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
063. 개경의 심부름꾼
“들어와. 무슨 일 있어?”
“충성! 개경에서 상윤이라는 사람이 대장님을 찾아왔습니다.”
병사는 경례를 하고 들어온 이유를 보고했다.
상윤?
시종으로 최세헌 별장을 따라왔던 노비였던 것 같은데?
“들어오라고 해.”
“안녕하셨습니까요? 대장님.”
얼굴을 보니 최세헌의 시종으로 따라왔던 상윤이 맞다.
“그래, 별장 나리는 잘 계시느냐?”
“네, 잘 계시옵니다.”
“자자, 모두 끝났으니 이제 할 일들 합시다.”
태영은 상윤의 대답을 듣자 바로 회의를 파했다.
“네, 대장님.”
정현이 도저와 굴삭기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말고, 다들 태영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정하연과 비서실 직원, 그리고 김웅겸과 정인구가 남았다.
“대장님, 나도 별장 나리 근황을 좀 듣고 가도 되지?”
“그럼요. 장인어른도 궁금하실 텐데요.”
회의실 안이 정리되자 비서실 직원이 상윤에게 의자를 내주었고 태영은 앉으라는 신호를 주었다.
“네가 혼자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혹시 무슨 일이 있느냐?”
이 시대에 노비가 혼자 길을 나선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주인이 심부름을 보내는 것이니 통행증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다.
이름이 통행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관군에게 잡히더라도 도망친 노비로 취급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시대에 도망친 노비는 잡히면 자자형이라고 해서 글씨가 새겨진 쇠를 불에 달구어서 얼굴을 지지고, 그 지진 자리에 먹물을 칠해서 영원히 지울 수 없도록 한다.
노비를 죽이는 것만 국법으로 금하고 있다고 하는데, 금하고 있을 뿐이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방에는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리고 주인 된 자는 노비에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간섭하지 못한단다.
인권 침해?
그런 벌을 준다는 것은, 21세기 현대로 따지면 나라가 뒤집힐 일이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튼 여행이 자연스러운 시대도 아니고, 주막은 조선 시대에 나타난 형태이니, 고려 시대에는 당연히 없는 것들이다.
결국 자기가 먹을 식량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물건들을 짊어지고 여행을 해야 하고, 잠은 노숙을 하거나 남의 집 처마 밑 신세를 져야 한다.
사람을 위협하는 산짐승들이 많은 시대라 노숙도 만만치 않으니 처마 밑 신세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좀 부유한 집안에서 심부름을 보냈으면, 삼베 몇 필을 노잣돈 삼아서 들려 보낼 수 있을 것이고, 민가를 찾아가서 삼베를 주고 대신 끼니를 해결할 수 있긴 할 것이다.
양반이라면, 해가 저물면 동네에 찾아들어 양반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면, 사랑방에서 하루를 묵는 것이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니지만, 노비 주제에 그렇게 청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다가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들었다.
“최충헌 대감이 병으로 누워 거동을 못 하고 계십니다. 한 달쯤 전부터 그리되었습니다.”
“그 망할 못된 노친네가 이젠 죽을 때가 된 거지. 아마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저승길로 떠날 것이야.”
“나리께서 대장님이 그리 말씀하셨다고 하시면서 소인을 대장님께 보냈사옵니다.”
“그래 무어라 하더냐?”
“대장님께서 부탁하신 것을 조사한 것이옵니다.”
그러면서 상윤은 봉서 한 장을 내놓았다.
태영이 봉서를 열자 열 장은 충분히 넘을 만큼의 종이가 나왔다.
부탁한 자료라니 적힌 내용은 전국에 있는 소의 현황을 적은 것이리라.
첫 장을 넘겨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글이었다.
한글로 적었으니, 사포와 율촌을 제외하면 이건 암호문이나 다를 바 없다.
“네가 고려 글을 깨우쳤느냐?”
