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29
275. 개입(7)
“레티어는 이유가 있어서 한다고 했는데, 다른 분야도 이유가 생기면 진출할 것인가?”
과기부 장관이 웃음을 감추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그 사업 분야도 파산할 수 있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업은 안 되는가?”
“협업이란 주고받아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줄 것이 있지만, 그쪽에서 우리에게 줄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나?”
“대신, 그들이 대리점을 하겠다면 받아 줄 순 있습니다.”
“좋네, 네 번째 질문.”
또 과기부 장관이다.
어쩌다 보니 그쪽과 상관이 있는 부분이 가장 많다.
“말씀하십시오.”
“위성 통신, 아 우주 통신이라고 부르라고 하던데, 위성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제조되나?”
“그렇습니다.”
{어…….}
{어어?}
{통신 위성을 그렇게 만든다고? 아니 출력해서 만든다고?}
“통신 위성이 개발되어 있나?”
“네.”
“벌써?”
“몇 기를 쏘아 올려 시험해 보기만 하면 됩니다.”
“허, 참.”
오늘 저렇게 ‘허……’라는 소리를 얼마나 듣는지 모르겠다.
다들 서로를 쳐다보고 있던 중, 국방 장관이 태영의 옆으로 왔다.
{잠깐만.}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고는 태영의 어깨를 당겼다.
저쪽으로 가자는 의미 같은데, 이유가 있겠지 싶어 그냥 따라갔다.
{왜 그러십니까?}
{이 질문은 민감할 수도 있는데.}
{네.}
{위성이 올라가면 군사용으로 쓸 수도 있나?}
{노코멘트하겠습니다.}
태영의 대답에 국방 장관이 태영의 눈에 시선을 맞추었다.
{……알겠네.}
잠깐 동안 그렇게 보던 국방 장관의 얼굴에 슬쩍 웃음이 나타났다.
지극히 짧은 시선 후에 웃음을 거두고는 아무 말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노코멘트.
이건 부정이 아니지만, 긍정도 아니다.
그 말을 듣고 저렇게 웃는 것은 짧은 시간에 그 의미를 생각했다는 거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귓속말로 나누시오?”
총리가 물었다.
“모두 듣는 데서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 이야기여서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국방 장관이 둘러대는데, 참 그럴싸하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 팀 돌아왔습니다.]위니가 알려 왔다.
~딸깍~
문이 열리고, 세 번째로 생산 현장의 견학을 마친 사람들이 들어왔다.
12명의 사람들이 새로이 들어왔으니 제법 시끄러웠다.
감탄과 경악성은 높으신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금방 잦아들었다.
“자, 다들 좌정해 주십시오.”
다들 엉거주춤 서 있었지만, 총리 수행원의 손짓에 따라 재빠르게 정리되었다.
“자, 우주 통신과 관련해서, 폰은?”
정리가 되자 과기부 장관이 물었다.
“그 역시, 개발이 완료되어 있습니다.”
“폰 기술 공개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폰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누구나 만들어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하면, 가격 경쟁이 전혀 안 될 것 같은데?”
“그것까지 배려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 그렇기는 하네.”
결국은 독점이라는 뜻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내에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는 한곳.
해외의 경쟁사, 많지 않다.
그 경쟁사들 중에 누가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개 대상에 중국도 포함되는가?”
이 질문은 산업부 장관이다.
그런데 왜 계속 노려보는 것일까?
“그렇습니다.”
“…….”
산업부 장관이 계속해서 태영을 쳐다본다.
정말 그럴 거냐? 거기를 왜? 같은 의미가 들어 있는 시선이다.
“희망을 미리 꺾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대답을 하자,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이전 질문들 일부를 되돌려서.”
“네.”
“협업 이야기인데, 생산 설비를 국내의 타 기업에 공급해 줄 수는 없는가?”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더라.
질문과 답하는 중에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분위기가 심문하는 느낌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그 키를 가장 크게 돌린 사람이 산업부 장관이기도 하다.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왜 답을 안 해?’라는 의문을 가진 눈빛으로 태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오늘의 주제에서 빼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
기분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약간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타협의 여지를 둘 생각이 전혀 없다.
“매입해 가도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팔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
“…….”
그냥 답하지 않았다.
“…….”
