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28
274. 개입(6)
“흠, 나요.”
VIP가 짧은 기침을 뒤로하고 말했다.
바로 알아들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맞습니다. 제가 지금 터니테크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에 거기서 만든 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총리를 보내서 설명을 듣고 오게 하고 싶은데, 내일 시간이 되겠습니까?”
태영에게 하는 말과는 달리 매우 정중하다.
그런데 총리를 보낸다고?
VIP는 가지 않는다는 뜻이니 다행인가?
아버지의 음성이 약간 떨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대통령이 총리를 보내겠다는데 누가 안 된다고 할 거냐고?
오라는 것도 아니고, 보내겠다는데.
무조건 된다고 하는 것이 정상이다.
[태영아, 아빠 회사에 비서실장이 방문한다고?]누나의 음성이 귓속으로 들려왔다.
[너, 지금 대통령과 같이 있는 거야? 왜? 무슨 일인데? 그래서 주변이 이렇게 삼엄해진 거야? 혹시 우리 회사도 오는 거야? 설마 아니지? 안 오는 거지?]누나의 질문은 중첩에 중첩을 더하고 있다.
[오빠, 대통령님과 같이 있어?]이새봄이다.
[정신없겠구나. 혹시라도 말이나 행동 실수하지 말고.]어머니의 걱정이다.
[회사에 대통령이 왜 왔대요?]채정하 부사장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11시. 가능하겠습니까?”
비서실장이 물었다.
“네, 내일 뵙지요.”
이렇게 얼떨결에 레피우스 방문 계획이 잡혔다.
그것으로 일은 일단락되었다.
이제 다음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제 생산 과정 견학을 가겠습니다.”
태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기 전에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또 당부가 있어?
그런 눈빛의 산업부 장관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태영을 본다.
당연히 있지.
산업부 장관이 오늘 점심에 뭘 잘못 먹고 왔나?
왜 저렇게 계속해서 뭔가 걸리는 거지?
‘위니, 산업부 장관 오늘 행적 좀 조사해 봐.’
아무래도 이건 넘기면 안 될 것 같다.
아님 말고.
“현장은 클린 룸이어서 거기에 맞는 복장을 갖추어야 합니다. 복장은 공장 입구에서 정비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동화된 공장이기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동시에 몇 명이나 가능한가?”
“안전을 위해 12명 정도 동시에 입장 가능합니다.”
“비서실장이 알아서 정해 봐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태영이 앞장서고, VIP가 따라 움직였다.
“만든 후에 실제 동작이 되는지 보여 주겠나?”
과기부 장관이 물었다.
영상으로 본 것이 트릭이 아니라, 리얼이냐고 묻는 거다.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이왕이면 레티어라고 했나? 그걸로 하고, 우리가 가져가서 시험해 봐도 되겠는가?”
에잇.
머릿속에 욕심이 보인다.
한 대 챙기고 싶다는 말이다.
“물론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실장님과 총리님은 이미 드렸고, 대통령님과 각부 장관님들께는 잠시 후에 출력해서 드리겠습니다.”
“오호, 그래 주면 좋고.”
‘위니, 가족들 중계 종료.’
이 정도 선에서 종료하면 어떤 상황인지 알 것이다.
공장 출입구 앞에 도착했다.
공장 입구에는 직원 네 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은 그냥 열어 줘도 되지만, 얼마나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되는지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통상적인 출입 절차대로 해야 한다.
직원들이 문을 열고, 에어 샤워 앞쪽의 룸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복장을 갖추고 2단계의 에어 샤워를 거쳐야 합니다.”
그때 총리가 나서서 사람을 갈랐다.
VIP와 수행원 1명, 총리와 수행원 1명, 비서실장,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 각 부처 장관이다.
그중에 제스가 포함되어 12명이 되었다.
“출입자의 신원 체크가 매우 엄격합니다. 다만, 오늘 오신 분들에게 절차대로 모두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일부는 직원들이 대신하겠습니다.”
***
{세 사람은 왜 여기 있어?}
1차 12명이 브리핑 룸으로 돌아왔다.
함께 들어간 수행원까지 그들의 손에는 레티어가 들려 있다.
아직 켜지 말라고 미리 당부해 두었다.
브리핑 룸으로 돌아왔을 때, 이주현과 류지현, 그리고 류기현이 있었다.
그래서 이주현에게 물었다.
{지금 복잡하니까, 우린 나중에 보자.}
{눈치는 있네.}
그렇게 말해 주고 브리핑 룸으로 들어갔다.
“잘 보셨습니까?”
모두 자리에 착석해 있기에 물었다.