이미 한글을 고려 글이라 이름 지어 그렇게 사용 중이다.
“네, 부끄럽지만, 그러하옵니다.”
상윤은 얼굴이 약간은 발개지면서 말했다.
“그래?”
“네.”
“이 내용을 고려 글로 적은 걸 보니, 네가 고려 글을 깨우친 것을 별장 나리가 안다는 뜻인데, 또 누가 고려 글을 깨우쳤느냐?”
“별장 나리를 비롯하여 나리 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깨우쳤사옵니다.”
머뭇거리던 상윤이 대답했다.
“네가 가르쳤느냐?”
최세헌은 학당에 나가지 않았고, 상윤이 며칠간 학당에 나갔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라 짐작이 되어 물었다.
“불경스럽게도 그리하였습니다.”
상윤은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이건 참 놀라운 일이다.
신분에 따른 위계질서가 서릿발같이 매서운 이 시대에, 그것도 황제가 있는 개경에서 종놈인 하인에게 글을 배울 수 있는 양반이라.
이게 쉬운 일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 양반, 참 대단한 양반일세.’
노비에게 글을 배운다? 배우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그리 쉽게 받아들였다는 것마저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는?”
“…….”
“왜 머뭇거리느냐? 말할 수 없는 일이더냐?”
“아, 아니옵니다.”
“그럼 왜?”
“그, 그게, 소인과 절친한 이웃의 다른 노비들과 함께 어울리는 양민 몇 사람에게도 가르쳤사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했다. 헌데.”
“……?”
상윤이 초조함과 기쁨이 묘하게 어우러진 표정으로 태영을 쳐다보았다.
“가르친 것은 잘한 것인데 다른 양반들이 알면, 특히 최충헌 일파가 알면 최 별장을 포함하여 너희 모두가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위험한지, 정말 위험한지는 태영도 모르겠지만,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훈민정음 반포와 관련된 비사에서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리 짐작될 뿐이다.
“각별히 조심하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글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글을 안다는 사실은 마누라한테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하였나이다.”
이 시대의 노비와 양민들이 자신이 글을 안다는 것을 입 다물고 있어 줄까?
지식 자랑에 대한 욕구를 참는 것이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
어쩌면, 개경 땅에서는 수년 안에 양반들 빼고는 모두 한글을 다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발전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게 되어 있다.
그런다고 세상이 역전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이로 인해서 평지풍파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발생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도 아니고, 중세 사회에서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저층 민들이 글을 안다는 것은 그리 간단히 치부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태영도 그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하며, 중요한 문제인지는 안다.
어쩌면 문화 혁명 내지는 산업 혁명이 일어날 기반이 조성되는 일이다.
혁명 자체는 일어나도 좋은데, 전란의 시대에 힘이 따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만 깨어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얘가 잠시 머문 사포에서 고작 며칠을 배우고 개경 땅에 가서 그것을 퍼뜨리다니, 정말 뜻밖이다.
상윤이 비록 노비의 신분이지만, 제법 똑똑한 머리를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윤에게서 글을 배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니, 파급 효과는 더욱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을 가져갔느냐?”
“초급 고려 글 교본입니다.”
“그 외에는?”
“소인이 가진 책은 초급 고려 글 교본 두 권과 생활 규범이라는 책 한 권이옵니다.”
“그래?”
초급 고려 글 교본은 한글을 막 배우는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아주 기초적인 책이다.
말 그대로 글자를 배우기 위한 책이지 지식을 쌓기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생활 규범은 일종의 민법, 형사법, 그리고 외적 침입 시의 대응 방법 등의 내용들이 기초적인 수준으로 조금씩 들어 있는 책자인데, 사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꼭 분류를 하자면 그렇게 분류할 수 있다.
일상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 규칙들이 많이 들어 있으니 민법이라 볼 수 있지만, 태영이 법대생도 아니고, 법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법 수준은 아니고 지켜야 할 도리들을 기록한 것이다.