다른 사람들도 조용하다.
VIP와 비서실장은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독과점 규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
다들 조용히 있는데, 산업부 장관이 말했다.
여기 앉은 모든 부처에서 가장 많은 욕심을 내비치는 부처가 산업부다.
이 부분은 아주 애매하다.
터니테크의 제품은 특허도 없고, 경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도 없다.
이런 경우에 독점과 독과점 규제는 어찌 될까?
물론 법리적 의견을 구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법적 제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으래?”
말투에 들어 있는 느낌으로 이건 협박이다.
아니, 떠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냥 모르는 체하고 참는 것이 맞을까?
돌아와서 그다지 오래지 않았지만, 이런 때 그냥 참아 넘기지 않았다.
그러기도 싫고.
그리고 개입의 여지를 일정 선에서 차단할 필요도 있다.
“장관님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면, 잡을 수도 있겠군요.”
이 말을 하는 걸 망설였지만, 결국 해 버렸다.
“…….”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오늘 아침에 과방위 소속의 어떤 국회의원 비서관이 찾아왔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정말 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많은 일이 있었으니.
“……?”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듯 본다.
“만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투가 또 달라졌다.
취조하는 느낌이랄까?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나?”
“알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 일이 있었나?”
비서실장이다.
“그랬더니 돌아서면서 그러더군요.”
답은 안 하고 말을 돌렸다.
“……뭐라고 하던가?”
“분명히 전했으니, 거절하면 사업하기 힘들어질 거라고.”
이건 산업부 장관이 보낸 메시지에 대한 대답이다.
“…….”
“…….”
국회의원이 임미지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알아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굳이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첫째, 나하고 싸우려 하지 말고, 너희들끼리 싸워라.
둘째, 너도 그 의원하고 비슷한 부류냐? 라는 질문.
일국의 장관 정도 하는 사람이면, 똑똑한 사람일 것이 틀림없다.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 거다.
세 번째는, 너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거야 라는 거다.
다만, 세 번째는 임미지의 비서관에게는 말해 줬지만, 산업부 장관에게는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 외에 태영이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것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주면 더 좋고.
뒤쪽에서 조금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숨소리.
***
모두가 돌아가고 셋이 남았다.
VIP와 장관들을 전송하고 왔는데, 이주현과 류지현이 브리핑 룸을 떠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이게 하루에 일어난 일이야. 대체 이게 상상이 돼?”
이주현이 힘이 빠진 모습으로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시끄럽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나 때문이야?”
“그럼 아니야?”
“에이, 인정. 내가 빌미를 제공한 건 맞으니까.”
“빌미가 아니고, 원흉.”
“그래 원흉, 그런데 너 산업부와 척진 거 있어?”
원흉이라고 쉽게 인정한다.
질문은, 오늘 산업부 장관이 태영에게 했던 말과 어투, 표정 같은 것을 보고 이주현도 느꼈던 것 같다.
“별건 아냐.”
“그 별게 뭔데?”
“전에, 외부 회의장에 초대되지 않은 산업부 간부가 들어오려 하다가 입장을 막는 보안 경비 직원을 폭행한 적이 있어.”
“그래? 네 성격에 그냥 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얼마나 때렸기에?”
“뺨 한 대.”
“흐음, 그래서?”
뺨 한 대라는 말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때, 그 직원들 고소했거든.”
“푸하하하, 고소?”
“그래서 앙금이 있어.”
“조금은 납득이 간다. 그리고 아까 국방 장관은?”
궁금했던 것을 다 물어올 모양이다.
브리핑 룸 한쪽으로 가서 귓속말로 주고받았으니 궁금하긴 하겠지.
“국방 장관 대답, 못 들었어?”
“아, 그때 잠시 딴생각하느라. 뭐랬는데?”
“모두 듣는 데서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 이야기여서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국방 장관이 했던 말 그대로를 류지현이 말했다.
“야, 남자끼리 부끄러운 이야기가 뭐냐?”
대답은 류지현에게 듣고 질문은 태영에게 했다.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해라.”
“야, 국방 장관이 귓속말할 게 뭐가 있냐고?”
이주현은 계속해서 재촉했다.
“얼마 줄 거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것도 비밀인데, 알려 주는 값을 받아야지.”