제전 방진복을 갖추면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전 방진복을 입고 있어도 목소리를 크게 내면 대화가 가능하지만, 생산 직원들은 통신 장비가 부착된 제전복을 입는다.
손님들에게 그렇게 해 줄 필요가 없으니, 그들은 대화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고 질문을 해도 못 들은 척했었다.
그때의 느낌 때문이었는지, 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한다.
“후우…… 이거 입이 정말 근질거릴 것 같아.”
긴 숨을 한번 내쉰 국토부 장관이다.
{아니, 이거 가까운 사람들에게 살짝 말한다고 알 게 뭐야?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바로 옆의 과기부 장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동의를 구했다.
{그러게, 사람이 따라다니지 않는 이상 어찌 알겠습니까?}
과기부 장관의 답이 들려왔다.
“아우, 미치겠네.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게 하고…….”
중기부 장관이 푸념처럼 말했다.
장관들도 소곤소곤 하는 줄은 몰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이니지에 레티어 영상을 올렸다.
“자, 이제부터 레티어의 사용자 등록을 하겠습니다.”
“사용자 등록?”
“네, 레티어는 보안이 아주 철저한 장비입니다. 공용 PC가 아니라면, 사용자 등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은 모두 공용화 PC로 둘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어진 설명을 통해서, 간단히 사용자 등록을 마쳤다.
“나머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해킹,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네트워크 접속, 데이터 복사는 전혀 문제없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한 가지, 데이터는 변환 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변환 과정?”
“아,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불러오면 변환하겠느냐고 묻는데, 하겠다고 하기만 하면 됩니다.”
“아, 그거 쉬운 일이네.”
쉬운 일이라고 하면서 묻지는 않는다.
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서 작성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프레드시트는 어찌 되느냐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필수적인 앱이 모두 깔려 있다.
그것도 레티어를 구입하면, 그냥 딸려 온다.
“다만, 역으로 변환은 불가능합니다.”
“흠, 그건 약간 문제가 있네.”
“또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뭔데?”
“나중에 위성 전화와 우주 통신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간단한 접속 절차만 거쳐서 추가 장비 없이 그쪽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아, 그건 좋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세.”
과기부 장관이다.
“네.”
“우리가 비밀 유지 서명을 했지만, 누군가가 발설하면 그걸 어찌 아는가?”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비밀이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몇 시간 지나기 전에 알게 됩니다.”
서명만 하고 그냥 보내 줄지 알았나?
일반적으로는 믿음을 전제한다.
서류는 법적인 뒷받침일 뿐이다.
“혹시 감시?”
“어떻게요?”
“그러니까 말일세. 그래도 궁금하지.”
“이제 설명은 끝났습니다.”
“여친 있나?”
VIP가 고개를 들고 뜬금없이 물었다.
“함께 눈을 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건 숨기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소개해 준다거나, 한번 만나 보라거나 하면 안 되니까.
가장 직접적이면서 우회적인 말로 시인했다.
“한집에서 같이?”
“그렇습니다.”
“그럼, 언제 같이 한번 보세.”
같이 봐?
아, 이거도 낭패네.
VIP가 혹시 그 영상을 보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본인이 아닌,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영상이지만, 혹시라도 보았다면, 구차스러운 변명을 해야 할 수 있다.
오프라인은 알 수가 없지만,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곳에서는 모든 영상이 사라졌다.
그러나 기억 속에 있는 것이 지워지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떤 기억은 평생 동안 남아 있기도 하니까.
같이 한번 보자고 한 것을 이새봄에게 알리면 반응이 어떨까?
아니다.
VIP의 저 말이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언제 밥 한번 먹자.’와 동의어일 수도 있다.
“자,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야지?”
총리의 말이다.
“다른 분들 오지 않았는데, 계속합니까?”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오겠지.”
여기 온 지 아직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영보다 시간을 훨씬 더 아껴서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알겠습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시면 제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네.”
“첫 질문은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국토부 장관이 VIP와 총리의 시선을 한 번씩 맞추며 물었다.
“네.”
“물류 시스템에 드론을 도입하는 것은 비용 절감이 얼마나 될까?”
“인건비를 제외한 부분에서 현재 원가 기준 90% 이상 절감 가능합니다.”
모두들 커지는 눈.
국토부 장관의 눈은 튀어나올 것 같고,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인건비는?”
“상하차를 제외하면 무인화가 가능합니다.”
“무인화?”
“네, 제어할 담당자 한 명이 100대 이상의 드론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도입이 되면, 그쪽 업계가 모두 도산한다는 말이 맞겠군?”