거기에 현대에서 죄라고 분류될 수 있는 꽤 많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고, 그 죄를 지으면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를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자주 왜구들이 침략을 해 오니, 사이렌 소리는 어떻게 구분하고, 각 소리마다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들을 포함하여 이런저런 것들이 두서없이 기록된 책자다.
그런데, 그 책 정도로 한글을 마스터하고, 이렇게 자료 정리까지 할 수준이라고?
“흠.”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상윤이 덧붙인다.
“이, 모두가 대장님의 은덕이옵니다. 대장님께서 여기에 머무는 며칠이나마 학당에 가서 글을 배우라 하셨지만, 글자를 만들어 가르치기 시작한 분이 대장님인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면서 비록 나무판자를 깔아서 마루로 만든 곳이지만, 바닥에 상관없이 넙죽 큰절을 한다.
이게, 이게 아닌데.
‘이 글을 만든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 앞으로 2백 년쯤 후에 태어나서, 조선의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분이 만든 글이라고.’
그런데 그걸 어찌 설명하느냐는 말이다.
그걸 설명할 수 없으니 목이 컥 하고 막혀 온다.
“자, 일어서거라. 그건 되었고, 다른 일은 없느냐?”
“대장님께서 별장 나리께 약속하신 것이 있으시다 하셨습니다.”
상윤이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부여된 추가 임무를 말했다.
“훈련?”
“네, 대장님. 나리께서 최충헌 대감이 앓아누웠으니 조금은 어수선한 상태이지만, 최 대감이 죽고 나면 권력의 향배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 기회에 부하들을 제대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하셨습니다.”
“그래, 약속한 것이니 약속은 지켜야지.”
“감사하옵니다, 대장님.”
“그나저나 여기 오는데 얼마나 걸렸느냐?”
“열하루가 걸렸사옵니다.”
“언제까지 돌아가기로 했느냐?”
“별장 나리께서 가능한 한, 한 달 안에는 돌아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러면, 할 일 한 가지를 마치고 가도 되겠구나. 내가 갈 때 너도 데려갈 터이니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거라. 그리고 이왕 글을 배웠으니 기다리는 동안 가능하면 학당에 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네가 고려 글을 깨우쳤으니 배울 것이 많을 것이야.”
“알겠사옵니다. 대장님, 그런데.”
“그런데?”
“혹시 초급 고려 글 교본을 좀 여러 권 주시면 안 되는지요? 필사해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인쇄기로 찍어 낸 책에 비해 글씨가 바르지 못하여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사포에서는 인쇄한 책을 쓰기에 반듯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
필사를 하면, 달필이나 명필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 잘 쓰지 않는 이상 비뚤비뚤할 것이다.
“학당에는 말해 둘 테니, 책을 종류별로 몇 권씩 달라고 하거라. 그리고 초급 고려 글 교본은 백 권쯤 인쇄해서 주라고 하마.”
“감사합니다, 대장님.”
상윤이 다시 넙죽 절을 한다.
명주를 다녀오면서 와카마쓰를 토벌할 계획을 세웠는데,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해치워야 할 것 같았기에 개경에 가기 전에 토벌을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대장님이 직접 가실 것이옵니까?”
“그래.”
“언제 출발하실 것이옵니까?”
“음, 앞으로 보름 뒤에 출발할 것이다.”
“네? 보름 뒤라 하시면?”
“우리는 해룡호로 갈 것이니 여기서 출발해서 벽란도까지 이틀이면 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개경은 가까우니 우리가 한 가지 일을 하고 나서 보름 뒤에 출발해도 최 별장께서 한 달 안에 돌아와야 한다는 기한을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것이야.”
“아.”
***
“전체, 이쪽으로 모여라.”
돌개몰과 달구곶에서 온 청년들의 훈련소 입소식이 있는 날이다.