“에이, 더러워서 안 듣는다.”
“그래, 좋은 생각.”
“야, 뭐랬는데?”
안 듣겠다고 한 이주현이 다시 물었다.
“거참, 집요하네. 생산 현장 견학이나 가자.”
이주현과 류지현은 공장 견학을 하지 않았다.
“흥미 다 떨어졌어. 이젠 안 봐도 돼.”
“알았다. 그럼 나는 좋고.”
“나도 궁금해.”
이번에는 류지현이다.
“뭐가?”
뻔히 알면서 물었다.
“VIP까지 계시는데, 그 상황에서 국방 장관이 으슥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귓속말을 주고받는데 이상하지 않아?”
“산업부 장관이 날 상대로 협박한 것은 궁금하지 않냐?”
“협박?”
“그래, 그 정도면 협박이지.”
“거기가 공정 거래 위원회도 아닌데, 독과점 같은 거로 거기서 협박을 할 수 있나?”
“법은 내가 잘 몰라서 말이야.”
“걸고넘어지면 어쩔 건데?”
이주현이 조금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전면전을 한번 해 볼까?”
“전면전?”
“농담이고, 골치 아파지는 거지.”
“그래, 골 아파지지.”
“이젠 그만 가라. 나도 쉬자.”
~똑똑~
오늘 이 건물과 일대가 정신이 없었으니 궁금하긴 할 거다.
~딸깍~
“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안으로 들어서던 누나가 잠시 멈추었다.
“누나 들어와.”
멈칫거리던 누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누나와 류지현은 다이나믹스카이 주총에서 서로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지만.
“이주현이라고 합니다.”
“네, 최서영입니다.”
세 사람은 알아서 인사를 나눈다.
“오늘 일이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왔더니, 가야겠다.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아, 아닙니다. 우리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누나가 돌아서려 하자, 이주현과 류지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에 기자들이 많습니다.”
“전송하고 다시 올라올 때, 나도 겨우 왔다. 그러니 가는 길 조심해라.”
누나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그럼, 기자들 다 돌아갈 때까지 여기서 버티면 안 될까?”
이주현이 입구로 발길을 옮기다가 멈춰 섰다.
“뉴스 보면서 버텨 보든지.”
“그럼, 누님과 이야기 나눌 동안 우린 휴게실에서 뉴스 보면서 버텨 볼게.”
태영의 말에 류지현이 답하며 휴게실로 들어갔고, 이주현도 따라 들어갔다.
잠시 후, 휴게실 안에서 뉴스 앵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두 사람, 뭐 있지?”
“어? 누나 감 좋네?”
“딱 봐도 그리 보이는데, 뭐.”
“그래, 뭐가 궁금해서 왔어?”
그렇게 시작된 누나와의 대화는 길지 않았다.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내일은 아버지 회사에 가는 것까지 말해 줬다.
***
“오늘 뉴스는 오빠 회사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가서 뭘 했는지가 주된 이야기야.”
늦은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보던 중이다.
이새봄이 곁에 앉으며 말했다.
태영이 TV를 켜서 지금까지 본 것 역시 그 이야기다.
기자가 집요하게 산업부 장관에게 질문하자,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중이다.
“앞뒤 분간을 못 하는 건지.”
말하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태영이 보기에는 한심하다.
[박용재 회장, 3회 차 전화입니다.]조금 전에 오영배 회장에게서 온 전화는 무려 다섯 번째였지만 수신 거절했다.
신윤희 부사장도 두 번 전화했다.
그 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해 왔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오늘, 대통령이 장관들까지 데리고 태영의 회사에 방문했는데, 외부에 밝혀진 것이 없다.
모두들 속이 탄다는 뜻이다.
“네, 최태영입니다.”
[밤늦게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좀 보면 안 되겠소?]“주변에 누구 있나요?”
[지금은 혼자입니다.]“내가 회장님에게 요구했던 비밀 유지 조건, 기억하지요?”
[기억합니다.]“모두 아무 말이 없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허, 그게 정말이오?]“네.”
[VIP에게?]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 뿐, VIP에게 말한 적은 없지.
이런 것은 오해하게 둬도 된다.
“그 때문이니 지금 꼭 만나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흠, 그렇군요.]“아무튼, 이 대화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지요.]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