“그렇습니다.”
“드론의 가격은?”
“민간용은 트럭 값 수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아까 보니 연료통이 없던데, 기름 사용은 안 하는가?”
“충전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
“…….”
다들 말이 없다.
{그러면, 대체 얼마나 절감되는 거지?}
{효과로만 보면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데.}
“그토록 자신하는데, 실제 가능한 것인가?”
“네.”
“…….”
“……흐음.”
“알겠네.”
“두 번째는 제가 하겠습니다.”
과기부 장관이 VIP를 쳐다보며 말했다.
VIP는 시선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승낙한 셈이다.
“말씀하십시오.”
[두 번째 팀이 오고 있습니다.]위니에게서 알림이 왔다.
“잠시만요, 다른 분들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딸깍~
태영의 말 이후에 곧바로 문이 열렸다.
“아, 모두 앉으시게들.”
브리핑 룸 내의 가라앉은 분위기 탓인지 크게 웅성거림 없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생산 현장 견학을 가기 전에 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네. 질의와 답변 형식으로 하기로 했으니 모두 듣게.”
“네.”
{무슨 이야기 중이었습니까?}
{들으면 기절할 이야기.}
{기절이요?}
{눈으로 봤음에도 믿을 수가 없는,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조용이 들어 보십시오.}
이미 앉아 있던 사람과 새로 들어온 사람들 간의 조용한 대화가 들려왔다.
“자, 질문하겠네. 반도체는?”
과기부 장관이 다시 시작했다.
“반도체 부품 제조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그 분야는 저희가 진출해도 국내에는 영향이 많지 않을 거로 판단됩니다.”
“왜?”
“팹리스 회사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 순위 10위권 내에 국내 회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맞네. 그 때문에 도산한 회사가 많다고 보고받았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과기부 장관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렇지.”
총리도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말해 주겠나?”
“박용재 회장을 통해, 국내 팹리스 회사에 연락을 했고, 뜻이 맞은 회사 7개가 있습니다.”
“7개? 국내에 팹리스 기업이 얼마나 돼요?”
VIP가 과기부 장관에게 물었다.
“100개는 넘습니다.”
“그런데, 겨우 7개사?”
“흑자 기업은 저희 제안에 귀 기울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럴 수 있겠네.”
“적자 기업들 중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입니다.”
“…….”
“…….”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눈으로 보기 전엔 믿지 못했듯이 그들도 믿을 수 없었을 테니.
“그들 7개사가 원천 기술을 가진 칩을 제조해 주기로 하고, 판권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그동안에 제조를 하지 못했나?”
“반도체 분야는 물량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량의 주문은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순위에 밀리지 않으려면 단가를 올려 줘야 하는데, 단가가 올라가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물고 물리는 관계.”
관계 정의에 대한 맥락은 정확하다.
“6월부터 그 7개사의 칩을 판매하고, 판매가는 현재의 절반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메모리를 제외한 세계 반도체 칩 분야 점유율을 2년 후 50%, 5년 후 90%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허.”
“정말 가능하다고 보는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값을 절반으로 내리면 원가는?”
“당연히 원가도 함께 내려갑니다.”
“그렇다고 보고, 점유율을 90%?”
“반도체는 지적 산업 재산권으로 배치 설계권이라고 하더군요. 그들보다 앞선 기술로 배치 설계권을 독점하면 가능합니다.”
28세기의 반도체 칩들을 가져오면, 너무 심하게 앞서 나간 것이다.
22세기의 것만 가져와도 경쟁사들은 상상도 못 하던 것들이다.
한참의 세월이 지난 후에 나올 것들이니, 당연히 그들에게 배치 설계권이 없다.
그러면 90% 점유는 가능하지.
“맞소?”
VIP가 과기부 장관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러나 앞선 기술이라는 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고급 두뇌, 그들의 노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건 우리가 7개사와 함께 해결할 문제입니다.”
과기부 장관의 걱정을 알기에 바로 답했다.
“자신 있소?”
이번에는 태영에게 물었다.
“네.”
중요한 부분은 항상 단답형으로.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세계를 장악한다……라.”
“수많은 적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사옥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세 번째 질문.”
“네.”
이 역시 과기부 장관이다.
{세 번째면, 첫째는 무엇이었습니까?}
두 번째 팀은 첫 질문과 답을 듣지 못해서 궁금한 모양이다.
{물류용 드론 이야기였소.}
{아, 그럼 결론은 어찌 되었습니까?}
{결론을 내릴 수 없지요. 그걸 허가하면 그쪽 산업 자체가 모두 파산이라고 하는데.}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