겠다고 달려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멀거린다.
아, 이거 참.
옆에 지키고 서서 연락을 하라고 하니,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위니, 어머니와 봄이, 누나도 듣게 해 줘.’
[네, 마스터.]설명을 또 하는 것보다 그냥 들으면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누나는 지금쯤 ‘대체 무슨 일이야?’ 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VIP 방문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지금은 건물 전체가 통제되고 있고, 경호 요원들이 쫙 깔렸다.
그 때문이겠지만, 전화가 여러 번 왔었는데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중에’라는 짧은 메시지가 나갔다.
폰을 꺼내 들었다.
[응, 태영이냐?]아버지는 몇 번의 연결음이 울리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폰으로.”
VIP의 말이다.
어린애처럼 보채기에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아버지, 다름이 아니구요.”
“내일 VIP께서 방문하겠다 하시는데, 혹시 일정이 어찌 되시나 해서요?”
VIP라고 하는 존재는 수없이 많으니까.
대통령이라고 알려 드려야 하는데.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