오종필은 돌개몰의 청년들을 입대시켜 군사 훈련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달구곶을 맡긴 권우석의 의견도 필요해 함께 불러서 의논한 결과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태영이 오기 전에 사포에 살던 자신들과 비슷하게 살고 있지만, 지금의 사포나 율촌의 사람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정신 상태를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군역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군역 대상자부터 먼저 군사 훈련을 받도록 했다.
앞으로 두 달.
저들이 견뎌 내야 할 훈련 기간이다.
다음 순서에는 여군의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그것은, 그곳의 여자들이 남자로서 군역 대상자들이 군사 훈련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들도 여군으로 지원이 가능한지 타진해 왔고, 모두 받아들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구의 침입 때에 왜구들을 처단하는 비서실 여군들이 너무나 멋있었기에, 자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여자들만의 군사 훈련이 다음 기수로 예정되어 있다.
1차로 군사 훈련을 받을 예정인 장정들이 약간은 방만하고 나태한 걸음걸이로, 또는 장난스럽게 모여 있다가, 10명이 투입된 조교들의 고함에도 비실거리면서 연병장에 모였지만, 제대로 된 군인을 만들려면 참으로 힘들 것 같다.
“뭐하나, 뛰어. 뛰어라.”
군사 교육을 담당할 병사들의 고함 소리가 연병장을 울렸고, 뭐 이런 곳이 있냐면서 투덜거리며 느물느물하는 돌개몰과 달구곶의 신병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저들은 자신들의 고을에 병사들이 상주했으니 사포 병사들의 절도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있겠지만, 아직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동네 청년들끼리 힘자랑하러 모인 듯한 태도에 훈련 조교들이 바로 정신이 돌아오도록 초장에 군기를 잡고 있었다.
태영은 그 모습을 훈련소의 한쪽 구석에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훈련소에 입소하는 사람들이 백 명이나 되지만, 아마 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훈련으로 단련된 조교 열 명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 중에 몇 명이 말을 듣지 않고 대 들며 주먹질을 하려다가 조교에게 두들겨 맞고 있기도 했다.
훈련 조교들은 특공 무술을 2년 이상 훈련해 왔기에, 적으로 만난 상대라면 주먹질 한두 번에 저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러나 군기를 잡기 위한 매질이기에 아마 상처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냥 압도적인 무력으로 위계질서를 잡는 과정일 뿐이다.
호각을 불고, 고함을 지르고 해도 거의 30분이나 지나서야 대오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 안에서 여전히 건들거리고 있는 훈련병들이 있었다.
“대대장, 정리 좀 해. 아주 꼴사나워서 못 봐 주겠다.”
“네, 대장님.”
태영이 훈련병 입소식에서 신고를 받을 일은 아니고 김웅겸에게 신고를 받으라 시켰지만, 사포 외의 첫 훈련병이기에 참관을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탕~
태영의 지시를 받은 김웅겸은 훈련병들이 줄지어 선 연병장 앞쪽의 단상에 올라서서 권총을 빼서 공중에 한 발을 쏘았다.
총소리의 메아리가 울려오자, 시끄럽던 훈련병들의 입이 조용해졌다.
“지금부터, 조교의 명령을 듣지 않거나 항명하는 자는 사살한다. 죽어도 좋다는 놈들은 조금 전과 같은 행동을 계속해도 좋다.”
총소리와 뒤이어 들린 김웅겸의 고함 소리에 방만한 자세로 줄을 서 있던 훈련병들의 느릿한 움직임이 거의 일순간에 멈추었다.
연병장의 바깥쪽에는 훈련병들의 가족들 일부가 따라와 있었다.
조교들의 통제에 항의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서 더욱 시끄러웠던 것을 태영은 보았었다.
“가족들은 돌려보내라. 여긴 병영이며 훈련소다. 가족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모조리 잡아서 옥에 가두어라. 가두는 중에 반항하는 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도록.”